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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이야기

제주를 '실리콘 비치'로 만들겠다는 대통령의 황당함

 

 

6월 26일, 제주 창조경제혁신센터 등을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은 제주를 한국형 '실리콘 비치'로 만들겠다고 했습니다. 제주의 관광 체류 인프라와 문화이주민, SW분야 이전 기업 등을 연결하여 제주를 LA '실리콘 비치'[각주:1]처럼 조성하겠다는 것입니다.[각주:2]

 

'제주 한달살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면서까지 제주가 문화, 소프트웨어,에너지신산업 분야에서 엄청난 잠재력을 보인다며 '한국형 실리콘  비치'로 만들겠다는 박근혜 대통령. 미국의 실리콘밸리에서도 살아보고 지금은 제주에 사는 아이엠피터가 볼 때는 현실성 없는 황당한 계획에 불과합니다.

 

그녀의 말이 얼마나 허황되고 현실성이 없는지, 그 이유를 알려드리겠습니다.

 

'빈집 없는 빈집 활용 프로젝트'

 

박근혜 대통령은 제주를 실리콘 비치로 만들기 위해 글로벌 인재가 제주에 머물면서 작업과 창업할 수 있는 '체류지원 존'을 설치하겠다고 했습니다. 원도심 게스트 하우스를 이용하고, 원도심 빈집을 활용해 인재를 제주로 끌어오겠다는 의도입니다.

 

제주의 게스트 하우스를 이용하는 방식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굉장히 불편합니다. 게스트 하우스는 기숙사 형태라 가족이 있는 사람이라면 거주할 수가 없습니다.[각주:3] 미혼을 대상으로 2015년 20실, 2016년 60실을 조성해도 수용할 수 있는 인력은 100~200명에 불과합니다. 이정도 인원을 가지고는 '실리콘 비치'를 조성하기 어렵습니다.

 

 

청와대는 원도심 빈집을 활용한 문화예술. IT창업자 정착 공간을 확충하겠다고 합니다.[각주:4] 전형적인 탁상행정의 결과입니다. 제주가 시행했던 '예술인 입주점포' 사업은 현재 중단된 상황입니다. 왜냐고요? '빈 점포'가 없기 때문입니다.

 

제주시는 2014년 3월부터 옛 제주대학교 병원 앞 거리의 빈 점포의 임대료를 지원하는 '예술인 입주 점포'사업을 해서 11곳을 입주시켰습니다. 그러나 빈 점포가 없어 더는 사업을 진행하지 못하고 있습니다.[각주:5]

 

지금 제주는 빈 점포, 빈집, 빈땅을  찾기가 하늘의 별 따기입니다. 사업이 중단됐음에도 장밋빛 환상으로 '실리콘 비치'를 조성하겠다는 모습을 보면, 쇼에 불과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전국 최저의 임금, 능력 있는 기술자들이 떠나는 제주'

 

정부에서 지원하지 않아도, 능력 있는 기술자들이 대거 제주로 와서 일하면 '실리콘 비치'가 조성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능력 있는 기술자들은 절대 제주에서 살지 않습니다. 이유는 '돈'때문입니다.

 

 

제주는 아무리 능력 있고 경력 있는 IT 기술자가 와도 급여가 200만 원을 넘기 힘듭니다. 5년이 넘는 경력직도 대부분 150~200만 원 정도입니다. 전국에서 인력 부족률이 가장 높지만[각주:6] IT 기술자들에게는 기피할 수밖에 없는 지역입니다.

 

제주가 좋아 제주로 내려온 IT기술자들도 낮은 임금과 강도 높은 근로 시간 때문에 다시 육지로 올라가는 일이 빈번합니다.

 

육지에서 IT 이외의 업종에서 일했던 전문 경력자도 제주에서는 직장 구하기가 힘듭니다. 이런 상황에서 고급 인력들을 고용해 '실리콘 비치'를 조성하겠다는 말은 현실성이 떨어집니다. 사람도 없는데 무슨 '실리콘 비치'를 조성하겠습니까?

