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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6.4지방선거 결과, 이것만은 기억하자



6.4지방선거가 끝나고 선거에 대해 분석을 하려고 했지만 사실 딱히 떨어질 만한 결론을 내기 어려웠습니다. 그것은 지방선거 결과를 놓고 여야나 전문가들이 서로 '선방했다'.' 민심이 황금분할을  원했다'.'야당이 패배했다'는 등의 여러 가지 의견이 난무했기 때문입니다.

전문가들의 의견이 대입해도, 데이터를 입력해봐도 일부 주장은 맞지만, 어떤 부분에서 틀린 점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여러 가지 선거 결과의 내용 분석 중에서 우리가 꼭 기억해야 할 만한 내용을 정리해봤습니다.

(물론 아이엠피터의 선거 분석도 정확한 것이 아니라, 이런 생각도 있다는 차원으로 봐야 합니다.)


' 광역단체장 선거의 핵심은 인물론이었다'

광역단체장 선거 결과, 새누리당이 8곳, 새정치연합(이하 새정치)이 9곳에서 승리했습니다. 이 결과를 놓고 많은 해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지역 양극화와 민심의 움직임 등 다양한 해석이 있지만, 아이엠피터는 광역단체장 선거의 핵심은 재선 여부를 통해 보면 쉽게 알 수 있다고 봤습니다.


이번 6.4지방선거에 출마한 현직 광역단체장은 모두 8명이었습니다. 이 중 6명이 재선에 성공했고, 2명이 실패했습니다. 실패한 곳은 인천시와 광주시였습니다.

지방자치가 제대로 뿌리 내리지 않았지만, 그래도 지방자치에 대한 생각이 점차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래서 큰 문제가 없다면 기존 광역단체장을 바꿀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유권자 사이에서 있었습니다.

간단히 광역단체장 선거의 특징을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① 야권성향 인구 유입의 변화: 대전 (대덕연구단지) 세종 (젊은 공무원)
- 일부에서 주장하는 충청권의 민심변화는 대전과 세종시로 압축되는데, 이곳은 야권성향의 젊은 층이 대거 유입된 경향이 있었다.

② 인물론 우위: 경기도 (남경필) 제주도 (원희룡)
- 치열한 접전을 펼친 경기도에서 김진표보다는 남경필 후보가 조금 더 인지도와 인물론에서 앞섰고, 제주의 경우는 세대교체의 화두 속에서 원희룡을 내세운 새누리당이 압승을 거뒀다.

③ 지역의 변화: 대구 (김부겸) 부산 (오거돈)
- 대구 김부겸 후보의 40.33%와 부산 오거돈 후보 49.34% 득표율은 정당 색깔보다 자기 지역을 발전시키려는 인물을 선택하려는 유권자의 변화에 있었다.  

결국, 광역단체장 선거의 핵심은 정당보다는 어떤 인물이 나오느냐에 따라 달랐다고 봅니다. 그저 그런 인물이라면 기존의 광역단체장을 바꿀 필요가 없다는 인식이 있었습니다. 지역을 발전시킬 수 있는 제대로 된 인물이라면 정당을 초월하는 움직임도 있었습니다.

우리가 선거 결과를 분석하는 이유는 앞으로의 선거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렇다면 결론은 하나입니다.

정당이 광역 단체장 선거에 승리하기 위해서는 '인물'을 잘 선택해서 공천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 과연 진보 교육감이라 승리했을까?'

지방선거에서 진보교육감이 대거 승리했습니다. 이것을 놓고 진보의 승리라고 자화자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딱히 그렇게 만은 볼 수가 없습니다.


보수가 제기하고 있는 보수교육감의 난립으로 진보교육감이 유리했다는 지적은 맞습니다. 조희연 서울교육감이나 이재정 경기교육감, 이청연 인천교육감의 득표율을 보면 2위,3위 보수 후보의 득표율을 합친 것보다는 낮았습니다.

보수성향의 설동호 대전교육감의 득표율은 진보성향의 최한성,한숭동 후보가 합친 득표율과 별 차이가 없었습니다. 단일화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그렇다고 보수의 난립으로 무조건 진보교육감이 유리했다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기본적으로 교육감 선거는 진보나 보수성향 후보가 누군지 잘 모르는 경우가 태반이었기 때문입니다.

교육감선거에 대한 특징과 문제점을 살펴보겠습니다.

① 인지도: 부산,세종,충북
-후보가 누군지 잘 모르는 상황에서 부산 김석준 후보처럼 인지도가 높은 후보는 당선됐다. 지난 2010년 교육감 선거에 출마했던 진보교육감 후보의 재출마는 가뜩이나 인지도가 없는 교육감 선거에서 그나마 후보자를 기억하게 해줬다.  

