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정치

'문재인'을 '문제일'로 만든 SBS 힐링캠프


문재인 노무현 재단 이사장이 힐링캠프에 출연했습니다. 저는 지난 주 박근혜 한나라당 의원의 방송을 보면서 혹시나 하는 걱정과 우려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어제 힐링캠프의 문재인 이사장 편은 저의 불안감을 말끔히 해소시켜 주었습니다.

어쩌면 지난주 박근혜편이 문재인 이사장 편을 완성하기 위한 사전작업이 아니었을 정도로 문재인 이사장의 진실성과 인간적인 면, 그리고 정치입문의 당위성을 제대로 보여주었다고 저는 평가합니다.

도대체 어떤 부분이 문재인 이사장을 확실하게 보여주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 누군가에게는 퍼스트 레이디시절, 문재인에게는 고통의 시간

문재인 이사장과 박근혜 의원은 모두가 인정하는 경쟁 구도입니다. 대선주자는 물론이고, 정치계에서 큰 축을 이루는 사람들입니다. 그런 상황이라 힐링캠프에서도 박근혜와 문재인 이사장을 연속으로 방송했습니다.

그 두 사람을 비교할 수밖에 없는 방송이었는데, 문재인 이사장과 박근혜 의원의 젊은 시절 모습을 통해 두 사람의 비교는 큰 의미가 없어져 버렸습니다.


박근혜 의원이 청와대에서의 삶을 보여주었다면, 문재인 이사장은 그 시대의 아픈 우리의 역사를 보여주었습니다. 그가 지나온 삶이 당시 독재 정권에서 신음하던 우리의 삶이었고, 그런 고통의 삶을 만든 사람이 박근혜 의원 아버지 박정희였기에 박근혜와 문재인의 삶은 첨예하게 다를 수밖에 없었습니다.

어떤 이는 박정희를 아버지로 둔 박근혜의 잘못이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그녀가 아버지가 준 유산과 기득권을 포기하지 않았기에 독재의 그늘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고 저는 봅니다.

[현대사] - 장물 정수장학회를 알면 박근혜가 보인다.
[정치] - 박근혜,아직도 여왕처럼 살려고 하는가?
[정치] - 박근혜의 묵언수행과 300억 유산

정치인에게 과거는 벗어날 수 없는 인물평가의 잣대입니다. 그 잣대로 박근혜와 문재인을 비교한 결과, 문재인에게는 충분히 국민의 삶과 고통을 말할 수 있는 자격이 있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 면회 연애사, 가족의 아픔을 담담히 보여준 인간 문재인

어제 힐링캠프에서는 문재인 이사장의 아내가 화면에 잠시 보였습니다. 실제로 알려지지 않았던 문재인 이사장의 아내가 화면에 잡히는 모습을 보면서, 문재인의 정치 포커스와 그의 인간적인 삶이 적절하게 보여져 좋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구속,군대,사법고시 공부때문에 늘 문재인의 면회만 다녔던 그의 아내,
처가 식구들 앞에서 권총을 들이댄 경찰에 의해 수갑채워 잡혀간 문재인
가난한 살림에서 자신을 키웠던 어머니를 호송차에서 볼 수밖에 없던 모습


그의 삶을 보면서 참으로 기구하면서 가족고생을 시켰던 몹쓸 사람이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그러나 그의 삶을 지탱해준 아내의 모습이 잠깐씩 화면에 비출 때마다 첫사랑 남편을 밝은 미소로 보는 그녀는 참으로 행복해 보였고,아름답게 보였습니다.

정치인에게 아내는 정치인을 망하게도 흥하게도 할 수 있는 중요한 존재입니다. 그런 면에서 문재인의 아내는 앞으로도 그가 어떻게 앞으로 나갈지 모르지만, 항상 옆에서 그를 위해 미소를 지어줄 수 있는 인물로 보였습니다.

■ 깔대기와 까대기를 동시에 펼친 문재인 신공

문재인 이사장이 출연한다고 했을 때 제일 걱정했던 부분이 바로 그가 과연 예능 프로그램에 나와서 정치 현안을 어떻게 쉽고 재미있게 그러나 예리하게 말할 수 있을지였습니다. 하지만 어제 방송에서 이런 걱정은 한낱 기우에 불과했습니다.


문재인 이사장은 특전사 출신으로 '폭풍간지'라는 별명이 있습니다. 그 별명이 왜 주목받을 수밖에 없는가는 이명박 정권에서 대부분의 고위 공직자들이 군대에 가지 않았던 현실 때문입니다.

