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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짝퉁 나꼼수,'한나라판 청춘콘서트'의 한계



'나는 꼼수다' 일명 '나꼼수'를 모르는 젊은이가 없을 정도로 요새 나꼼수는 최고의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가카헌정 방송'을 표방하고는 거침없는 입담으로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한 현 정권을 비판하는 나꼼수는 10.26재보궐 선거 기간에 나경원 후보에 대한 폭로로 어느 방송 못지 않은 다운로드 수를 기록하며 선거의 주역이 되기도 했습니다.

원래 나꼼수는 인터넷 팟캐스트로 시작한 인터넷 방송입니다. 그런데 SNS와 인터넷에서만 알려지고도 아이튠즈 팟캐스트 미국 1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습니다.

나꼼수는 팟캐스트에서 방송을 듣는 사람도 많지만, MP3 다운로드도 수만 건을 기록하며 온라인에서 급속도로 퍼지고 있습니다. 이런 나꼼수가 선거 기간 동안 SNS의 중심지가 되면서 보수우익에서도 이와 유사한 방송을 시작했었습니다.

■ '명푼수다' 진짜 럭셔리 토크일까?

처음에는 <명품수다>였던 '명푼수다' 방송은 보수우익 신문인 뉴데일리 서버를 통해 배포되는 방송입니다. 포맷은 거의 나꼼수와 똑같다고 볼 수 있습니다.

명푼수다 4인방. 왼쪽부터 석수경(문화기획자), 박성현(저술가/인터넷문화협회장), 장원재(다문화콘텐츠협회장), 변희재(미디어워치 대표)ⓒ 뉴데일리'


'명푼수다'는 나꼼수처럼 출연진 4명이 나와서 정치,시사 등에 관련된 현안을 자유롭게 이야기하는 방송입니다. 여기에 출연하는 석수경(문화기획자), 박성현(저술가/인터넷문화협회장), 장원재(다문화콘텐츠협회장), 변희재(미디어워치 대표)에서 제가 아는 사람은 보수우익 집필자인 박성현 씨와 노무현 대통령의 국민장을 반대했던 변희재 씨 정도입니다.

보수우익이 어떤 이야기를 하는가 들어봤지만, 역시나 근거와 논리가 빈약한 방송수준이고, 저들이 하는 말도 표현의 하나인 탓에 비난하거나 논할 가치는 없었습니다.

나꼼수를 따라 시작한 '명푼수다'를 왜 하는가를 알려주는 이 문장 하나면, 방송이 무엇을 하려고,어떤 가치관을 따르고 있는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대한민국은 갈등공화국이다.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 거칠고 투박하다는 뜻이다. 사회 불만세력들은 투표로 잃은 것을 데모로 얻으려하고, 촛불과 죽창, 화염병과 확성기를 앞세워 자신의 생각을 남에게 강요한다. 꼬인 생각 비틀린 심성을 가진 자들은 이러한 폭력을 동반한 주장을 증폭하고 반복한다. "

이번 10.26선거를 시작으로 내년도 총선과 대선 투표를 통해 한나라당이 무너지면, 어떤 방송을 할지 궁금하기는 합니다.

안철수,박경철이 진행했던 청춘콘서트 ⓒ다음카페 청콘


■  '드림토크'는 한나라판 청춘콘서트?

'청춘콘서트'는 안철수 교수와 시골의사 박경철 씨를 주축으로 시작한 토크 콘서트로 전국에서 5만명 이상의 관객이 모인 '안풍'의 중심지였습니다. 

여의도 연구소에서는 청춘콘서트와 유사한 형태의 '드림토크'를 주최한다고 보도자료를 냈습니다. 

여의도 연구소 청년미래포럼이 주최하는 드림토크 ⓒ여의도 연구소


청춘콘서트와 유사한 진행 방식으로 사회 유명인사가 멘토로 나와서 전국을 돌며 20.30대 젊은이들과 소통하겠다고 하는 드림토크는 10.26 재보궐선거에서 참패한 한나라당판 청춘콘서트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 소식이 나오자 일부에서는 짝퉁 청춘콘서트라고 하는데, 사실 이 점은 애매모호합니다.

서로 다른 제목의 드림토크,10월30일 현재 일부 행사내용 삭제되었음 ⓒ여의도 연구소

여의도 연구소에서 주최하는 이번 행사는 사실 2008년부터 '전국 대학생 드림토크'라는 이름으로 올해가 3번째 행사입니다. 이 점만 놓고 보면 전혀 청춘콘서트의 짝퉁은 아닙니다. 하지만 제1회 대한민국 드림토크라는 명칭으로 열린다는 여의도 연구소의 홈페이지를 보면 정확하게 몇 회인지 구분이 안 되는 혼란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결국, 이번 행사는 기존 행사를 '청춘콘서트' 형태로 각색한 한나라당판 청춘콘서트가 아닌가 생각이 됩니다. (참고로 일부 언론에서는 드림콘서트라고 하는데, 드림토크가 정확한 명칭입니다)

■ 예능프로를 능가하는 드림토크 멘토들

이번 드림토크의 출연진, 정식 명칭은 멘토라고 불리는 출연진을 보고 SNS에서는 개그콘서트를 방불케 한다는 조롱이 쏟아졌습니다. 여기에 원래 출연하기로 되어 있던 조혜련 씨는 한나라당 주최 행사인지 몰랐다며 출연을 번복하고 나섰습니다.

