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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미홍 '종북 타령' 겨우 이런 사람을 위해?



정미홍 전 KBS 아나운서가 대놓고 트위터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이재명 성남시장,김성환 노원구청장을 종북성향의 지자체장으로 규정하고 이들을 퇴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습니다.

정미홍씨는 19일 오후 자신의 트위터에 "서울시장, 성남시장, 노원구청장 외 종북 성향의 지자체장들 모두 기억해서 내년에 있을 지방선거에서 반드시 퇴출시켜야합니다. 기억합시다"란 트윗을 올렸는데, 이런 그녀의 글에 이재명 성남시장은 "방치와 관용은 다르다. 토론과 소통을 위한 최소한의 기본질서를 확보하기 위해 법적 조처를 시작하겠다"며 강력 대응하겠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사실 정미홍씨의 종북 발언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지난 4.11총선에서도 창원시 의창구 새누리당 박성호 후보 지지유세에서도 "조선로동당 당원인지 대한민국 국민인지 알 수 없는 사람들이 있다"며 망언을 늘어놓기도 했습니다.

정미홍씨는 또다시 색깔론을 들고 나오면서 내년에 있을 지방 선거에서 진보 성향의 지자체장 낙선을 유도하고 있는데, 그렇다면 과연 그녀가 생각하는 대한민국을 생각하는 좋은 후보는 누구일까요?

' 겨우 이런 후보들을 위해 선거유세를 했나?'

정미홍씨는 지난 4.11총선에서 '정미홍과 함께하는 2012 응원버스'라는 행사를 통해 새누리당 후보들을 지지하는 선거운동을 했습니다.

▲ 박사모 카페 등에 올라온 '정미홍과 함께하는 2012응원버스' 안내문.


'깨끗한 정치를 위한 국민연대' 및 '정미홍과 함께하는 2012응원버스' 안내문을 보면 '깨끗한 정치, 반듯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한 새로운 유권자 운동'을 시작하면서 새누리당의 좋은 후보를 선정하여 이들을 국회로 보내기 위해 응원하는 것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이들은 "좋은 후보들이 많이 있겠지만, 저희 나름대로의 기준으로 몇 명의 후보를 선정했습니다. 이들은 ▲새누리당 부산 사상의 손수조 후보 ▲부산 사하갑의 문대성 후보 ▲광주 서구을의 이정현 후보 ▲세종시의 신진 후보 ▲서울 강남을의 김종훈 후보 ▲경기 안산상록갑의 박선희 후보 ▲경기 분당을의 전하진 후보 ▲경남 창원시 의창구의 박성호 후보 ▲포항 남구·울릉군의 김형태 후보 등 9명입니다."라면서 9명의 새누리당 후보들을 결정하고 이들의 유세를 돕기 위해 지역에 내려가 후보와 함께 지역유세를 펼쳤습니다.

정미홍씨가 지원유세를 했던 이 아홉 명의 후보가 진짜 좋은 후보들이었을까요?



부산 사하갑의 문대성 후보는 국민대 박사학위 논문 표절로 새누리당에서 탈당 권고를 받고 탈당한 사람이고, 전하진 후보는 국회 개원 전에 초선의원으로 스펙타파라는 행사를 주최하면서 거액의 기업협찬금을 요청하는 메시지를 보냈다가 행사가 취소되기도 했습니다.

'조선로동당 당원' 운운하며 색깔론을 펼치면 지원유세를 했던 창원 박성호 후보는 공식 후보자 방송토론회에 계속 불참했던 인물인데, 토론 불참 사유가 '4대강 사업과 롯데백화점 비정규직 해고 사태'같은 '민감한 질문은 빼달라'는 요구 때문이었습니다.

박선희 안산시 후보는 토론회 도중에 도망을 갔던 후보였고, 포항 김형태 후보는 제수 성추행 사건으로 얼룩진 인물로 현재 사전 선거운동 혐의로 1심에서 징역1년 집행유예 2년의 당선무효형 판결을 받고 있는 후보입니다.

결국, 정미홍씨가 깨끗한 정치,건전한 보수를 주장하며 선거유세를 했던 후보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불법을 저지르며 후보 자질을 의심케 하는 후보들이었습니다.

' 다른 지역에서 부러워하는 지자체장을 왜 싫어하지?'

