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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MB는 왜 토론회에 '엠바고'를 걸었을까?



이명박 대통령이 3월12일 '한국신문방송편집협회'가 주최한 ‘대통령과 편집·보도국장 토론회’에 참석했습니다. 대한민국의 전국 언론사 편집·보도국장 50여명이 참석한 이 자리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자신의 임기말 국정운영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내비쳤습니다.

청와대에서 올린 토론회 정리본을 읽으면서 끝까지 이명박 대통령다운 화법만 구사하는 것을 느꼈습니다. 언론사 편집·보도국장들이야 어려운 말로 대통령의 말을 정리했지만, 저는 일개 블로거답게 대통령의 말을 풀어보겠습니다.

'국민에게 했던 대통령 선거 공약은 다 어디로 갔나?'

 이번 토론회는 2007년 열렸던 세미나에서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는 대통령이 되면 다시 참석하겠다고 약속했고, 그것을 지킨 토론회라고 합니다. 이런 약속에 대해서 이명박 대통령은 이렇게 서두를 시작했습니다.

"2007년 5월 경선후보 때 약속을 했는데, 아무리 선거가 급하더라도 공약은 함부로 하면 안 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대통령으로서 우스갯 소리로 했던 말이지만, 이 말을 듣는 필자는 가슴이 콱 막혔습니다. 언론사 편집,보도국장에게 대통령 당선되면 토론회에 참석하겠다는 약속을 지키고 선거 공약이 무서운 분이 왜 자신이 대통령 선거에서 국민에게 했던 말들은 안 지키는지 도통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 747공약 ⓒ 이명박


747공약을 비롯한 복지, 반값등록금 등 실제 국민에게 필요한 공약은 대부분 실패했습니다. 그러나 그가 끝까지 주장했던 4대강 사업 관련 공약은 아주 충실히 지키고 있습니다.

경제 대통령이라고 믿고 뽑았던 사람들에게 경제적 혜택을 안겨 준 곳은 재벌과 토건족, 그리고 친인척과 부자들이었다는 사실에 국민은 화가 나 있는데, 대통령은 선거 공약 무서움만 알지, 국민 무서움은 모르고 웃기만 합니다. 

' 부분적 언론 자유국, 세계 70위 언론 자유 하위국'

이명박 대통령은 탈북자 북송문제와 관련한 질문에 이렇게 답변을 시작합니다.

"우리가 이만큼 살게 되고 국격이 높아지고 일류국가의 문턱에 와 있는 국가라고 하면 이 인권이라든지, 인류 보편에 대한 가치에 대해 중심을 얼마만큼 두느냐 하는게 굉장히 중요한 시기입니다. "

우리 대통령은 국격이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합니다. G20는 물론이고 어떤 사안마다 우리의 국격이 높아졌다고 주장하는데, 저는 이런 국격이 높아졌다는 말에 선뜻 동의하기가 어렵습니다. K-POP이 인기가 있다고 대한민국 국격이 높아진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일류국가를 강조하시는데 이명박 정권에서 일류국가라는 표현은 엉뚱한 곳에 잘 써먹습니다. 지난 '세종시 수정안'을 국회에 제출하면서 '선진일류국가 전진기지'라는 표현을 했는데, 세종시를 원안대로 하면 일류국가가 아닌 이류국가였을까요?

▲ 일본은 언론자유국가,한국은 부분적 언론 자유국으로 발료한 2011 언론자유 보고서 ⓒ 프리덤하우스


1980년 군부독재시절 '부분적 언론 자유국'을 거쳐 1990년 '언론자유국'이 되었던 대한민국이 2011년에 '부분적 언론 자유국'이 되었습니다.

인권과 민주주의는 밀접한 관계가 있는데 인권,자유 감시 단체인 '프리덤하우스는 "한국은 그동안 ‘자유국’ 그룹의 하위에 머물렀으나 이번에 강등됐다.이는 정부의 검열 증가와 함께 언론매체의 뉴스와 정보콘텐츠에 대한 정부 영향력의 개입이 확대된 데 따른 것이다. 최근 몇 년간 온라인상에서 삭제되는 친북 또는 반정부 시각의 글이 늘었고, 정부가 언론인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대형 언론사의 고위직을 받은 이명박 대통령의 동료들과 함께 대형 방송사의 경영에 개입해 왔다."라며 대한민국의 인권 언론 수준이 낮다고 평가했습니다.


탈북자 북송 문제가 왜 대중적 관심을 끌지 못할까요? 국민 대다수가 볼 때에는 북한 인권보다 대한민국 인권이 더 시급하기 때문입니다.

우리 대통령만이 언론탄압도, 언론통제도 안 하신다고 하는데 왜 KBS,YTN,MBC 3사가 파업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고 있을까요?

