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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이야기

서울 촌놈의 제주도민 되기 大작전



제주도민이 된 지 오늘로 한 2주일이 되었습니다.서울에서 자라고 외국에서 몇 년 살다가 온 이후로
지방으로 이렇게 오래 거주한 것은 처음입니다.제가 생긴것은 거의 산골 촌놈처럼 생겼어도 완전
서울 토박이라서,군대에서도 무지 갈굼 당했었습니다.군대 교회에 가서 피아노 반주를 해야 한다고
고참들에게 이야기했다가 뻥친다고해서,교회로 고참들이 단체로 예배보면서 확인할 정도였으니...

제가 제주도에 온 이유는 저번 주 일요일 포스팅에 했으니,참고 하시기 바랍니다.

[韓國/소시어컬쳐] - 만삭의 아내와 풍랑속에서 제주행 배를 탄 사연.

오늘은 서울 촌놈이 제주도에 정착하면서 느꼈던 점을 이야기하고자 합니다.아 ~참고로 저는 제주도
여행이 아니라 살려고 왔기 때문에 여행기,리뷰 이런거 상상하시면 절대 안 됩니다. ^^


제주도에 왔으니 바다를 감상해야죠?라고 이야길 할 수는 없습니다.제가 있는 집과 바닷가는 차로
10분정도의 거리입니다.근데 바다를 보기는 하지만,일부러 보러 가지는 않습니다.세화 오일장이라는
장을 보러 가기 위해서 갈 뿐입니다.오일장 바로 앞이 바다입니다.그래서 자연스럽게 바다를 보고
지평선 너머를 주시하고 아,내가 제주에 왔구나라는 생각을 합니다.

제가 있는 제주시 구좌읍 세화리는 그렇게 유명 관광지가 아니라서,사람이 많지는 않습니다.적당한
관광객이 있어서,저는 참 좋습니다.사람 많은 곳을 원래 싫어해서요.ㅎㅎ

제주에 와서 놀란 이유가 있는데,그것은 바로 제주만의 독특한 풍경입니다.




좌측이 논산에 있는 저희 집 선산입니다.우측은 제주도에서 본 묘입니다.제주에서 놀란 것은 모든
경계를 돌로 쌓아서 만들었던 점입니다.무덤도 마찬가지로 무덤 주위로 돌담을 쌓아서 묘 주위를
에워쌓았더군요.제주도민이 된 지 2주일 초보라서 그저 제주의 문화이고 풍습이라고 생각을 하고
지나치지만,웬지 신기하면서 제주의 모습이라서 담아봤습니다.


제주도를 돌아다녀보면,모든 담이 돌로 되어 있습니다.돌이 많은 제주라서 그런지 모르지만,
배추밭도 민가도
심지어 학교와 관공서 담은 돌로 되어 있었습니다.제가 본 곳이 구좌읍이라는
한정된 동네일 수 있겠지만,유난히 돌담이 많은 것은 확실한 것 같았습니다.

제주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사투리입니다.실제로 제주도에서 사투리를 사용하는 분은
그리 많이 보지 못했습니다.그런데,인터넷으로 전입 신고를 하고 한 통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구좌읍의 전입 담당이신 분이 전화가 와서 전입 신고에 따른 주소 확인이었는데................

앞의 말은 알겠는데,뒷말은 지금도 외계어 같은 (죄송합니다.제 귀에는 그렇게 들려서,비하는 아님)
이야길 하셔서 대충 알아 듣고 전화를 끊었지만,참으로 기분이 좋았습니다.비록 말투는 항상 듣던
서울말은 아니지만,투박하지만 정감있는 목소리로 전화를 두번이나 주셨습니다.

아마,그분은 제가 딸의 출생신고를 하러 가면 알고는 축하해 줄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제가 있는 곳은 바닷가와 10분 정도 떨어져 있는 비자림이라는 곳입니다.주위 민가도 없습니다.
보이는 것은 오로지 배추밭과 당근밭,그리고 말이 뛰노는 곳입니다.날씨는 대체적으로 맑지만,
바람이 종종 불고,날씨 변화가 심하더군요.물론 다른 지역은 모르지만,서울보다는 날씨의 변화가
많은 편입니다.

볕이 좋아서 이불을 말리려고 내놓았다가도 언제 구름이 몰려와서 흐려질지 모르는 날씨라고 하면
조금은 이해가 되실까요?대체적으로 바람은 불지만,서울처럼 엄청 춥지는 않습니다,아마 제가
서울을 가면 추워서 미칠 수 있을 것 같다고 느낄 정도로 낮에는 따뜻합니다.


서울 촌놈이 처음으로 귤나무를 봤습니다.전 솔직히 귤이 땅에서 자라는 줄 알았다는, 퍼~~~억
제가 그랬잖습니까?제가 서울 촌놈이라고,ㅠㅠ.전 한라봉이 왜 비싼줄 몰랐는데,한라봉을 일일이
저렇게 매달아줘야 하는데,인건비가 비싸서 힘들다고 하더군요.