박원순 서울시장이 취임하고 난 이후 서울시는 많은 변화를 보였습니다. 그중의 하나가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는 점입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계획을 발표하고 있는 장면, 출처:뉴시스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2012년 3월에 비정규직 종사자 2,916명 중 상시 지속업무에 종사하는 1.054명을 정규직(무기계약직)으로 전환했습니다. 이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면서 호칭도 '단순잡역조무인부'가 아닌 '공무직'이나 '시설관리원'으로 변경해 이들의 사기를 진작시키고 소속감을 높이기도 했으며, 비대상자도 수당 지급 등 처우 개선을 하기도 했습니다.

취임 첫날부터 서울시내 초등학교 5~6학년 59만명을 대상으로 친환경 무상 급식을 시행하고, 서울시 부채를 줄이는 노력과 성과를 보이는 박원순 시장의 모습을 보면서 '아이엠피터'는 서울을 떠나 제주에 온 것을 후회한 적이 있기도 했습니다.

▲이재명 성남시장, 출처:연합뉴스


이재명 성남시장은 취임 후에 시장실에 CCTV를 설치했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시장실에 오는 사람이 너도나도 봉투를 주면서 압력을 행사하려고 해서 아예 CCTV를 설치해 사전에 막겠다는 의도였습니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성남시 인사를 단행하면서, 국회의원이나 고위직 등 무시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되는 사람을 통해서 인사 청탁을 했던 과장과 팀장급 승진대상자 4명을 탈락시키기도 했습니다.

이 시장은 새누리당 소속 성남시의원들의 보이콧으로 성남시 예산이 마비되자 긴급조치인 선결처분권을 행사해서 당장 시급한 사업을 먼저 처리하기도 했습니다.


무료급식소가 아니면 굶어야 하는 노숙인을 위한 무료급식소 운영비와 공공근로사업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저소득층, 방학이라 어디 갈 곳도 없는 지역아동들을 위한 센터 운영비,추운 겨울 추위를 피해 경로당을 이용하는 노인들을 위한 경로당 운영비 등은 새누리당 소속 시의원들 때문에 1월1일부터 지급이 중단된 상태였습니다. 그러나 이재명 성남시장의 선결처분권 발동으로 겨우 지급되고 있습니다.

▲노원구에서 진행하려고 했던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 특강. 출처:노원구청


노원구청은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의  '인문학 특강'을 노원구에서 진행하려다 보수 시민단체의 반대로 강연주최를 변경했습니다. 1월 7일 모집을 시작하자마자 3일 만에 정원 100명을 초과해 200명이 추가 신청한 한홍구 교수의 특강이 '종북타령' 논리에 밀린 것입니다. 

돈을 내고 강좌를 신청해 듣는 특강을 단지 자신들의 생각과 다르다는 이유로 이토록 색깔론으로 공격하는 모습을 보면서, 과연 대한민국 현대사에서 '종북'은 어떤 실체를 갖고 있을까요? 

' 친일세력이 그들을 보호하기 위해 들고 나온 '반공'

 대한민국에서 '종북','빨갱이'라는 말은 죽음과 동의어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그만큼 대한민국에서 '종북','빨갱이'는 철저하게 법의 구속을 당하는 범죄적 행위에 속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런 법의 구속이 과연 타당한가는 의문이 들 정도로 대한민국에서 '종북','빨갱이'는 철저하게 권력에 반대하는 국민을 탄압하는 용도로 사용됐습니다. 

▲한일협정비준 반대 학생과 경찰이 대치하고 있는 장면.


1965년 경찰은 동국대 정치외교학과 권석충군을 반공법위반등혐의로 구속합니다. 이유는 동국대학생들이 한일협정비준무효 시위를 벌일 때 사용한 "태우자 매국문서 세우자 민족정기"라는 현수막과 "매국노는 자책하고 민족 심판받아라"는 구호가 불온하다고 인정했기 때문에 문안의 초안자인 권석충군을 구속한 것입니다.

한일협정비준이 잘못됐다는 문구를 만든 것만으로 반공법으로 구속됐던 나라가 대한민국이었습니다.

▲보도연맹사건으로 학살당한 양민의 유해를 가족이 보고 우는 장면.


'수원, 인천, 시흥, 평택, 여주, 이천, 안성, 음성, 진천, 청원, 보은, 옥천, 영동, 괴산, 서산, 예산, 당진, 공주, 부여, 대전, 익산, 군산, 정읍, 나주, 진도, 해남, 여수, 문경, 예천, 칠곡, 울진, 영덕, 영천, 포항, 경주, 경산, 군위, 대구, 청도, 상주, 김천, 밀양, 양산, 울산, 부산, 김해, 함안, 마산, 통영, 거제, 진주, 사천, 하동, 남해, 거창, 함양, 제주'

위에 열거된 지명은 한국전쟁이 나자마자 정부가 '요시찰인'검속령을 내려, 보도연맹에 가입했던 사람을 학살했던 장소들입니다. 보도연맹학살로 전국에서 15~20만 명의 양민이 학살된 것으로 조사됐는데, 보도연맹은 사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공산주의자들의 모임이 아니었습니다.

