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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

MB 'NLL 목숨 걸고 지켜야' 녹슨 총과 불발탄으로?



이명박 대통령이 연평도를 방문했습니다. 청와대에서는 기자들에게도 일정을 속일 정도로 철저히 보안을 유지했던 이 대통령의 연평도 방문을 여야가 바라보는 시선에서 조금씩 차이가 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연평도를 방문해서 "요즘 이런저런 이야기가 있지만 우리 군은 통일이 될 때까지 북방한계선(NLL)을 목숨 걸고 지켜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요즘 이런저런 이야기'라는 뜻은 아마 정문헌 의원의 발언으로 시작된 노무현 대통령의 NLL 발언 대화록 논란을 의식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정황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연평도를 방문해 “(NLL이) 평화를 지키고 도발을 억제하기 때문에 이 선을 확보해야 하는 것은 남북에 다 도움이 된다”면서 NLL을 강조하는 모습은, 대선 정국에서 노무현 대통령을 간접적으로 비판하는 동시에, 새누리당에 유리한 '북풍'전략으로 보입니다.

오늘은 하도 지겨운 '북풍 전략'이나 편파적인 대통령의 선거 편들기보다 과연 이명박 대통령이 현재 대한민국의 국방력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가에 대한 관점을 생각해보고자 합니다.

' 녹슨 총과 불발탄으로 목숨걸고 지켜라?'

이명박 대통령령은 연평도를 방문한 자리에서 "(북한이) 도발하면 반격을 강하게 해야 한다"면서 "우리가 (무기를) 강화하는 것은 반격을 보강하는 것도 있지만, 우리가 준비를 하면 북한의 도발을 억제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의 주장대로 한다면 우리가 무기를 강화하는 것이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는 기본적인 평화정책 중의 하나가 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러나 현실과 거리가 먼 발언일 뿐이었습니다.


▲ 육군이 사용하는 기본 화기인 K2소총. 출처:방위사업청


현재 대한민국 국군의 기본 화기는 K2 소총입니다. 장교나 특수부대, 공군,해군 등 일부에서는 K1을 사용하지만, 대다수 부대에서는 K2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K2 소총이 신형처럼 느껴지겠지만, 벌써 보급된지 28년이 넘은 소총입니다.

1984년 부터 전방 전투부대를 시작으로 보급된 K2 소총은 1990년대 이후에는 대부분 부대에 보급됐습니다. 이 K2 소총의 내구연한은 25년입니다. 생산된 지 25년이 지나면 노후됐기 떄문에 부품은 물론이고 신형 생산 화기로 바꿔어야 합니다. 그러나 대한민국 육군은 노후된 K2 소총을 바꾸고 있지 못하고 있습니다.


현재 대한민국이 군이 보유한 K2 소총의 노후율은 2012년 현재 19%입니다. 노후율이라는 것은 소총이 생산된 지 25년이 넘은 화기를 뜻합니다. 물론 생산연도가 25년이 넘었다고 모두 새것으로 바꾸지는 않습니다. 기술검사를 통해 쓸만한 소총은 그대로 사용하기도 하고, 기술검사를 통해 교체가 필요한 장비는 새것으로 교체해야 합니다.

현재 군이 보유한 K2 소총은 총 73만8,700정인데, 그 중 노후 장비는 14만 정이고 여기서 기술 검사를 통과하지 못해 소총을 교체해야 하는 무기는 무려 10만 514정에 달합니다. 총 보유 무기 중의 14%가 하루빨리 바뀌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일반 보병이 가진 K2 소총만 노후된 것이 아닙니다. 연대와 대대,중대에서 지원화기로 사용되는 4.2인치 박격포,106mm·90mm 무반동총 등은 미군이 사용하던 장비를 인수받거나 70년대 생산한 장비들로 현대전에서는 무용지물인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 늘 제기되고 있는 형편입니다.


