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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고승덕 딸 사태로 본 보수의 도덕성, 이렇게 달랐다.



서울시교육감 후보로 나선 고승덕 후보의 친딸 '캔디 고' (한국명 고희경)씨가 페이스북에 "나의 아버지 고 후보는(고승덕)는 서울시교육감 자격이 없다"는 글이 화제와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고승덕 후보의 딸 캔디 고씨는 "고 후보의 딸이었던 저는 교육을 받는데 그의 지원을 받아 본 일이 없다. 자식 교육은 돌보지도 않았고, 오히려 거의 없는 사람 취급을 했다"면서 서울시민들이 현명한 선택을 해달라고 밝혔습니다.

고승덕 후보는 딸의 페이스북 글에 대해 '부덕의 소치'라고 하면서도 한 편으로는 문용린 교육감과 박태준 전 포스코 회장의 아들 박성빈 씨가 자신을 적으로 생각하며 벌인 야합과 정치공작이라고 반박하기도 했습니다.

'고승덕이 말하는 부덕의 소치는 잘못된 말'

고승덕 후보와 딸과의 관계에 대한 진실은 사실 당사자만이 알기에 어렵습니다. 그러나 고승덕 후보가 변명이라고 했던 '부덕의 소치'는 상황과는 전혀 맞지 않는 말입니다.

정치인들이 무슨 사건만 터지면 변명처럼 하는 '부덕의 소치'라는 말은 원래 이런 곳에 사용하는 말이 아닙니다.

(임금이) 신개를 불러 말하기를, “금년에 천문(天文)이 변(變)을 보여 비바람 번개 벼락 서리 우박 산사태 홍수 등으로 인해 죽은 자가 심히 많으니, 모두 (내가) 부덕한 소치다. 이에 내가 공구(恐懼) 수성(修省)하고자 하니...(召議政府舍人申曰 今歲天文示變 風雨雷震霜雹山崩水溢 而致死者甚衆 皆否德之致 然予欲恐懼修省...) <태종실록 권 제18장>

'부덕한 소치다'라는 말은 천재지변처럼 자신의 직접적인 책임은 없지만, 자신을 탓하고, 스스로 반성한다는 의미를 지닌 말입니다.

고승덕 후보의 딸은 아버지가 자신에게 관심도 교육적 책임도 지지 않으면서 '학부모를 대상으로 하는 최고의 자녀 교육법'을 강의하며 교육감 후보로 나왔던 사실에 분노하며 글을 썼습니다.

딸의 눈으로 봤을 때는 아버지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던 인물이 아이들의 교육을 책임지겠다는 교육감 출마가 말도 안 되는 일이었을 것입니다.

천재지변도 아닌 고승덕 후보 본인의 문제를 '부덕의 소치'라고 하는 자체가 사건의 본질을 고승덕 후보가 잘못 알고 있다는 뜻입니다.

' 정치적 야망과 정치 공작은 한 몸에 불과하다'

고승덕 후보는 자신의 교육감 선거에 발목을 잡은 딸의 글이 장인이었던 박태준 전 포스코 회장의 아들과 문용린 후보의 야합으로 이루어진 정치 공작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고승덕 후보의 말을 이해하려면 1999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합니다. 1999년 고시3관왕으로 TV를 통해 인지도를 널리 알렸던 고승덕 변호사는 정치에 출마하기로 결심하고 국민회의에 공천을 신청합니다.

국민회의에서 공천이 지지부진하자 고승덕 변호사는 "지연은 국민회의, 혈연은 자민련과 맺어져 있으나, 정치는 한나라당에서 하겠다"며 갑자기 야당이었던 한나라당 입당을 공식 선언하며 출마 의사를 밝힙니다. 

고승덕 후보의 한나라당 영입과 출마를 막후에서 조정하고 도와줬던 사람이 황우여와 홍준표 등이었습니다. 
 

고승덕 후보의 장인이자, 김대중 후보와의 후보 단일화로 연합정부를 탄생시켰던 자민련의 총재였던 박태준 전 포스코 회장은 긴급하게 가족회의를 열었고, 결국 고승덕은 후보 사퇴 기자회견을 하고 박태준 총재에게 사죄의 인사를 하며 사건은 일단락됩니다.

고승덕 후보는 당시 사태를 박태준 총재의 강압으로 이루어진 정치공작이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는 자신에게 있던 '정치적 야망'이라는 욕망은 전혀 내비치지 않았습니다.

'정치공작'은 순순하게 국민을 이롭게 하는 정치를 하려는 사람을 향한 검은 손이라는 느낌이 듭니다. 그러나 <고시 3관왕 → 재벌가 사위 → 국내 변호사 TV 예능 프로 첫 출연 → 국회의원 출마>라는 과정을 보면 그가 '정치공작'을 운운할 처지는 아니라고 봅니다. 

그의 정치적 욕망을 더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고승덕 후보의 첫 번째 결혼 배우자는 박태준 전 총재의 둘째 딸인 재미화가 박유아 씨입니다. 박유아씨는 1999년 고승덕 변호사의 정치 입문을 거세게 반대했다고 합니다.

박유아 씨가 자기 작품의 영원한 테마를 '사람'이라고 항상 얘기하는 모습을 보면, 정치인 아버지를 둔 딸로 남편의 정치입문을 왜 반대했는지 쉽게 이해가 됩니다.

(박태준의 막내딸이었던 박경아 씨도 전두환의 차남 전재용 씨와 1992년 결혼했다가 2년 만에 이혼하기도 했다. 고승덕 후보가 한국에 살기 원했지만, 박유아씨가 미국에 거주하기 원했던 이유는 한국에 거주하면 쏟아지는 재벌,정치권력 집단, 혼맥 등의 관심이 싫었을 수도 있다.)

