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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문재인 제주 경선 47초 퉁치기와 울산 경선


 


민주당 대선후보 선출을 위한 제주 경선이 어제 끝났습니다. 제주 경선에서는 문재인 후보가 제주지역 선거인단 총 유효투표 2만 102표 가운데 59.8%인 만2천23표를 얻어 1위를 차지했습니다.

이번 제주 경선의 결과를 놓고 보면 이변은 없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오픈 프라이머리로 바뀐 방식을 통해 일반시민이 대거 참여했다는 사실은 이제 조직력보다는 시민의 지지층을 누가 더 확보하고 받느냐에 따라 1위 여부가 결정된다는 점을 입증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개표 결과를 보면 대의원 투표에서는 조직력이 강했던 김두관 후보가 71표를 뒤를 이어 손학규 후보가 52표를 득표했습니다. 이에 반해 문재인 후보는 21표밖에 얻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반대로 모바일 투표에서는 문재인 후보가 2,3,4위를 다 합친 숫자인 8,056표보다 훨씬 많은 12,023표를 얻었습니다. 이것은 모바일을 통한 시민 선거인단에서 문 후보가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또한 현장 투표소 투표도 301표를 획득함으로 대의원 투표를 제외한 투표에서도 문재인 후보의 득표율이 타 후보보다 높다는 사실은 정당의 조직표가 그리 많은 힘을 얻지 못했다는 사실을 입증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모바일 투표의 오류?'

제주 경선 모바일 투표가 완료됐던 어제 새벽에 모바일 투표 관련 오류가 발생했었습니다. 박준영 후보가 사퇴함으로 5명의 후보가 아닌 4명의 후보가 데이터를 도출하는 과정에서 비롯된 기술적인 오류였습니다. 새벽에 부랴부랴 각 후보 대리인들이 나와 중앙선관위와 기술진들의 설명을 듣고, 경선을 그대로 진행하기로 합의했습니다.

그런데, 제주 경선이 끝나고 난 뒤에 손학규,김두관,정세균 후보 측은 투표율이 낮은 이유가 모바일 투표에서 기호4번까지 모두 듣고 투표하는 방식에 문제가 있지 않았느냐는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모바일 관련 부분은 기술적인 문제이기에 4번까지 듣고 투표를 해야 하는 방식이 옳으냐 그르냐를 논의할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투표율과 관련해서는 솔직히 이해할 수 없습니다.


투표소 투표를 보도록 하겠습니다. 현장 투표를 신청했던 사람은 3174명 이었고, 실제 투표인수는 608명으로 투표율은 불과 19%밖에 안 됩니다. 제주가 전통적으로 투표율이 높은 과거를 놓고보면 굉장히 낮은 투표율입니다. 어제 저도 직접 현장 투푤르 했지만, 현장 투표에서 무효나 투표가 잘못될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본인 확인과 지문인식, 전자 카드를 통한 투표 과정은 제가 봐도 거의 완벽한 수준에 가까웠습니다.

투표율 때문에 의심된다는 가정은 투표소 투표율만 봐도 그리 제대로 된 의혹 주장은 아니고, 또 이런 일로 경선에 불참하겠다는 말이 나오는 것은 일반 시민은 물론이고, 민주통합당의 대선 경선을 바라보는 국민에게 실망감을 안겨줄 뿐입니다.

' 47초 퉁치기, 왜 일어났을까?'

어제 제주 경선에서는 후보자들이 각각12분씩 연설을 하기로 했습니다. 추첨으로 손학규,문재인,정세균,김두관 후보 순으로 진행되는 연설은 10분에 한번 11분에 두번 12분에 마이크를 끄는 정확한 시간 배분으로 사전에 약속됐습니다. 그런데 어제 문재인 후보의 연설이 원래 시간인 12보다 1분 가량 빨리 종이 울리고, 마이크가 꺼지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47초가량 더 빨리 종이 울린 것입니다. 이것을 놓고 일부러 문재인 후보를 공격하기 위한 것이 아니냐고 했지만, 제가 옆에서 정확하게 보고 있었기 때문에 그것은 어떤 오류에 불과합니다.


