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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민성금은 도깨비 방망이,이젠 저축은행까지



저축은행 피해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국회에서는 피해자 구제를 위한 특별 방안에 대한 다양한 구제책을 제시했습니다. 현재 5천만 원 한도로 정해져 있는 예금자보호법과 다르게 최고 6천만 원까지 보상하자는 구제방안도 나왔습니다.

그러나 이날 참석한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런 여야 국회의원의 구제 방안에 대해서 난색을 표명하면서 사태 해결을 위한 방법으로 국민성금을 제시했습니다.

"그런 법안이 (저축은행 피해자 특별법) 채택이 안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며,(피해자들 구제방안은)국민 성금이라든지 이런 방법으로 딱한 사정을 헤아릴 수 있을 것입니다."

현재 정해진 예금자보호법을 확대하여 저축은행에만 적용하는 방안도 문제이지만, 정부가 금융감독원이나 금융권의 도덕적 해이,직무유기,감사 태만으로 발생한 저축은행 사태를 나라의 재정을 담당한 장관이 '국민성금'을 해법으로 제시한 일을 보면 기가 막힙니다.
 
대한민국처럼 '국민성금'을 사건이 터질 때마다 하는 나라가 있을 만큼,유독 대한민국은 국민 모금이 만연되어 있습니다. 그러나,이런 국민성금이 모든 사건의 해법은 아닙니다.

'국민성금 일지'를 통해 국민에게 모금하는 일이 왜 문제가 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 태안기름유출사고 '국민몸빵'

2007년 12월 7일 충청남도 태안군 앞바다에서 홍콩 선적의 유조선 '허베이 스피릿 호'와 삼성물산 소속의 '삼성 1호'가 충돌하면서 유조선 탱크에 있던 총 12,547킬로리터(78,918 배럴)의 원유가 태안 인근 해역으로 유출한 사고는 100만 명 이상 전 국민 자원봉사화를 만든 사건이었습니다.

이 사고의 직접적 당사자인 삼성중공업의 1천억 원 출연이나 그 후의 보도는 이제 잠잠해졌지만, 그 당시 왜 국민이 몸소 사건 가해자 삼성중공업을 대신해서 추운 겨울에 기름을 닦았는지 답답하기만 했습니다.

주목해야 할 점은 사고 유조선 측에서 수차례 삼성 1호를 호출했지만,응답이 없었으며 거의 발생하지 않는 예인선의 와이어가 끊어졌던 일입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하게 의구심이 드는 이유 중의 하나는, 사고 시점은 12월 7일, 대통령 선거일은 12월 19일이었으며 태안기름유출 사고 당시 이명박 후보는 BBK 공방으로 수세에 몰리고 있었던 점입니다.
 
환경을 생각해서 100만 명이 넘는 국민이 출동해서 태안은 지금은 나아졌지만, 어민 피해보상이나 삼성중공업의 1천억 원 출연 이야기는 어디로 사라져 버렸습니다. 결국, 사건 가해자만 알려졌고, 그 뒤치다꺼리는 온 국민이 했던 '국민몸빵'이었습니다.


■ 숭례문 방화,'국민 십시일반론'

2008년 2월 10일과 2월 11일에 걸쳐 숭례문 건물이 방화로 대부분이 불에 타버렸습니다. 대한민국 국보1호 숭례문은 이명박 서울 시장이 학계와 시민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충분한 안전조치나 소방시설 없이 개방되었습니다.

당시 18대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던 이명박 당선인은 불에 탄 숭례문을 '국민이 십시일반 참여하여 복원하자'라고 주장했다가, 국민의 질타로 숭례문 복원 국민성금은 수포로 돌아갔습니다.

숭례문 사건처럼 사전에 행정조치와 세심한 주의만 기울였다면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재앙을 방치하고 국민에게 그 책임을 전가하려던 모습은 위정자가 국민성금이라는 미봉책으로 모든 사건을 덮으려고 생각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었습니다.


■ 천안함 국민성금, '원인과 진실은 언론에 조작되어 버리고'

2010년 3월 26일에 백령도 근처 해상에서 대한민국 해군의 초계함인 PCC-772 천안함이 침몰한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이 사건으로 해군 병사 40명이 사망했으며 6명이 실종되었습니다. 

