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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사전투표' 불안해서 제일 먼저 했습니다.


방금 '사전투표;를 마치고 왔습니다. 사전투표는 선거일에 투표하기 어려운 유권자를 위해 6.4 지방선거일 이전인 5월 30일, 5월 31일 이틀간 전국 사전투표소 어디서나 신분증만 있으면 투표할 수 있는 제도입니다. 전국 단위로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사전투표'를 믿을 수 없다는 의견과 사전투표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계속 제기되고 있습니다. 아이엠피터는 과연 어느 주장이 맞는지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사전투표가 시작되길 기다리며 밤을 새웠다가 차를 끌고(사는 곳이 촌동네라 사전 투표소까지는 왕복 15킬로)가서 제일 먼저 투표하고 왔습니다.
 
' 사전투표, 관외선거인이라면 꼭 확인하세요'

'사전투표'라고 해서 복잡할 것 같지만, 그리 복잡하지는 않습니다. 평소와 똑같이 신분증 들고 가서 투표하면 됩니다. 그러나 사전투표에서 제일 먼저 확인할 것은 자신이 '관내선거인'인지 '관외선거인'인지 여부입니다.



■ 관내 선거인: 사전투표소가 있는 지역에 거주하는 유권자
■ 관외 선거인: 사전투표소가 이외 지역에 거주하면서 사전투표소에서 자신의 선거구에 투표하는 유권자

사전투표소에서 관내 선거인과 관외 선거인을 분류해야 하는 이유는 과거 부재자투표처럼 관외 선거인이 기표한 투표용지가 다른 곳으로 보내지기 때문입니다.


관외선거인은 사전투표소에 가면, 신분증과 지문을 확인합니다. 이후 투표용지와 함께 회송용 봉투를 받습니다.

관외선거인은 자신이 기표한 투표용지를 그냥 투표함에 넣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거주 지역 관할 선관위 주소가 인쇄된 봉투에 넣고 봉함한 후 투표함에 넣습니다.


관외선거인이 투표한 회송용 봉투는 매일 사전투표가 마감되면, 사전투표자수를 계산한 후 우체국장에게 인계되고, 등기우편으로 해당 구, 시군선관위로 발송됩니다.

'사전투표, 믿을 수 있을까?'

인터넷에서는 '사전투표'를 믿을 수 없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그동안 선관위가 보여준 부실과 부정, 오류에 대해 국민이 선관위와 선거 시스템을 그만큼 신뢰하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전투표에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위험성을 하나씩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① QR코드에 대한 불신과 의혹 

사전투표에서 많은 사람들이 가장 먼저 제기하는 것이 바로 QR코드입니다. QR코드 자체에 많은 정보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선관위는 QR코드에 '일련번호', '선거명', '선거구명', '관할선거 관리위원회명'만 들어가 있고, 개인정보는 들어가 있지 않고 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일련번호에 대한 공방이나 개인정보 유출 문제는 그리 많지 않다고 봅니다. 문제는 QR코드가 인쇄되어 나오는 투표용지를 출력하는 프린터와 관리,운용하는 소프트웨어의 문제입니다.

선관위는 절대 그럴 일은 없다고 하지만 실제 사람이 하는 일은 100% 장담할 수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QR코드와 프린터 등에 대한 관리와 불상사가 벌어졌을 경우에 대한 대비책과 검증 문제를 선관위가 제대로 공개, 감사받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야 합니다.

② 회송봉투와 우편 배송의 신뢰

한국은 항상 부재자투표에 대한 문제점이 제기되어 왔습니다. 그것은 부재자투표에서 늘 의심스러운 정황이 발생해, 유권자들을 혼란스럽게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지난 대선에서도 부재자 투표 봉투의 속이 비치는 사진들이 올라오면서 논란과 의혹이 가중됐었습니다. 이번 관외선거인 회송용 봉투는 황색으로 밖에서는 볼 수 없도록 했습니다.

회송용 봉투가 속이 비치지 않는 재질로 나오는 것은 괜찮습니다. 그러나 매일 사전투표일이 끝나면 특수우편물로 취급 우체국을 통해 관할 선관위에 배달되는 시스템을 과연 믿을 수 있는가라는 부분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선관위 직원으로부터 회송용봉투를 인계받은 우체국 직원은 인계,인수서 2부를작성하여 1부는 우체국에 1부는 선관위에 보관합니다.

조금 더 정확하게 하려면 우편물 배달 상황을 실시간으로 배송 조회하는 부분을 투명하게 선관위가 계속 공개하거나 알려주면 논란이 조금은 줄어들 수 있다고 봅니다.

③ 선관위 전산망, 과연 안전한가?'

