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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 3자회담' 처음과 다른 박근혜의 '막장드라마'



오늘 9월 16일 오후 3시 30분부터 국회 사랑재에서 대통령과 민주당 김한길 대표,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가 만나는 '3자회담'이 열립니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장외투쟁을 시작하면서 대통령과 단독회담을 제의한 시점과 비교하면 꽤 시간이 지났으며, 회담도 야당 대표와 대통령과만 만나는 것이 아니라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만나는 '3자회담'으로 바뀌었습니다.

대통령이 정국을 해결하기 위해 만나는 것은 좋은데, 이 '3자회담'도 처음 박근혜 대통령이 제의한 모양새와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도대체 무엇이 바뀌었고, 시작도 하기 전에 아이엠피터가 왜 '국회 3자회담'을 우려의 눈길로 바라보는지 알려 드리겠습니다.

' 복장규제, 우리가 고딩인가?'

청와대는 민주당 비서실에 이번 '3자회담'의 드레스 코드를 통보했습니다. '양복에 넥타이를 해야 한다'는 지침을 전달한 청와대의 복장규제에 대해 민주당은 ' 우리가 고등학생도 아니고 복장을 규제한다는 것이 불쾌하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사실 청와대의 복장규제는 치밀한 전략이 숨어 있습니다. 그 이유는 아무것도 해결된 것이 없는데, 마치 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대통령과 만나 정국이 해결되는 모양새를 보이기 위해서입니다.


현재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셔츠에 넥타이도 매지 않고 청바지를 입는 등의 복장으로 수염도 깎지 않고 장외투쟁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랬던 그가 말끔하게 수염도 깎고 양복에 넥타이를 매고 국회 사랑재에 등장해서 대통령과 사진을 촬영하면, 당연히 국민은 이제 민주당의 장외투쟁은 끝났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청와대는 배석자의 드레스 코드를 통보했다고 하지만 사실 그 부분도 뭔가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오후 3시부터 30분 동안 대통령의 해외순방 결과 보고회를 하고 3시 30분부터 사랑재 작은방에서 회담하는 것은 어떤 형식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만남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국회 사랑재에서는 각종 회담이나 행사가 자주 열리는 데, 어떤 공식적인 초청행사가 아니라면 대부분 노타이 차림의 편한 복장으로 만나는 일이 대부분입니다. 그것은 국회 사랑재 자체가 말 그대로 사랑방으로 어떤 대화를 격의 없이 나누는 장소이기 때문입니다.

대통령은 정국을 해결하기 위해 마치 자기가 몸소 국회를 방문해 야당 대표를 만나 노력하는 것처럼 언론 플레이를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속내를 들여다보면 '대통령이 가니, 말끔하게 양복에 넥타이 매고 나와라'고 하는 말은 처음과 다른 권위적인 발상이자, 자신만 이득을 챙기겠다는 전략에 불과합니다.

' 공개하자고 해놓고 갑자기 녹음도 속기도 생중계도 안 하겠다는 심보'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은 9월 12일 청와대 브리핑에서 다음과 같이 대통령의 '3자회담' 제의를 밝혔습니다.

'이번 순방의 결과에 대해 대통령께서 직접 국회를 방문하셔서 국회의장단과 여야 대표들을 만나 상의하면서 국익에 반영되도록 하고자 만남을 제의합니다. 국가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국익을 위해 정파 등 모든 것을 떠나 회담이 성사되길 바랍니다. 그 이후 연이어 여야 대표 3자회동을 통해 국정 전반의 문제와 현재의 문제점 등을 국민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하고 대화에 임하고자 합니다.'


투명하게 국민들에게 공개하고 대화에 임하고자 한다고 주장해놓고, 막상 3자회담이 시작되려고 하자 청와대는 녹음도, 속기도 하지 않겠다고 민주당에 통보했습니다.

양복에 넥타이를 매고 와야 한다는 규정까지 통보한 청와대에서는 대통령의 모든 기록을 남겨야 하는 녹음이나 속기를 하지 않겠다고 하는 자체가 매우 수상합니다. 또한, 민주당이 청와대의 투명성에 맞춰 '3자회담'을 모두 TV로 생중계 하자고 했지만, 이것도 거부했습니다.

혹시나 회담에서 나온 얘기를 다르게 해석하여 정국을 뒤흔들었던 자신들의 수법을 지레 겁내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고,  도대체 무엇을 감추려고 저리 꼭꼭 숨기느냐는 의심도 듭니다.


'의제도 없고, 그냥 할 말만 하고 가겠다는 대통령'

청와대가 이렇게 나오는 이유는 지금 정국이 9월 12일과는 전혀 다른 정국이 됐기 때문입니다. 채동욱 검찰총장의 사의표명으로 박근혜 정권이 검찰을 자신의 권력으로 만들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보통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가 만나면 회담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실무선에서 큰 주제를 잡고 그 주제의 해결 방안을 위한 세부사항은 조율하는 것이 관례입니다. 그러나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는 "의제 사전조율은 없다. 특정 의제 조율은 없다"고 밝혔습니다.

언뜻 들으면 굉장히 허심탄회하게 많은 얘기를 할 것 같지만, 통상적으로 이런 식의 회담은 그저 웃다가 끝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섹스동영상 파문 때, 청와대와 법무부는 침묵으로 일관했으며, 오히려 김학의 법무부 차관의 변명을 그대로 대변인이 기자 브리핑에서 말하면서 무죄를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이랬던 박근혜 정부가 채동욱 검찰총장 사건에는 어떠합니까?

조선일보가 의혹을 제기하고 채동욱 검찰총장이 유전검사를 받겠다고 나섰는데도 법무부는 다음날 바로 감찰 및 진상조사를 지시했습니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은 이미 그에 대한 내사가 경찰에서 진행 중에 있는데도 차관 임명을 단행했습니다. 브로커와 섹스 파티를 했다는 자체는 범죄이자, 공무원으로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짓인데도 그렇게 범죄자를 옹호했던 박근혜 대통령이 이제는 '진실규명과 공직기강'을 주장합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3자회담'에서 의제를 아예 없애고, TV 생중계도 녹음도 속기도 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만약 아이엠피터처럼 '아니 김학의는 범죄에 대한 경찰수사가 진행됐는데도 임명했던 대통령이 채동욱 사건 때는 왜 이러십니까? 검찰을 장악하겠다는 의도 아닙니까?'라고 대통령에게 김한길 대표가 따지고 들고, 그것을 온 국민이 보고 진실을 알까 봐 두렵기 때문이 아닐까요?

그때그때 달라지는 쪽대본으로 만든 드라마 대부분이 시청률은 높지만 '막장 드라마'가 되는 것처럼 대한민국 정치도 '막장'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막장드라마가 아니라 진실을 알려주는 '정치 다큐멘터리' 시대가 오길 애타게 기다려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