단상에는 후보자들이 보는 모니터가 하나 있습니다. 그리고 여기에 케이블을 연결해서 단상 아래 컴퓨터에는 타이머가 작동되는 노트북이 있습니다. 진행요원이 노트북에 있는 타이머를 보면서 시간이 경과되는 시점에서 벨을 치게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이 타이머가 작동하는 노트북이 잠시 오류가 나서 진행요원이 생각보다 빨리 벨을 친것입니다.

(원래 후보자 동영상을 보고 난 뒤에 연설이 시작되어야 하는데 동영상이(30초가량) 시작되자마자 타이머를 누른 듯 합니다)


앞서 손학규 후보도 3분이 남은 상황에서 벨을 울렸고, 이것은 단순히 진행요원의 실수일 뿐입니다. 어떻게 자신할 수 있느냐고요? 어제 인터넷 생중계를 하고 있는 제 옆에서 벨을 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계속 벨을 갖고 장난쳐서 제가 이럴 줄 알았다는 말까지 했으니까요.

진행상의 오류일뿐 그 어떤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고 생각합니다. 문재인 후보 측에서 어떤 일이었느냐고 진행요원에게 문의했지만, 단순한 실수로 밝혀지자, 그냥 47초 퉁치기로(?) 잘 마무리됐습니다. 마지막 1분 연설이 중요하기에 화가 났을 수 있었지만, 문제 삼지 않은 대인의 풍모를 보인 문재인 후보였습니다.

“못 배웠다는 이유로, 가난하다는 이유로, 빽이 없다는 이유로, 힘이 없다는 이유로 약한 사람이 억울한 눈물을 흘리는 사회, 공정한 사회가 아닙니다. 제가 바꾸겠습니다. 여러분, 함께 해주시겠습니까. 이 문재인이 요망지게 일 허쿠다. 하영 도와줍써” 

문재인 후보가 못했던 연설 뒷부분입니다. 요망지게 일 허쿠타 하영 도와줍써는 제주말로 "똑똑하고 야무지게 일 할테니, 많이 도와 달라"는 뜻입니다. 숫기없는 문재인 후보가 제주에 사는 저도 힘든 제주 사투리를 하려고 얼마나 연습했을까 생각해보면 정말 마음이 찡합니다.

'울산의 정치적 성향'

울산경선에 참여하는 시민은 모바일투표 선거인단 1만3,266명,투표소투표 선거인단 1,240명,권리당원 69명, 전국 대의원 223명 등 모두 1만4,798명입니다. 어제 제주 선거인단보다는 적지만, 그래도 울산 지역이 가진 민주당의 당세를 생각하면 그리 낮지만은 않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번 민주당 대선 경선 취재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앞으로 있을 대선의 지역별 구도를 몸으로 느끼면서 대선의 문제점과 방향을 짚어보려는 계획도 있습니다. 그래서 지역별 정치 성향과 과거 선거에서 나온 문제점도 함께 고민하려고 합니다.

▲ 19대 총선 울산광역시 당선자 명단


19대 총선에서 새누리당은 울산광역시 6개 지역의 국회의원을 모두 차지했습니다. 이는 진보정치 1번지라고 불리게 했던 진보벨트 중의 하나인 울산 지역의 민심이 어떻게 변했는지를 짐작할 수 있게 합니다. 노동자들이 밀집하여 진보적 성향을 보이고 있는데 울산북구에서조차 새누리당이 강세를 보였다는 사실은 사태의 심각성을 짐작하게 합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득표율과 정당지지율 추이를 보면 무조건 나쁘다고 볼 수만은 없습니다. 19대 총선에서 경남지역의 야권이 얻은 정당득표는 민주통합당 25.6%였으며, 전체적으로 야권은 36.1%를 얻었습니다. 18대 총선의 야권 24.5%보다는 크게 높아졌기 때문입니다.