이번에 치러지는 사전투표에는 '통합선거인명부'가 사용됩니다. 전국 어디서나 1인 1표를 할 수 있는 투표용지 인쇄와 관리에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이런 선관위 전산망을 믿을 수 있는지 여부입니다. 2011년 재보궐선거에 여당 보좌진이 선관위 홈페이지를 디도스 공격했던 사례가 있기 때문입니다.

선관위는 폐쇄망인 국가정보통신망을 주 통신망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해킹이나 외부 공격으로 안전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통합선거인명부 서버-운용프로그램-통합명부운용장비(명부 단말기, 투표용지 발급기,본인확인기, 무정전 전원장치)-통합인명부 통신망>등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운영될 수 있는지는 매번 터지는 해킹 사건 때문에 그리 신뢰가 가지 않습니다.

단순한 전산망이 아닌 투표에 필요한 여러 운용장비에 대한 검증과 확인도 투표 기간 계속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④ 사전투표 투표함, 제대로 보관될 수 있을까?

사전투표로 모인 투표용지는 투표함에 보관되어 6월 4일 지방선거 투표가 끝나면 동시에 개표가 됩니다. 그런데 이 투표함이 제대로 보관될 수 있는지에 대한 의혹은 남아있습니다.


지난 대선에서 강남을 개표소에 봉인이 안 된 투표함이 발견되어 많은 논란과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유권자들은 투표함에 대한 신뢰성이 담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사전투표를 많이 하면 할수록 부정선거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을 자꾸 제기하고 있는 것입니다.

투표함이 제대로 보관되지 않으면 투표 자체에 대한 신뢰가 무너집니다. 투표함의 봉인이 없을 수도 있다는 식의 변명보다는 정확하게 어떻게 봉인되고 관리하는지 투명하게 공개해야 합니다.

선관위는 지속해서 투표함에 대한 봉인절차를 선관위 직원과 투표함 관리인에게 시켜, 한 건이라도 투표함 미봉인 사태가 벌어지지 않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 그래도 사전투표는 해야 한다'

선관위가 지난 대선에서 보여줬던 비상식적인 일들로 많은 국민들은 선관위를 신뢰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사전투표를 하지 말자는 움직임도 나옵니다.

아이엠피터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전투표는 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왜냐하면 모든 시스템에는 오류와 불안전성을 갖고 있기 마련이고, 그 걱정 때문에 사전투표와 같은 효과적인 시스템을 포기할 필요까지는 없기 때문입니다.


사전투표를 한다고 해서 투표율이 엄청나게 증가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기존의 투표보다는 편리함과 참여가 확대되는 제도인 만큼은 틀림이 없습니다.

사전투표를 불안해하면서도 꼭 해야 하는 이유는, 단 한 명의 유권자라도 환경의 어려움 때문에 투표하지 못하는 일을 방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전투표를 하면 시간별 투표율을 통해 6.4 지방선거의 투표율을 가늠해볼 수 있습니다. 사전투표를 한 사람이 많아질수록 투표를 하지 않으려는 부동층을 움직일 수 있는 여론도 조성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이런 제도를 움직이는 '사람'과 '조직'이 얼마나 투명하고 제대로 관리, 운용할 수 있는 지 여부입니다.


개표 이전에 우리가 반드시 감시해야 할 내용은 크게 투표소 내에 있는 투표운용 장비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여부입니다. 특히 통합선거인명부 서버 등의 오류가 났을 경우, 즉시 해당 사전투표소는 투표를 더는 하지 못하도록 막아야 합니다.

관외선거인은 자신이 기표한 투표용지를 넣은 회송봉투의 주소가 자신의 거주 관할 선거구 주소로 되어 있는지를 꼼꼼하게 살펴봐야 합니다.

투표함을 봉인하는 과정이나, 투표함이 보관되는 장소에 대한 안전 여부는 개표 전에 두 번, 세 번 꼭 확인해야 합니다.

'선관위'는 사전투표를 하지 못하는 자체가 선거법 위반이라고 주장합니다. 그렇다면 투,개표에 대한 문제점이 발생할 경우에 대한 선관위의 책임도 무겁게 이루어져야 합니다.


아이엠피터는 불안하고 신뢰하기 어렵다고 해도 '사전투표'를 적극 활용하는 편이 낫다고 봅니다. 그것은 유권자로서 자신의 권리인 투표를 행사하고, 이후에 철저히 감시하는 방법이 지금 상황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기 때문입니다.


'나 하나 쯤이야'라고 생각하고 그냥 넘어갈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투표한 한 표로 웃거나 울 수있는 일이 생깁니다.

지혜로운 사람은 거대한 산이 막혔다고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산을 넘을 방법을 찾고 노력한다고 합니다. '사전투표'를 얼마나 활용하고 감시하느냐에 따라, 우리 가족과 아이들의 미래가 바뀔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