드림토크 출연진 명단 ⓒ여의도 연구소

드림토크 출연진을 보면 MBC 기자였다가 청와대 대변인으로, 다시 KT 전무로 낙하산 인사 논란에 있었던 김은혜 씨와 산악인 엄홍길. 반크 단장 박기태, 전 삼성전자 사장 황창규, 야구선수출신 양준혁 씨 등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멘토단이라고 명명한 인물들을 보면 사회 유명인사에 속합니다. 그러나 과연 이들이 청춘콘서트처럼 기존의 사회 변화를 위한 지성인들이라고 할 수 있는가에 대한 물음에는 답하기 어렵습니다. 그 이유는 이들이 그동안 정치적 발언이나 사회약자를 위하거나 시사관련 행동이나 멘트를 낸 적이 별로 없기 때문입니다.

그저 사회 유명인사들의 이야기를 듣는 자리라면 괜찮겠지만, 정치적으로 젊음이들과 소통하겠다고 나선 한나라당의 취지에는 전혀 맞지 않거나 부족한 면이 엿보입니다.

청춘콘서트에 나온 김미화, 김여진,김제동,조국 교수 등과 비교하면 한 단계 아래라는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는'드림토크'의 멘토들이 어떤 이야기를 풀어낼지는 궁금하지만, 그렇다고 그들이 기존에 하지 않았던 정치,사회적 발언을 지금 한다고 해서 공감을 얻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 '드림토크'는 한나라당과 무관하다?

원래 출연하기로 약속된 조혜련 씨는 “한나라당과 관련된 강연인 줄 몰랐다. 그냥 대학생들을 상대로 한 강연인 것으로 설명을 들어 출연을 수락했다. 정치적 오해를 살 수 있기 때문에 출연을 취소했다” 면서 출연을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SNS에서도 여의도연구소에서 하는 포럼이지 한나라당과 연관이 없다고 주장하기도 하는데, 그런 말들은 여의도 연구소 홈페이지에만 가면 금방 알 수 있는, 눈 가리고 야옹 하는 짓입니다.


여의도 연구소 홈페이지 첫 화면을 보면, 한나라당의 10.26재보궐 선거 참패에 대한 공지가 보이고, 우측에는 이명박 대통령과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의 연설을 들을 수 있는 메뉴가 있습니다.

정치에 관심 있는 사람이면 여의도 연구소가 한나라당의 대표적인 싱크탱크이고 뉴라이트 이론가였던 안병직 교수가 이사장이었던 단체이며, 이명박 정권에서 '각료 사관학교'로 불린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여의도 연구소가 주최하는 행사는 필연적으로 정치적 행사에 가깝고, 한나라당과 뉴라이트, 보수우익이라고 규정하는 데 이의가 없을 정도입니다. 그런 이유로 이 행사에 참가하는 것 자체가 정치적 참여로 볼 수 있는데, 과연 양준혁 씨와 엄홍길 씨가 정치 참여에 대한 논란을 피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 한나라당의 한계를 보여주는 '드림토크'

이번 드림토크는 여러모로 청춘콘서트와 유사합니다. 그러나 청춘콘서트와 비교해보면 지금 한나라당이 무엇을 어떻게 잘못하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청춘콘서트와 드림토크를 비교해보겠습니다.

드림토크가 청춘콘서트와 가장 다른 점이 바로 행사 자체가 자유로운 형식의 강연이 아니라 무슨 공식 행사처럼 기획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주요 참석 내빈 및 일정
 •한나라당 : 홍준표 대표, 유승민 최고위원, 황우여 원내대표, 김정권 사무총장, 강창희 대전시당 위원장, 유기준 부산시당 위원장
•여의도연구소 : 전석홍 이사장, 정두언 소장, 이병기 고문, 권영진 부소장, 정태윤 부소장, 김현철 부소장

보도자료에 따르면 내빈이 등장합니다. 무슨 한나라당 공식 행사와 같은 느낌입니다. 청춘콘서트가 성공했던 요인은 사회 구조적인 모순에 대한 책임의식을 함께 나누는 자유로운 소통과 이야기의 자리였지만, 드림토크는 자신들의 틀에 관객을 억지로 끌어 맞추는 형식입니다.

국회의원이 매회 출연하는 일도 문제입니다. 정치인에 대한 부정과 혐오가 극에 달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회의원이 나온다고 그 자리에서 소통이 이루어질까요? 청춘콘서트에 참여했던 사람들이 스스로 사회에 대한 책임의식을 느꼈다면, 드림토크는 강요와 주입식과 같은 기존 체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형태입니다

드림토크 출연진이 잘못된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한 번도 사회적 모순에 대한 문제의식이 없던 사람들이 정책을 말하고 토론하는 자리에 나온다고 청중들이 그들의 말에 귀를 기울일까요?


한나라당은 10.26재보궐선거가 끝나고 SNS를 강화하여 국민들과 소통의 채널을 늘리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지금 국민이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를 모르고 있습니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자유입니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SNS를 규제하고 있는 여당입니다. 그런 그들의 말을 누가 믿겠습니까?

짝퉁이든 리메이크든 기존보다 잘하면 문제가 없습니다. 그러나 항상 리메이크는 원작을 뛰어 넘기가 힘듭니다. 그 이유는 원작이 가진 신선함과 독창성을 아류작들이 따라잡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한나라당이 아무리 노력을 해도 그들이 가진 본질이 바뀌지 않는 한, 영원히 대한민국이 아닌 '딴나라당' 소릴 들을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