그는 자신이 특전사 출신임을 자랑스러워하면서 힘든 군대에 갔다는 자만심보다는 남들이 다 가는 군대에 가지 않은 MB정부의 도덕성을 은근히 비판했습니다. 어쩌면 이런 그의 모습을 통해 지금 이명박 정부의 인물들이 왜 국민에게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문재인 이사장은 노무현 대통령의 최측근이었지만 비리가 하나도 나오지 않았던 인물입니다.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에 대해 의심을 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몇 가지 에피소드를 보면 모두들 수긍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청와대 재직기간에 아예 동창회를 가지 않았던 사연
아내에게 청약통장을 당장 해약하라고 소리쳤던 일
- 조그만 집을 보유했지만, 아파트를 가고 싶었던 아내 입장에서는 ㅠㅠ
남들에게는 청와대에 있는 것이 영광이었겠지만, 본인에게는 떠나고 싶었던 장소

문재인을 왜 좋아하느냐고 묻는 사람에게 과연 이렇게 깨끗한 사람을 정치인 중에서 찾기가 쉬우냐고 저는 반문합니다. 방송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중고 자동차를 끌고 다니고, 사법고시를 공부하면서도 예비군 훈련을 받기 위해서 주소를 옮긴 그런 면면에서 저는 그가 원칙과 책임을 다하는 인물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자신이 했던 일에 대한 자부심과 원칙을 보여준 방송은 그의 인간성이 여타의 정치인들과 다르다는 모습을 확실히 보여주었습니다.

■ 정치가 두려운 문재인, 그러나 용기를 낸 문재인

문재인 이사장이 왜 정치를 하지 않느냐는 조사를 한 적이 있었습니다. 가장 원초적인 이유는 그가 정치권력을 좋아하지 않는 '자유인'이라는 사실이었고, 둘째는 노무현 대통령을 옆에서 보면서 얼마나 정치가 두렵고 고통스러운지를 봤기 때문이었습니다.


문재인 이사장이 정치를 두려워하는 이유 중의 가장 큰 이유는 원칙을 지키며 정치를 하는 것이 대한민국에서 어렵기 때문이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원칙을 지키면서 정치를 하려고 했지만 결국 탄핵을 받는 대통령이 되었고, 마지막을 죽음으로 끝냈기 때문입니다.


'노무현의 그림자','노무현의 친구 문재인'라는 별명도 있지만 나서기를 좋아하지 않는 그의 품성을 아는 노무현 대통령은 그를 향해 '문재인의 친구 노무현'이라고 불렀습니다.

처음 신참 변호사를 동등하게 대했던 노무현 대통령과의 만남을 통해 그는 사람을 만났고, 그 사람과 오랜 시간을 함께 달렸습니다. 그와 노무현 대통령에게는 남자들 사이에서만 느낄 수 있었던 끈끈한 의리와 정,그리고 세상을 함께 갈 수 있는 동반자라는 둘만의 교감이 있었을 것입니다.

문재인 이사장은 노무현 대통령이 살아 있었다면 결코 정치하지 않았던 인물입니다. 그러나 지금 세상은 그가 나올 수밖에 없게 만들어졌고, 그는 용기를 내서 그토록 싫어하던 정치를 시작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의 유서와 그의 사진을 수첩에 넣고 다니는 문재인 이사장의 마음은 어떠할까요? 그가 노무현 대통령의 후광을 등에 업고 그저 금배지를 얻고자 하는 생각일 뿐일까요?

문재인에게 남아 있는 것은 노무현의 추억이 아니라, 그가 보여주었던 원칙을 지키며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만들고 싶다는 노무현 대통령과의 운명일 것입니다.

어쩌면 문재인 이사장이 정치하기 원했던 사람들은 반성과 책임을 져야 할 것입니다. 문재인 이사장은 '정치하기 전까지는 당신들의 책임이지만 결심한 이후에는 나의 책임이다'라는 말로 자신의 앞길을 이제 홀로 나가려고 합니다. 그런 그를 어찌 외롭게 그리고 누군가처럼 보낼 수 있겠습니까?

[정치] - '문재인 대통령 만들기'이제 홀로 시작하려고 합니다.


옥에 티인지, 아니면 깨알같은 웃음을 끝까지 주려고 하는지 몰라도, 어제 '힐링캠프'에서 벽돌 격파를 못한 대가로 검지에 깁스와 손등에 피멍이 들었다는 문재인 이사장을 보면서 안쓰럽기도 하고 웃음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정치 포스팅을 쓰다보면 여야를 가릴 것 없이 참으로 많은 문제를 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그 가운데 문재인 이사장을 볼 수 있고, 그에 대한 글을 쓴다는 것은 참으로 행복하다는 생각을 하기도 합니다.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세상
무관심한 정치에 관심 있게 만드는 사회
국회의원이 정당 지도부보다 국민의 눈치를 보게 하는 정치

이 모두를 만들 수 있는, 믿음직한 사람을 만나니 너무 즐거웠습니다.
문재인이라는 인물을 총선에서 볼 수 있으니 어찌 기쁘지 아니하겠습니까

(이 포스팅은 왜인지 모르지만 삭제돼서 다시 글을 작성하고 올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