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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민주당 경선, 그리고 문재인의 운명은?



민주당 대선 전북 경선에서도 문재인 후보가 파죽의 5연승을 기록했습니다. 9월1일 전주 실내 체육관에서 열린 전북지역 경선에서 문재인 후보는 9만 5,707명의 선거인단 중 4만3,553명이 투표에 참여한 가운데 1만 6,350표를 얻어 37.54%의 득표율로 1위를 차지했습니다.

문재인 후보의 전북 경선 1위는 시사하는 바가 아주 큽니다. 이번 전북지역은 민주당의 텃밭이면서 지난 제주,울산,충북을 합친 선거인단보다 많은 9만5,707명이기 때문에 전북지역의 득표율에 따라서 앞으로의 경선 진행이 어떻게 바뀔지 주목됐던 지역이었습니다. 또한, 다른 후보들 특히 정세균 후보의 지지율이 아주 높으리라 예상됐기 때문입니다.

'민주당 전북 경선에 대한 분석'

조금 더 자세하게 민주당 전북 경선을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전북 경선을 보면 대의원 순회투표와 현장 투표에서 정세균 후보가 압도적으로 높았습니다. 대의원은 258표, 투표소 투표는 1,855표로 문재인 후보의 순회투표 79표,현장 투표 782표보다 약 2배 이상 많았습니다. 이렇게 정세균 후보의 득표가 높았던 이유는 전북지역이 정세균 후보의 텃밭이기 때문입니다.

정세균 후보는 전북에서 정치를 시작한 인물로 전북 시,군의회 의원들이 전폭적으로 지지하고 있는 인물입니다. 지난 8월20일에는 전북 시,군의회 의원들이 지지선언문을 냈고, 29일에도 '전북 경선 1위'를 목표로 전북 지역에서 각종 지원 유세는 물론이고 행사에 참석했었습니다. 이렇게 지역기반이 튼튼하기 때문에 그동안 경선결과의 부진함을 씻고 전북경선에서는 2위를 차지했습니다.

▲ 민주당 전북경선 개표 결과 출처:민주TV


그런데 여기에서 주목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손학규 후보가 정세균 후보와 비슷한 득표율로 3위를 차지했다는 점입니다. 그 이유는 비문재인의 움직임과 손학규 후보가 중산층을 결집할 사람으로 호남정서로 풀이되기 때문입니다. 호남의 정서상 대권 승리를 위한 전략으로 손 후보를 선택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는데, 실제로 중산층을 손 후보가 안고 갈 수 있을지는 의문이 듭니다.

문재인 후보는 1위를 했지만, 지난 충북 경선보다 득표율이 더 떨어져 37.54%를 기록해 누적 득표율 45.62%로 과반 득표가 깨졌다는 점도 주목해야 합니다. 점점 갈수록 경선에서 이렇게 득표율이 다른 후보와의 격차가 벌어지지 않는다면 결선투표까지도 갈 수 있기에, 앞으로 남은 경선에서 문 후보가 어떤 전략으로 얼마큼의 득표율을 기록할지를 관심 있게 봐야 할 것입니다.

이번 전북경선에서는 정당 조직표가 움직이면 어느 정도 격차를 줄일 가능성을 충분히 보여줬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계속해서 문재인 후보가 1위를 하고 있기 때문에 '문재인 대세론'이 단순한 거품이 아니라는 점도 밝혀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 민주당 경선을 제대로 분석해보자'

요새 민주당 경선에 관한 글이 블로그 사이에서도 잘 올라오지 않고 있습니다. 또한 트위터를 비롯한 SNS에서도 그리 많이 논의되지 않고 있습니다. 여기에 언론들도 단순한 문재인 대세론만 들고 나오는데, 과연 민주당 경선이 지금까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분석해보겠습니다.


민주당 경선의 득표율을 보면 각 후보자별로 특징이 잘 나타나고 있습니다. 제주 경선을 시작으로 울산은 김두관 후보가 강원과 청주는 손학규 후보, 전주는 정세균 후보의 득표율이 급상승했습니다. 이것은 각 후보가 어느 지역에서 지지를 받고 있는지를 명확히 보여주는 지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에 반해 문재인 후보는 득표율이 점점 줄어들고 있지만, 그래도 꾸준히 기본적인 득표율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민주당 경선에서 모바일 투표의 득표율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지 알려주고 있습니다.