② 비리교육감 퇴출: 인천,충남,경남
-잇달은 인천,충남 보수 성향의 교육감 비리로 유권자는 진보 교육감을 선택했다. 경남은 현직 교육감 부인이 이사장으로 있던 학교에서 학교폭력 희상자가 나와 교육감 선거 이슈가 됐다.

③ 깜깜이 선거
-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는 유권자들이 진보 교육감을 선택했다고 해도, 영향력이 높다고 볼 수 없다. 누가 누군지 모르는 상황에서 진보 교육감의 정책을 제대로 알았던 과연 사람이 얼마나 됐을까?

아이엠피터가 지방선거 분석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끙끙 됐던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많은 매체에서 진보교육감의 승리라고 하지만 실제 내용을 들여다보면 진보교육감이라 성공했다기보다는 보수교육감의 문제가 많았기 때문이었습니다.

교육감 선거 때마다 아이엠피터가 주장하는 것은 교육감 선거만은 따로 분리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 아이들을 위한 선택을 아무것도 모르고 그저 선거 이슈와 분위기, 그때 그때 다른 변수에 맡기기에는 위험하기 때문입니다.

'눈물마케팅의 성공, 그러나 좌절할 필요는 없다'

아이엠피터는 '감성 정치'가 필요하다고 보는 사람입니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감성정치의 본질은 ' 내가 당신의 마음을 이해하고, 그 마음을 정치로 표현하겠다'는 뜻입니다.

그러나 이번 6.4지방선거의 감성정치의 본질은 '유권자'가 아닌 '대통령'이었습니다.


'대통령을 지켜주세요'라는 팻말을 들고 '도와주세요'라며 절을 하고, 1인 시위를 하는 새누리당의 선거 전략의 핵심은 유권자를 위한 선거가 아닌 대통령과 새누리당이 살아남기 위한 전략이었습니다.
 
국민이 혜택을 받아야 하는데, 엉뚱하게 청와대와 새누리당 당사에 앉아 있는 사람들이 별다른 노력 없이 획득한 것입니다.

대한민국 일부 유권자들은 이런 어처구니없는 눈물 마케팅에 현혹되어 또다시 이들에게 투표를 했습니다. 그래서 어떤 이들은 대한민국 국민에 실망했다고도 합니다.


기초단체장 선거를 보면 완전히 새누리당의 압승처럼 보입니다. 맞습니다. 선거 결과는 새누리당이 이긴 것입니다. 그러나 트위터리안 @nobody_indepth님이 분석한 자료를 보면 무조건 새누리당의 승리라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우리가 데이터 분석을 할 때 수치를 과학적으로 제대로 정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나 항상 선거를 단편적인 결과로 보기 때문에 변수가 생길 경우 제대로 대처를 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5:5의 상황이 아니었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지만, 늘 그렇듯이 대한민국의 투표인 수는 지역별로 차이가 심합니다.

눈물 마케팅에 졌다고 좌절하기보다는 어떤 변수가 얼마큼 작용했는지 냉철하게 분석하고 그 간극을 좁혀 나갈 필요가 있습니다.


' 내전에 휩싸인 새정치, 재기에 실패한 진보정당'

6.4지방선거 결과를 놓고 새정치의 문제 때문이라는 주장이 많습니다. 맞습니다. 새정치은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제대로 그 역할을 해내지 못했습니다.

그 원인을 몇 가지 분석해보도록 하겠습니다.

① 안철수 대표의 확장성이 사라졌다
- 안철수 대표가 가진 인기와 확장성이 이번 선거에서 나오지 않았다. 이 말은 그의 존재감이 사라졌다는 의미이다. 일부 지역구에서 그의 선거 지지 유세를 거부했다는 말은 그가 선거에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② 내분에 인한 부실 선대위
- 당내 갈등이 계속 불거졌다. 특히 광주 시장 전략 공천 하나로 안철수 대표에게 쏟아졌던 비판과 비난은 보수 언론과 새누리당의 표적이 됐다. 당내 결집이 이루어지지 못한 상황에서 선거를 주도해야 할 선대위는 그 역할을 충분히 하지 못했다. 

③ 오로지 세월호만 믿었던 새정치의 사라진 존재감
- 박원순, 안희정,김부겸,오거돈 등을 보면 새정치이라는 조직보다는 인물론으로 표를 얻었다. 세월호만을 가지고 뛰어들었던 새정치의 존재감이 사라졌다는 의미이다.


