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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전두환 추징금'은 1672억이 아니라 '5천9백억'



전두환의 장남 전재국씨가 9월 10일 대국민 사과를 하면서 전두환 일가의 미납 추징금 1,672억원에 대한 전액 납부 계획을 밝혔습니다. 이는 1997년 전두환에게 내려진 대법원의 판결 이후 16년 만에 일어난 일입니다.


전두환의 장남 재국씨는 기자들 앞에서 '전재국 명의의 서울 서초동 소재 부동산 일체와 연천군 소재 허브빌리지 부동산 일체, 소장 미술품. 전효선 명의의 경기 안양시 관양동 소재 부동산 일체. 전재용 명의의 서울 서초동 소재 부동산과 경기 오산시 소재 토지 일체. 전재만 명의의 서울 한남동 소재 부동산 일체. 경남 합천군 소재 선산' 등을 추징금 납부에 대한 재산목록으로 열거하기도 했습니다.

16년 만에 추징금을 내겠다고 나선 전두환 일가, 과연 그들이 밀린 추징금을 내는 것을 무조건 좋아해야 할까요? 그 안에 숨겨진 문제점과 앞으로 이런 사건을 계기로 대한민국의 법이 어떻게 제대로 개정되고 시행되어야 하는지 정리해봤습니다.

' 주민세에도 붙는 과태료,왜 전두환은 내지 않는가?'

이번 전두환 추징금 납부에서 가장 큰 문제가 되는 것은 바로 그동안 내지 않은 추징금에 대한 이자 부분입니다. 보통 민사소송에서는 내야 할 돈을 내지 않을 경우 연5%의 법정이자를 계산하여 적용합니다.

대략 이런 방식으로 원금 2,205억에 대해 연 5%의 법정이자를 계산하면 이자수익만 2,700억입니다. 원금보다 훨씬 많은 이자가 붙게 되는 것입니다.

법정이자 말고, 그냥 단순히 우리가 세금을 체납했을 때 내는 가산금만 생각해봐도 전두환의 추징금은 1,672억원보다 훨씬 많을 수밖에 없습니다.

제21조 【 가산금 】
① 국세를 납부기한까지 완납하지 아니하였을 때에는 그 납부기한이 지난 날부터 체납된 국세의 100분의 3에 상당하는 가산금을 징수한다.
② 체납된 국세를 납부하지 아니하였을 때에는 납부기한이 지난 날부터 매 1개월이 지날 때마다 체납된 국세의 1천분의 12에 상당하는 가산금을 제1항에 따른 가산금에 가산하여 징수한다. 다만, 체납된 국세의 납세고지서별ㆍ세목별 세액이 100만원 미만인 경우는 제외한다.
③ 제2항에 따른 가산금을 가산하여 징수하는 기간은 60개월을 초과하지 못한다.
④ 제1항 및 제2항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지방자치단체조합을 포함한다)에 대하여는 적용하지 아니한다.
⑤ 상호합의절차가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체납액의 징수를 유예한 경우에는 제2항을 적용하지 아니하고 「국제조세조정에 관한 법률」 제24조제5항에 따른 가산금에 대한 특례를 적용한다.


국세를 체납하면 3%의 해당하는 가산금이 붙고 다시 납부하지 않으면 이 가산금에 0.12%의 중가산금이 붙습니다. 국세 체납에 대한 가산금 방식으로 계산하면 전두환은 추징금 1,672억이 아니라 5천억 이상의 추징금을 내야 합니다.

대법원 등에서 벌금형이 확정되어 내려진 경우, 이 벌금을 내지 않으면 강제로 구속돼 노역형에 처합니다. 1일 노역형에 따른 액수 산정이 문제가 있어 아이엠피터는 이미 지난번에 전두환과 노역형에 관련된 글을 쓴 적이 있습니다.

[검찰] - 전두환, 법 개정되면 죽을 때까지 강제 노역형


현행 형사소송법에서는 추징금의 경우는 원금만 환수하도록 규정되어 있기 때문에 전두환은 미납된 추징금 1,672억원만 내면 됩니다. 이것은 자동차 세금이나 주민세를 내지 않으면 무조건 과태료가 붙는 법의 형평성에 어긋납니다. 추징금은 범죄에 대한 처벌이 주된 사유이기 때문입니다. 

전두환이 16년 동안이나 수천억 원의 추징금을 내지 않은 이유는 이처럼 추징금에 대한 과태료나 가산금이 없다는 법의 허점을 이용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 전두환 일가에 증여세와 소득세를 징수하라'

이번에 전두환의 장남 전재국이 발표한 추징금 납부 목록에 있는 재산은 현재 대부분 전두환 일가의 명의로 된 것입니다.

장남 전재국이 운영하는 서초동 시공사 사옥이나 경기도 연천군 허브빌리지, 장녀 전효선의 경기도 관양동 땅, 전재용의 오산 5필지, 삼남 전재만의 신원플라자 빌딩 등 현재는 전두환 자녀들의 재산입니다.