그냥 지원화기 장비가 노후됐다면 닦고 조이고 기름칠해서 어떻게 하든 쓸 수는 있습니다. 그런데 포탄을 장착하고 발사해도 제대로 터지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현재 육군이 사용하고 있는 81mm, 60mm, 4.2인치 박격포탄의 불발 수는 최근 3년간 1,801발로 나타났습니다. 81mm 박격포의 불발탄수는 2009년 351발, 2010년 368발, 2011년 320발로 나타났고, 60mm 박격포의 경우에도 2009년 250발, 167발, 172발이 발생했으며 4.2인치 박격포도 2009년 52발, 2010년 56발, 2011년 65발이 발생했습니다.

중대 지원화기인 60 mm 박격포는 미군이 2차 세계대전에 사용하던 장비를 처음 들여와 보병이 사용하다가 국내 개발에 성공해 전력화한 장비입니다. 박격포가 산악지형이 많은 대한민국에서 유리할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탄착지 조건에 따라 불발탄이 생기는 원인이 구조상의 어떤 문제 때문인지 생각해 볼 필요도 있습니다.

▲ 박격포가 구형 무기만은 아닌 보병전에서 유용한 전투장비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러나 미군은 GPS 유도 정밀 타격 시스템 등을 도입하는데 반해, 대한민국은 아직도 낙후된 장비로 운영된다는 점이 문제다.


전체 육군 병력에서 보병전을 직접 수행하는 보병전력은 16만명 가량인데, 2008년 17만 명에서 2012년 16만 명으로 무려 1만 명가량이나 감소했습니다. 보병 인력이 감소해도 장비가 개량되고, 신형무기가 보급된다면 괜찮겠지만, 대한민국 보병은 무기도 점차 노후되고 있고, 장비 보급도 그리 빠른 편이 아닙니다.

특히 전쟁이 발생했을 때 보병의 몸을 보호해주는 방탄복의 경우 보급률은 겨우 9.7%에 불과한데, 이는 보병 10명 중 1명 만이 방탄복을 입고 싸울 수밖에 없음을 알려줍니다. 1명이라도 방탄복을 입고 목숨을 건지면 다행이겠지만, 감사원이 실시한 방탄성능 평가를 보면 2008년에 제작된 방탄복은 완전 관통되어, 방탄복이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12년의 보병 무기체계 개선 예산은 650억원으로 ’12년 육군 전체 방위력개선비(3조 5,381억원)의 1.8%에 불과합니다. 인원도 줄고, 장비도 노후됐고, 무기개선에 필요한 예산도 부족한 육군은 속칭 '땅개'처럼 그저 몸으로 대한민국 육지를 모두 막아야 하는가 봅니다.

' 일본 잠수함에 발끈한다고 전쟁에 이길 수 있을까?'

제주 해군기지 논란에 매번 나오는 이야기가 북한과 일본이 제주 해역을 침범하고 있기 때문에 하루빨리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제주에 해군기지의 필요성은 저도 인식하고 있습니다. (피터는 제주해군기지를 원천적으로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왜 강정이냐는 문제를 더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습니다.)


일본이 해상자위대 잠수함 부대의 작전 구역에 울릉도와 독도, 그리고 제주까지 포함하고 있다고 분노하지만, 실제로 대한민국 해군이 중국이나 일본과 해상전을 펼치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요?


'2012년 합동군사전략능력 기획서'에 따르면 해양분쟁시 중국은 항공모함을 비롯해 19척의 전투함이, 일본은 항모1척은 비롯한 22척이 투입됩니다. 이에 반해 대한민국 해군은 3천톤급 전투함 6척만이 투입될 수 있습니다. 거의 3분 1 수준에 불과합니다.

우리가 흔히 일본이나 북한의 제주해역 잠수함 활동을 지적하면서 해군기지 타령을 늘어놓는데, 해군기지를 만들어 놓는다고 바로 전력이 증가될 수 없는 현실도 우리는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육군은 병력을 현재 50여만 명에서 38만7천여명 수준까지 20% 이상 줄이면서 장성을 14%만 감축하려고 합니다. 문제는 육군이 장군 정원을 줄이면서 해군이나 공군까지도 장군 수를 줄이려는 한다는 점입니다.