현재 정부 공식 명칭은 천안함 피격 사건(天安艦被擊事件)입니다. 그러나 아직도 천안함의 원인과 진실은 우리에게 정리되어 있지 않고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천안함의 진실규명보다 이 사건을 통해 모든 방송과 언론이 국민성금을 모금했으며, 북한을 규탄한다는 반공논리로 돌아섰다는 점입니다.

천안함이 터지고 난 뒤에 정부는 북한에 대한 강력한 제재와 UN안보리를 통한 억울한(?) 사연을 제소했지만, 세계의 반응은 정부발표와는 다른 양상을 보였습니다.

[韓國/시사] - 똥개처럼 큰소리만 친 UN안보리 천안함 외교
[韓國/시사] - '천안함자작극'진실의 결과는?

이 사건 이후에 정부는 서해상 방어를 위해 군병력과 장비를 보강하고, 북한의 도발에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 연평도 포격,'부재중 대한민국 국방정책'

2010년 11월 23일 오후 2시 30분경에 연평도에 북한군 포탄 170발이 떨어졌습니다. 이 사건으로 해병대원 2명 전사 16명 중경상,민간인 2명 사망 3명 중경상을 입었고, 가옥 수십여 채와 공공기관과 도로가 파괴되었습니다.

연평도 포격으로 삶의 터전을 잃은 연평도 주민을 돕자는 성금 모금이 KBS를 통해 연일 방송되었고,모금액도 수십억 원에 달했습니다. 문제는 정부가 천안함 사건 이후에도 서해상 군사력을 제대로 보강하지 않았고, 말뿐인 국방정책을 보여주었다는 사실입니다.

특히, 연평도 주민은 사건 직후부터 연평도에서 대피명령을 받고 찜질방을 전전했지만,실제적인 정부 지원이나 생계는 아직도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정부가 천안함 사건으로 자신만만하게 강력대응을 주장했던 말과 다르게 무참히 북한군 포격에 당했고, 그로 인한 피해를 국민이 고스란히 당했습니다. 
 


■ 국민발열조끼 모금,'국민에게 국방 예산 삥뜯는 나라.'

2011년 1월15일부터 KBS는 '국군장병을 위한 발열조끼 성금'을 위한 특집방송을 내보내기 시작했습니다. 무슨 국군의 날이나 연말도 아닌 연초에 이런 모금 방송을 특별편성하는 이유를 KBS 내부에서조차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KBS의 발열조끼 모금 성금은 2010년 연말 예산안 날치기 통과로 발열조끼 예산이 미처 통과되지 못하자,KBS 김인규 사장이 제안하여 이루어진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제대로 국방예산을 마련하지 못한 한나라당과 정부의 문제로 추위에 떠는 병사만 불쌍하고, 그 책임과 돈 마련을 국민이 모금으로 했다는 사실이 다른 나라에 알려질까 봐 창피한 일이었습니다. 

[韓國/정치] - '국군성금'미군 2억 사용 국군은 달랑 4천?

대한민국 군인에게 지급되는 방한 장비를 왜 국민이 부담해야 하는지 대부분 사람은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방송을 하기 전에 국방예산의 문제점을 방송이 지적하는 것이 옳은 보도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정부의 시녀 노릇을 아주 철저하게 했던 '발열조끼 모금성금'은, 돈이 없으면 국민에게 삥 뜯어 메운다는 현 정권의 가치관을 여실히 보여주었던 '국민성금' 우수 사례였습니다.


■ 일본대지진 모금,'내 나라 국민보다 체면유지가 우선'

2011년 3월 11일 일본 동북부 해저에서 강도 8.9의 강진이 발생, 쓰나미와 여진으로 일본 열도가 공포와 충격, 그리고 엄청난 피해를 입었습니다.

일본대지진이 발생하자, 이명박 정부는 온 나라의 방송을 동원해서 국민성금을 독려했고, 대한민국 국민을 방사능 지역으로 용감히 내몰았습니다.

[韓國/정치] - 일본 방사능 유출 위험에 처한 119구조대원 외삼촌을 구해주세요.

이명박 대통령의 자랑질에 한국은 구제역으로 고통 받고 있던 농민보다 일본인을 돕기 바빴고, 이런 모습은 정작 자국민을 보호해야 할 정부가 직무유기를 했던 사례였습니다.

