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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도청이 무서워 꽃조차 키울 수 없는 국회의원



오마이뉴스에서는 지난 9월 6일 박영선 의원의 국회 사무실 앞 풍경을 찍은 사진 몇 장을 올렸습니다. 이 사진에는 화분이 복도에 나와 있고, 위에는 '버리는 것이 아닙니다. 가져가지 마세요'라는 문구가 있었습니다.

화분을 복도에 내놓는 경우는 햇볕을 쬐거나 실내 청소를 위해서인데, 그런 이유가 아니라면 도대체 왜 박영선 의원은 화분을 밖에 내놓았을까요? 이유는 도청 때문입니다.

박영선 의원은 '전문가 한 분이 제게 화분을 이용한 도청 가능성을 제기하였고, 저만 그런가 했더니 다른 의원도 그 얘기를 듣고 화분을 모두 바깥으로 내놨다고 한다. 참 슬펐다. 요즘 야당의원들이 이렇게 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대한민국의 입법기관인 국회에서 국회의원이 도청이 무서워 화분을 밖에 내놓는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단순히 박영선 의원이나 야당 의원들이 지레짐작으로 화분을 내놓았을까요? 그것은 아닙니다.

' 망원에서 휴대폰 감청까지, 국정원의 도감청,사찰 역사'

정보수집을 주로 하는 정보기관에서 가장 많이 활용하는 정보수집 방식은 '망원'이라는 정보원을 통한 정보수집입니다. 1960년대 정치인이 가장 많이 모이는 곳은 '요정'이었습니다.


한옥을 개조한 비밀요정에는 밤마다 정치인들과 기업가들이 모여 여성들을 끼고 술을 마시며 '밤의 정치'를 했고, 이런 폐단이 오죽 심했으면, 1965년 박정희는 공화당 중앙상임위원회에 참석해 여당 국회의원들의 요정 출입에 국민의 빈축을 사고 있다면서 요정 출입을 금지하기도 했습니다. (이랬던 박정희도 결국 궁정동 안가, 속칭 궁정동 술집에서 생을 마감했다는)

정보기관은 정치인의 만남이 일어나는 '비밀 요정'의 술집 마담을 포섭,회유,협박하여 정치인들이 술자리에서 했던 내용을 보고받고, 이를 국내 정치에 이용했습니다. 


술집마담이나 웨이터, 술집 여성 등에 의존한 '망원'의 정보가 신빙성이 떨어지자, 안기부는 1990년대 'CN-400'이라는 송수신기 5세트와 소형 녹음기,수신기 등을 구입해 정보학교 통신교관으로부터 현장실습을 통한 도청장비 사용법을 훈련받았습니다.

이들은 망원에게 녹음기와 도청 송수신기 작동법을 가르쳤고, 이들을 통해 정보를 수집했는데, 이것이 안기부 도청 전문 '미림팀'의 시작이었습니다. 이후 안기부 미림팀은 휴대전화가 보급되자 휴대전화를 감청할 수 있는 'CAS'라는 장비를 동원해 휴대전화를 감청하며 정보를 수집했습니다.

국민의 정부 시절, 안기부의 도청이 폭로되자, 검찰은 현실적으로 휴대폰 감청은 불가능하다고 발표했지만, 이미 안기부는 CAS를 통해 국내 정치인들과 노동계 등 전방위적인 도청,감청,사찰을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 간첩 사건에는 늘 '프락치'가 있었다'

대한민국 정보기관은 정보수집을 위한 '도,감청'만 한 것이 아니라, '프락치'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기도 했습니다. 가장 프락치가 많이 투입된 곳은 바로 학문의 전당이라고 불리는 '대학'이었습니다.


정보기관들은 수사관들을 학생으로 위장시켜 대학에 보내거나, 학생 시위 전력이 있는 입영 학생을 프락치로 훈련시켜 다시 대학으로 보내기도 했습니다.

대학가에 침투한 프락치들은 학생 시위 주동자의 거처를 알려주거나, 폭력시위를 일부러 조장해 정부의 '간첩 선동 학생 시위' 사건을 조작하기도 했습니다.

프락치가 대학가에 침투하자, 프락치로 활동하다 양심의 가책을 느껴 자살하는 학생이 생기거나, 프락치로 오인해 동료 학생을 대학생이 폭행하는 일들도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1993년 김영삼 문민정부가 출범하자 안기부는 '재일 북한 대남공작조직 연계 김삼석,은주 남매간첩단 사건'을 발표합니다. 반전평화운동연합 연구위원이었던 김삼석씨와 백화점 직원이었던 여동생 은주씨가 북한 간첩에 포섭돼 공작금을 지원받는 등의 간첩활동을 했다는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1994년 10월 오빠 김삼석에게 징역 4년, 동생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의 대법원 판결이 내려지자, 이틀 뒤에 독일 베를린에서 배인오 (본명 백흥용)이라는 사람이 '나는 안기부 프락치로 활동하며 남매간첩단 사건 조작을 도왔다'는 안기부 프락치 양심고백이 나옵니다.

나중에 권영해 안기부장이 시인했듯이 백흥용씨는 안기부 프락치로 활동한 인물로, 해외에서 공작활동을 펼칠 수 있도록 안기부가 독일 출국 당시 여권까지 만들어준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결국, 안기부는 도청이나 감청 등의 불법 정보수집뿐만 아니라, 간첩 사건을 조작하고 만드는데 프락치 등을 활용한 불법 정치 공작을 해왔던 것입니다.