고승덕 후보가 캔디 고씨의 페북에 대해 '정치공작'을 운운하자 고승덕 후보의 딸은 '제가 편지를 썼던 유일한 의도는 그가 자신의 자녀들의 교육에 정신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는 것을 서울시민들에게 알리는 것이었습니다.'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고승덕 후보가 초중고생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하는 특강을 시작한 것은 1999년 후보사퇴를 하고 난 다음 해인 2000년부터이었다.)


지금 고승덕 후보와 딸과의 공방은 '정치적 야망'을 가진 아빠와 '평범한 아빠'를 꿈꾸었던 딸의 사이에서 벌어지는 사건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고승덕 후보는 1999년 후보 사퇴 이후 끊임없이 정치권에 구애했고, 결국은 서울시교육감 후보로 출마하고 있습니다.

가족의 해체와 아픔을 겪은 가족드라마를 아빠 스스로 '정치 드라마'로 각색하여 출연하고 있으며, 정치라는 탐욕을 가진 배우들이 대거 우정출연하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 도덕성이 가진 함정, 그들은 달랐다'

아이엠피터가 주장하는 구호는 '상식적인 사회'입니다. 글을 쓸 때도 철저히 보통 사람의 생각을 기준으로 하고 있습니다. 아예 정치적 사상이나 개념을 모르는 글은 쓰지도 않습니다.


상식의 잣대로 자료와 증거를 내세우며 자칭 보수와 새누리당의 비도덕성에 관한 글을 올리면 악플이나 달리지, 그들의 잘못을 인정하는 보수진영은 별로 없습니다.

문용린 서울시교육감 후보는 교육부 장관이었던 2000년 5.18 전야제에서 여성이 술 시중을 드는 룸살롱에 갔고, 이 일로 대국민사과문을 발표하고 결국 교육부 장관직을 사퇴했습니다.

이랬던 그가 2014년 고승덕 후보와 딸의 글에 '패륜'을 운운하고 있습니다.



아내는 후보가 아니라며 가족 얘기에 눈물을 흘렸던 정몽준 후보는 지독히도 박원순 후보의 아내에 초특급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들을 보면 정말 도덕적으로 이해할 수가 없는 일을 벌입니다. 그러나 아이엠피터는 그들에게 '도덕적'이라는 잣대를 잘못 재고 있었습니다.

우리가 말하는 '도덕'과 저들이 생각하는 '도덕'은 다릅니다.


6.4지방선거가 불과 며칠 앞으로 다가오자, 갑자기 새누리당 사람들이 1인 시위를 하고 있습니다. 문구도 비슷합니다.

'도와주세요.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도와주세요. 머리부터 발끝까지 바꾸겠습니다.'

이들의 1인 시위 문구를 보면서 '저런 말에 속을 사람이 어딨어?'라고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눈물을 흘렸던 불쌍한 박근혜 대통령>이라는 생각을 하는 사람도 많다는 사실을 우리는 잊으면 안 됩니다.


어쩌면 우리는 잘못 생각하고 있습니다. 상식적인 잣대로 저들을 바라보면 분명 저들은 스스로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국민들도 저들의 부도덕함을 알 것이라는 착각에 빠져 사는 것입니다.

' 먹고 살기 위해서는 무슨 짓을 해도 된다'
' 성공하기 위해서 재벌가의 사위가 되는 것이 무슨 잘못이야'
' 정적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우리 아이들의 급식이 친환경이 아니어도 좋다'
' 선거에 이기기 위해서 가족을 공격하는 일은 내 가족만이 아니면 된다'

[정치] - 초등학생 동원,금품,대리투표 '새누리당 불법선거'

'도덕'이라는 잣대를 들이대면 저들 스스로 무너질 것이라는 착각에서 빠져나와야 합니다. 이미 대한민국에서 부와 권력을 위한 비도덕적인 불법은 '그것도 능력이다. 나도 할 수만 있으면 하겠다'라는 사회적 풍토와 분위기가 조성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선거 전과 선거 후가 다른 정치인을 무감각하게 바라보고 당연하게 생각하는 사회의 이중적 도덕성이 존재하는 한, 우리 사회에서 이런 정도로는 선거의 판세를 바꾸기가 어렵습니다.

그들은 상대방의 실수는 뻥튀기하고 자신의 잘못은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음을 포장하는 언론과 여론, 권력, 그리고 사회 풍토를 이미 마련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저들보다 매번 당하면서 그것을 당연한 듯 받아들이고 체념하는 우리의 모습이 저들의 뻔뻔함을 키워준 것은 아닌가 싶습니다.

▲ 정몽준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가 서울시민들과 하는 사전 준비운동에서 시민들과 반대 방향으로 체조를 하고 있다. 출처:뉴스1



우리가 앞으로 해야 할 일은 진보는 도덕적이고 보수는 비도덕적이라는 단순한 공격이 아니라 '서로 다른 도덕적 가치와 잣대'를 사회 통상적인 규범으로 만들 수 있는 법의 제정과 공정한 법 집행을 만드는 일입니다. 

인사청문회에서는 '보편적 도덕성'이 중요한 판단의 기준이 될 수 있지만, 선거에서는 '서로 다른 잣대의 도덕성' 을 유권자가 갖고 있음을 우리는 깨달아야 합니다.

불과 이틀 뒤에는 6.4지방선거가 치러집니다. 도덕적으로 깨끗하니 진보와 야권이 승리한다는 착각은 하루빨리 벗어나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