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정치

강원 경선으로 본 민주당 경선의 치명적인 실수



민주당 강원 경선이 우여곡절 끝에 무사히 끝났습니다. 제주를 시작으로 울산경선이 일부 후보자들의 불참으로 파행을 겪은 뒤라 많은 걱정도 했었지만, 경선 불참을 선언했던 김두관,손학규 후보가 경선에 참여하면서 정상적인 경선이 이루어졌습니다.

강원 경선에서도 문재인 후보가 제주,울산에 이어 1위를 차지했습니다. 문 후보는 선거인단 6,187표 가운데 2,837표(45.85%)를 얻어, 2,328(37.63%)표를 얻은 손학규 후보를 이겼습니다. 뒤를 이어 김두관 678표(10.96%),정세균 344표(5.56%)후보가 3,4위를 기록했습니다.


현재까지 누적 합계를 보면 문재인 후보가 19,811표(55.3%)로 선두를 달리고 있으며, 손학규 7,615표(21.3%)김두관 6,675표(18.63%) 후보가 서로 2위 자리를 놓고 팽팽하게 맞서고 있습니다. 문재인 대세론이 경선 투표가 시작됐지만, 퇴색되지 않고 있다는 점으로 앞으로 2위 후보가 누가 되느냐, 과연 문 후보가 과반수인 50%를 넘느냐에 따라 결선투표 여부가 가려질 전망입니다.

민주당 경선 현장을 취재하면서 (강원은 태풍으로 불참) 느낀 점이 많습니다. 정치블로거로 살면서 나름 오프라인의 정치판을 잊지 않기 위해 꾸준히 서울을 오가며 조사를 했던 점과 막상 경선 취재를 하면서 느낀 차이를 유독 민주통합당 사람들만 모르고 있다는 점입니다.

대한민국 최초로 오픈 프라이머리를 진행하면서 민주당이 놓치고 있는 것들을 고민해봤습니다. 함께 생각해봤으면 합니다.

' 낮은 투표율? 데이터는 거짓을 말하지 않는다'

원래 수학을 잘 못했지만, 통계와 지표를 되도록 많이 조사하고 연구하면서 글을 씁니다. 그것은 각자의 생각을 증명할 수 있는 하나의 방편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것을 맹목적으로 신뢰하거나 전부라는 오류는 제외해야 한다)

이번 민주당 경선의 투표율이 낮다는 이유로 모바일 투표,경선룰의 문제점을 제기하고 있는 후보들도 있습니다. 그럴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본질적인 문제는 그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민주당 제주,울산,강원의 투표율입니다. 전체적으로 투표율이 낮습니다. 지난 전당대회와 비교하면 20% 가까이 낮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주목할 점은 전체 투표에서 차지하는 모바일 투표율은 항상 높았다는 점입니다.

우리는 여기서 왜 민주당이 모바일 투표를 선택했느냐를 봐야 합니다. 전통적으로 새누리당의 보수 세력에 비해 민주당의 조직력은 낮습니다. 야당의 형님이라고 하지만 여당의 사조직들과 보수 세력과 비교하면 부족한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서 야권의 지지세력은 정당원이 아닌 일반 국민을 끌고 갈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민주당은 모바일 투표를 통해 일반 국민의 참여를 유도하려는 것이 모바일 투표의 목적이자 전략입니다.

그런데 단순히 투표율이 낮아서, 그리고 모바일 투표율이 저조해졌다는 이유가 모바일 투표와 경선룰의 문제라고 보는 관점은 현실과 다른 시각이라고 저는 봅니다. 그것은 4.11 총선 이후에 아예 민주당에 관심을 끊은 사람들을 너무 많이 봤습니다.

간단히 말해서 민주당이 무엇을 하든 이제 민주당은 안철수라는 존재에 밀렸고, 일반 국민의 희망은 민주당이라는 야당에서 안철수로 바뀌었다는 사실입니다. 그런 시선으로 본다면 저는 오히려 이번 민주당 경선 투표율이 생각보다 기대 이상으로 선전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투표율이 낮은 것은 어떤 다른 이유가 아닙니다. 모바일 투표율이 지난 6.9 전당대회보다 낮았기에 문제라는 분석 이전에 안철수 원장이 갑자기 대선 행보의 움직임을 확실하게 보여준 시점이 언제인가를 봐야 합니다.

▲ 박근혜와 안철수 양자대결 지지율 변화 출처:서울신문


안철수 원장은 '안철수의 생각'이라는 책을 내고 힐링캠프에 출연했습니다. 이런 일련의 행보를 통해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의 양자 대결에서 지지율이 급상승했습니다. 이것은 새누리당 대선 후보로 박근혜가 결정된 시점까지 사람들에게 무슨 생각을 갖게 하였을까요?