' 1심만 하면 된다. 국정원의 생존 전략'

안기부가 1993년 발표한 '남매 간첩단' 사건을 아이엠피터가 주목하는 이유는 당시 문민정부가 출범하자 안기부 개혁을 요구하는 여론이 들끓었던 점입니다. 야당에서는 안기부 개혁안을 내놓는 등의 개혁이 시작되자 터진 것이 문민정부 최초의 '남매 간첩단' 사건이었습니다.

대한민국 정보기관이 생존을 위해 프락치를 동원해 간첩사건을 조작한 증거는 백흥용씨가 안기부 직원과의 대화 내용을 몰래 녹화한 대화내용에서 알 수 있습니다.

<백흥용씨와 안기부 직원과의 대화 내용>

▶과장:일체 전화한 데 없지? 지금 고비다. 절대 전화하지 마라.…금요일 열시까지 ㅋ다방에 나온나. 가 가지고(사장한테?) 인사만 착 하고, 다음주 금요일날부터는 거기 들어간다.
▷백씨:(동에 가서) 등본을 떼야 하는데.
▶과장: 우리가 배인오 니놈 잡으러 다니는 걸로 돼 있으니까 우리가 너 잡는 걸로 하고 우리가 떼줄께, 동사무소로 가서. 그래야 눈치 안채지. 우리가 니 잡으러 다니는 걸로 하고…그러니까 니는 우리가 조치하고 있는데 절대 어디 전화연락하지 말고 낚시터에 앉아서 세월만 보내란 말이야.
▷백씨:(김씨 남매) 재판은 언제 끝날 것 같아요?
▶과장: 빨리 끝날 거야.
▶윤○○:지금 1심 들어가 있으니까.
▶과장: 빨리빨리 끝내라 그랬어. 1심만 끝나면 되는 거야. 2심 없어.

안기부 과장은 백씨에게 1심만 끝내면 간첩조작 사건이 해결되고, 그 성과가 나오니 백흥용씨를 안심시키는 대목이 나옵니다. 대한민국 정보기관에 진실은 필요가 없습니다. 오로지 사회적 이슈를 끌어 자신들의 존재여부를 알릴 수 있는 사건만 터지면 그뿐입니다.

처음 '화교 남매 간첩단' 사건이 터졌을 때만 해도, 온 나라의 여론이 들끓었습니다. 대선이 끝나고 국정원 댓글 의혹 사건이 본격적으로 나오던 시점이었던 점만 봐도 우리는 짐작할 수 있습니다.


지금은 '화교남매 간첩' 사건이지만, 당시에는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이었습니다. 박원순 서울 시장과 같은 야당 정치인에게 종북이라는 타이틀은 거짓이 아니라는 그들만의 수법이었습니다.

모든 언론이 이석기 의원 사건을 말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안에 프락치 내지는 불법 녹음,도청,감청 등의 국정원 불법을 말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독수과실:위법 수집된 증거에 의해 발견된 2차 증거는 증거능력이 없다는 이론)

종북인데 어떠냐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것은 마치 좌익사범은 무조건 죽창으로 찔러 죽여도 괜찮다는 말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대한민국은 미개한 나라가 아니라, 헌법과 법이 존재하며 인권을 존중해줘야 하는 나라입니다. 그런데 모두들 '빨갱이,종북' 만 논하지, 그 안에 숨겨진 국가 기관의 불법성은 절대 말하지 않고 있습니다.

[국방] - 국정원,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조작은 박원순 때문?

아이엠피터는 이미 지난 4월에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이 조작됐으며, 이는 국정원이 생존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물론 일개 정치블로거의 주장은 모두 무시하고, 오히려 ' 너도 간첩이지'라는 댓글만 달렸습니다.


이승만 정권은 1949년 보도연맹을 만들어 좌익사범과 관련자를 가입시킵니다. 국민을 통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된 '보도연맹'에는 그저 고무신, 냄비 하나 준다고 가입했던 사람도 많았습니다. 전쟁이 나자, 이들은 반공청년단,경찰,헌병대에 의해 무참히 학살당했고, 죽창으로 이들을 죽인 자들의 입에는 '빨갱이였기 때문에 죽였다'는 말뿐이었습니다.

진실이 밝혀지면 그토록 죽창을 들었던 사람들이 조용해지면서 '그때는 어쩔 수 없었다'고 회피하고 도망칩니다. 그리고 빨갱이는 반공만 내세우면 그냥 동물 죽이듯 죽여도 되는 분위기와 잔재가 여전히 대한민국 사회에 남아 있습니다.

아이엠피터는 어떤 사람을 옹호하는 거나 그들의 사상을 지지하는 것이 아닙니다. 진정한 지식인이라면 남들이 죽창을 들고 무조건 사람을 죽일 때, 그 사람에게도 공정한 재판을 받을 수 있는 권리가 있으며, 함부로 죽창을 드는 것은 헌법과 법을 훼손하는 행위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자신의 생존을 위해 피를 나눈 남매가 동료가 서로 고발하게 만들고, 국회에서조차 도청이 무서운 세상이 됐습니다. 이렇게 불법이 자행되고, 인간성이 말살되고 있어도 지식인들은 침묵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사상의 문제가 아니라 서로 믿지 못하게 만들며 서로를 의심하고 죽여야 살 수 있는 인간 사회의 타락이 이미 대한민국에서 진행되고 있다는 뜻입니다. 아이엠피터는 인간으로 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