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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홍가혜'의 무죄는 이미 '박근혜'가 입증했다.

 

 

세월호 참사가 벌어지고 만 48시간이 지나기도 전인 4월 18일 오전 6시 17분, 홍가혜라는 한 여성이 MBN 방송과 인터뷰를 합니다. 그녀는 인터뷰를 한지 이틀만에 경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고, 4월 23일 구속됐습니다.

 

홍가혜씨의 인터뷰는 단 10여분, 10여분의 짧은 인터뷰 한 번에 홍가혜씨는 20일간의 독방 생활을 포함해 3개월간 목포 교도소에 수감됐었고, 1월 9일 1심 선고를 앞두고 있습니다.

 

검찰은 홍씨가 해경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정보 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상 명예훼손 혐의'로 징역 1년 6개월을 구형했습니다. 내일 1심 선고에서 검찰의 주장이 받아들이면 홍씨는 다시 갇혀야 합니다.

 

아이엠피터는 홍가혜씨와의 인터뷰, 각종 세월호 참사 자료를 통해, 그녀가 진짜 해경의 명예를 훼손했는지 알아봤습니다.

 

' 세월호 잠수 구조는 제대로 이루어졌는가?'

 

홍가혜씨의 해경 명예훼손 쟁점 첫번째는 해경이 민간잠수부를 투입하지 않고 오히려 시간만 때우고 가라고 했다는 부분입니다.

 

여기서 우리가 생각해볼 쟁점은 민간잠수사의 구조 활동을 왜 해경이 막고 있었는지에 대한 본질입니다. 이 핵심을 알려면 4월 18일 오전 6시17분 인터뷰 직전까지 해경이 과연 잠수 구조 활동을 어떻게 했느냐를 파악하면 됩니다.

 

 

김수현 서해지방해양경찰청장은 4월 16일 오후 5시에 브리핑을 하면서 세월호 구조를 위해 함정 164척,항공기 24대, 특수구조단 178명을 동원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언론들도 잠수 구조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4월 16일 저녁과 4월 17일 오전 0시에 촬영된 사진과 세월호 유가족이 직접 눈으로 목격한 상황을 보면 전혀 수색작업이 이루어지고 있지 않았습니다.[각주:1]

 

특히 잠수부는 바다로 내려가지도 못하고, 오직 경비정이나 함정만이 세월호 주변을 맴돌고 있었습니다.

 

 

4월 17일 박근혜 대통령과 정치인들이 진도체육관을 방문했습니다. 당시 김석균 해양경찰청장은 '잠수사 500여명을 투입하고 있다'고 유가족과 대통령, 언론 앞에서 밝혔습니다.[각주:2]

 

김석균 해양경찰청장의 주장과 다르게 사고해역을 방문하고 있었던 유가족들은 잠수부 투입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며 분통을 터트렸고, 이 소식은 즉각 진도체육관에 있는 유가족에게 알려졌습니다.

 

유가족은 진도체육관에 있던 남경필 새누리당 의원에게 전화 통화를 해보라고 했고, 남경필 의원은 통화를 통해 잠수부들 투입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결국, 홍가혜씨가 인터뷰를 하던 4월 18일 오전까지도 잠수 구조 활동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것은 여러 증언을 통해 알 수 있습니다.

 

'민간잠수부들은 왜 분노했는가?'

 

홍가혜씨의 발언 중에서 '시간만 때우고 가라'는 해경의 발언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민간잠수부들을 대했던 해경의 태도가 오히려 더 심했다는 증언은 계속 나왔습니다.

 

수색 현장에 투입된 민간잠수사들을 대표했던 황대영 특수구조 봉사단장은 “수색 초기 자원봉사 민간잠수사들이 잠수에서 배제됐다”고 주장했다.

 

해병대 출신의 박모 대장은 진도 지역에서 해양구조협회 산하의 진도구조대 구조대장으로 활동하여 해난구조 경험이 풍부하고 사고해역 인근의 조류·기상 등에도 정통하다. 그는 사고 당일 오전 10시 30분경에 팽목항에 도착하였으나 오후 3시경이 되어서야 해경 1509함 127에 승선할 수 있었다. 그러나 승선 이후에도 선실 식당에서 대기하라는 명령 외에는 아무런 지시 없이 방치되었고 구조 시도조차 해보지 못한 채 돌아올 수 밖에 없었다 .[각주:3]

 

특전사 출신 민간잠수부 윤부한씨(61)가 1일 “해경은 실종자 가족들을 위해 구조현장에 달려간 민간잠수부들을 고의적으로 가뒀다”고 주장했다. 윤씨는 이날 오후 6시쯤 실종자 가족들이 모여 있는 진도 실내체육관에 들어와 “해경과 협의해 2회에 걸쳐 침몰현장에 도착했으나 두 번 다 구조현장에 투입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16일 오후 2시쯤 특전사 출신 4명, 해병대 출신 6명 등 10명이 해경과 협의해 경비정을 타고 팽목항에서 출항했다. 침몰된 세월호로부터 2㎞ 후방에 정박된 경비함에 갈아탔고 거기서 고무보트를 기다렸다”면서 “하지만 몇시간을 기다려도 고무보트는 오지 않았고 7시쯤 상황이 종료됐으니 돌아가라고 했다”고 전했다. 그는 “돌아올 때는 경비정이 못 태워다 주니 알아서 가라고 해 민간 통발어선을 타고 돌아왔다”고 폭로했다.[각주:4]

