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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촛불시위 찬성하면 국가 자격증도 못 딴다?


요새는 면접에 심층면접,압박 면접, 산행 면접, 생맥주 면접 등 다양한 면접 방법이 동원되고 있습니다. 이런 면접을 통해서 응시자의 다양한 개성과 능력을 찾아내고, 순간 대처 능력을 파악해서 유능한 인재를 채용하고자 합니다.

그러나 이런 면접 방식이 모두 옳은 것만은 아닙니다. 실제로 과도한 압박 면접은 성희롱과 비도덕적인 일들을 초래하기도 했습니다.

면접이라는 것은 어떤 응시생의 능력과 개성을 파악하는 목적으로만 사용해야지, 인간의 자유를 억압해서는 결코 안 됩니다. 그것은 대한민국에서는 표현과 사상의 자유가 엄연히 존재하는 나라이기 때문입니다.

제20회 국가공인 노무사 자격증 시험에 때아닌 '사상검증' 면접이 이루어져서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도대체 어떤 식의 사상검증이 면접에서 이루어졌는지 알아보겠습니다.

■ 시사문제? 아니면 사상을 엿보기 위해서?

공인노무사 시험은 1차 5과목 (노동법1, 노동법2, 민법, 사회보험법, 선택과목)과 2차 4과목 (노동법, 인사노무관리론,행정쟁송법,선택과목)을 패스한 수험생에게 3차 면접시험을 진행합니다.

그런데 이번 2011년도 국가공인노무사 시험의 3차 면접에는 다음과 같은 질문이 쏟아졌습니다.

1.천안함사건 어떻게 생각하나?
2.쇠고기 촛불집회 어떻게 생각하나?
3.이명박정부 국정기조 따뜻한사회란 무엇인가?.

면접관이 수험생에게 이런 질문을 던진 것은 시사 문제라고 우길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면접관이 질문과 함께 내뱉은 말들을 보면 '사상검증'이라고 밖에 할 수가 없습니다. 공인노무사 시험 관련 카페에 올라온 면접 후기를 정리해보면.

▶ 면접관:면접관이 천안함 사태에 대한 견해를 말해보라
▶ 면접관:당신의 국가관이 뭐냐’
▷ 수험생:굉장히 민감한 질문인데, 정부의 발표에도 불구하고 저는 의혹이 아직 있다.
▶ 면접관:내가 이 질문을 한 의도는 공인노무사를 뽑을 때 국가에 해가 되는 사람을 뽑지 않기 위함인데, 정부 발표를 못 믿겠다는 거냐

수험생:(당황하며)대한민국 국민이기에 정부 발표도 어느 정도 수긍한다

천안함에 관련 질문을 던지면서, 그 사람의 생각을 읽을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정부 발표를 강요하는 것과 정부발표를 믿지 않는 사람은 국가에 해가 된다는 논리는 마치 '사상검증'을 통해 반국가 성향의 인물은 합격시키지 않겠다는 모습과 다를 바가 없었습니다.

▶ 면접관:2008년 광우병과 관련해 언론에서 왜곡보도한 것이 밝혀졌고, <피디수첩>은 이에 대해 사과한 바 있는데 광우병 촛불시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
▷ 수험생:정치적 사안에 대해 국민들이 관심을 가지고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는 것은 긍정적이다.(당황하여 ) 촛불시위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촛불집회 관련 질문을 받은 수험생은 면접관의 의도가 마치 촛불집회를 불법적인 시위로 인식하고 있는 면접관의 태도로 인식해서 아차 싶어 빨리 말을 바꾸어, 속칭 FM 답변을 털어놓았다고 면접 후기에서 밝히고 있습니다.

면접관이 물어본 질문을 보면 충분히 '사상검증'을 통해 친정부 성향의 인물만 합격시키겠다는 목적을 가진 의도로 밖에 보입니다.


■ 공인노무사 자격증 시험에 강요된 국가관이 필요한가?

국가 공인 노무사는 고용노동부에서 시행하며 산업인력공단이 주관하는 자격증 시험입니다. 단순한 자격증이지만 변호사처럼 창업할 수 있으며, 노동계에서 제기되는 각종 문제와 현안에 대한 처리 때문에 수요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공인 노무사가 주로 하는 일을 보면 임금체불,부당해고, 산재처리,노조 설립 등에 관한 다양한 노동문제를 해결해주는 중재자 역할 내지는 노동변호사로 노동자를 대변하는 역할을 합니다. 어떻게 보면 정부나 기업편이 아니라 약자인 노동자의 편이라고 볼 수 있는 직업입니다.

여기에 국가가 인정한 자격증이지만 국가에서 지원하는 일은 거의 없는 개인 자격증입니다. 이런 공인노무사 자격증 시험에 '사상검증'식의 면접을 시행했다는 사실은 면접 자체가 불법적입니다.