이번 선거를 통해 야당이 선전했다고 하는 말은 사실 변명에 불과합니다. 왜냐하면, 몇 명 인물을 제외하고 새정치의 역할이나 장점이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특별히 정책에 대한 이슈도 선점하지 못했고 오로지 세월호에 매달린 결과에 대해 우리는 냉정히 평가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광역단체장이나 교육감이 진보나 야권 성향이라도 정부나 구청장, 지방의회가 보수 성향이라면 그들의 앞길이 그리 순탄치만은 않을 것입니다. 



6.4지방선거에서 진보정당은 처참한 패배를 했습니다. 기초단체장은 2010년 3명(민주노동당)에서 2014년 0명, 광역의원(비례포함)은 2010년 27명(민주노동당 24명,진보신당 3명)에서 2014년 4명 (통합진보당 3명,노동당 1명)으로 뚝 떨어졌습니다.

기초의원은(비례 포함) 2010년 137명 (민주노동당 115명,진보신당 22명)에서 2014년 52명(통합진보당 34명,정의당 12명,노동당 6명)으로 참패 수준입니다.

물론 박근혜 정권의 공작과 야권의 무관심과 진보정당의 무능력으로 벌어진 일이었지만, 이는 앞으로 대한민국 정치 지형이 양당 체제로 굳어져, 정치의 다양화가 무너졌다는 위기감도 불러일으킵니다.

'벼락치기 선거 이제 포기하자'

이길 수 있다고 믿었던 선거에서 매번 지니 야권이나 진보 성향 지지자들은 속이 터지고 환장할 지경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생각해볼 문제는 벼락치기로 공부해봤자 시험에 합격하지 못하는 상황이나 선거나 별 차이가 없다는 점입니다.

선거 몇 달 앞두고 노력해봤자, 선거 전략과 조직력, 여론에서 앞서고 있는 보수세력을 따라잡기는 어렵습니다.

① 정당을 떠나 투표할 수 있는 인물을 키워라
- 인물만 괜찮으면 이제 경남.대구.부산에서도 야당을 선택할 수 있는 기초는 됐다. 정당과 색깔론을 이겨낼 수 있는 인물을 뽑아 훈련하고 키워주고 내세워야 한다.

② 빅데이터를 통한 선거 분석을 제대로 해라
- 단순히 연령별 투표율, 부동층 등의 모호한 형태로 선거를 분석하면 안 된다. 철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선거를 분석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③ 상시 선대위 조직을 가동해라
- 선거 때마다 운영되는 선대위는 필요 없다. 상시로 선대위를 운영, 정보를 수집하고 정책과 전략을 장기적으로 검토하고 내세워야 한다. 선거 승리를 위한 객관적인 분석 (계파와 상관없는 공천 등)을 정당 내부에서 모두 인정하고 따를 수 있도록 당헌,당규를 바꾸는 쇄신이 필요하다.

④ 언론,선관위,불법 선거를 응징하라
- 언론의 여론조작이나 선관위의 부실한 투,개표 운용. 불법 선거에 대한 사법부의 편파 판결을 응징할 수 있는 강력함을 보여줘야 한다. 대놓고 하는 부정선거보다 이런 환경에서 벌어지는 불법 선거가 패배의 한 요인이 된다.


아이엠피터는 선거 결과를 분석하기 위해 수백 편의 기사를 읽고 수백 개의 도표를 봤습니다. 그러나 '아 이거다'라는 분석 결과를 보지 못했습니다.

그만큼 선거 분석은 무슨 자료를 어떤 관점으로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많은 차이가 있기 때문입니다.



월드컵을 앞두고 다양한 분석과 예상, 그리고 승리하는 비결이 나옵니다. 선거보다 더 변수가 많은 경기도 이렇게 치밀하게 준비하는데, 우리의 선거는 어떻습니까?


그저 이슈 몇 개, 심판론, 눈물 마케팅, 대통령 사진 등으로 선거판이 좌지우지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은 정치가 가진 힘과 권력 상황과 비교하면 너무 허접합니다.

어떤 선거는 쉽게 이기는 경우도 있고, 어떤 선거는 어처구니없이 패배하는 일도 있습니다. 이것이 단지 기울어진 경기장만의 문제는 아닐 것입니다. 기울어진 경기장에 포크레인으로 땅을 퍼다 나를 수 있는 과감함과 얼마큼 땅을 높여야 하는지에 대한 측량과 분석이 필요합니다.

선거를 치를 때마다 보수 세력이 무섭다고 느낍니다. 그들의 집요함과 말도 안 되는 공격력을 과연 이길 수 있는 내공이 없다면 또다시 '국민에 실망했다.' 야권의 무능'이라는 말이 나올 것입니다.

'다음 선거에는 반드시 바뀔 것이다'라는 생각은 그저 희망에 불과할 수 있다는 위기감은 아이엠피터만의 생각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