 

홍씨에게 불편한 일은 더 있습니다. 방송인 정동남씨 이야기입니다. 보도에 따르면 정씨는 홍씨의 발언 다음날 한 연예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그 여자를 만나서 이야기하려 했는데 뒤로 빠지더라”라며 “해경이 민간잠수부 활동을 막는다든가 산소공급을 하지 않았다는 허무맹랑한 소문들을 퍼뜨리는데 그것은 유가족을 두 번 죽이는 것이다. 정부측은 민간에게 장비지원을 해주고 있으며 구조 투입을 제지하거나 통제한 사실이 없다”고 말한 것입니다. 정씨는 또 홍씨 체포 이후 경찰 조사에 협조하며 “홍씨 말은 거짓말”이라고 진술했다고 합니다.

 

매체는 그러나 재판에서 홍씨의 발언이 사실로 드러났고 정씨는 검찰측 증인은로 재판에 나와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르게 “해경이 민간 잠수사를 막은 것은 사실이다. 안전 등의 이유로 통제한 것인데 한 사람이라도 살리고자 현장을 찾은 많은 민간 잠수사들이 불만을 토로했다. 홍씨가 정의로워서 한 행동이라고 본다”면서 홍씨를 옹호했다고 지적했습니다. 홍씨는 정씨의 달라진 태도에 “거짓말쟁이로 몰더니 이제야..”라며 눈물을 흘렸다고 합니다.[각주:5]

 

초기부터 민간잠수부들을 수색에 배제했거나, 사고 해역에 갔지만, 구조현장에 투입되지 못하고 그저 배에서 대기만 했다는 사실을 본다면, 홍가혜씨의 인터뷰 속내는 비슷해 보입니다.

 

'시간만 때우라'는 문장 자체를 그대로 보느냐, 실제 민간잠수부들이 수색작업에서 배제됐다는 진실을 보느냐에 따라 차이가 있을 뿐입니다.

 

아직도 민간잠수부들은 초기에 자신들이 신속하게 수색작업에 투입됐으면 아이들을 구조할 수 있지 않았느냐는 생각을 하고 있으며, 해경의 민간잠수부 통제에 강한 분노를 갖고 있습니다.

 

 

4월 17일 오후 민간잠수부들과 완도해경 278함의 얘기를[각주:6] 보면 해경은 민간잠수부들에게 기름이나 부식은 물론이고 해경 합류조차 불가하다고 말했습니다. [각주:7]

 

'도와줄 것도 없고, 그저 사고 현장을 둘러보며 알아서 자체적으로 수색하라'는 해경의 답변을 보노라면, 그 누구라도 분노할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4월 18일 오전, 민간과 정부의 협력이 전혀 되지 않았다는 홍가혜씨의 주장은 4월 17일 교신 기록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 신속하면서 이상했던 경찰과 검찰의 수사'

 

홍가혜씨의 MBN인터뷰가 모두 거짓이었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홍가혜씨는 아이엠피터와의 취재에서 '자신의 인터뷰 내용은 진도 팽목항에 있었던 얘기들의 진위 여부를 해경이 확인해달라는 의도였다'고 밝혔습니다.

 

아이엠피터는 그녀를 취재하면서 그녀의 발언에 대한 경찰과 검찰의 수사 과정에 이상한 점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홍가혜씨의 수사 과정 중 가장 이상한 점은 명예훼손 사건치고는 너무도 빠르게 5일 만에 홍씨가 구속됐다는 점입니다.

 

세월호 이준석 선장은 사건 발생 3일 만인 4월 19일에, 세월호 선원 전원은 11일 만인 4월 26일 구속됐습니다.[각주:8] 홍가혜씨의 인터뷰 발언에 따른 구속이 세월호 선원들보다 더 빠르게 진행된 셈입니다.

 

경찰은 사건 발생 10시간 만에 홍씨의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해경의 구조활동 여부나 생존자 확인은 하지도 않고 홍씨부터 수사했습니다.

 

 

홍가혜씨는 전남지방경찰청으로부터 단 한 통의 전화만 받지 못하고, 이후에는 계속 통화를 했습니다. 그러나 언론과 경찰은 그녀가 잠적했다고 보도했습니다.[각주:9]

 

검찰은 그녀가 거주지가 없고, 직업이 없어 도주의 우려가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홍씨는 부산 오피스텔에서 인터넷으로 악세사리를 판매했기 때문에 택배를 여러 차례 받아, 관리실에만 물어봤어도 그녀의 거주 상황이나 직업 상태를 알 수 있었습니다.

 

과연 그녀의 인터뷰가 그 어떤 강력사건보다 더 빠르게 진행되어야 할 중대한 사안이었는지, 그녀가 그 어떤 중범죄보다 더 큰 잘못을 저질렀는지는 법학자들도 단언하기 어려웠습니다.