▲보도연맹강령과 조직표.


오제도,선우종원,장재갑 등 사상검사에 의해 주도된 '국민보도연맹'은 사실상 내무장관과 국방장관이 주도한 정부단체였습니다. 공산주의 확산을 막기 위해 제정된 국가보안법의 시행에 따라 1949년 말에는 가입자 수가 30만 명에 달했는데, 이 숫자를 차지하는 사람 대부분은 공무원 실적 올리기에 동원된 평범한 양민들이었습니다.

정부가 주도했던 보도연맹에 이름만 올려놓았던 양민은 전쟁이 나면서 이승만이 단지 '조선인민군이 점령한 지역에서 협조할 것"이라는 의심만으로 학살당했던 것입니다.

▲해방후부터 백범 김구 암살까지의 정치 상황. 출처:경향신문


한국에서 반공이라는 개념을 알기 위해서는 해방 후 나왔던 정치적 상황을 살펴봐야 합니다. 해방 이후 대한민국은 우후죽순처럼 정당들이 생겨나고 있는데, 당시 '건준'(건국준비위원회)이 부상하면서 제일 두려움을 느낀 계층이 친일파들이었습니다. 이들은 '한민당'으로 몰려들었고, 이승만이 귀국하면서 그와 손을 잡게 됩니다.

김구와 이승만은 단독정부안을 둘러싸고 대립을 벌였는데, 당시 이승만과 친일파들은 백범 김구가 연립정부수립을 위해 김일성과 협상을 벌인 일을 가지고 반공이데올로기로 공격했습니다. 일제잔재와 친일파 전면청산을 내세웠던 김구와 반민특위 활동에 위협을 느낀 친일세력은 김구의 '연립정부안'을 '친공'으로 몰아세웠고, 이는 지금껏 반공의 논리가 어떻게 시작됐는지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에서 '반공'은 진정한 공산주의와의 투쟁이 아니라 그저 자신들의 치부를 가리기 위한 친일파의 생존 전략의 하나였고, 지금도 대한민국에서는 상대방의 주장을 막기 위한 아주 효율적인 도구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단지 이제는 '반공'이라는 단어보다 '종북'이라는 그럴듯한 단어로 포장되어 있는 것이 차이일 뿐입니다.

흔히 종북타령을 하는 사람들이 전라도가 빨갱이들의 천국이라고 하지만 실제로 한국 현대사를 보면 오히려 대구가 '조선의 모스크바'로 불렸던 지역이었습니다. 결국 우리가 말하는 사상이라는 것도 시대의 흐름에 불과하건만 대한민국은 아직도 실체가 없는 '종북'타령을 통해 자신의 권력을 지키기 위한 수단으로 통용되고 있습니다.

▲정미홍이 이재명 시장을 고소하겠다는 트윗. 출처:정미홍 트위터

정미홍씨는 이재명 성남시장이 법적 대응을 하겠다는 트윗에 대하여 명예훼손으로 맞고소하겠다고 나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사실 정미홍씨는 이미 명예훼손 혐의로 벌금형을 선고받았던 인물입니다. 정미홍씨는 2000년 4.13 총선에서 정대철 후보의 개인 유세를 하면서 박성범 후보에 대해 "결혼식 때 자식들이 한명도 참석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등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벌금 300만 원을 선고받았었습니다.

정미홍씨는 새누리당 박선희 후보를 지지하면서 "불법을 저질렀는지, 어떤 국가관을 갖고, 소신을 지켜왔는지를 잘 생각해서 선택해 달라"고 당부하기도 했습니다.

그녀가 좋은 후보로 선정하고 선거운동을 했던 사람들과 비교해서 원순 서울시장,이재명 성남시장,김성환 노원구청장이 어떤 불법을 저지르고 그들이 과연 무슨 이적행위를 했는지 제대로 '공부'좀 하고 말을 했으면 합니다.

구밀복검(口蜜腹劍)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말은 좋게 하나 마음속으로는 해칠 생각을 한다는 뜻인데, 아나운서 출신으로 언변은 뛰어난 정미홍씨의 발언은 불과 수십 년 전에는 사람을 죽일 수 있는 말이었습니다. 누군가를 의도적으로 빨갛게 색칠할 수 있는 '종북'타령을 우리 사회에서 정녕 퇴출시킬 수는 없는지 답답하기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