전두환의 자녀들이 보유한 재산들은 다 어디서 나왔을까요? 전두환이 무력으로 정권을 잡은 뒤에 무차별적으로 거둬들인 불법 자금입니다. 전두환이 범죄로 강탈한 자금이 전두환을 거쳐 그의 자녀들에게 상속된 것입니다.

전두환의 미납 추징금을 전두환 자녀들의 재산을 팔아 납부한다면 전두환과 그의 자녀들은 양도세와 소득세 등을 내야 합니다.
 


추징금 대납 형태로 이루어지는 이번 전두환 추징금 완납 계획에서 1,700억원대의 재산 형성에 대한 조사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만약 이 재산이 전두환 자녀들의 재산이 확실하다면 전두환은 자녀들로부터 증여받았기 때문에 800억 가량의 증여세를 내야 합니다. 전두환이 돈이 없어 증여세 800억을 내지 않는다면, 증여한 쪽, 즉 전두환 자녀들이 800억원을 내야 하는 과세 부과처분을 받아야 합니다.

1,700억 재산이 전두환의 차명재산이라면 자녀들은 1,700억 재산을 무상으로 물려받아 그에 따른 소득이 발생했기 때문에 소득세를 내야 하고, 그 소득세를 그동안 내지 않았다면 세금 탈루 등에 대한 법적 처벌까지 받아야 합니다.

' 전두환의 미납추징금을 제대로 환수해야 하는 이유'

단돈 29만원 밖에 없다고 했던 전두환에게 앞서 말한 이자소득.증여세,소득세,과태료를 내야 한다는 아이엠피터의 주장이 가혹하다고 하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그냥 이거라도 받고 끝내자고 하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우리가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전두환이 재판을 받았던 당시로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1997년 전두환,노태우의 대법원 판결이 있던 4월 17일, 대법원은 노태우 등의 비자금사건 상고심에서 비자금을 변칙 실명전환해준 정태수,이경훈,금진호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재판부는 '금융기관은 거래자의 실명여부만 확인하면 될 뿐 돈의 실소유자를 확인할 필요는 없다'면서 차명거래의 위법성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만약 당시 재판부가 차명거래가 위법이라고 판결을 내렸고 관련 법에 대한 규정이 엄격해졌다면 어떻게 됐을까요?


1997년 9월 3일 한겨레는 검찰이 전두환의 계좌 추적 중 무기명 산업금융채권을 발견했고, 이 채권의 일련번호가 과거 전두환이 제출한 126억원의 산업금융채권과 일련번호가 이어지는 전두환의 숨기 자금이라고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전두환의 무기명 산업금융채권은 흐지부지됐으며, 이런 돈세탁 수법은 전두환의 자녀들에게도 이어졌습니다.

전두환의 차남 전재용은 2004년 국민주택 채권 119억에 대한 세금포털 혐의로 기소됐는데, 판결문에 따르면 전재용은 노숙자 이름을 빌려 차명 계좌를 개설하고 무기명 채권을 반복 구입하는 형태로 돈세탁했던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전두환이 자발적으로 낸 추징금의 가장 큰 액수는 대법원 판결직후 낸 312억을 제외하고 이순자가 낸 200억이 전부입니다. 당시 이순자가 이 돈을 왜 냈겠습니까? 차남 전재용이 세금 포탈 혐의로 구속됐었기 때문입니다.

1995년 검찰이 무기명 채권 등을 내놓으라고 했지만, 이순자는 경찰병원에 입원 중인 전두환을 매일 면회하면서 "백담사 갈 때도 재산을 헌납했지만, 나아진 게 뭐 있었느냐"고 설득했고, 이에 따라 수사발표 전날 낸 돈이 달랑 126억원에 불과했습니다.

전두환의 장남 전재국과 전재용이 보유한 시공사 땅도 사실은 전두환이 1988년 국가에 반환하기로 약속했던 땅입니다. 그러나 백담사에서 돌아온 전두환은 전재국과 전재용에게 공동 증여했습니다.

법의 심판이 엄중하지 않으면 이들은 꿈쩍도 하지 않았으며, 이것이 전두환의 미납 추징금을 제대로 환수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대략적인 계산법임을 밝힙니다.


차명거래, 무기명채권, 돈세탁이 반복적으로 이어졌던 전두환 일가에게 그냥 미납된 추징금 1천6백억원을 징수하는 것은 법의 원칙이 아닌 그저 정치적 협상에 불과합니다.

대한민국 정부는 전두환에게 미납추징금뿐만 아니라 불법 이자소득,증여세,과태료 등을 모두 합쳐 철저히 받아 내야 합니다. 그것은 쿠데타로 권력을 잡고, 총칼로 국민을 학살하고, 불법으로 자금을 만들어 전두환 가족이 호화롭게 살았던 범죄자이기 때문입니다.

제대로 미납 추징금을 받는 것은 '범죄자가 제대로 처벌받고, 선량한 국민이 법의 보호를 받는 좋은 나라'가 되기 위한 민주주의 법치국가의 기본 중의 기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