'그래 박근혜와 대결할 사람은 안철수밖에 없어'라는 생각을 하게 했다는 점입니다. 이런 상황은 무시하고, 무조건 투표율이 낮다는 생각만 합니다. 투표율이 낮은 이유를 찾아야 합니다. 경선룰과 모바일 투표가 완벽했다는 말은 아닙니다. 그러나 그것이 투표율의 문제가 아닌 민주당에 관한 관심이 적어졌다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 감동은 말로 오지 않는다'

경선 파행에 대해 김두관,손학규,정세균 후보 모두가 나름의 이유는 있습니다. 그런 이유를 존중해야 합니다. 그런데 그런 모습을 과연 어떻게 표현했느냐에 따라 국민이 바라보는 시선은 차가워지고 있습니다. 단순히 말로 '경선룰,정권교체'를 운운한다고 그들을 이해하기는 어렵습니다.

▲경선파행을 다뤘던 8월27일자 한겨레 기사


민주당은 대선 경선 시작 전부터 '오픈 프라이머리'를 감동으로 이끌어 12월 대선까지 끌고 간다는 전략이었습니다. 이런 전략은 모두가 동의했습니다. 어차피 민주당 경선이 잘되지 않으면 12월 대선의 정권교체는 물 건너가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말로만 감동과 흥행을 위한 노력이 아닌 몸으로 직접 보여줬어야 합니다.

그러나 경선파행을 통해 국민에게 보여준 모습은 '멘붕'이었고, 새누리당과 조중동 같은 하이에나에게 '나 물어뜯어 먹어라'고 바친 형국이 됐습니다. 경선파행의 잘잘못을 떠나 저는 그 방식을 말하고 싶습니다. 울산 현장에서 제가 생각했던 것은 경선 현장에 와서 왜 지도부와 함께 논의를 하지 않았느냐는 점입니다.

실제로 울산 경선 현장에 각 후보들이 참석해서 경선룰과 모바일 투표 방식을 합의해서 추후 경선을 다시 새롭게 진행하겠다는 발표를 했다면 모양새는 더 좋았으리라 봅니다.

우리는 감동이 누군가의 강요로 인해서 생겨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저는 2002년 민주당 광주 경선에서 노무현 후보의 승리보다, 개표 결과가 나올 때 정동영 후보가 노무현 후보에게 건넸던 악수를 더 기억합니다. 누가 됐든 경선의 감동을 주기 위해서는 주자들 모두가 그 안에서 함께 노력해야 합니다.

감동과 흥행은 한 사람만이 노력해서 될 문제가 아닙니다. 당 지도부와 각 후보자들이 노력해서 국민에게 보여줘야 합니다. 그렇다면 다시 돌아가 과연 현재의 민주당은 경선에 감동과 흥행을 주기 위해 무슨 노력을 했는지 묻고 싶습니다. 그 흔한 연예인을 동원해 사회를 보는 것도 아닌, 딱딱하고 고루한 옛날 방식의 전통적인 경선대회를 치르고 있습니다.

2012년 민주당 대선 경선이 지난 대선 경선과 달라진 점은 모바일 투표 방식과 오픈 프라이머리에 있습니다. 이제 방식이 바뀌었으니 많은 국민이 참여하고 감동이 오고, 흥행이 대박 난다고 착각하고 있습니다.

국민은 멀티미디어 시대에서 자극적이고 더 새로운 것을 찾는 사람들로 변했습니다. 그런데 단순히 민주당 경선이 오픈 프라이머리로 진행된다고 참여하라고 강요합니다. 부족하고, 말뿐인 잔치로 보일 뿐입니다. 시청률이 떨어진다고 자극적인 화면 구성을 하라는 것이 아닙니다. 노력하고 변화되어야 합니다.

'정권교체'를 이루기 위해 감동과 흥행으로 경선을 치르겠다는 민주당이 준비되었는지 스스로 반문해보고 남은 경선이라도 바꿔야 합니다. 시대가 변했는데 정당 정치는 항상 그 자리에 머물러 있습니다. 후보자와 지도부가 머리를 맞대고 새롭게 뼈를 깎는 아픔으로 다시 생각해야 합니다.

' 우리의 적이 누구인지 아직도 모르고 있는 사람들'

대한민국 야당인 민주당을 왜 사람들이 지지하고 있을까요? 그들이 잘나서? 인물들이 훌륭해서? 객관적이고 냉철하게 판단하면 부족합니다. 대한민국 국민이 그들을 지지하는 이유는 새누리당과 보수 세력이 정권을 장악하면 그 결과가 뻔하기 때문에 민주당을 지지하고 있을 뿐입니다.
 
