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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박근혜,이명박 회동 '정권 재창출 위한 밀약?'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와 이명박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회동했습니다. 박근혜 후보와 이명박 대통령은 9월2일 낮 12시부터 1시간40여분에 걸쳐 강력범죄 대책,태풍,민생경제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두 사람의 만남을 그냥 단순히 볼 수만은 없는 이유가 몇 가지 있습니다.

그것은 일단 대선이 앞으로 100여일 앞둔 시점에서 그들이 만났다는 사실과 무려 100여분에 걸친 독대를 했다는 사실입니다. 독대는 말 그대로 두 사람만이 이야기를 나눈 것으로 두 사람이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공식적인 브리핑 자료가 있지만, 그 브리핑을 액면 그대로 믿을 사람은 별로 없습니다.

' 갈등에서 정권 재창출을 위한 합의'

이 두 사람의 독대가 무슨 의미를 주는가를 알려면, 지난 2010년 박근혜와 이명박 대통령의 독대 과정을 한번 살펴봐야 합니다.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는 2010년 8월21일 오전 11시 55분부터 오후 1시 30분까지 청와대에서 배석자 없이 오찬을 함께 했습니다. 그 당시도 독대했기 때문에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브리핑으로만 알려졌습니다.

▲ 2010년 8월23일 조선일보 1면


이날 회동을 다룬 조선일보의 머리기사 제목은 "정권 재창출 위해 노력"이었습니다. 이런 제목에 걸맞게 당시 박근혜의 대변인 격인 이정현 의원은 "앞으로 한나라당이 국민의 신임을 잘 얻어 이명박 정부의 성공과 정권 재창출을 해야 하고, 그것을 위해 같이 노력해야 한다는 대화가 있었다"고 밝힙니다. 

그런데 이런 두 사람의 만남 이전에 박근혜와 이명박 대통령이 어떤 상황이었는지 우리는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 2007년: 한나라당 대선 경선 과정에서 박근혜 진영 MB를 향해 전과 14범,위장전입,BBK 등으로 공격
▶ 2008년: 친박계 한나라당 복당 관련 박근혜"국민도 속았고, 나도 속았다" 발언
▶ 2009년: 박근혜 이상득 의원 정치개입논란 "이런 일이 어떻게 있을 수 있나.이번 사건은 정치의 수치"
 -세종시 수정안 반대론 이명박 " 잘 되는 집안은 강도가 오면 싸우다가 멈추고 강도를 물리치고 다시 싸운다"
-박근혜" 집안에 있는 한 사람이 마음이 변해가지고 갑자기 강도로 돌면하면 그때는 어떻게 해야 하느냐"
-친이계 정두언 " 대통령한테 막말까지 하는 것을 보니까 자신이 마치 대통령이 다 된 것처럼 생각하는 것 같다"
▶ 2010년: 이명박, 박근혜 독대 회동 

2010년 두 사람의 회동이 있기 전까지 이명박과 박근혜의 관계는 최악이었습니다. 그런데 독대를 통해 갑자기 두 사람의 관계가 부드럽게 진행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가 이명박 대통령의 특명을 받은 이재오의 '개헌논의'가 나오자 박근혜와의 갈등은 전면에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우리가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두 사람이 갈등의 포인트는 어떤 민생 현안이나 경제가 아니었다는 점입니다. 오로지 정치적 이해관계와 두 사람의 권력 다툼일 뿐이었다는 사실입니다. 95분간의 독대에서 정권 재창출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사람들이 갑자기 개헌논의가 불거지자 다시 싸움을 시작했다는 것으로 우리는 충분히 짐작할 수 있습니다. 

'독대, 도대체 무슨 비밀 이야기가 많기에'

박근혜와 이명박의 독대는 2010년도 만이 아닙니다. 2011년에도 박근혜와 이명박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만났습니다. 그러나 그때는 여야 지도부가 함께 만난 자리였습니다. 

▲ 2011년 12월23일자 조선일보 1면


김정일이 사망하자, 이명박 대통령은 한나라당 박근혜 비대위원장과 황우여 원내대표, 민주통합당 원해영 공동대표,김진표 원내대표를 청와대로 초청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김정일 사망 관련 대북조치에 대한 정치권의 협조를 요청했습니다. 그런데 여야 지도부의 회동이 끝나자 이명박 대통령은 박근혜 위원장을 별도로 불러 20여 분간 독대를 했습니다. 

따로 두 사람이 만난 자리도 아니고 김정일 사망 때문에 여야지도부가 만난 회담에서 갑자기 박근혜만 불러 무려 20여분간 독대를 합니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입니까? 바로 이듬해 치러지는 4.11총선과 관련하여 서로 간의 어떤 이야기가 오고 갔다고 볼 수 있습니다. 

분명한 것은 이 당시 20분 동안 박근혜,이명박 대통령의 독대 내용이 정확히 나오지 않고 있다는 점입니다. 