시험을 주관한 한국산업인력공단과 고용노동부는 “국가가 인정하는 공인자격증 시험에서 최소한의 국가관을 확인한 것이 왜 문제가 되느냐” 는 반론을 폈습니다. 하지만 이는 명백히 헌법 19조에 있는 양심의 자유를 침해한 것입니다.

아무리 공인노무사법에 국가관을 물어보게 되어 있지만, 국가관과 개인이 생각할 수 있는 자유는 엄연히 다릅니다. 국가가 시행하는 모든 정책과 발표를 그대로 무조건 믿고 따르는 것은 북한처럼 규제와 감시가 엄격한 독재 국가에서나 가능한 일입니다.

촛불집회 참가자를 종북세력이라고 부르는 보수단체와 빨갱이로 몰려 학살당한 양민들


'자유민주주의'를 부르짖는 자들에게 자유는 단 하나밖에 없습니다. 독재자에게 충성을 다하는 일입니다. 북한을 독재국가라고 손가락질하는 이들이 사상의 자유를 허락하지 않습니다. 그들에게 독재자를 반대하는 사람은 '빨갱이'로 불리고, '빨갱이'는 무조건 학살해야 할 존재들입니다.

철저하게 국가관을 가진 사람들도 촛불집회에 참석할 수 있고, 천안함 정부 발표를 믿지 않을 수 있습니다. 국가는 대한민국을 지칭하는 것이지, 국민을 기만하고 국민을 자신의 충견으로 만들려는 권력자를 뜻하는 것은 아닙니다.

공인노무사는 사회적 약자일 수밖에 없는 노동자를 위해 만들어진 자격증이지, 청와대에 있는 사람을 위해 밤잠을 안 자고 공부하는 자격증은 아닙니다.

■ 친MB맨만 뽑겠다는 공무원 시험

국가 공무원을 비롯해 정부 출연기관은 가장 법을 잘 지키면서 법의 테두리 안에서 사람을 채용해야 합니다. 국가부터 법을 위반하면 법이 무너지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명박 정권 들어서 법을 무시하고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사람들을 채용하기 시작했습니다.

○ 공무원 채용부터 강요하는 사상검증
행정안전부의 공무원 채용 면접이나 공무원 면접 시험에서 매년 빠지지 않는 질문이 바로
‘합격 이후 공무원 노조 가입 여부’나 ‘공무원 노조의 불법시위 처벌’에 대한 질문입니다.

행안부에서는 공무원 채용부터 사상검증을 하겠다고 밝히면서,채용단계에서 국가관을 확인하는 심층면접까지 강화한다고 하고 있습니다.

사상검증이라는 말은 대한민국에서 죽음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그 옛날 좌익사범으로 찍힌 사람은 학살을 당했고, 그 가족들은 연좌제로 평생을 공무원이 될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일들이 지금 2011년에도 이루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 대통령만이 최고의 지도자?

경남도는 신규 공무원 채용을 하면서, 필기시험을 통과한 433명의 응시자를 대상으로 면접시험을 시행했습니다.이 과정에서 한 면접관이 응시자에게

"이명박 대통령과 김두관 경남지사 중 누가 더 정치를 잘한다고 생각하느냐."고 물었습니다.

김두관 경남지사는 야권성향의 인물입니다. 그런 인물과 이명박 대통령을 비교하는 것은 이명박 대통령에게 반기를 드는 사람은 반국가적인 성향을 가졌다고 단정짓는 것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대통령은 신이 결코 아닙니다. 노무현 대통령에게는 갖은 조롱을 했던 사람들이 이명박 대통령은 마치 최고의 지도자처럼 포장하고 다니는 모습은 올바른 국가관이 아닌 왜곡된 정치욕심을 가진 자에 불과합니다.

프로쿠르스테스의 침대는 오늘날에도 억지 잣대의 상징으로 통용된다출처:http://nongae.gsnu.ac.kr


그리스 신화에서 프로크루스테스는 지나가는 나그네를 자신의 집에 초대해서 하룻밤 묵게 합니다. 그의 집 손님을 위한 방에는 침대가 하나밖에 없었는데, 나그네가 침대보다 키가 크면 긴 만큼 잘라서 죽이고, 짧으면 팔다리를 늘여서 죽이곤 했습니다.

이번 국가공인 노무사 면접시험에서 2차 합격자 251명 중에서 7명이 3차 면접시험에서 불합격 처리되었습니다. 회계사·세무사·변리사·감정평가사 등 정부 주관 전문자격시험 가운데 3차 면접을 치르는 것은 공인노무사 시험이 유일합니다.

악당 프로크루스테스도 결국 자신이 만들어 놓은 침대에서 테세우스에 의해 죽임을 당합니다. 포장은 국가관으로 실상은 자신들의 권력 유지를 위해 만들어 놓은 잣대에 언젠가는 그들도 심판을 받을 것이며, 그 잣대의 기준은 진정한 대한민국 국민이 만들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