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여러분에게 김태희,조인성처럼 만들어 주는 성형수술을 지원한다고 하면 어떤 생각이 드십니까? 공짜라면 해보고 싶습니까? 어떤 대형백화점이나 성형외과에서 나온 이벤트가 아닙니다. 대학민국에 존재하는 대학교 총학생회 선거를 앞두고 나온 선거 공약입니다.
전주 우석대 총학생회 선거에 나온 비운동권 '누네띠네' 선거운동본부에서는 '성형수술 지원'이라는 공약을 내세우며 선거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그들이 밝힌 성형수술 지원 배경에는 심각한 취업난에 외모 지상주의가 판치는 세상이라 취업을 위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반값등록금' 투쟁을 전면에 내세운 '반값습니다' 선거운동본부와 사뭇 다른 누네띠네 선본에 대한 학생들의 반응은 냉담했습니다.
"우리 학교 등록금이 타 학교에 비해 비싸서 6학기 내내 대출을 받아 빚이 3천만 원이 넘는다,심각한 등록금 문제를 놔둔 채 한가하게 성형수술 타령이나 하는 것을 보고 그냥 공약자료집을 덮어버렸다"
총학생회의 선거 공약은 과거 운동권에 몰렸던 상황과는 많이 다릅니다. 그래서 요새 대학 총학생회 선거를 보면 현실적이면서도 당장 자신들의 피부에 와 닿을 수 있는 공약들이 많이 등장합니다.
서울과학기술대처럼 취업에 필요한 토익,텝스 어학시험 응시료 지원은 물론이고, 무료 건강검진, 네이아트,비데 설치,졸업여행 지원 등 화려하고 학교생활을 편리하게 만드는 공약들이 수두룩합니다.
그런데 중요한 사실은 저런 공약들은 모두 돈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성형수술 비용,어학시험 응시료와 무료 건강검진, 그리고 비데 설치,네일아트 할인 등도 전교생을 대상으로 한다면 총학생회라는 대학생들이 감당하기에는 엄청난 비용이 소요됩니다.
도대체 총학생회는 어떻게 저런 비용을 만들 수 있기에 선심성 공약을 거침없이 내세울까요?
총학생회는 대학 내 수천 명의 학생 생활 전반에 걸친 활동을 전개할 엄청난 파워가 있습니다. 그래서 많은 거래 제안이 옵니다. 현수막 설치부터 교지 광고, 세미나 및 특강 후원, 전교생 대상 홍보 요구 등등. 그런데 이런 거래가 그냥 이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병원,사업체에서는 성형수술 비용을 지원하는 대신에 병원 홍보를 총학생회가 맡아서 하고, 총학생회는 이런 거래를 선심성 공약으로 활용합니다.
문제는 이처럼 무료 성형수술 비용을 지원한 병원에서 가만히 있겠습니까? 무료 성형수술 비용을 투자한 만큼 다른 학생들을 이용한 매출 증가를 노릴 것이고, 이에 따라 학생들은 단체 손님이라는 이유로 저렴한 서비스를 받는 일도 발생합니다.
대학교 총학생회 선거는 정치인 선거처럼 혼탁하고 문제가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고대 총학생회 비리에 대한 비난 현수막 ⓒ 고재열의 독설닷컴
총학생회에 대한 스폰서 의혹은 늘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홍보를 대가로 총학생회에 지급되는 커미션과 지원비용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이런 이유로 총학생회를 바라보는 학생들은 불신을 하고 있으며, 총학생회 선거는 늘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이런 스폰서 의혹뿐만 아니라, 대학 측에서는 자신들의 사학비리를 비판하는 출마자에 대한 탄압도 서슴지 않고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2009년 이화여대 총학생회 선거 기간에 나온 '리얼이화' 출마자들의 후보자 박탈과 삭발 사태 ⓒ 블로거 파르티잔
지난 2009년 이화여대 총학생회 선거에 출마한 '리얼이화' 선본은 선거운동 시작 이틀 만에 경고 3회,후보 자격 박탈에 항의하는 삼보일배와 삭발을 감행했습니다. 젊은 여학생들이 자신들의 머리를 삭발하고 추운 아스팔트 바닥에 머리를 조아리는 모습은 마치 세상 밖으로 나오지도 못한 병아리가 온몸이 땅에 내동댕이 치는 장면과도 같습니다.
저는 성형수술 비용을 지원한다는 총학생회를 비난하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이 땅의 젊은이들이 어른들의 잘못된 모습을 보고 그대로 따라 하거나, 사학재단이 자신들의 부끄러움을 감추기 위해 학생들을 이용했기 때문입니다.
'이상과 꿈을 좇기에는 너무 힘든 현실,그래도...'
자신의 목숨을 바쳐 대한민국의 민주화를 위해 투쟁했던 대학생과 취업을 위해 성형수술지원을 좋아하는 지금의 대학생을 비교한다고, 누가 옳은지 그른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오히려 취업난과 등록금 때문에 몸 고생,마음 고생을 하는 우리의 젊은이들이 더 불쌍할지도 모릅니다.
대학이 진리를 탐구하는 장소가 되지 못함을 어른들이 반성해야 하고, 이 사회가 그들에게 먼저 잘못했다고 말해주어야 합니다. 이상과 꿈보다 당장 현실에 목이 멘 대학생들에게 미안함과 그래도 젊은 나이와 대학 시절에만이라도 이상과 꿈을 잊지 말고 살아달라는 부탁을 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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