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사

여직원에게 남자화장실까지 청소시키는 교장



요새 아이들의 과학실험을 보면, 제가 어릴 때보다 훨씬 다양한 실험기구를 사용해서 실험합니다. 제가 학교 다닐 때는 그저 알콜 램프와 비이커, 그리고 개구리 해부가 전부였는데 지금은 별의별 실험도 자주 하고 과학경진대회를 보면 그 수준이 놀랍기 그지없습니다.

그런데 이런 아이들의 과학실험 기구를 준비해주는 사람은 누구일까요?
과학선생님이 당연히 해주리라 생각하시나요?

'과학보조선생님'이라고 부르지만, 정식 명칭은 '과학보조원'이 맞습니다.이런 과학보조원들이 과학실험이 있는 날에는 과학실험 기구와 필요한 재료를 세팅해놓습니다.

혹시 <학교회계직>이라는 말을 들어 보셨나요?
'학교회계직'은 학교의 회계를 담당하는 사람이 아니라 학교와 직접 계약하고 학교의 회계 예산에서 인건비를 지급받는 비정규직을 뜻합니다. 학교회계에서 돈이 나간다고 '학교회계직'이라고 부르는 이들의 삶을 보면 대한민국이 왜 비정규직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학교에서는 교사를 제외한 인력 대부분이 비정규직으로 봐도 무방할 정도로, 학교 내 비정규직 상황은 심각합니다. 비정규직이 학교에 있음으로 발생하는 문제점이 있는데, 그 중의 제일 큰 문제는 바로 잦은 이직율입니다.

1년 단위로 계약을 해야 하는 비무기 계약직의 경우 대부분의 학교에서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기 위해서 11개월 차에 교장이 불러 구두로 해약하는 일도 다반사입니다. 여기에 무기계약직이라고 특별하게 좋을 이유가 없습니다. 단지 매년 작성하던 계약서만 작성하지 않을 뿐이지, 급여는 1년 차나 10년 차나 별 차이가 없다고 보시면 됩니다.


8년 차 과학실 보조원의 급여는 1,007,410원인데 여기서 세금과 급식비를 공제하면 88만 원가량됩니다. 진정한 88만 원 세대라고 볼 수 있겠죠? 중요한 문제는 8년차 과학보조원이나 1년차 교무보조나 급여의 차이가 없다는 점입니다. 10년, 20년의 경력이 있어도, 매년 갱신되는 계약이라 경력을 인정해주지 않아 급여는 언제나 비슷합니다.

'과학 보조원'뿐만 아닙니다. '교무보조'라는 직종이나 '서무보조' 등 모두 학교 내 비정규직들은 100여 만 원대의 급여만 받으면서 늘 경제적으로 어렵게 근무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더 미치는 점은 이런 비정규직을 하인이나 노예처럼  부려 먹는다는 사실입니다.  

학교에서 '서무 보조'를 하거나 '교무보조' 또는 '과학실 보조원'으로 근무하는 사람들의 특징은 아이들을 좋아하는 경향이 많습니다. 이들은 아이들이 '선생님'이라고 부르는 한 마디에 기쁨과 보람을 느낀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들에게는 노예보다 못한 처우와 머슴처럼 부리는 횡포에 늘 고통 받고 있습니다.

오늘 포스팅은 국회 홈페이지에 올라 온 수많은 학교비정규직의 탄원을 바탕으로 작성했습니다. 아래 글을 읽으신다면 이들이 얼마나 비참한 생활을 하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실명으로 올린 글이라 실명은 거론하지 않겠습니다)
 
- 학교비정규직 그들도 사람이다.-

학교의 어두운 그늘에 있는자, 학교 비정규직을 아십니까? 최저생계비 수준에도 못 미치는 급여를 받으며, 교육이란 명분아래 위해 희생을 강요당하는 그들이 학교에 있습니다.

이들을 쉽게 설명하고자 머리에 단어를 떠올리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가 바로 "노예"라는 단어입니다. 머리를 흔들고 새로운 단어를 떠올려 보고자 애를 써보지만 "노예", "종"...
이런 단어만 계속 떠오릅니다. 세상이란 곳이 힘들다는것, 쉽지않은 곳이란것을 압니다만...
최소한 내가 일한 만큼 대우를 받아야 한다는 것은 진리가 아니던가요.