올해는 귤나무 작황이 그리 좋지 않다고 하는데,방송에서도 귤 출하에 관련 캠페인도 하더군요.
귤도 당도를 모두 측정해서 출하하는데,이번에 서울 형님 생일때문에 귤을 보내드렸는데
서울 귤보다 훨씬 맛있다고 하는 걸 보니,이제 귤은 매년 제가 보내줘야 할 것 같습니다. ^^


제주도에 내려가면서 제주도 물가가 비싸다고 걱정을 많이 했는데,와서 보니,그리 비싸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습니다.저희 집은 제일 많이 구매를 하는 것이 식품류인데,음료수와 소주는 서울과
동일했습니다.제주도 한라산 소주는 1,100원이고,참이슬은 1,000원이었습니다.

보통 장은 제주 시내 이마트에서 일주일치 라면이나,음료수,공산품을 구입하고,끼니꺼리는 거의
읍에 있는 농협 하나로 마트에서 장을 봅니다.하지만,오일에 한번씩 열리는 세화 오일장은 꼭 가서
싱싱한 야채나 생선을 사다가 별미로 해먹습니다.

아.........여기가 제주이니,오일장에서 회를 살 수 있을 것 같은데,의외로 회는 팔지 않더군요.
그래서,저희는 농협 하나로 마트의 생선회 코너에서 직접 구매하는데,일반 횟집보다 훨씬 싸고
양도 많고 매운탕거리도 함께 포장해줘서 좋습니다.


제주에 살면서 가장 좋은 것은 바로 먹고 싶은 시간에 별미로 많은 것을 해먹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제 아내는 "김진옥 요리가 좋다" 원래 왕 팬이었는데,요새는 옥이님이 책을 괜히 보내주셨어라고
투덜댑니다..그 이유는 제가 요리책을 보면서,오늘은 이거 해먹자,너 옥이님 레시피대로 안했지?라고 하면서 귀찮게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아내는 반찬을 하면서 주방에서 옥이님의 요리책을 손에서 놓지를 않습니다.이번에 옥이님이
보내주신 찐빵은 저희 이웃들과 나누어 먹으면서,맛있게 먹었습니다.옥이님 고맙습니다. ^^


시내와 멀리 떨어진 탓에 불편함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서울에서 쉽게 먹을 수 있는 자장면도
배달이 안되고,치킨,피자는 엄두도 못냅니다.
그러나 자장면 대신에 자장라면,치킨대신에 한낮의
햇살을 받으면서 먹는 오징어 튀김은 정말 맛있습니다.

택배도 참 늦게 옵니다,서울로 보낼 때에는 똑같지만 온라인으로 주문한 상품은 거의 4일이나
5일 넘게 걸릴 경우도 있습니다.솔직히 제가 있는 곳까지 조그만 택배 배달하려고 차로 30분 동안
운전해서 오시는 분 보면,죄송하기도 합니다.

불편함이 있지만, 그 모든 것을 이겨낼 수 있는 것은 집 문을 나서면 남들은 캠핑을 가야만 맛보는
테라스에서의 식사입니다.볕이 따뜻하면 아내와 둘이서 튀김도 해먹고,전도 부쳐먹고,커다란 냄비에
밥을 비벼서 둘이서 고춧가루 묻히면서 먹습니다.

한낮에 따뜻한 햇볕에 테라스에 앉아서 노트북으로 댓글을 다는 즐거움을 아시나요?


제주에서의 삶이라고 크게 변화되는 것은 없습니다.아침 7시에 일어나서 포스팅 확인하고,댓글 달고
정암님이 보내주신 야생국우차를 마시고,아침 햇살을 받으면서 테라스에서 모닝시가렛도 합니다.
그리고,아침는 거의 댓글과 블로그로,일하다 배고플 때 밥먹고, 오후에는 의뢰받은 일을 합니다.

오후 3시나 4시경에는 "제말이"를 보러 산책을 갑니다."제말"은 제주도 말이라고 제가 산책하는 
산책로에 매여져 있는 말을 부르는 호칭 입니다.그냥 쉽게 제말이 ㅋㅋㅋ.

사람을 만나서 부대끼지 않고,사람때문에 스트레스받지 않고,조용히 제 일만 하면서 삽니다.
그렇다고 잠을 자는 시간이 많으냐면 그것은 아닙니다.단지 낮에 피곤할때 한 시간 정도 잘 수 있는
여유만 있을 뿐이지
,블로그 포스팅과 의뢰받은 일은 매일 해야되기 때문에 거의 똑같습니다.

