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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대통령 설날 선물이 어머니에게 외면받은 이유.



설날 때문에 서울 본가에 올라와서 보니,집에 이명박 대통령 설날 선물이 있었습니다.제가 이명박
대통령에게 설날 선물을 받았느냐고요? 설마 자신을 매일 비판하는 글만 블로그에 잔뜩 올리는
저 같은 일개 블로거에게 청와대에서 선물을 주겠습니까? ㅎㅎ

자원봉사를 열심히 하시는 저희 어머님께 청와대에서 보내준 선물입니다.저는 선물의 내용을
익히 알고 있었지만,그래도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대통령 설날 선물이라서 잔뜩 기대했던 저희 어머님은 약간 실망하셨던 설날 선물입니다.김가루,
쌀국수,콩,수수,검은쌀,현미가 들어 있었습니다.원래 포장 박스 무게가 있어서,어머님은 도자기를
생각하셨지만, 도자기가 아닌 락앤락 포장용기 때문에 무게가 있었을 뿐입니다.


사진에서 보듯이,검은쌀과 수수등 잡곡은 락앤락 유리 용기에 담겨 있습니다.나중에 반찬통으로
활용할 수 있는 아이디어는 괜찮은 것 같습니다.김가루와 쌀국수는 비닐 포장에 박스에 담겨 있어
전체적으로 설날 선물 선택으로 무난한듯 보였습니다.

저희 어머님께서 대통령 선물을 배달받은 사연이 조금 기가 막힙니다.어머님 휴대폰으로 청와대에서
선물이 왔다고 연락이 오자,저희 어머님은 무조건 끊었다고 합니다.저희 어머님 생각으로는 높으신
청와대에서 자기에게 선물이 올 이유도 없어서,분명 이것은 보이스 피싱 사기 전화라고 믿었답니다.

청와대가 한순간에 보이스 피싱 사기꾼으로 전락했던 모습에서,어쩌면 그런 오해를 받을 수밖에
없는 우리 시대의 자화상을 엿볼 수 있는 듯 합니다.
배달 회사에서 배송지 주소를 자꾸 물어보기에.
집이 아닌 다른 단골 가게로 오라고 해서 결국은 선물을 받으셨습니다.


저희 어머님께서 대통령 설날 선물을 받은 이유는 정치권에 연줄이 있거나 무슨 잘나가는 집안이라
받으신 게 아닙니다.저희 어머님은 자원봉사를 아주 많이 하십니다.이곳저곳 자원봉사를 하시는 게
아니라,독거노인 반찬 만들기,결식 아동 도시락 만들기 봉사를 하십니다.

요새는 자원봉사 은행이라고 구청마다 있어서,자원봉사 시간을 체크해주더군요.저희 어머님은
일주일에 3일 이상 꾸준히 하시니,자원 봉사 시간이 다른 사람에 비해서 상당히 많으셔서,구청
자원봉사자 상을 받고,서울시장상도 받으시고,뭐 이런 식으로 최고 자원봉사자 명단에 오르셔서
이번 이명박 대통령 설날 선물을 받으셨을 뿐입니다.

저희 어머니가 이명박 대통령 설날 선물을 받고 엄청 좋아하셨는가? 라면, 그냥 아버지가 설날에
친척들에게 웃으면서 자랑하실 정도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저희 어머니가 좋아하셨던 선물은
청와대에서 보내준 대통령 설날 선물이 아니었습니다.


어머니가 소중하게 장롱에 넣어두신 선물은 바로 검정 비닐 봉투에 담긴 양말 한 켤레였습니다.
독거노인 반찬과 결식아동 도시락 자원봉사를 하시면서 만난 조손 가정의 할머님이 설날 전에
저희 어머니가 배달했던 반찬통에 담으신 양말을 저희 어머님은 너무 자랑스럽게 생각하십니다.

누구는 이야길 합니다.아니 청와대 마크가 선명하게 찍힌 대통령 설날 선물이 좋은 것이지,저 따위
양말 한 켤레가 무에 자랑스럽다고 생각하느냐고 이런 포스팅을 하냐고..

청와대에 살고 계신 이명박 대통령은 설날 선물을 보내도 굶거나 힘들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양말을 선물로 보내준 조손 가정은 저 한 켤레 양말을 최소한 3,000원
(설날 선물이라고 싸구려가 아닌 메이커 양말이었습니다.)이상 돈을 썼을 것입니다
.


3,000원이면 조손 가정 할머님이 반나절은 추운 겨울 거리를 헤매서 박스를 주워야 받으실 수 있는
금액입니다.여기에 손자가 먹는 학교 도시락 한 끼가 3,000원 정도 된다고 합니다.


할머님은 양말 한 켤레를 사기 위해서 추운 겨울날 힘들게 번 돈을 고쟁이 깊숙이 넣어 속옷 가게에
가셨을 것입니다.박스에 들어 있는 포장된 양말을 사기에는 터무니없이 부족한 돈이라,진열대에
걸려 있는 양말 한 켤레를 포장해달라는 말을 하기도 미안해서, 꼬깃꼬깃 접힌 돈을 꺼내 계산하고
검정비닐 봉투에 넣어서 갖고 오셨을 것입니다.

제가 자랄 때는 구멍난 양말 꿰매서 신는 것이 기본이었고,삼형제끼리 빵꾸난 양말 안 신는다며
서로 싸우기도 했습니다.그러나 지금은 집에 양말이 너무 많아서,구멍난 양말은 버리기 일쑤이고,
구멍난 양말은 쳐다도 안 봅니다.

하지만,어머님은 얼마나 힘들게 조손 가정이 살아가는지 직접 눈으로 봤기에,그 양말 한 켤레를
소중하고 너무나 기쁘게 받으셨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의 설날 선물에 비난이나 딴지를 걸 마음은 없습니다.단지 저희 아버지는 제가 정치
블로거라는 것을 아시고,서울 본가에서는 글 쓰지 말라고 하십니다.칠십이 넘으신 분이 IP 추적을
아시고,괜히 집에서 쓰다가 걸릴까 봐 걱정 하십니다
.(얼마나 MB 정권을 국민이 무서워하는지
한나라당 열성 지지자 아버님도 그런 이야길 하실까요 ㅠㅠ)


자원봉사를 하시는 저희 어머니가 어떤 상이나 명예를 위해서 자원봉사를 하시는 것은 아닙니다.
교회 식당에서 자원봉사를 하시다가,연례 행사로 독거 노인들 김장 김치 담가주시다가 마음이
아프셔서, 홀로 구청에 가셔서 자원봉사 신청하고,그냥 집에서 밥하듯 자원봉사 나가셔서
김치 담그시고,멸치 볶음 도시락 반찬 만드시는 그저 간단한 일입니다.

한번 나가셨는데 아주 맛있게 먹고,정말로 고맙다고 사람들이 말씀해주시니, 그저 흐뭇하고
좋으셔서 계속 나가신다고 합니다.요리하시는 분은 아실 겁니다.자기가 만든 음식을 맛있게
먹어 주는 사람에게는 어떤 요리를 해줘도 피곤하지 않고 기쁘다는 사실을.......


머리로 받은 선물은 아 ~~좋다로 끝납니다.
하지만,
가슴으로 받은 선물은 평생 자신의 마음에 새겨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