직업에 귀천이 없다고 학생들에게 가르치는곳이 학교임에 불구하고 직업의 귀천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곳이 학교이기도 합니다.

저와 함께 한 학교를 들러 보겠습니다.

학생들이 등교도 하기전 이른 시간, 인기척이 드문 학교의 운동장을 가로질러 가는 한사람이 보입니다. 젖은 머리로 서둘러 가는 뒷모습에서 하루이틀을 이렇게 출근한게 아닐것 같군요. 행정실에 들어간 그녀는 자리에 앉지도 못하고, 모든 책상을 닦고 청소를 시작합니다.

싱크대에 쌓인 컵들도 씻어야 합니다. 그리고 바로옆 사무실인 교장실도 혼자서 청소를 하는군요. 그러다 갑자기 창문을 바로 보며 한숨을 쉽니다. 내일은 더 일찍와서 창문을 닦아야 될 것 같습니다.

학생들 다치랴 이런 위험한 일은 그녀의 몫이 된지는 오래되었다는군요. 곧 임신을 할텐데 그때라도 이일을 않했으면 하는데, 입이라도 열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올해 초 쯤이던가요. 교장실에서 회의때마다, 손님이 올때마다 차를 나르던 그녀의 선배가 동료가 공손히 내려 놓지 않았다고 학교를 그만두게 된것을 본 그녀에게, 싫다는 소리가 학교를 그만두라는 메아리로 되돌아 올 생각에 꿈도 못꿔봅니다.

며칠전에는 남자직원 화장실 청소도 시키더군요. 이건 정말 아니다 싶었지만 역시나 말을 못햇습니다. 이날은 도저히 속이 그래서 점심도 굶어야 했습니다.

모든 정리가 될 무렵 교장선생님과 직원들이 출근을 하는군요. 그녀는 서둘러 전기주전자의 버튼을 누릅니다. 출근하자마자 말하기전에 커피를 책상에 올려놓으라는 교장선생님 지시 때문에 그녀는 더욱 바빠집니다.그럼에도 교장선생님은 호통을 치시는군요. 쓰레기통 비우고 안 씻어놨다구 아침부터 역정을 내십니다. 너무 바쁜 그녀가 안스러워 교무실로 자리를 피하고 맙니다.
 
교무실에 제법 많은 사람들이 많은데 이상한게 보이네요. 전화벨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리는데 막상 전화를 받는 사람은 않보이는군요. 자세히 보니 저기 한명이 구석에서 전화를 혼자 받고 급히 또다른 전화를 당겨 받고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손'이 없나봅니다...

갑자기 많이 걸려오는 전화가 한풀 꺽일쯤되서 학교로 수박이 배달되었습니다. 누군가 수박먹자는 이야기를 꺼냅니다. 전화 받던 그녀가 서랍에서 커다란 식칼을 꺼내옵니다. 능숙한 솜씨로 자르는걸 보니 한두번 잘라본게 아니군요. 사람들은 그제서야 '입'만 달랑 들고 와서 먹어대기 시작합니다. 수박조각이 바닥에 떨어져도 아랑곳 하지 않습니다. 그중 한명 휴지를 급히 찾는군요. 찾으러 갈 생각은 안하고 김양~ '휴지'만 외칩니다. 김양~, 김양~ 휴지~ 앙칼 짙은 김양 소리가 듣기싫어서 겨우 하나든 수박을 먹다 말고 휴지를 가져다 줍니다.

수박을 다 먹어치운 그들은 아무일 없었던 것처럼 수박의 잔해를 고스란히 둔채 사라져버립니다. 수박이 정말 싫은 표정입니다. 쳐다보기도 싫다고... (수박 다음으로 싫은게 떡이랍니다. 주요업무 중 하나... 수박자르고 떡나눠주기)

오늘따라 교무실이 술렁술렁 합니다. 명절상여금이 나오는 날인가 봐요. 누군 얼마 나왔고 이런 이야길 하면서 웃고들 있습니다. 하지만 10년이 넘게 일한 그녀는 그냥 모른척 일을 합니다. 처음 몇해는 그나마 '왜 나만 안줄까' 서러움에 일도 손에 안잡혔지만 이제 몇년 지나 10년쯤 되니 아무렇지 않네요. 가슴이 딱딱해졌나 봅니다.