문재인 후보가 모바일 투표만 강세라면서 모바일 투표의 영향력을 자꾸 문제 삼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바꿔말하면 모바일 투표 이외의 투표율이 어떻게 되느냐도 점검해야 합니다. 지난 제주 경선부터 현장투표의 투표율을 보면 평균 18%입니다. 20%를 넘은 경선 지역이 불과 2곳밖에 되지 않습니다. 충북과 전주는 15%도 넘지 못했습니다.

민주당 권리당원이라면 적극적인 민주당 지지자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전북의 권리당원 선거인은 16,480명으로 공모선거인단 14,327명보다 많았습니다. 그런데 투표율은 겨우 14.87%입니다. 우리가 모바일 투표의 왜곡을 말하지만, 실제로 민주당원조차 투표를 하지 않으면서, 민주당 내의 무언가를 요구하는 모습은 지금 경선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를 파악조차 못 하고 있다고 여겨집니다. 

권리당원의 투표율이 포함된 현장 투표율이 20%대라면 지금 민주당 경선은 단순히 민주당 지지자들만의 잔치가 아니라는 사실을 각 후보 진영은 깨달아야 합니다. 지난 제주부터 각 후보 캠프에서는 자신들의 조직표가 1만 표는 넘는다고 주장해왔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투표율을 보면 처참합니다.

모바일 투표로 모든 것이 결정된다는 생각 이전에, 왜 민주당 권리당원과 같은 열성당원들의 투표율이 저조한지를 경선 분석의 중요한 지표 가운데 하나로 봐야 합니다. 그것을 통해 지금 민주당 경선을 움직이는 사람은 정당의 열성당원이 아닌 야권 지지자들이라는 사실을 눈여겨봐야 할 것입니다.

' 잘못된 선거 전략은 야권을 분열시킨다'

저는 문재인 지지자이지만 경선이 시작되면서 객관적으로 경선을 보려고 애를 썼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객관적으로 봐도 일부 후보들의 모습은 지나칠 정도로 민주당 경선을 망가뜨리고 있습니다.

▲ 민주당 전북경선에서 개표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후보들


경선룰을 가지고는 말하지 않겠습니다. 그것은 어차피 후보들은 자신들에게 유리한 룰을 만들기 위해 하나라도 애쓰는 것이 당연하기 때문입니다.

손학규 후보는 전북 경선에서 "친노 패권주의가 당을 이 지경으로 만들었고, 정권교체의 희망을 가물가물하게 만들고 있다” 는 연설을 했습니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손 후보는 "친노 패권주의"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전략을 쓰면 절대 안 되는 인물이었습니다. 그가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을 어떻게 공격했는지 기억하는 사람이 너무 많습니다. 그런데 홍보 영상에서 두 대통령의 모습을 담은 점은 오히려 그의 장점을 퇴색시키고 단점만을 부각할 뿐이었습니다. 아마 손 후보가 지금 경선에 나오지 않았다면 과거 그가 어떻게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을 비난했는지 썼겠지만, 경선 중이기 때문에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김두관 후보는 “이 분들은 그동안 (참여정부에서) 국정을 맡으면서 재벌개혁에 실패했고, 양극화를 심화시켜 중산층과 서민들 어렵게 한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 이 분들이 경제민주화를 얘기한다면 어찌 믿을 수 있겠느냐”라는 발언을 통해 참여정부를 공격했습니다. 문제는 김 후보의 발언이 새누리당에서 주장하는 말과 별 차이가 없다는 사실입니다. 

▲ 참여정부 VS MB정권 부자감세 규모


그런데 지표를 놓고 보면 참여정부가 재벌개혁에 실패한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현 정권과 비교하면 얼마나 많은 재벌 개혁을 위해 노력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성적이 50점인 아이와 빵점인 아이가 있는데 성적 50점짜리 아이만 못했다고 야단을 칩니다. 그런데 우리는 지금 성적이 빵점인 아이를 대상으로 반 평균을 어떻게 올릴 것인가를 고민해야 하는 시점입니다. 

