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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국가보안법으로 흥한 국정원, 보안법으로 망하리라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에 대한 증거 조작 의혹이 검찰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계속 증폭되고 있습니다. 윤웅걸 서울중앙지방검찰청 2차장은 2월 16일 간첩 협의를 받았던 유우성씨 변호인단이 주장한 증거조작 의혹에 대한 반박 브리핑을 했습니다.

윤 차장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유우성씨의 중국-북한 출입경 기록문서를 자체 검증한 결과 위조 정황은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간첩 혐의로 기소한 국정원과 검찰은 증거가 조작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변호인단은 증거가 조작됐다고 하는데, 도대체 누구의 말이 맞는지 알아봤습니다.

<서울시 공무원 간첩단 사건>

국정원과 검찰은 2013년 1월 탈북자로 서울시청 복지정책과 생활보장팀 주무관으로 근무하던 유우성씨가 북한 국가안전보위부 지령을 받고 자신이 관리하는 탈북자 명단 등을 북한에 넘겼다며 간첩 혐의로 기소했다.

당시 현직 공무원이 간첩활동으로 탈북자 명단을 북한에 넘겼다는 사실이 국정원에 의해 밝혀지면서 엄청난 파문이 일었다. 그러나 1심 재판에서는 국정원이 언론에 밝힌 증거들이 검찰에 의해 제출되지 않았고, 여동생의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 무죄를 선고했다.


' 처음부터 끝까지 증거가 조작된 간첩 사건'

이번 간첩 사건에서 가장 큰 증거는 3가지입니다. 첫째는 북한에 있었다는 사진, 두 번째는 여동생의 진술입니다. 마지막은 북한-중국 입출경 기록입니다.

검찰은 유우성씨가 2012년 1월 21일과 23일 유씨가 북한에서 찍었다는 사진을 증거로 제출했었습니다. 그러나 아이폰의 위치정보를 조회한 결과 이 사진은 북한이 아니라 중국 옌지에서 찍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유일한 증거였던 여동생의 진술 또한 국정원의 협박에 의한 허위 증언이었음이 밝혀져, 재판부는 채택하지 않았습니다.

▲ 검찰과 변호인단의 증거자료 비교 내용. 이미지 출처:한국일보


검찰은 북한에서 유씨를 봤다는 증언과 사진이 증거가 되지 못하자, 국정원이 입수한 출입경 기록을 통해 유씨의 간첩 혐의를 입증하려고 했습니다.

검찰 자료를 보면 유우성씨가 5월 27일 오전 북한에서 중국으로 나왔다가 다시 50분 만에 북한에 들어갔고, 6월 10일 재입국한 것으로 나옵니다. 그러나 변호인이 제출한 자료는 27일 이후 세차례 모두 중국입국으로 표시됐습니다.

유우성씨의 출입국 기록 자체가 신뢰성이 별로 없는 점을 보여주고 있지만, 검찰은 큰 문제가 없다는 변명만 되풀이 하고 있습니다.

▲ 검찰과 변호인단의 증거자료 비교 내용. 이미지 출처:한국일보


검찰과 변호인단의 증거조작 논란의 핵심은 과연 서류들이 합법적이냐는 부분입니다. 재판부인 서울고법 형사7부는 주한 중국대사관에 검찰과 변호인단이 제출한 서류들에 대한 사실조회 요청을 했습니다.

주한 중국대사관 영사부는 2월 14일 '변호인 측 자료는 사실이며, 검찰이 제출한 서류는 위조'라는 회신을 보내왔고, 이에 따라 검찰이 제출한 출입경 기록 모두가 위조와 증거조작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현재 국정원과 검찰이 유우성씨가 간첩이라고 주장하며 내세웠던 증거는 대부분 제출 또는 채택되지 않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은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조작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 국정원의 증거조작은 국가보안법 처벌 대상'

이번 사건에서 검찰이 내세운 증거는 대부분 국정원에서 제출한 자료들입니다. 특히 국정원은 2013년 10월 중국 지린성 허룽시 공안국의 관인과 공증처 관인까지 찍힌 유우성씨의 출입경 기록을 검찰에 제출했습니다. 