 

' 해체된 해경에 과연 명예훼손이 적용될 수 있을까?'

 

내일이면 홍씨에 대한 1심 선고가 내려집니다. 그녀는 해경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죄로 재판을 받습니다. 그러나 이에 대한 해답은 이미 박근혜 대통령이 내려줬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4월 19일 대국민담화를 통해 '해경 해체'를 선언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해경 해체의 이유로 '해경의 구조업무가 사실상 실패했다'고 밝혔습니다.[각주:10]

 

구조작업에 실패했기 때문에 해체된 해경이 명예 훼손을 운운할 자격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구조 작업 실패라는 의미 속에는 홍가혜씨가 주장했던 '민-정부 구조 협력 실패'도 포함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홍가혜씨의 인터뷰 내용이 100% 진실이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해경과 정부가 진실을 밝히지 않은 상황에서 그녀가 사고 현장에서 있었던 얘기를 검증하고 말할 수도 없었습니다.

 

그래도 홍가혜씨를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한다면 우리는 미국의 설리번 판결[각주:11]에서 <연방법원이 공직자에 대한 비판에서 '악의적 표현'이 명백히 입증되지 않는다면 표현의 자유로 봤다>는 사실을 떠올릴 필요가 있습니다.

 

 

세월호 참사가 벌어지고 48시간이 지나기도 전에 홍가혜씨는 생존자가 살아 있다는 얘기를 수색현장에서 들었다고 인터뷰를 했습니다.

 

경찰은 18일 오전 6시에 생존자가 살아 있었다는 얘기가 유언비어라며 홍씨를 수사했습니다. 그렇다면 그 시간에 홍가혜씨가 정부의 눈밖에 벗어나지 않기 위해서 '생존자는 없다. 그러니 민간잠수부들은 수색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어야 유언비어가 아니었을까요?

 

홍가혜[각주:12]라는 젊은 여성은 생방송으로 진행된 10분여 인터뷰로 3개월의 교도소 생활과 함께 또다시 수감될 수 있는 공포감에 떨고 있습니다. 과연 그녀의 발언이 해체된 해경의 명예를 중대하게 훼손했는지는 의문입니다.

 

대통령조차 포기한 해경의 명예를 왜 대한민국 검찰이 굳이 지켜줘야 하는지, 우리 모두 세월호 참사당시 해경의 구조 상황을[각주:13] 기억하며 생각해봤으면 합니다.

 

 

 

 

  1. '세월호 골든타임. 국가는 없었다.' 뉴스타파 2014년 7월 24일. http://goo.gl/pWMMMZ [본문으로]
  2. 박근혜 대통령 진도체육관 가족들 위로 "구조에 최선" MBC뉴스 2014년 4월 17일 http://goo.gl/S8lvoe [본문으로]
  3. 4.16세월호 민변의기록 146~147페이지 [본문으로]
  4. [세월호참사 속보]“해경이 고의적으로 민간잠수부 가뒀다” 경향신문 2014년 5월 1일 http://goo.gl/H3P8mA [본문으로]
  5. “홍가혜 그녀의 발언, 결국 사실 아닌가” 재평가 움직임 솔솔… 국민일보 2014년 11월 23일http://goo.gl/UEDzAn [본문으로]
  6. 이 부분은 실제 교신 내용이 아니라 재판 과정에서 나왔던 얘기이다. [본문으로]
  7. 홍가혜는 어떻게 ‘거짓말의 화신’으로 만들어졌나 한겨레 2014년 12월 26일http://goo.gl/2dEAYz [본문으로]
  8. 이준석 선장 등 세월호 선원 구속에서 사형 구형까지. 동아일보 2014년 10월 27일 http://goo.gl/OIEfS6 [본문으로]
  9. '거짓인터뷰' 홍가혜 잠적…그래도 사실이라 주장한 강기갑. 2014년 4월 19일http://goo.gl/UEpK8j [본문으로]
  10. 박근혜 대통령 대국민담화문. 2014년 5월 19일 청와대. http://goo.gl/8UxNVx [본문으로]
  11. 뉴욕타임스는 마틴루터 킹 목사의 모금운동 광고를 실었는데, 그 광고에는 경찰이 흑인을 폭행하는 장면이 있었다. 경찰국장 설리번은 명예훼손으로 뉴욕타임스를 고소했지만, 연방법원은 무죄를 선언했다. [본문으로]
  12. 홍가혜씨는 아이엠피터와의 취재 과정에서 자신에 대한 사기 혐의는 무혐의로 나왔으며, 트위터에 올라온 욕설은 본인이 아닌 포토삽으로 누군가 조작해 올린 것라고 밝혔다. 또한 일부 기자들이 자신을 티아라 화영 사촌언니라고 표기해서 사실이 아니라고 스스로 항의했으며, 이런 마녀사냥으로 더 큰 상처를 받았다고 밝혔다. [본문으로]
  13. 세월호수사, 구조부실 해경 구속 '개인적 일탈 단 한 명'http://goo.gl/KoRjTf 세월호 참사로 드러난 '한국 해경의 실체'http://goo.gl/a6NmpN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