▲ 2012년 9월3일자 동아일보 1면


9월3일 동아일보 1면 기사에는 박근혜,이명박 대통령의 오찬 회동 제목으로 "박근혜 '100일 범국민안전기간 정하자'"라고 되어 있습니다. 국민이 볼 때에는 두 사람의 회동이 어떤 강력범죄에 관한 회동으로 생각할지 모르지만, 사실 언론에 공개된 것은 단 4분에 불과했습니다. 

민감한 대선 관련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고 하지만, 120여분 동안이나 국민을 위한 민생경제,강력범죄,태풍 이야기를 나누면서 이런 문제를 과연 독대로 처리할 필요가 있을까라는 의구심이 듭니다. 

정치판에서 독대는 민감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냥 독대라고 표현하지만, 단어를 바꿔 비공개회동 내지는 배석자 없는 단둘만의 독대로 표현하면 확실히 달라집니다. 그러나 모든 언론은 단순히 독대로 표현하는데, 이런 문제를 왜 굳이 둘이서만 이야기를 나누고 브리핑을 통해서 쥐꼬리만큼만 국민에게 알려졌는가를 우리는 고민해야 합니다. 

' 과연 두 사람은 무엇을 약속했을까?'

선거법 위반을 운운하며 만나기 두렵다고 했던 여당의 대통령 후보와 현직 대통령이 만났습니다. 그것도 120여분간 두 사람이 만났습니다. 그런데 이 두 사람의 만남을 통해 이들이 밝힌 내용 말고 몇 가지 사실을 유추해낼 수 있습니다. 

○ 정권 연장을 위합 협력  합의

두 사람간의 비공개 회동 분위기가 화기애애했다는 분위기로 봐서 아마 이 두 사람은 앞으로 남은 대선에서 협력을 약속한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구체적인 정치적 대화가 오갔는지는 전혀 말을 하지 않고 입을 다물고 있다는 사실로, 박근혜 후보가 대선에서 승리하기 위해 이명박 정권이 적극 협력하겠다고 밝히지 않았느냐는 추측을 해볼 수 있습니다. 

○ 선거법도 무시한 대통령

박근혜 후보는 이명박 대통령을 향해 반값등록금과 영유아 양육수당 전계층 확대 등을 주요 과제로 제시했고, '지금부터 100일간을 범국민 특별안전확립기간으로 정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이명박 대통령은 이런 박근혜 후보의 정책과 공약사항을 들어주는 모양새를 취했습니다. 대선 후보라는 자격으로 청와대를 방문했는데, 후보의 공약을 대통령이 들어주는 모습을 보면 앞서 말한 정권 연장을 위한 협력에 해당하며, 이는 명백히 선거법 위반으로 볼 수 있습니다.

○ 정치적 단절 대신 무엇을 취했을까? 

이번 비공개 회동을 통해 우리가 확실히 알 수 있는 사실은 박근혜 후보가 이명박 정권과의 단절보다는 협력을 선택했다는 사실입니다. 물론 정치판의 속성상 언제 변할지 모르지만, 일단은 박근혜가 MB정권과 싸우기보다 대선에 유리한 공약을 펼칠 수 있도록 실탄을 받았다는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그 실탄을 받은 만큼 박근혜 후보는 이명박 대통령에게 무엇인가 약속을 했다고 짐작 됩니다. 

그 무언가의 약속은 우리가 모두 예측할 수 있듯이, 정권이 바뀐 뒤에 나올 MB정권에 대한 심판 수위를 조절하지 않았느냐고 생각됩니다. 물론 세세한 부분에서는 벌써 물밑 작업이 들어가겠지만, 가장 큰 규모의 4대강 사업과 측근 비리에 관련해서 이명박 대통령이 어떤 약속을 요구했을 것이고, 이에 대해 박근혜 후보도 암시를 줬을 것입니다. 

▲정치인들의 협력과 반목은 오로지 권력투쟁을 위한 도구일뿐이다.


2년 전에 이명박,박근혜 회동을 놓고 포스팅을 쓴 적이 있습니다. 그때 저의 생각을 이명박이 박근혜와의 권력 투쟁에서 박근혜를 죽이기로 했다고 예상했습니다. 그러나 결국 이명박은 박근혜와의 권력 투쟁에서 졌습니다. 이제 대세는 박근혜에게 넘어간 것입니다. 

정치는 영원한 적도 아군도 없다고 합니다. 문제는 이런 정적들의 합작과 협력을 위한 비공개 회동이 국민의 눈에는 밀약처럼 보일 수 있다는 점입니다. 
 
지금 박근혜와 이명박의 독대를 놓고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그러나 이 두 사람의 협력과 만남이 국민에게 이득이 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합니다. 그것은 이 두 사람이 싸우고 협력했던 그 모든 것에는 오로지 권력 쟁취를 위한 목적밖에 없었기 때문입니다. 

밀약이나 비밀 회동이나 비공개 내용은 언젠가 밝혀집니다. 그때도 당당하게 정치 얘기는 한마디도 안 하고, 국민을 위해 민생경제와 태풍,강력범죄만 논의했다고 할지는 두고 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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