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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박근혜 대선방송'을 위한 언론 장악은 시작됐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는 27일 공보단을 신설했습니다. 공보단 신설을 '캠프에서 네거티브에 대한 대응이 제대로 되지 않는 것 같다'는 이유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지난 경선 기간에 박근혜 후보에 대한 야권의 네거티브 공격이나 언론의 검증 보도에 대해 제대로 된 대응이 이뤄지지 않았기에, 본격적인 대선에서는 이를 철저하게 대응하겠다는 의지라고 볼 수 있습니다.

자신에 대한 네거티브 공격을 막아내겠다는 의도가 있다면 충분히 이해합니다. 그런데 지금 언론이 보여주는 모습과 박근혜 공보단 구성을 보면 단순한 네거티브 공세에 대한 대응이 아니라, 아예 대선을 위한 선거방송을 하겠다고 덤비는 것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무슨 이유 때문에 언론이 박근혜 대선방송으로 전락하고 있는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KBS,MBC,SBS 방송 3사 출신 공보단'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 공보단장은 김병호 전 의원입니다. 김병호 단장은 KBS 정치부장과 보도국장,보도본부장을 지낸 언론인입니다. 2002년 보궐선거에서 한나라당 공천을 받아 부산진갑에 출마에 국회의원이 됐습니다. 이후 한나라당 미디어대책위원회 수석부위원장,홍보위원장을 지내며 공보 업무를 주로 맡았던 인물입니다.


김 단장을 비롯해 공보단 9명 중에서 방송3사 출신이 무려 5명입니다. 정성근 경기 파주갑 당협위원장이자 공보위원은 KBS 기자와 SBS 앵커를 지냈고, 김석진 인천 남동을 당협위원장이며 공보위원은 MBC 논설위원과 연합뉴스TV 보도본부장을 역임했습니다. 박선규 서울 영등포갑 당협위원장이며 공보위원은 KBS 기자 및 앵커, 대통령실 언론2비서관을 지낸 인물입니다.

9인의 공보단 구성을 보면, KBS 출신 2명, MBC 출신 1명, SBS 출신 2명 등 방송 3사 출신이 5명이고, 박대출 의원은 서울신문 정치부장과 논설위원을 지냈던 사람입니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 공보단에 속했던 사람들이 바른 언론인이라면 상관없겠지만, 김병호 단장은 2007년 박근혜 대선 경선 캠프에서 미디어홍보본부장을 했습니다. 그러나 박근혜 후보가 경선에 패배하자 무소속 이회창 후보의 대선캠프로 옮기면서 탈당까지 했던 인물입니다. 여기에 2004년 지역구 구청장으로부터 해외출장비 등의 명목으로 6차례에 걸쳐 3100만 원을 받은 혐의로 당선무효 벌금 300만 원을 선고 받아 의원직까지 잃었던 인물입니다.

이런 사람이 공보단장을 하고, 얼굴마담으로 불리던 앵커들을 대거 기용하는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의 공보단이 언론보도에 어떻게 대응(조작)할지는 무리 모두 짐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 박정희 미화에 뛰어든 방송'

박근혜 후보의 아버지 박정희를 사람들이 평가하면서 늘 강조하는 말이 산업화를 일으킨 경제성장 대통령, 우리나라를 잘 살게 한 대통령이라는 점입니다. 아무리 독재를 했어도 경제를 살렸으니 괜찮다는 그런 논리를 가장 잘 보여주는 부분 중의 하나가 포항제철, 지금의 포스코입니다.

▲ 포항제철을 둘러 보는 박정희와 박태준


그 당시의 중화학 공업 시대를 예견하고 열었다는 전설 같은 이야기를 드라마로 만든다면 아마 많은 국민은 박정희 향수를 통해 박근혜 지지로 이어질 것이 뻔합니다. 그런데 진짜로 이런 움직임이 보이고 있습니다.

KBS는 박태준 포항제철 사장의 일대기를 드라마로 만든다고 합니다. 당연히 박태준이 나오면 박정희가 출연할 것이고, 드라마의 속성상 드라마틱하게 그 시대를 그릴 것입니다. 문제는 이런 드라마가 왜 12월 대선을 앞두고 나오느냐는 점입니다.

