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국방

군인만 갈 수 있는 '사지방'을 아시나요



군대에도 PC방이 있는지 잘 모르시는 분들이 있는데, 군대에도 PC방이 있습니다. '사이버 지식 정보방'이라고 부르는데 일명 '사지방' 내지는 '싸지방'이라고 군인들은 부르고 있습니다.

군대에도 게임을 할 수 있는 PC방이 있다면 놀라는 사람이 많습니다. 아이엠피터가 군 생활 할 때만 해도 PC가 있던 부대조차 없었고, 이후에는 군인을 위해 부대에서 1-2대의 PC를 갖다 놓기도 했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2004년 노무현 대통령이 부대 내에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도록 시범 운영했고, 2006년 2,898개 부대에 PC 32,591대를 설치하면서 본격적으로 '사이버 지식 정보방'이 활성화되기 시작했습니다. 현재 격오지 부대는 물론이고 대부분의 부대가 '사이버 지식 정보방'이라는 군대 PC방 '사지방'을 설치 운영하고 있습니다.

군대에 가서 게임이나 컴퓨터를 할 수 있으니 좋겠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겠지만, 사실 이 '사지방'이 그리 좋은 것만은 아닙니다.

오늘은 일반 사병들의 편의 복지 시설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알아보겠습니다.

'성능은 펜티엄4, 요금은 인텔 코어 i5'

'사지방'이라 불리는 PC방이 무료면 괜찮겠지만, 사실 군대에서 이용하는 PC방은 전부 유료입니다. 그것도 10분 단위 과금되는 아주 철저한 요금 체계를 갖추고 있습니다. 여기에 요금인상은 매년 몇 백 프로씩 올라가기도 합니다.

▲2010년까지는 30분 이후 1시간 요금


사지방의 요금은 2007년 30분에 90원이었는데 갑자기 150원으로 오르더니 다시 225원으로 2010년은 270원으로 올랐습니다. 무려 요금이 300% 넘게 인상되고 있는 것입니다. 이렇게 요금이 인상되더라도 저렴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사지방'의 요금은 선불제이기 때문에 일단 접속하면 무조건 270원이 빠져나갑니다. 그리고 31분이 되는 순간 90원 추가, 41분에 90원 추가 등으로 요금이 계산됩니다.


'사지방'을 이용하려면 미리 충전해놓은 카드를 사용하거나 계좌 이체를 하는 통장을 사용하는데, 요금이 시간을 다 채우기도 전에 빠져나갑니다. 군인들은 1분을 하다가 PC가 꺼지거나 고참이 불러서 가면 사용도 못하고 돈만 내는 꼴입니다.

현재 1일 2시간씩 이용할 경우 요금을 보면 1일 540X2=1,080원, 30일이면 32,400원입니다. 상병 월급이 97,500원이니 거의 3분 1이 '사지방'요금으로 나갈 수 있습니다.

▲사지방 로그인 화면과 이후 화면

'사지방'의 가장 큰 문제점은 파일 송수신이 제한되고(거의 사진 한두 장도 겨우 올릴 수 있음), 페이지를 옮길 때마다 수시로 뜨는 팝업창, 그리고 보안 프로그램이 너무 많아 제대로 쓸 수 있는 프로그램이 별로 없다는 점입니다.

또한 일부 부대에서는 싸이월드조차 막아 놓은 경우가 있고, 특정 웹사이트를 아예 접속하지 못하도록 되어 있는데, 여기에는 진보 성향의 웹사이트와 뉴스 사이트도 있습니다. (이거 관련해서 제보를 받긴 했는데 캡쳐를 하지 못했다고 하더군요)

느려터진 PC 사양과 각종 보안 프로그램, 그리고 철저히 차단해놓은 각종 웹사이트 때문에 실제적으로 취업이나 유학을 준비하는 사병들은 제대로 정보를 얻지도 못하고 돈만 내고 있습니다. 이렇게 고물 컴퓨터로 돈을 내고 억지로 사용하고 있는 까닭은 '사지방'을 운영하는 업체가 '군인공제회'라는 단체이기 때문입니다.

2011년 군인공제회가 사지방을 운영해서 벌어들인 수익은 172억 원인데, 군인공제회는 PC방 이용료를 현재 540원에서 790원으로 50% 인상해달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 정도 컴퓨터 사양으로 790원씩 받으면 아마 사회에서는 바로 망하는 PC방이겠지만 (현재 대부분 PC방은 1,200~1,500원 정도), 군대에서는 e-러닝 어쩌고 하면서 낸 계획 때문에 사병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이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제 컴퓨터가 없으면 안 되는 세상에서 군인을 상대로 장사도 아주 곱절의 장사를 하는 군대가 돼버린 것입니다.

' 월급은 한국 군대, 생활은 미국 군대처럼'

대한민국 군대는 의무제입니다.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남자는 군대에 가고, 군대에 가서는 최저 임금에도 못 미치는 급여를 받고 군복무를 합니다. 이에 반해 미국은 모병제로 철저하게 돈의 원리로 군대를 끌고 갑니다. 급여뿐만 아니라 각종 혜택을 통해 군인을 모집하고, 월급을 주는 만큼 피복이나 생활용품은 자비로 구입해야 합니다.