해군은 육군과 마찬가지로 인력이 동결되고 있어 앞으로 2030년이 되면 부족병력이 3,40여명으로 예상할 정도입니다. 육군과 비교하면 해군 함정은 배를 운영하는 기술뿐만 아니라 복합적인 무기체계 운영을 위해서 고위간부나 준사관들이 절실히 필요합니다.그런 인력이 부족하다는 점은 앞으로 첨단 구축함이나 잠수함을 생산해도 그것을 운영할 군인이 부족해 전투력의 공백이 나올 수 있습니다.


국방정책을 반대하는 비판의 목소리를 그저 종북타령, 빨갱이라는 논리로 덮기보다, 실질적이고 효율적인 국방정책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우리 모두 생각해야 할 것입니다.

'전투기는 노후되고, 조종사는 떠나고'

공군 전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일까요? 최첨단 전투기도 중요하지만, 그 전투기를 조종할 수 있는 전투기 조종사도 중요합니다. 숙련된 공군 조종사 1명을 양성하는데 드는 비용이 최대 123억 원이라고 합니다. 이처럼 공중을 지키는 공군력의 핵심 중의 하나가 조종사인데, 이런 조종사들의 민간 항공사 이직률은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습니다.


현재 매년 민간 항공사로 이직하는 전투기 조종사는 연평균 122명에 달하고 있습니다. 갑자기 늘어난 저가 항공사와 국제적으로 항공수요가 증가하면서 조종사 확보에 비상이 걸린 민간 항공사들은 계속해서 공군 조종사들에게 유혹의 손길을 뻗치고 있습니다.

공군이 안정적으로 작전을 운영하기 위해 필요한 적정 조종사 인원은 기수별로 약 53명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예상 잔류인원을 보면 기수별 평균 34명으로 매년 18명씩이나 부족합니다. 이렇게 전투기 조종사만 부족한 것이 아닙니다.


대한민국 공군은 노후된 전투기를 교체하고, 차세대 공군용 전투를 개발하는 KFX사업(일명 보라매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경제성의 문제, 스텔스 기능의 도입 등의 문제로 매번 난항을 보이고 있습니다. 여기에 차세대 전투기 도입 선정에서 잡음이나 여러 가지 평가 기준이 엇갈려 부족한 전투기가 언제쯤 도입될지 확실치 않습니다.

차세대전투기 사업과 같은 국방정책은 정권이 바뀌어도 꾸준히 유지할 수 있는 장기적인 전략이 필요한데, 대한민국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오락가락합니다. 그것은 체계적인 국방시스템이 갖추어지지 못한 부분도 있지만, 어느 정권이나 군장성의 비리나 사업관련 의혹이 자주 발생하기 떄문입니다.

국방정책은 어떤 시각으로 어떻게 보느냐에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점은 국방정책을 정권별로 바꾸기보다는 철저히 전문가들의 검토와 연구를 통해 장기적으로 수립하고, 그 계획대로 유지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연평도를 방문하면서 “(노크 탈북 사건이 일어난) 22사단 생각하다가 여기 오니까 마음이 든든하다”고도 했습니다. 대한민국 육군 출신이라서 그런지 경계 근무에 소홀했던 사단은 밉지만, 그래도 대통령이 이렇게까지 얘기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씁슬하기도 했습니다.

대한민국은 선거철만 되면 언제나 종북논리,안보논리에 휩싸이고 삽니다. 문제는 어떤 국방정책을 효율적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논란이 아닌 색깔론으로 항상 끝난다는 점입니다. 

북한,일본,중국과 대치하고 있는 대한민국은 NLL뿐만 아니라 모든 국토를 목숨을 걸고 지켜야 합니다. 그러나 그저 목숨을 내놓고 지키자고 하기보다 현대전에 맞게 효율적인 무기와 장비, 전투력으로 지키면 어떨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