18대 총선보다는 올랐지만 2010년 지방선거보다 낮아진 야권정당의 특성을 본다면, 울산 지역의 경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우리는 볼 수 있습니다. 진보성향의 울산을 이번 민주당 대선 경선을 시작으로 다시 예전과 같은 분위기로 이끌고 나가, 앞으로 있을 대선에서 경남 지역의 힘을 이끌어 내야 하기 때문입니다.

' 노동자표를 얻으려고 안간힘을 쓰는 대선 후보들'

울산은 노동자층이 많아서 이에 맞춰 대선 후보들도 노동자의 민심을 잡기 위해 여러 번 울산을 방문하기도 했습니다. 손학규 후보는 지난 6일 한국노총 울산지역본부를 방문했고, 문재인 후보도 7일 남구 석유화학단지내 플랜트 노조간부들과 간담회를 하기도 했습니다. 

울산은 지지세가 강한 문재인,김두관 후보의 득표가 높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특히 김두관 후보 측은 부산 3선 의원이자 대선 예비경선에 참여했던 조경태 의원을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영입하여 추가적인 힘을 낼 것으로 보입니다. 

사실 민주통합당의 대선 경선에서 울산은 양강구도를 3-4위 후보가 이겨낼 수 있느냐의 어려움이 있습니다. 여기에 선거인단이 다른 곳보다 적기 때문에 조직표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아마 울산은 지지도의 유지이냐 조직적인 지역세, 어느 편의 힘이 더 센가에 따라 투표 결과가 달라질 것으로 보입니다. 

'울산경선에서 1등 하면 대통령 후보가 된다?'

과거 울산경선을 살펴보면 아주 재밌는 결과를 볼 수 있습니다. 2002년 노무현 후보 캠프의 염동연은 울산에 살다시피 했습니다. 제주는 첫 번째 경선지역이라 이해가 됐지만, 당시 울산은 민주당 지역도 아니고 그렇게 많은 선거인단이 있지도 않았습니다. 

그러나 당시 노무현 후보 캠프의 이광재는 계속 울산의 중요성을 강조했고, 이는 노무현 후보가 민주당 대선 후보로 선출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습니다. 


제주에서 2위로 밀려난 이인제 후보는 울산에서는 3위로 밀려났고, 노무현 후보는 울산에서 1위를 차지하는 이변을 연출하기도 했습니다. 결국 제주를 시작으로 상승세가 올랐던 노무현 후보는 울산의 1위를 통해 '노무현'이라는 인물을 널리 알렸습니다.

2007년 제주,울산에서 치러진 대통합민주신당의 경선에서 1위를 했던 정동영 후보는 여세를 몰아 10월15일 대통합민주신당의 대통령 후보로 선출됐습니다.

이런 사연 때문에 울산에서 1위를 한 후보가 민주당의 대선 후보가 된다는 말이 나오고 있습니다. 물론 결선투표제가 시행되는 이번 민주당 오픈 프라이머리는 더 많은 변수가 작용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어찌 됐든 이런저런 모습을 통해 선거인단은 물론이고 보는 시민들은 경선의 즐거움과 긴장감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민주당 경선을 취재하면서 느낀 점은 정치는 뚜껑을 열어봐야 확실히 그 안에 숨긴 일들을 제대로 알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앞으로 경선이 어떻게 진행될지 모르겠지만, 오늘 울산으로 떠납니다.민주당 오픈 프라이머리 인터넷 생중계를 힘 닿는데까지 진행하면서, 민주당 경선의 뒷 얘기를 계속 하도록 하겠습니다.

트위터에@impeter701 또는 #민주당경선으로 글을 올려주시면 민주당 오픈 프라이머리 인터넷 생중계 중에 민주당경선과 대선, 정치 이야기를 함께 나누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