그러고 보니 저 구석에 앉아서 컴퓨터 모니터만 쳐다보는 이가 한명 보이는군요. 이 사람의 얼굴도 그녀처럼 묵묵한 모습입니다. 명절보너스는 당연히 없거니, 며칠뒤가 계약만료일이라 생계가 막막할 뿐입니다. 4년제대학에서 그것도 미래유망적이라는 IT관련과를 졸업해서 이곳에 취업을 했었습니다. 1년쯤 일했을때 도저히 이 급여로 이렇게 살수 없다고 생각하고 나오려 했지만, 학교 담장 밖을 봐도 대부분 비정규직 모집공고만 보인다고 하더군요.

그나마 정규직 뽑는곳에는 지방대생 출신은 근처도 못가보구요. 내일모레가 추석인데 집에도 못 가 볼 것 같습니다. 80만원월급에서 50만원을 뚝떼어 용돈으로 보내드린다고 합니다. 그나마 얼마전부터 퇴근하고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그는 고향마을에서 효자로 소문이 났었지만 추석 명절 인사도 못가는 불효자가 되어버렸군요. (용서하세요 부모님... 얼굴 뵙기가 죄송스러워서 올해도 못갑니다. 내년엔 돈 많이 벌어서 꼭 찾아뵐꼐요.)

티비에보니 저같은 사람들이 있네요. 다행이라 위안을 합니다. 외국에서 와서 힘들게 일하는 외국인 근로자들도 있는데, 그들로 위안 삼아 봅니다. 사장이 급여를 안줘서 따지다가 볼짝만 부었다고 하는데, 저는 맞진 않았잖아요.

그나저나 걱정입니다. 학교 사정이 어렵다고 계약연장을 못해준다는데... 어딜 가야 할까요. 회식할 돈과 접대할 돈은 있다는데 제 급여 줄 돈이 없어서 그만 둬야 한답니다. 첫 계약도 며칠 모잘라는 1년인데다, 그후 계약은 몇달로 끊어서 했다고 퇴직금이 없다는군요.

그래서 그나마 다른 학교로 가면 되지 않을가 싶어 수소문을 해보니, 다른학교로가면 지금까지 이학교에서 일한 경력을 인정 안해준다는군요. 그 학교가면 다시 첨부터 해야된데요. 하기야 아래 행정실에서 10년 넘게 일한 그녀도 3년된 저와 급여가 같으니... 할말이 없네요.

그 때 교장실에서 전화가 옵니다. 학교 뒷편에 나무에 벌레가 많다고 톱을 줄테니 나무를 자르라고 하네요. 그는 낯선 주문이 아니기에 톱을 가지러 갑니다. 저번에도 화분을 나르다 허리를 다쳤는데... 그날도 학교를 그만 둘뻔했습니다. 학교에서 일하다 허리가 다쳤는데 어떻게 좀 안될까요 이야길 했다가 억울한 소리만 들었습니다.

"니가 조심 안해서 다친걸 학교에서 왜 책임지냐"고... 네, 제가 정말 모자란 놈입니다. 그때 다친 허리가 아직 안좋은데 톱 자루를 들고 나무자르러 갑니다.

산재신청은 다른 나라 이야기입니다. 병원간다고 병가 달래도 안준다고 그러네요. 외출도 안된다고 그럽니다. 도대체 어쩌란 건지. ‘휴...’ 그의 한숨소리가 여기까지 들리는데, 주변에 있는 다른 사람들은 안들리나 봅니다.

약품냄새 가득한 과학실에 홀로 앉아 시약병에 라벨을 붙입니다. 라벨이 떨어져 있어서 무슨 약품인지 몰라 고민을 하고 있는 모습이 보입니다. 다가가서 보려고 가는데, 펑소리와 함께 검은 연기를 뿜어 냅니다. 아뿔싸... 한사람이 소방차와 구급차를 전화로 급히 부르려 합니다. 그런데 한분이 전화를 걸지마란 표정을 지으시며 옆에서 말립니다.

