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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나경원의 눈물은 진짜 '악어의 눈물'이었나?



나경원 서울시장 후보가 TV 연설 도중 울먹이는 모습으로 연설하는 장면이 나왔습니다. 나 후보는 23일 방송된 TV연설에서 1억 대 고액 피부클리닉 사건과 관련하여 '1억원이 아니라 500만 원이며, 다운 증후군의 장애를 가진 딸의 치료를 받기 위해 5백만 원짜리 진료 티켓을 구입했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나경원 후보는 '불행한 가족의 장애 치료까지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에 대해 실망이 크다' 라며 울억이는 목소리로 자신을 믿어달라고 연설했습니다.

나경원 후보의 이런 눈물을 짜내는 모습이 시민들에게 많은 호응을 불러일으켰을까? 하는 의문에 인터넷에서는 동정심보다는 그녀의 울먹임을 믿지 못하겠다는 반응이 많았습니다. 딸을 향한 공격에 울먹이기까지 했던 그녀의 눈물을 도대체 사람들은 왜 믿지 못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 예견된 나경원의 눈물

사실 사람들이 그녀의 울먹임에 동정표가 아닌 냉소를 보내는 이유는 바로 그녀의 눈물이 주말쯤에 나올 것이라고 대부분 예상했기 때문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녀가 이번 주말 (10월22일,23일)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치르기 전 마지막 주말에 눈물로 호소할 것이라고 예견했습니다. 이처럼 사람들이 나경원 후보가 눈물을 흘릴 것이라고 예상한 이유는 정치인에게 눈물은 하나의 정치적 도구이기 때문입니다.


요새 '나꼼수'로 톡톡 튀는 주진우 기자의 말처럼 정치인의 눈물은 많은 역학관계가 있습니다. 어떤 쟁점을 돌파하기 위해서, 또는 자신의 허물 감추기나 자신의 주장을 확실하게 내세우기 위한 전법인 경우가 많습니다.

눈물을 흘릴지 모르는 상황에서 눈물을 흘려야 감동이 오고, 그 효과가 배로 되지만, 시민들이 예상했기에 이번 나경원 후보의 눈물은 그리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는 평입니다.

■ 눈물로 승부하는 정치인 나경원

나경원 후보는 유독 눈물 흘리는 장면이 방송이나 언론에 보도가 많이 됐던 정치인입니다. 방송에 많이 비추어지는 나경원이었기에라는 설명으로는 부족한 그녀의 과거 눈물 현장을 보겠습니다.


나경원 후보는 지난 과거에도 방송에 나와 '친일파 논란,사학재벌 논란,장애인 딸' 등을 거론하며 인터뷰 도중에 눈물을 흘렸습니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왜 사람들은 그녀의 진실(?)을 믿지 못할까라는 의문보다 감정적인 호소말고 조금 더 명확한 설명을 통해 더이상 사람들이 그녀를 괴롭히지(?) 않도록 판사 출신 나경원 후보가 논리적으로 대응하는 방법은 없을까 하는 아쉬움이 듭니다.


지난 7월 한나라당 최고위원회의는 내년 총선 공천을 담당할 제1사무부총장에 친박계 재선인 이혜훈 의원, 제2사무부총장에 친이계 초선인 이춘식 의원, 싱크탱크이자 여론조사를 담당하는 여의도연구소장에 소장파 재선인 정두언 의원을 임명했습니다.

알다시피 정당이 힘을 갖는 이유는 공천권 때문입니다. 이 공천권 심사를 담당할 실무자가 누구냐에 따라 계파 간의 파워싸움에서 승기를 잡는데, 이때 나경원 최고위원은 '계파 간 나눠먹기 식으로 가면 안 된다'라고 주장하며 '1부총장 김성태 의원,여의도 연구소장 심재철 의원'을 제시했습니다. 그러나 홍준표 대표를 비롯한 다른 최고위원이 강하게 반대하자 눈물을 흘렸습니다.