김두관 후보가 자신의 장점을 내세우려면, 빵점인 아이 때문에 깎아 먹은 반 평균을 50점 아이의 성적보다 어떻게 올릴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 훨씬 전략적으로 유리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식이 아닌 과거의 부진했던 성적만을 강조한다면, 지금 새누리당이 '잃어버린 정부 10년' 운운하며 공격했던 것과 다를 바가 없어 보입니다. 

▲ 노무현 정부와 이명박 정부 경제 지표 출처:오주르디의 사람과세상 사이.


만약 민주당 경선으로 대선 후보가 결정되고 박근혜와 싸운다면 참여정부의 공과를 낱낱이 파헤쳐 정치적 계파의 능력을 강조해도 무방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이 민주당 경선은 단순히 민주당 경선이 아닌 야권 지지자들의 힘으로 겨우겨우 힘겹게 올라가고 있는 시점입니다. 여기에 안철수 원장과의 단일화 과정이 남았는데, 민주당 내에서 야권 분열을 시사하는 발언은 전혀 경선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민주통합당의 핵심은 야권통합이었습니다. 그 통합의 키워드는 국민참여경선이었습니다. 민주당 지지자들만으로 정권교체를 할 수 있다면 왜 국민경선이 필요하겠습니까? 국민의 힘을 빌려서 정권교체를 하겠다고 나와서, 국민의 참여를 자꾸 멀리하게 하는 행위는 민주통합당이 왜 생겼는지를 잊는 행동입니다. 

민주당 경선이 끝이 아니라는 사실을 경선에 참여한 후보들은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문재인의 운명은?'

문재인 후보는 지난 경선 토론과 다르게 부산MBC에서 열린 부산,울산,경남지역 TV토론회에서는 자신을 공격하는 후보들의 발언에 강력하게 반발했습니다.

TV토론회에서 손학휴 후보는 문재인 후보를 향해 "문 후보는 '이번 경선이 국민들과 함께하는 축제의 장이 돼야지만 여권후보를 이기고 정권교체를 할 수 있다'고 했는데 지금의 경선이 축제가 될 만한 환경이냐"고 공격했고, 이에 문재인 후보는 "우리가 실망스러운 모습들을 보여주지 않았다면 200만 명 가까운 국민들이 경선에 참여해 민주당 경선을 축제로 만들어 주셨을거라고 생각한다" 고 맞받아쳤습니다.

▲ 부산MBC에서 열린 민주당 대선후보 TV토론회


그렇다면 왜 갑자기 문재인 후보는 비문 후보들의 공격에 반발했을까요? 그에게는 지금 위기감이 다가오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경선이 문제가 아니라 경선 과정에서 민주당에 관한 지지와 관심이 떨어져 나갈 것이라는 두려움이 존재한다고 봅니다. 나중에 안철수 후보와의 단일화가 남았지만, 그가 믿었던 것은 정통적인 민주당의 힘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힘이 이번 경선 과정에서 송두리째 떨어져 나가고 있는 것을 눈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래서 과연 무엇을 가지고 안철수 원장과 단일화를 할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이 생기고 있다고 봅니다. 

문재인 후보를 지지했던 가장 큰 이유는 야권 단일화가 있어도 그는 그런 야권 단일화의 결과에 승복하리라는 생각 때문입니다. 그것은 아직도 변함이 없습니다. 문제는 야권 단일화를 위해 뛰어들었을 때 과연 경선에 참여했던 후보들과 민주당 내부에서 그를 지지하고, 함께 힘을 합쳐 야권단일화를 위해 노력할 수 있느냐는 점입니다.

솔직하게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그런 모습을 예상하기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문재인 후보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전략이 남았는데, 그 전략은 묵묵히 자신의 길을 가는 것입니다. 굳이 지금의 민주당 경선 문제에 대한 반박보다 자신이 어떻게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를 이길 수 있고, 야권단일화에서 무슨 이유로 국민이 자신을 지지할 것인가를 보여주면 됩니다.