그렇다면 민주당이 그들을 지지하는 국민의 요구를 들어주고 대한민국 정치판을 움직여야 합니다. 그런데 국민의 요구는 건너 뛰고 정치판만 움직입니다. 그러다 보니 국민은 실망감이 증폭되고 신뢰성까지 잃게 만듭니다.




2002년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 연설에서 노무현 후보는 장인의 좌익 경력을 공격하는 한나라당과 조중동을 향해 '아내를 버려야 대통령 후보가 될 수 있느냐'는 말을 했습니다. 당시 한나라당과 조중동은 민주당 경선을 헐뜯고 폄하하고 있었습니다. 이유는 뻔합니다. 정권교체를 위해 온갖 모략과 언론을 동원해서 민주당 경선을 방해하려고 했습니다.

묻지마 살인의 원인이 민주당이라는 막말을 했던 이한구 원내대표는 민주당을 향해 급진좌파,종북주의자라는 말을 했던 사람입니다. 그랬던 사람이 이제는 온몸을 던져서 대선 승리를 위해 뛰겠다며 박근혜 후보 대통령 만들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이한구 원내대표만이 박근혜 대선 승리를 위해 노력하고 있을까요?

언론의 민주당 경선보도는‘무시·축소· 부정적으로’  (김성재)
민주당 대표 경선 보도, 언론 ‘음흉한’ 속내 엿보인다 (류정민)

대한민국 언론과 특히 조중동은 민주당 경선을 난도질하려고 식칼을 들고 서 있습니다. 그런데 민주당 경선을 운영하는 지도부와 후보자들은 자신을 그대로 식탁에 올려 먹으라고 몸을 바치고 있습니다. 예전 민주당 대표 경선 때부터 이런 언론의 문제점은 대선 경선에도 예외 없이 적용될 것이라고 예견됐지만, 그에 대한 대책은 하나도 없습니다.

지금 민주당 경선은 외부의 적이 너무 많습니다. 그런데 외부의 적이 쳐들어오고 있는데 민주당은 아직 싸울 준비도 허술하고,누가 싸울지도 결정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유리한 고지를 위해 부지런히 행군해도 모자를 판에 군장 메고 걸을 준비도 못 하고 있는 모습은 적에게 나 쏴 죽이라고 온 몸을 내던지는 꼴입니다.

정치블로거로 정치판의 문제점을 직시하고 비판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오늘 이후로 민주당 경선의 문제점만은(분석과 예측은 해야죠 ^^)  경선이 끝날 때까지는 거론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불이 났을 때 초기 진화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목숨과 재산이 유지된다.

지금 야권은 불이 나서 언제 폐허로 변할지 모르는 상태입니다. 민주당 지도부와 경선에 참여한 후보자들은 이런 위기감을 제대로 인식해야 합니다. '정권교체'가 말로 해서 이루어질 것 같았으면 대한민국은 독재도,군사정권도 들어 설 수도 없고, 제대로 된 민주주의가 더 빠르고 확실하게 자리 잡을 수 있었습니다.

아직도 늦지 않았습니다. 말로만 흥행과 감동을 주는 경선이 아니라, 민주당 지도부와 후보자 모두가 총력전을 펼쳐야 합니다. 이제 후보들간의 네거티브 공세가 아니라, 자신이 대통령 후보가 됐을 때 어떻게 새누리당과 싸울지를 보여줘야 합니다.

민주당과 후보자들은 하루빨리 착각과 오만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국민이 무엇을 원하는지 깨닫고 변해야 합니다. 새누리당을 비판해도 그들이 정권을 장악하기 위한 노력만큼은 인정합니다. 그만큼 그들은 정권장악을 위해 노력하는데, 왜 민주당과 후보자들은 말이 아닌 몸을 바칠 생각을 하지 않고 있습니까?


대다수 국민이 민주당 대선 경선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들을 말로 끌어들일 생각을 하지 말고 몸으로 보여줘야 합니다. 앞으로 10번의 경선이 남아 있습니다. 과거의 모습을 버리고 이 10번의 경선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합니다. 이번 민주당 경선은 단순히 대통령 후보를 내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민주당의 존재 여부가 달려 있다고 봅니다.

정권교체를 위해 뒤집자는 오픈 프라이머리가 민주당이 뒤집히는 계기가 될 수 있음을 깨달아야 합니다. 과거 정당정치의 문제점이 바뀌는 새로운 역사를 쓰려면 민주당의 모든 사람들이 자기 생각을 뒤바꾸는 진정성과 개혁을 이번 경선에서 보여줘야 합니다.

저는 믿습니다.
민주당 경선을 바라보는 국민의 간절한 염원에 결국 그들이 바뀔 수밖에 없음을.
그리고 그 염원이 민주당 경선에 더 많은 사람들이 참여할 것이라는..
그래서 기대하고 있습니다.
제대로 대한민국의 정치가 뒤집히는 12월19일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