정치인이 최고위원회의에서 자신의 생각이 관철되지 않자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면서, 연민이나 안타까움보다 그녀의 한계를 보여주었다는 생각이 들었던 장면입니다.


나경원 후보는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번이 아닌 지난 선거에서도 눈물을 흘렸습니다. 단지 차이라면 그때는 서울시장 선거가 아니라 서울시장 후보 경선대회였다는 차이입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한나라당 후보로 결정되고 수락연설을 하는 도중에 나경원 후보는 단상에 앉아서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녀가 분해서? 아니면 그동안 마음고생 때문에? 아니면 오세훈 전 서울시장을 진심으로 축하해서? 등 무엇 때문에 눈물을 흘렸는지 모르겠지만, 방송이나 당직자회의, 경선까지 다양한 곳에서 눈물을 흘린 그녀를 보면서 정치인이 아무리 여성이지만, 눈물을 너무 많이 흘리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 악어의 눈물보다 명쾌한 해답은 없는가?

어제 나경원 후보의 딸이 쓰지도 않았는데 썼다고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유나의 편지>에 대한 포스팅을 올렸습니다.

[시사] - 나경원 딸 '유나의 편지'는 거짓이었다.


주말이지만 트위터에서 RT가 900건이 넘게 되었습니다. 사람들은 이렇게 온라인에서 폭발적으로 인기를 끌면 좋겠지만 저는 걱정이 되었습니다. 지난번에도 선관위 제재로 포스팅이 삭제되었고, 한나라당 대변인 논평까지도 "모 블로거" 운운하며 협박성 발언이 나왔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제가 글을 올리자마자 언론사들이 제 블로그의 이야기를 짜집기해서 기사를 쓰기 시작했고, 결국, 잊혀졌던 <나경원 딸 편지><유나의 편지>가 실시간 검색어를 차지하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제 블로그가 기존 언론사에 인용되는 것도 싫고, 너무 많은 RT가 되는 것도 불편합니다. 그것은 주목을 받는다는 것이 결국, 지금보다 더 많은 사찰과 정치적 압박으로 제게 돌아오기 때문입니다.(자랑스러워하기보다는 차후에 선관위에서 벌금이나 허위사실유포죄로 고소,고발 당할 경우, 제주도에 사는 한 명의 블로거가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유나의 편지>에 대한 포스팅은 나경원 후보가 진정 장애인 엄마로 딸을 더 보호할 수는 없었는가?라는 의문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진짜 딸 때문에 피부클리닉을 갔어도, "제 부도덕함 때문입니다" 라고 말하면서 딸을 정치판에 끌고 오지 않았으면 하는 아쉬움 때문이었습니다.

ⓒ 진보신당 원본이미지를 바꾸었음.


정치인에게 눈물은 극적이고 드라마틱한 승리를 위해 필요한 요소입니다. 그러나 자신의 변명이나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어적인 입장에서의 눈물보다, 자기 반성과 사과로 써먹을 때가 더 효과적이라고 보는 견해가 많습니다.

자신의 문제에 대한 명쾌한 설명보다 딸을 앞세워 견디기 힘들다는 식의 눈물은 지금 나경원 후보에게 효과도 없고, 오히려 마이너스가 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논란을 진정으로 사과하면서 자신의 부족함을 반성하는 눈물이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나경원 후보는 지난 6월 한나라당 전당대회에서도 눈물을 금방이라도 쏟아질 것 같은 울먹이는 연설로 한나라당 지도부에 입성했습니다. 이런 "눈물효과"로 재미를 봤다고, 자꾸 눈물로만 성과를 이루려는 모습은 진부하다고 외면하는 것이 대중의 심리입니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누군가의 눈물을 보고 함께 울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입니다. 그러나 나경원 후보의 눈물을 보고 사람들이 거짓이라고 말한다면 스스로 내가 얼마나 가식적인가,나에게 진정성이 있는가를 스스로 자문하며 눈물보다는 정책이나 공약에 더 힘쓰는 서울시장 후보가 되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