"국민의 볼 권리 이런 데 대해서 서로 협력해서 회사 스스로 빨리 해결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라는 대통령은 그저 국민이 군부독재시절처럼 예능프로,스포츠 프로만 보여주면 그만인 수준으로 착각하고 있나 봅니다.

국민은 진실을 알 권리가 있고, 자신의 이야기를 말할 권리가 있습니다.

'퇴임 후가 걱정이신 대통령, 박근혜 위원장을 칭찬하다'

이명박 대통령은 박근혜 대세론과 한계론'에 대한 질문에 '대세론은 들어 봤어도 한계론은 들어본 적 없다, 유망한 정치인이다. 우리나라에 그만한 정치인 몇 없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정치인, 특히 대통령의 발언 한마디는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앞서 생각하는 언론도 많겠지만, 어쨌든 이명박 대통령이 박근혜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을 칭찬하는 말은 아주 오랜만에 듣습니다.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경선부터 치열한 싸움을 벌였던 두 사람은 이명박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더욱 사이가 벌어졌습니다. 친이, 친박으로 나누어져 벌였던 기나긴 공방이 어쩌면 이 한 마디로 종결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박근혜측이 BBK 김경준씨의 입국을 종용했다는 주장이 터져 나오는 시점에서, 2년 전에 썼던 포스팅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이 박근혜 죽이기로 살 길을 모색했다는 글이 떠올랐습니다.

[정치] - 이명박,망명대신에 박근혜 죽이기 시작.

당시에는 친이계가 박근혜를 몰아낼 것으로 봤는데, 지금은 완전히 박근혜 대세론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명박 대통령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겠습니까? 바로 납작 엎드리는 일밖에 없습니다. 아마 지금 퇴임 이후를 생각하며 물밑 작업이 순조롭게(?) 이어질 것입니다. 그거라도 하지 않으면 어떻게 마음 편히 잠을 잘 수 있겠습니까?

살길 위해 정적과 다시 손 잡는 이명박 대통령의 모습이 왠지 추해 보이기까지 합니다.

' 속이 훤히 들여 보이는 대통령의 꼼수'

이명박 대통령이 '한국신문편집인협회' 초청 토론회가 열리는 3월12일 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도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가 여렸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은 야당대표가 생중계로 토론회를 갖는 같은 시간 이명박 대통령은 엠바고를 걸고 토론회를 열었습니다. 무슨 대단한 일이라고 엠바고까지 걸면서 토론회를 했을까요?

엠바고를 거는 경우

*중요한 사항이지만 내용이 복잡해 보충취재가 필요할 때 보도를 유예한다.
*뉴스 가치가 높은 사건이 일어나는 것은 확실하지만 정확한 시점만 모를 때 불확실한 내용의 보도로 수용자들을 혼란시키지 않기 위하여 보도를 유예한다.
* 비록 잘 아는 내용이라도 안보나 공익과 관련된 사항일 경우 보도를 유예한다.
* 해외 공관장 이동이나 상대방 정부와 동시에 발표하는 사안일 경우 보도를 유예한다.
* 취재원이 정기적으로 발표하는 자료는 미리 입수하더라도 취재원이 공식적으로 발표하기 전에는 보도하는 않는 것이 관례이다. 국무회의나 차관회의 자료가 여기에 속한다


이번 이명박 대통령의 ‘대통령과 편집·보도국장 토론회’에는 언론인이 모인 자리이며, 그들을 총선 전에 만나 토론회를 한다는 것은 아주 중요한 의미 중의 하나입니다. 쉽게 말해서 총선을 한 달 앞두고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한 것입니다.

대통령과 편집·보도국장 토론회 정리본 전문보기

이명박 정부 들어서 쓸데없는 일에 엠바고가 늘었습니다. 엠바고는 필요합니다. 그러나 이런 일까지 엠바고를 거는 정당한 이유를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혹시나 야당대표의 관훈토론 생중계에 민폐를 끼칠까봐서? 그랬다면 일정을 바꾸었을 것입니다.

대통령의 행보 하나하나가 즉흥적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볼 때, 우리는 이런 대통령의 모습이 은근 옹졸해 보이기까지 합니다.


야권통합과 반MB정서관련 정서에 대해 이명박 대통령은 "물론 야권통합이다 반MB정서가 있다 했지만, 다 국민이 판단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내가 뭐라고 이야기할 순 없지만, 국민의 의식 속에 건강한 판단이 있을 것이다 생각하고 있습니다."라고 답변했습니다.

토론회에 갔다 온 기자의 말을 빌리면 이명박 대통령은 자신감이 넘쳤다고 합니다. 그러나 얼마 안 있음 그런 자신감이 얼마나 '허장성세'였는지, 국민이 얼마나 올바른 판단을 할 지 똑똑히 볼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