 

'하루가 멀다고 폐지되는 다음카카오 서비스'

 

제주의 중소기업이나 소규모 사업체의 임금은 낮지만, 다음카카오와 같은 거대 IT기업이 있다고 반문할 수 있습니다. 정부도 다음카카오와 같은 기업을 활용해 '실리콘 비치'를 조성하겠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제주로 본사를 이전했던 다음커뮤니케이션은 카카오와 합병하면서 판교로 주 무대를 옮겼습니다. 다음카카오의 '판교시대'가 열린 것입니다.[각주:7]

 

제주에 있던 다음 직원들은 대략 1천여 명정도였습니다. 비정규직 내지는 계약직 사원이 다수인 '다음 서비스'의 500여 명 직원은 제주에 있었지만, 다음커뮤니케이션의 500여 명 직원 중 100여 명은 육지로 대거 이동했습니다. 나머지 400여 명이 남았지만, 이마저도 앞으로 불투명합니다.

 

현재 다음카카오는 하루가 멀다고 서비스를 종료시키거나 종료하겠다고 발표하고 있습니다. 제주에 있는 다음카카오 직원 400여 명의 업무가 점차 사라지고 있습니다. 이 직원들이 계속 제주에 머물 이유가 없습니다.

 

다음카카오가 인수한 '패스'라는 업체는 인도네시아의 인기 있는 SNS서비스로 결국 카카오톡과 같은 메신저 사업을 확대하겠다는 의미입니다.[각주:8] 카카오톡의 '페이스톡'이나 카카오TV등은 다음커뮤니케이션이 아닌 카카오의 주력 사업이라고 봐야 합니다.

 

제주에 있는 다음이 사라지고 사업을 축소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공교롭게도 박근혜 대통령이 제주를 방문한 날, 이석우 다음카카오 대표는 제주를 떠나지 않고 더 많은 사업을 펼치겠다고 말했습니다.[각주:9]

 

 

이석우 다음카카오 공동대표가 제주를 떠나지 않겠다고 말했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별로 밝히지 않았습니다. 그저 성공한 기업으로 제주에서 잘해보겠다는 말에 불과했습니다.

 

구체적인 계획으로 밝힌 내용이 '카카오프렌즈 테마뮤지엄' 설립입니다. 제주에 난립하고 있는 사설박물관을 세우겠다는 의미입니다. IT 기업이 박물관을 세운 사례는 있습니다. 바로 넥슨의 '컴퓨터박물관'입니다. IT 기업이 할 수 있는 박물관입니다. 그러나 다음카카오가 설립하겠다는 박물관은 코코몽이나 뽀로로와 같은 캐릭터 박물관입니다.

 

제주의 현실을 전혀 모르고 그저 '실리콘 비치'라는 좋은 말만 갖다 붙이면 '창조 경제'가 실현된다고 믿는 대통령이나, 대통령이 온다고 무엇이든 보여주겠다고 캐릭터 박물관을 설립하겠다는 기업체 대표나 답답해 보입니다.

 

  1. LA 인근 산타모니카 비치와 베니스 비치 중심으로 조성된 IT/SW/문화 등의 벤처 중심지로, 37만여 개의 IT업체가 활동하고 있으며 2013년 이후 20억 달러 벤처 투자가 이루어짐 [본문으로]
  2. 대통령, 제주 창조경제혁신센터 출범식 및 제주동문시장 방문. 청와대뉴스 2015년6월 26일 http://www1.presient.go.kr/news/newsList.php?srh%5Bview_mode%5D=detail&srh%5Bseq%5D=11254 [본문으로]
  3. 가족은 육지에, 아빠는 제주에 와서 사는 기러기 아빠 생활을 할 가치가 있을까라는 의문이 둔다. [본문으로]
  4. 대통령, 제주 창조경제혁신센터 출범식 및 제주동문시장 방문. 청와대 뉴스. 2015년 6월 26일. http://www1.president.go.kr/news/newsList.php?srh%5Bview_mode%5D=detail&srh%5Bseq%5D=11254 [본문으로]
  5. 빈집없는 빈집프로젝트 일시정지, 제민일보, 2015년 6월 16일 http://www.jemin.com/news/articleView.html?idxno=364336 [본문으로]
  6. 고용노동부, 지역노동시장의 이해. [본문으로]
  7. 다음+카카오 `완전체`, 판교 시대 열렸다. 전자신문 2015년 4월 13일.http://www.etnews.com/20150413000212 [본문으로]
  8. 다음카카오 패스 자산 인수, "글로벌 플랫폼 성장 가능성'..주가는 7.1% 급등.서울경제, http://media.daum.net/economic/industry/newsview?newsid=20150530000313487 [본문으로]
  9. "다음카카오 제주이전은 시작, 기반확대 본격화" 제주의 소리. 2015년 6월 26일. http://www.jejusori.net/?mod=news&act=articleView&idxno=163874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