민주당 경선에서 문재인 후보의 운명은 9월6일 목요일에 열리는 광주,전남 경선에서 판가름난다고 봅니다. 그 이유는 우선 광주,전남 선거인단 규모가 인천,경남 두 곳을 합친 선거인단보다 2배가 많습니다. 광주,전남 경선의 투표율을 50%정도 잡으면 이날 투표수는 약 7만표 가량 됩니다. 광주,전남 경선의 7만 표에서 얼마나 많은 득표율을 올리느냐에 따라 결선투표까지 가느냐 마느냐가 결정될 전망입니다.

또한, 호남의 정서가 과연 문재인 후보의 손을 들어주느냐, 아니면 민주당 호남 세력들이 자신들만의 대선 전략으로 비문 후보를 지지하느냐에 따라 앞으로 문재인 후보의 운명은 바뀔 것으로 봅니다.


▲ 문재인 후보 지지 메시지.


문재인 후보를 보면 참 안쓰럽습니다. 요새 같으면 왜 저 사람을 정치하라고 대통령 후보감이라고 자꾸 글을 썼는지 후회가 됩니다. 만약 저 같으면 '에이 정치 안 해'라고 제 발로 나갔지 싶습니다. 그러나 그는 정치에 뛰어들었습니다. 그래서 뒤로 빠지면 안 됩니다. 만약 이런 힘든 시기를 겪지 않으면 나중에라도 노무현 대통령의 고통을 백퍼센트 이해하기 어렵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해봅니다. 

'민주당 대선 경선' 재미없다고 해도 어떻게 보면 참 재밌습니다. 문재인 대세론이 정말 끝까지 갈 수 있느냐는 기대감, 문재인 대세론을 막아내려는 각 지역 경선마다의 긴장감, 그런데 그 재미는 사라지고 자꾸 잡음만 들립니다.

▲ 2002년과 2007년 당시의 민주당 대선 경선 상황 출처:참여정부평가 포럼


문재인 후보는 어려울수록 2002년 노무현 대통령의 과정을 기억해야 합니다. '광주 경선에서의 극적인 승리', '후단협 사태', '막판 단일화 과정', 그런 사건을 떠올리며 지금 상황을 극복할 수 있도록 온 힘을 기울여야 합니다.

"92년 대선 개표했을 때 영남은 환호했지만 호남은 침묵했습니다. 97년 개표에서는 호남이 환호했고 영남은 시큰둥했습니다. 이래서 나라가 되겠습니까? " (2002년 노무현 후보 인천 경선 연설)

"97년과 2002년에는 당을 합치지 않고 그냥 단일화해서 선거에 승리했습니다. 후보를 단일화하기 위해서는 대세를 만들고 쏠림을 만들어야 합니다. 쏠림은 국민이 만들어 줍니다. 쏠림이 생기지 않으면 이제 그때 후보가 결단을 내리는 것이지요. 2002년에는 제가 그렇게 한 거 아닙니까?" (참평포럼 강연 노무현 대통령)

문재인 후보는 2002년,2007년을 돌이켜보면서 어게인 2002년만을 외치는 것이 아니라 그 과정을 세밀히 분석하며, 과거 야권이 무엇을 잘못했고, 무엇이 2002년 참여정부를 탄생시켰는지 돌이켜봐야 합니다.



민주당 경선에서 잡음이 들려도 문재인 후보는 어느 지역에서나 환호가 나올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그의 목표가 18대 대통령이라면 지역주의,편협된 정당정치를 뛰어넘어 야권의 구심점이 될 수 있는 모습을 국민에게 보여줘야 합니다.

어쩌면 문재인의 운명은 노무현 대통령처럼 국민에게는 사랑받고, 정치인에게는 공격받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그 운명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오로지 국민을 향해 고개 숙이고 국민만 믿으면 됩니다.

'국민을 신뢰하고 존경하는 지도자는 언제든 국민이 그 진심을 알아줄 것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