▲ 포항제철 박태준을 드라마화 하는 '강철왕'오픈 세트. 출처:KBS 새노조


KBS는 드라마 '강철왕'이 단순히 외주 제작사의 아이디어일 뿐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런데 세트장 건설과 촬영을 위한 포항시를 비롯한 지방자치단체에 본격적으로 KBS가 개입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외주 제작사가 드라마 촬영을 위해 아무리 지자체와 접촉해도, KBS의 도움이 없이는 협조받기가 어렵습니다. 그러나 KBS가 드라마 편성의향이 있다고 한다면 지자체로서는 방영될 수 있다는 확신을 하고 적극적인 세트장 부지 제공과 자금 투자를 하게 됩니다.

▲KBS가 강호프로덕션에 보낸 '강철왕' 편성의향 공문 출처:배재정 의원실

민주통합당 배재정 의원이 공개한 공문을 보면 지난 2011년 3월31일 KBS가 강호프로덕션에 '강철왕' 편성의향 공문을 보냈고, 이 공문을 강호프로덕션은 다시 포항시에 보냈습니다. 공문에는 드라마 책임자인 EP의 서명이 빠진 것으로, 공문 위변조 의혹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 말은 KBS가 드라마 펀딩을 위해 포항시의 요청으로 내부 드라마 기획회의조차 거치지 않고 비정상적인 공문을 보냈고, 나중에 문제가 될 것을 염려해 변조에 가까운 공문을 만들어 보낸 것으로 풀이될 수 있습니다.

드라마 강철왕은 경상북도 20억 원, 포항시 35억원 제작사 115억 원 등 총 170억 원을 들여 제작하겠다고 나서고 있는데, 외주제작사의 단순한 계획 검토를 넘어 KBS 고위층의 적극적인 개입이 보이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습니다.

' KBS 장악을 통해 무엇을 하려고 하는가?'

대선을 앞두고 KBS는 이길영 이사를 이사로 선임했습니다. 언론은 중립을 지켜야 할 가장 기본적인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길영 이사의 과거를 보면 특정 정당에서 선거운동까지 했습니다.

 

▲ 김관용 지사와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 출처:뉴시스


이길영 이사는 2006년 지방선거 당시 한나라당 김관용 경북도지사 후보의 선대위원장을 맡았고, 이후에는 인수위원장도 역임했습니다. 이후 김관용 후보가 경북도지사에 당선되자, 아무 상관도 없는 대구경북한방산업진흥원 원장으로 보은 특혜를 받았습니다.

이후 이길영은 대구경북한방산업진흥원장 재직 시절 친구 아들 채용을 권유해 부정 채용된 것이 감사원 조사 결과 밝혀져 감봉 3개월의 징계를 당하기도 했던 인물입니다.

▲이길영,김인규,깅병호 공보단장 출처:KBS 새노조


전두환 군사정권 시절 KBS 보도국장이 바로 이길영 KBS 이사입니다. 그 밑에 정치부장은 현 김병호 박근혜 공보단장이고, 정치차장이 현 KBS 김인규 사장입니다. 25년 전 이길영 국장을 중심으로 전두환 정권을 찬양하던 인물들이 이제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에 서로 협력(?)하고 상생(?)하는 시스템을 구축한 것입니다.

이런 모습들이 어떻게 KBS에 반영되고 있을까요?

▲KBS 뉴스 화면 갈무리


박근혜 후보가 새누리당 대선 후보로 결정된 다음, KBS가 보도한 박근혜 관련 뉴스 제목들입니다.

▶ 새누리 대선후보 박근혜 선출…“국민 대통령..
▶ 첫 여성 여당 대선 후보 박근혜, 그는 누구?
▶ 박근혜 후보, 비박 ‘포용’·젊은 층 ‘포옹..
▶ ‘화합 외연 확대’ 과제
▶ [대담] 박근혜 후보 대담

마치 대통령이라도 당선된 듯한 뉴스제목을 보면 지금 KBS가 어떻게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를 대하는지 우리는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이런 모습이 과연 진정한 언론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언론이 선거에 미치는 영향을 아십니까?'

우리는 흔히 언론이 중요하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SNS에서 알고 있는 내용을 우리는 방송에서는 볼 수 없는 일이 허다합니다. 한 가지 간단한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손수조 후보와 박근혜의 카퍼레이드 장면


지난 4.11총선 당시 손수조 후보를 응원하기 위해 부산으로 내려간 박근혜 위원장은 카퍼레이드를 벌여 선거법 위반 여부에 대한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었습니다. 결국, 이들은 친절한 선관위의 해석에 따라 선거법 위반이 되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이런 모습을 인터넷에서는 모두 찾을 수 있었지만, 3월29일 방송에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설마 하시는 분들을 위해 지난 4.11총선 당시 방송사들이 선거 방송을 어떤 식으로 했는지 보여 드리겠습니다.