소방서나 병원에 연락하며 학교체면 떨어지고 누가 징계를 먹는다고 일단 소화기로 끄고, 병원에 차타고 가면되지 않냐고... 헐~ 약품에 대해 누가 가르쳐준적도 없답니다. 약품사용에 관한 연수도 거의 없었고, 혹 연수가면 대충 시간만 보내다 친절교육, 미소짓는 교육만 하더랍니다. 선생님들 마져 꺼려하던 약품정리를 하다 다쳐도 돌아오는건 개인부주의로 인하여 사고 났다고 주의와 경고의 말만 들을께 뻔하다는군요

얼마전에 이분과 이야기를 했었습니다. 학교가 좋고 학생들이 좋아서 학교에 들어오셨다는 그분, 몇달뒤면 만 55세가 되신다는군요. 그게 무엇 대수냐 했더니, 학교규정에 정년이 55세라서 생일이 되는 달 말에 그만두셔야 된다고 합니다. 요즘같은 세상에 정년이 왜 55세냐고했더니... 그냥 학교측에서 일방적으로 정한것이라 본인이 어떻게 할 방법이 없다고 하시더군요. 그냥 60세까지, 아니면 1~2년만이라도 더 일하게 해주면 좋겠다고 하시던데...

같은 학교안에서 정규직은 60세 정년, 비정규직은 55세라며 쓸쓸한 표정을 지으시다가, 학생들 더울때 얼음물 주면 좋아한다고 냉장고에 물병을 채우러 가야된다고 일어서던 했던 분인데... 뒤늦게서야 구급차 싸이렌 소리가 들립니다. 걱정입니다. 괜찮아야 될텐데.

이렇게 암울한 학교에서 오늘도 아이들은 아무것도 모른채 복도를 뛰어다니고 운동장에서 공을 찹니다. 이 아이들의 대부분도 이들처럼 비정규직이 되어 한숨을 쉴 생각을 하니 더더욱 학교란 곳이 배움의 터로만 보이지 않습니다. 모두가 학교를 떠난 시간, 몇몇의 그림자가 보입니다. 서로의 어깨를 토닥이며 뒤늦게 남아 학교를 정리합니다.

노예와 학교비정규직이 다른점이라면... 노예는 시키는대로 무엇이든 하던 사람이었고, 학교비정규직은 시키지 않아도 학교와 학생을 위해 무엇이든 하는 사람이란 것입니다.

남들이 읽기엔 소설 같은 일이지만 오늘도 전국 방방곡곡 학교에서 지금 이순간에도 벌어지고 있는 일들의 작은 일부분입니다. 우리도 교육의 당당한 주체입니다.

우리는 원한다. "동일노동 동일임금" / "호봉제실시" / "교육감직계약" / "경력인정"
학교비정규직 여러분 힘내십시오. 파이팅. [비정규직없는학교 좋은학교좋은나라]

'학교 비정규직'이 인간 이하의 삶을 사는 이유는 대한민국 교육을 사학재단이 대부분 점령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학재단에게 학교는 돈을 벌고, 그 돈을 가지고 권력자와 영합하여 자신의 부와 권력을 쟁취하는 수단일 뿐입니다.

[韓國/정치] - 사학재벌 딸 나경원을 위한 사학법 개정안

스승의 날, 과학실에서 열심히 실험기구를 정리하고 있는데 한 아이가 카네이션을 달아주면서
"저도 선생님처럼 훌륭한 과학선생님이 될 거에요'라고 말합니다. 
속으로는 '나는 선생님도 아니고 학교에서 인간 이하의 취급을 받는 머슴이니, 절대 나처럼 되면 안 된다'라고 말하고 싶었습니다.

대한민국 정치가 썩었다고 생각하십니까?
그렇다면 그 원인을 학교 교육의 잘못에서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돈과 권력만을 추구하는 사학재단이 운영하는 학교에서 아이들이 무엇을 배우고, 어떻게 선생님들이 올바르게 가르칠 수 있겠습니까?

아이들이 선생님이라 부르는 '학교 비정규직' 그들도 사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