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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유신헌법 국민투표와 같은 '나쁜 무상급식 주민투표'



오세훈 서울 시장이 8월24일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앞두고 곽노현 교육감과 열띤 토론을 벌였습니다. 오세훈 시장은 변호사 시절부터 TV에 자주 얼굴을 비추던 패널이었습니다. 그런 오세훈 시장인지, 어제 토론에서도 잘생긴 외모와 번지르르한 풍채,그리고 안정감 있는 목소리로 전형적인 학자풍의 곽노현 교육감과는 비교되었습니다.

그러나, 그의 멋진 외모와 말솜씨에는 자신에게 불리한 말은 절대로 하지 않으면서 진실을 왜곡시키는 모습이 담겨 있었습니다.

오세훈 시장이 보여준 '무상급식 주민투표 토론', 무엇이 그토록 비열했는지 파헤쳐 보겠습니다.

『대선 불출마를 통해 무상급식의 진정성을 보여주었다』

참으로 어이없고 기가 막힌 그의 무상급식에 대한 비열함을 가장 잘 표현하는 대목입니다. 원래 그는 서울 시장직에 나올 때부터 대선불출마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던 인물이었습니다.


오세훈은 서울 시장 선거 당시에 '임기를 꼭 채우는 시장'이 될 것을 강력하게 말하고 다녔습니다.

“임기 4년을 꽉 채워 완수하는 재선 시장이 될 것입니다”

오세훈 시장이 4년 임기를 꽉 채우는 시점은 2014년 6월까지입니다. 즉 그는 서울시장에서 내년 대선출마를 위해 시장직을 사임하는 순간,거짓말쟁이,허위 공약으로 서울시민을 우롱한 사람이 되어 버립니다.

재선 이후에는 '대선불출마를 약속할 수 있겠습니까?'라는 질문을 적극적으로 회피하며, 시민에게 대선출마 의혹을 잔뜩 부풀려 놓고서는,이제 대선불출마를 통해서 자신의 무상급식 진정성을 보여주겠다는 말은, 그가 얼마나 비열한 인물인지 여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서울시장 자리는 당과 협의를 해야 한다는 말을 통해, 진정으로 책임져야 할 자리는 정치적인 기득권을 포기하지 않겠다고 버티는 그를 보면서,그가 어떻게 무상급식을 정치적으로 악용하는지 쉽게 알 수 있습니다.

『불법 투표는 법원에서 알려줄 것입니다.』

이번 무상급식 주민투표는 그 투표 자체가 불법입니다. 즉 법으로 투표할 수 없는 사안인데도 불구하고 투표를 추진하고 있습니다.변호사 출신 오세훈 시장도 이 사실을 잘 알면서 어제 토론에서 이 부분을 전혀 언급하지도 않고, 무조건 법원 판결을 기다리자고 합니다.

무상급식 주민투표가 왜 불법인가?

서울시 의회는 아래처럼 무상급식에 대한 조례를 민주적인 절차에 의해 제정했습니다.

“의무교육기관에 대한 무상급식은 초등학교에 대해서는 2011년부터, 중학교는 2012년부터 시행한다”

우리가 흔히 법이 제정되면 그 법이 잘못된 법이라는 문제 제기를 대법원을 통해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그 법을 위반해도 될까요? 절대 안 됩니다. 예를 들어 음주운전 구속 혈중알콜농도 기준치 0.36%는 너무 과하다는 제기를 대법원에 했습니다. 그 상태에서 음주운전을 하다가 적발되었는데 혈중 알콜농도가 0.37%나왔습니다. 그래서 자신은 현재 대법원에 문제 제기를 했다고 구속되지 않을까요? 절대 아닙니다. 대법원의 판결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그 법에 따라 처벌을 받습니다.

이처럼 조례의 효력은 대법원에 제소함으로써만 다툴 수 있게 한 지방자치법과 재판 중인 사항에 대하여는 주민투표를 금지한 주민투표법을 모두 어긴 투표가 바로 이번 무상급식 주민투표입니다.

법을 공부하고 변호사로 이름을 날리던 사람이 이런 일을 모르고 주민투표를 강행했을까요? 다 알면서 그 판결을 기다리자고 말을 번복했습니다. 이처럼 오세훈 시장은 법을 지키지도 않고 이 나라를 무법천지 국가로 만들어 버리고 있습니다.

『나쁜투표라고 하는데 비민주적인 모습입니다.』

어제 토론 패널로 나온 시민경제사회연구소 홍헌호 연구위원은 이번 무상급식 주민투표가 독재자 투표와 비슷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저도 홍 위원의 지적에 적극적으로 동감하고 있습니다. 이번 무상급식 주민투표는 독재자들이 민주주의를 한다고 자랑스럽게 내세우는 투표와 유사합니다.

무상급식 주민투표는 33.3%의 투표율만 넘으면 그 투표의 향방에 따라 무상급식에 대한 결정이 납니다. 문제는 이 투표 자체가 불법인 투표라는 사실과 투표율 33.3%를 가지고 민의라고 주장하는 그 자체가 심각한 독재자들이 벌였던 투표와 맥락을 같이합니다.


박정희는 유신헌법을 통해 대통령이 국회의원의 3분의 1과 모든 법관을 임명하고 긴급조치권, 국회 해산권을 가지며 임기 6년에 연임할 수 있었으며, 대통령 선출 제도가 직선제에서 통일주체국민회의의 간선제로 바뀜으로써 행정·입법·사법의 3권이 모두 대통령에게 집중된 절대적 대통령제를 만들어 버립니다.

이 당시 유신헌법도 국민투표로 결정이 되었습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을 비롯한 야권의 투표 거부운동에도 불구하고 찬성 9,768,403표로 가결된 유신헌법이 진정 대한민국을 위했던 투표였습니까?
이때 얼마나 많은 불법,관제선거가 이루어졌는지 역사는 말해주고 있습니다.

지금 오세훈 시장이 벌이는 '무상급식 주민투표'도 이와 너무나 흡사합니다. '자신의 대선불출마 선언을 통해 진정성을 보여주었다'라고 떠드는 자체가 박정희가 말했던 대통령 신임을 묻겠다는 말과 얼마나 똑같은 줄,오세훈만 모르고 있습니다. 

제가 작년에 내려온 제주도는 2011년부터 유치원부터 초등학교까지 전면 무상급식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왜 제가 서울을 떠나왔는지 묻는 사람들에게 이 대목을 이야기하면 모두 수긍합니다.

서울 시민 여러분은 과연 1970년 박정희 시대처럼 독재자가 벌이는 투표 놀음에 빠져 우리 아이들을 초등학교부터 불평등하게 키우고 싶습니까? '무상급식 주민투표' 거부 운동도 정당한 투표 운동의 일환이면서, 나쁜 투표를 하지 않는 유권자의 가장 강력한 외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