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정치

노노노를 외친 대통령,양복입은 민주당 대표



어제 박근혜 대통령,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 김한길 대표의 3자 회담이 국회 사랑재에서 있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오후 3시부터 여야 당대표,원내대표.강창희 국회의장에게 외국 순방 결과를 보고했으며, 이후 3시 40분부터 작은 방으로 이동하여 김한길 대표,황우여 대표와 3자 회담을 진행했습니다. 

애초 예정시간인 1시간보다 30분이 더 지난 1시간 30분 동안 박근혜 대통령과 김한길 대표의 회담이 진행됐지만, 내용은 아무 결과도 합의문도 없는 만남이 됐습니다.

많은 국민이 정국 해결의 열쇠로 봤던 '국회 3자회담'의 문제가 무엇인지, 앞으로 어떻게 될지를 정리해봤습니다.

' 노,노,노만 외친 대통령'

김한길 대표는 그래도 나름 박근혜 대통령에 정국 운영의 문제점을 지적하고자 민주주의 회복과 국정원 개혁 등 7가지 문제에 대해서 자료도 준비하는 등 스스로 의제를 정해 회담장에 나갔습니다.


 
김한길 대표는 모두 발언으로 7가지를 말했습니다. 경제민주화,복지확대에 대한 대통령의 약속,세법 개정안,국정원 대선개입, 국정원 개혁, 검찰총장 사퇴 파문 등이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혹시나 했는데 역시, 역시나였습니다.

국정원 사건은 그냥 재판 결과가 나와야만 책임을 묻겠다는 대답만 되풀이했고, 국정원 개혁에 대해서는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는 왜 국정원 개혁을 하지 않았느냐, 왜 집권시절에 안 했느냐'는 대답만 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 자체는 사실 뭐라 거론할 필요가 없습니다. 야당 대표와 정국 해결을 위해 만난 자리이지만 야당 대표가 준비한 7가지 의제에 대해서 변명과 반박으로 일관했기 때문입니다. 결국, 박근혜 대통령은 김한길 대표의 말에 '노,노,노'만 외치다가 끝나 국회 3자회담이었습니다.

' 그럴 줄 몰랐나요? 김한길 대표를 향한 답답함'

김한길 대표가 채동욱 검찰총장 사퇴에 대해 법무부 감찰의 부당성을 지적하자 박 대통령은 '그러니 사표를 안 받은 것 아니냐, 진상조사가 끝날 때까지 사표를 처리하지 않겠다"고 쏘아붙였습니다.

사실 국정원 사건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이 무슨 말을 할지는 뻔히 예상됐습니다. 그러나 채동욱 총장 사퇴 파문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이 정도로 강하게 나올지는 김한길 대표도 예상하지 못할 정도로 그녀는 불통의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것은 처음부터 아예 '국회 3자회담'을 통해 야당과 정국을 해결하겠다는 의지보다, 아이엠피터의 예상대로 코스플레이에 불과한 만남을 기획, 연출했음이 드러난 것입니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청와대의 드레스 코드로 양복을 입고 나갔습니다. 장외투쟁을 강조하기 위해 수염은 깎지 않고 회담장에 갔지만, 만약 김 대표가 장외투쟁 복장으로 그대로 나갔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어차피 회담이 박근혜 대통령의 불통으로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면 최소한 야당 대표의 강력한 장외투쟁 의지라도 보여줬어야 했습니다. 그러나 김한길 대표는 그마저도 실패하고, 아무것도 얻지 못하고 회담장을 무거운 얼굴로 나왔습니다.

이제 김한길 대표와 민주당은 계속해서 장외투쟁을 하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그 장외투쟁의 효과를 지금 박근혜 정권에서는 그다지 효과도 없어 보입니다.

정국에 매번 끌려다니는 민주당을 향한 답답함이 다시 한 번 드러난 어제였습니다.

' 박근혜, 도대체 무엇을 믿고 이러나'

박근혜 대통령이 야당 대표와의 만남에서 그를 쏘아붙일 정도로 강력하게 자신은 아무 잘못이 없다고 주장하는 행동은 도대체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하반기 국정운영에서 중요한 국회를 아예 식물국회로 만들어 버리겠다는 의지가 엿보였기 때문입니다.


그녀의 이런 표정과 단호함은 국회를 자신의 발밑으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3자회담'을 하면 뭐합니까?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는 그저 들러리로 나와 별로 말도 하지 않았으며, 이는 새누리당이 대통령 말 한마디에 움직이는 청와대 2중대에 불과하다는 증거입니다.

 


청와대에서 국회를 좌지우지하는 박근혜 대통령에게 국정원의 정보기관은 이미 정치공작의 달인이자 공안정국 기획 수사 전문 김기춘 비서실장의 손에 넘어가, 남은 것은 검찰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그 검찰또한 채동욱 검찰총장 밀어내기로 거의 다 넘어왔습니다.


청와대,국회,법무부,국정원,검찰을 장악한 그녀에게 60%대라는 지지율은 이제' 대한민국은 나의 것'이라는 확신을 하게 했으며, 아무도 자기의 앞길을 막을 수 없다는 착각을 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유신시절, 국회는 그냥 해산시키면 되는 존재였고, 정보기관은 말을 하기도 전에 알아서 정치 공작을 펼쳐줬던 수족들이었습니다. 그런 모습이 지금 2013년에도 똑같이 재연되고 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분명 야당 대표에게 지지 않고 자신의 말만 하고 나왔으니 승리했다고 외치고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입장에서는 정국이 더 혼돈 속으로 빠져들었고, 이는 대한민국 국익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자신만의 나라를 꿈꾸는 대통령을 이기는 방법은 결국 국민이 나서는 수밖에 없습니다. 국민은 대통령이 잘못했으면 당당히 그녀를 향해 외칠 수 있어야 합니다. 그것은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이고, 대통령은 그저 국민이 뽑아준 대리자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정치는 계속 수렁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할 것입니다. 그것을 타개할 방법은 오로지 국민이 들고 일어서는 수밖에 없습니다. 올 추석은 아마 현직 대통령의 '하야와 촛불집회'를 가족들에게 강력하게 설명해야 하는 시기가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