[韓國/정치] - 일본센다이 총영사관에 한국 직원 없나요?
[韓國/정치] - 자국민 구출 세계각국,백만명 재일한인 운명은?

일본대지진 모금을 통해 인도적인 한국인을 보여주려고 애를 쓴 결과에도 불구하고, 일본은 독도 문제와 역사교과서 왜곡은 변함없이 추진함으로 정부는 어떻게 자국의 이익을 위해 전략적으로 대응하는가를 보여주었습니다.


■ 평화의 댐,'독재를 위해서는 무엇이든 이용해라.'

1986년 전두환 정권은 북한이 금강산 댐을 건설하여 200억 톤의 물을 방류하면 서울 시내가 물에 잠긴다는 '북한 수공 침략'이라는 국가 안보 위기론을 들고 나왔습니다. 이 발표 이후, 연일 북한을 규탄하는 시위가 온 나라에서 열렸고, 금강산댐을 막을 평화의 댐을 건설하기 위해 유치원생부터 노인까지 전 국민이 조직적으로 모금 운동을 벌였습니다.

사실, 평화의 댐은 건설이 필요했던 댐이었습니다. 북한에서 홍수나 폭우로 물이 내려올 경우를 대비해서입니다. 그러나 이런 자연재해 논리가 아니라 전두환 정권이 직선제 개헌을 요구하는 국민의 눈을 돌리기 위해 국가안보 논리로 국민을 현혹하고 건설자금 대부분을 국민에게 강제로 모금했다는 점이 문제였습니다.

1986년 건국대 사태처럼 국민의 민주화 요구를 막기 위한 '전쟁론'과 '남침 위기론'을 방송모금으로 대체했던 모습은 여전히 '북풍'이라는 이름으로 남아 있습니다.


■ IMF 금모으기 운동,'서민이 나라를 살리는 이상한 대한민국'

IMF 금융위기가 닥치자 온 나라가 장롱 속의 금을 기부하여 국가를 살리자는 방송과 운동이 전개되었습니다. 이 당시 아이 돌 반지는 물론이고,나이가 드신 할머님이 평생 하나 남은 금가락지를 기부한 미담이 연일 방송에 보도되었습니다.

문제는 이런 금모으기가 실제 IMF 경제위기 극복에 충분한 도움이 되지 못했는데, 그 이유는 재벌기업들은 '금모으기 운동' 중에도 금을 수입해서 팔고, 국민이 모아 준 금을 싼값에 다시 수출하는 짓을 계속 벌이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특히, '금모으기 운동'에 참여했던 사람은 대부분 서민과 중산층이었고, 실제 금괴를 쌓아놓고 살았던 부자와 고위공직자들은 오히려 금을 보유하고 있다가 정말 금이 귀해지자 팔아서 돈을 챙겼던 사실은 대한민국의 '국민성금' 운동이 비상식적이고 국민을 기망하는 행위인지 알 수 있습니다.

[韓國/정치] - 국민은 죽어도 국회의원 월급은 몰래 인상.

나라에 국난이 발생하고, 어려운 이웃을 돕는 것은 뜨거운 감성과 정을 가진 한국인들이기에 늘 가능했습니다. 문제는 권력과 부를 가진 자들이 국난과 사태를 만들어 놓고,책임자 처벌보다 그 뒤치다꺼리를 국민이 해야만 했다는 점입니다.이렇듯 '국민성금'은 위정자가 자신들의 권력 유지를 위해 이용했던 대국민 사기행각이었습니다.


대한민국 국민으로 살기가 정말 힘듭니다.

유치원부터 각종 성금이나 돕기모금으로 돈을 내더니 고등학교 때는 무슨 무슨 행사라고 땡볕이나 비가 퍼붓는 거리로 나가야 합니다. 직장에서는 아기 분유값도 모자란 월급에서 강제적으로 모금운동에 참여하라고 공문이 내려옵니다. 집에 갔더니 방송에서 연일 ARS로 돈 내라고 떠들어 댑니다.

국민은 도깨비 방망이가 아닙니다.
돈 있고 권력을 쥔 자들이 싼 떵을 순식간에 치우고 밥상까지 갖다 바치는 도깨비 방망이로 생각해서 자꾸 국민을 돈 나오라고 땅바닥에 두들기지 마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