▲ 민언련이 분석한 방송3사 총선 보도 방송 출처:민언련


나는 꼼수다 김용민 후보의 막말 파문 보도는 KBS,MBC,SBS 모두 합쳐 17번이나 뉴스에 보도됐습니다. 그런데 박근혜 손수조 카퍼레이드는 단 한 건도 보도되지 않았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여성비하 발언 석호익,김희선,김종훈 등 공천 문제는 0건, 문대성 논문표절은 4건만 보도됐습니다. 김형태 후보의 제수 성폭행 미수 사건은 아예 나오지도 않았습니다.

야권의 관악을 경선 여론조작 파문은 방송3사에서 계속 보도하고, 새누리당의 문제는 아예 보도조차 하지 않는 이런 모습을 과연 공정방송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 3월16일 MBC 뉴스데스크 화면 갈무리

4.11 총선 선거 운동이 한창이던 3월16일 MBC 뉴스데스크는 '충청권 민심 잡기'라는 꼭지에서 기자가 대놓고 '현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에 반대하며 원안을 고수했던 박근혜 위원장이 세종시를 찾아갔습니다'라는 말을 합니다. 여기서 '원안 고수'라는 단어를 보면 마치 박근혜 위원장이 원칙주의자라는 점을 강조하는 듯한 인상을 줍니다.

여기에 첫 화면부터 지지자들에 둘러싸인 박근혜 후보를 강조하더니, 뉴스 보도 내내 박근혜 위원장이 대세처럼 보이는 화면을 계속 노출했습니다. 이처럼 방송이 어떻게 화면을 보여주느냐에 따라 TV를 시청하는 유권자들의 민심은 바뀔 수 있습니다.

▲ 8월21일자 MBN 화면 갈무리

새누리당 대선 후보로 결정된 다음 날 박근혜 후보는 노무현 대통령 묘역이 있는 봉하마을을 방문합니다. 그런데 MBN에서는 무려 두 시간에 걸쳐 생중계합니다. 속보까지 뜹니다. 역대 대통령 취임식도 두 시간 넘게 생방송한 경우는 없습니다. 

봉하마을에 무례하게 찾아갔던 내용은 찾아보기도 어렵거니와 그런 사소함(?)은 취급조차 하지 않고 있습니다. 

[정치] - 예의라고는 찾아볼 수 없던 박근혜의 '참배정치'

뉴스 내내 박근혜 특집 생방송을 보여줬던 MBN은 기자의 마지막 말에 무엇을 하려고 했는지 보여줍니다.  

"'국민대통합'을 내세운 박근혜 후보의 파격적인 행보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관심을 모읍니다."

그렇습니다. 국민대통합을 강조하는 대통령, 파격적인 대통령이라는 단어를 써가며 그녀를 띄워 주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오늘 포스팅 제목이 '박근혜 대선방송은 시작됐다'입니다.


언론과 방송이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것이 나쁜 일은 아닙니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민주당 후보를 '워싱턴포스트'는 공화당 후보를 지지합니다. 그렇다고 이들 신문을 사람들이 보지 않을까요? 아닙니다. 팩트가 있고 왜곡이 없기에 사람들은 더욱 열심히 읽습니다.

방송과 언론이 특정후보를 지지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면서, 공정한 방송을 한다고 말하면서, 왜곡을 일삼는 모습이 문제라는 것입니다. 왜 언론이 중요합니까? 독재와 군사정권 시절 정부는 언제나 언론을 통제했고, 우리는 언론을 통해 왜곡과 홍보를 일삼았던 아픈 과거의 역사를 이미 경험했습니다. 

'언론대응'과 '언론조작'은 엄연히 다릅니다. 지금 대한민국은 언론이 왜곡되고 조작된 언론잔혹기에 살고 있습니다. 인터넷과 SNS가 발달해도 노년층의 민심이 바뀌지 않는 이유가 이런 방송 때문입니다.

글을 쓰면서 기자와 PD를 부러워한 적이 있습니다. 그들이 보여주는 문장력과 화면구성이 부러웠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제 그들을 보면 안쓰럽습니다. 무엇을 위해 그런 글을 쓰고 살고 있는지 답답하기 때문입니다. 지식인이 살아가면서 중요한 것은 삶의 질이 아니라 인간 본연의 자긍심입니다.

이땅의 언론인들이 과연 진짜 언론인으로 살아가고 있는지 되묻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