한국 군대는 군 생활에 필요한 모든 물품을 군대에서 보급해주고 있지만, 이마저도 MB정권 들어서부터 폐지되고 있습니다.

국방부는 예산절감을 이유로 사병들에게 지급되던 세숫비누,세탁비누,치약,칫솔,면도기,구두약을 개별 구매하도록 방침을 바꿨습니다. 사병들에게 돈을 주고 개인적으로 구매하라고 하는데, 그 돈이 겨우 1,380원입니다. 이 1,380원으로 치약도 사고, 칫솔도 사고, 면도기,구두약까지 사서 써야 합니다.

군대 보급품이 부실하다는 것은 물론이고, 군대에서 치약이 얼마나 많이 사용되는지(군대에서 치약은 침상 청소나 보급품 손질 등에 많이 사용됨) 아는 사람이라면 저 돈으로 살기가 절대 불가능하다는 것을 압니다.

사병 1인당 지급되는 현물 보급품의 종류는 수건,속옷과 치약,칫솔 등을 생활용품을 의미하는데, 사병들은 그간 매년 세숫비누 13개,세탁비누 5개,치약 8개,칫솔 6개,구두약 12개,면도기 24개씩 지급됐는데, 이런 생활용품을 전부 사병이 구입해서 살라고 하는 것입니다.

국방부는 실질적으로 현물 보급품을 지급하는데 월 4,010원이 소요됐으며, 사병에게 1,380원을 지급하고 개별 구매하면 연간 15억의 예산을 절감할 수 있다고 합니다. 15억이 과연 아껴질까요? 국방부는 절약되겠지만, 돈이 모자란 사병들은 결국 부모에게 돈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군대 PX에서 사면 저렴하다고 주장하는 분들에게, 지금 군대 PX는 예전 군대 PX가 아니라고 알려 드리고 싶습니다.

현행 군대 PX에서 보급품이었던 생활용품을 구매하려면 월 4,815원이 든다고 합니다. 1,380원으로는 턱없이 부족합니다. 이뿐만 아니라 군인들이 PX에서 가장 많이 구입하는 냉동식품이나 과자 및 음료류는 40%가 인상됐습니다. 예전 PX가 결코 아닙니다. 그래서 사병들은 부대를 나와서 오히려 대형 마트에서 구입해서 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렇게 사병들을 쥐어짜서 예산 절감을 하는 국방부가 간부들에게는 어떨까요? 국방부는 특정업무비를 중령까지 확대 지급하겠다고 나섰습니다. 특정업무비는 지휘관들이 대대회식을 할 때 보통 사용되는데, 이 비용을 아예 월급으로 넣어주겠다고 하는 것입니다. 1인당 월 15만 원까지 통장에 넣어주겠다는데, 이럴 경우 부대 회식을 하지 않고 자신이 써도 무방합니다.

국방 예산을 절감하고 현대전에 필요한 장비를 구입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그러나 이 국방예산을 굳이 최저임금도 못 받고 군생활을 하는 사병들의 먹는것,입는것에서 아껴야 할까요?

[국방] - 병사들 깔깔이는 없어도,장군위한 골프장은 무조건?
[국방] - 대한민국 군인이 무슨 잔반처리반입니까?
[시사] - 美 교도소 죄수보다 못한 논산훈련소 군인.

사병들이 군대에서 부모들에게 송금받는 돈이 평균 58,000원이라고 합니다. 돈이 많은 집이라면 부모들이 돈을 보내줘 아들이 비싼 로션이나 생활용품도 구입할 수 있겠지만, 없는 집 자식이라면 이제 눈치 보면서 남의 것을 얻어 쓰기도 하고, 정말 비참하게 아끼면서 살아야 합니다.

군대는 의무입니다. 그러나 가면 갈수록 있는 집 자식들은 군대를 가지 않아도 되는 세상, 돈 없는 집안은 군대에서조차 궁핍한 생활을 해야 하는 시대가 됐습니다.

[국방] - MB정부의 '병역면제 명문가'를 아십니까?

대한민국 병장의 시급을 따지면 415원입니다. 최저임금 4,580원의 10프로입니다. 교도소에서 징역형을 사는 수형자들의 하루 노임이 1만5천원인데 병장은 3,674원입니다. 꼭 돈을 따지지 말고 어떤 다른 혜택을 주기도 합니까? 저는 군대 제대했다고 받은 혜택이 전혀 없었습니다.

▲ 사병이 만든 붕어빵을 사단장과 먹는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와 사병 묘역을 참배하고 있는 문재인 후보

대한민국 예비역들이 현역 군인을 보면 측은해하고, 그들의 복지 혜택에 관심이 있는 이유는 오로지 예비역이나 군인 가족들 이외에는 아무도 그들을 위한 정책이나 복지에 무관심하기 때문입니다.

군대를 다녀온 것이 누구보다 월등한 이유는 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아무런 혜택조차 받지 않고 묵묵히 병역의 의무를 다했다면 그들을 인정하거나 그들의 삶이 평등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합니다.

그것이 지금도 보고 싶은 부모 곁을 떠나 힘든 군 생활을 하는 이 땅의 젊은이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