삶의 너그러움이 생겨서 그런지,서울에 있을 때에는 매일 마시던 커피도 사고는 거의 마시지 않고
지리산 돼지감자로 만든 지리산 야생 국우차를 정암님이 보내주셨는데,그것을 매일 물 마시듯
마십니다.다도의 향기를 품으면서 마셔야 하지만,제가 원래 다도와 멀어서 .............
정암님 죄송합니다.차를 좋아하시는 분이시라면 굉장히 향도 좋고 맛있는 것 같습니다.표현이
이상한가요?저는 맛있어서 매일 장복할 정도로 마십니다.ㅎㅎㅎ

사람을 만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거의 일주일에 한 번은 펜션의 이웃들과 함께 바비큐도 먹고
음식도 나누어 먹으면서 술도 한잔합니다.제주도에 온 뒤로 남편이 제일 신이 났다고 아내가
매일 이야기하는 걸 보면,제가 편해지기는 한 것 같습니다.


제 아내는 출산이 한 2주 남아서 요새 숨쉬기 힘들다고 헉헉거립니다.그러면서도 에스더에게 줄
(제 딸 이름이 임 에스더입니다.제 딸을 위해 네이버 블로그명도 아이엠에스더의 소셜 라이프)
옷에 십자수 놓기 바쁩니다.그리고 바람이 불지 않는 날이면 저와 함께 "제말"이를 보러 갑니다.

임신하고 해준 게 없는데,어설픈 여우님께서 보내주신 임산부 영양제로 겨우 체면을 살렸습니다.
어설픈 여우님 정말 고맙습니다.여우님 덕분에 전업 블로그한다고 결정했을 때,쉽게(?) 따라주더군요

이사하면서 서울에서 갖고 오고 인터넷으로 주문한 아기 출산 용품이10박스가 넘더군요.조카들 옷을
물려받고,실제로 돈을 주고 구입한 것은 별로 안되어서
,미안하기도 하지만,늘 묵묵히 잔소리 안 하고
저를 따라와 주는 아내가 너무 고맙고 사랑스럽습니다.


제주도로 와서 걱정되는 것은 아이의 출산입니다.물론 경제적으로 크게 돈을 벌 기회는 별로 없고
남들이 이야기하는 성공과는 거리가 멀어졌습니다.하지만,칸막이 책상에서 사는 것보다는
제주도 푸른 바다가 마음에 듭니다.빌딩숲의 삭막함보다는 산굼부리가 보이는 넓은 숲이 좋습니다.

작은 꿈이 있다면,제주도에서 버려진 빈집을 잘 찾아내서 가꾸고 살아가는 것입니다.
큰돈이 없어서,멋진 집을 지을 수는 없지만,작은 집에서 텃밭을 가꾸고 인터넷만 잘되면 됩니다.

제주도 푸른 바다가 너무너무 환상적이거나 제주도의 풍광이 화려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제주도가 주는 소박함이 도시의 화려한 네온사인과는 비교할 수 없는 정이 있습니다.

서울은 편리함과 상처를 주지만,제주도는 약간의 불편함과 행복을 줍니다.

저는 불편함과 행복을 택했습니다.


밤 12시가 넘었습니다.
오늘도 자기 전에 문을 열고 나가, 밤하늘의 수많은 별을 보면서 하루를 감사해야겠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은 제주도의 삶에 대해 이야길 하려고 합니다.여행이나 리뷰는 절대 아닙니다.
그냥 제가 살면서 개똥철학처럼 생각하는 자연에서의 삶을 제가 어떻게 즐기며 사는지 나누고
이야기하고 싶을 뿐입니다.

저의 제주도 생활을 궁금해하시는 분들도 몇 분 계시고,일주일에 한번 몰아서 쓰기 때문에 포스팅이 길어진 점 이해해주시고,그냥 사진만 보시고 가셔도,충분히 제가 어떻게 사는지 아실 것 같습니다.

원래 일요일 포스팅의 댓글을 막아놓으려고 했는데, 간혹 댓글을 꼭 남기고 싶으신 분들이 계셔서 댓글창을 열기는 하지만,꼭 댓글을 다실 필요는 없습니다.
여러분들이 댓글을 남기지 않으셔도,제 글을 읽지 않으셔도 괜찮은 일상의 글입니다.

(개헌이나 뉴라이트 포스팅은 꼭 읽어주세요.2012년 대선 특집 포스팅 내년부터 시작합니다)

정치 블로거이지만,제가 사는 이야길 함께 나누고 싶어서 올린 글입니다.일주일에 한번은
저의 사는 이야길 이웃들에게 알려드리고,제가 어떤 사람인지 아셨으면 좋겠습니다.

제주도에 오시는 분들은 꼭 들려주세요.제 방을 내어 드릴 수 있으니 오시면 됩니다.
참고로 12월은 몰라도(출산) 1월부터는 가능합니다.하지만,밤에 애 운다고 뭐라하심 안돼요 ㅎㅎ

즐거운 주말되시고,제주도 간다고 이것저것 챙겨주신 이웃분들,그리고 마음으로 댓글로
늘 응원해주시는 블로거분들,몸은 제주도에 있지만,늘 소통하기에 이웃사촌처럼 느끼고 삽니다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