▲유우성씨 출입경 기록 관련 검찰과 국정원, 선양주재 한국영사관 입수 경로. 출처:경향신문


국정원이 검찰에 제공한 자료를 보면 굉장히 이상합니다. 왜냐하면, 검찰은 국정원이 자료를 주기 전에 중국에 유씨 출입경 기록을 요청했지만, 거절당했습니다. 그러나 국정원이 선양 주재 한국영사관을 통해 유씨 출입경 기록을 얻어냈습니다. 

검찰은 "해당 증거들은 중국 화룡시 공안국이 정식으로 발행한 공문서임을 여러 차례 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중국 대사관은 이들이 요청하고 받은 자료가 위조라고 밝혔습니다.

검찰은 관련 서류를 국정원을 통해서 입수했습니다. 그렇다면 관련 서류는 국정원이 선양 총영사관에 파견된 국정원 직원을 동원해 위조한 것이라는 추측이 나옵니다. 

<국가보안법>

제12조(무고, 날조)
① 타인으로 하여금 형사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이 법의 죄에 대하여 무고 또는 위증을 하거나 증거를 날조·인멸·은닉한 자는 그 각조에 정한 형에 처한다.
②범죄수사 또는 정보의 직무에 종사하는 공무원이나 이를 보조하는 자 또는 이를 지휘하는 자가 직권을 남용하여 제1항의 행위를 한 때에도 제1항의 형과 같다. 다만, 그 법정형의 최저가 2년미만일 때에는 이를 2년으로 한다. 


국정원과 선양 총영사관 등이 개입된 증거조작은 그들이 유우성씨를 기소했던 국가보안법에 따라 처벌을 받을 수 있는 범죄입니다. 

국가보안법 제12조는 국가보안법 처분을 위해 무고 또는 위증, 증거 날조,인멸,은닉한 자는 처벌받을 수 있다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현재 유우성씨 변호인단은 관련하여 고발한 상태이며, 그 결과에 따라 국정원 직원들은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문제는 검찰, 외교부가 국정원의 활동에 모두 협조하여 증거를 조작, 왜곡하는 일에 가담했다는 사실입니다. 현재 대한민국에서 국정원이 가진 막강한 권력이 어느 정도인지를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 증거 없는 간첩, 왜 만드는가?'

대한민국에 간첩은 분명 존재합니다. 그러나 실제 남파 간첩은 1972년 7.4 남북공동성명 발표 이후 줄어들었습니다. 북한이 남파 간첩을 보내는 전략을 폐기했기 때문입니다. (북한이 전략을 폐기했어도 간첩은 있다. 그러나 검거된 간첩 중 진짜 간첩은 과연 몇 퍼센트나 되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북한이 남파 간첩을 보내는 전략을 폐기했지만, 검거된 간첩의 숫자는 절대 줄어들지 않았습니다. 이유는 1980년대 5공화국이 자신들의 정권을 지키기 위한 수단으로 수많은 간첩을 만들어 냈기 때문입니다.  

(북한이 전략을 폐기했어도 간첩은 있다. 그러나 검거된 간첩 중 진짜 간첩이 과연 몇 퍼센트나 되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1986년 간첩혐의로 무기형을 선고받았던 강희철씨에 대한 증거는 '일제 만년필과 겨울 스웨터 1벌'뿐이었습니다. 그런데도 그는 간첩으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습니다. 

정말 흔하디흔한 만년필 한 자루만으로 평범한 한 사람의 인생이 한국 사회에서 가장 무서운 국가보안법으로 독방에 갇혀 인생이 무너진 사건이 버젓이 일어난 나라가 대한민국입니다. 

2013년 1월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은 1980년대 5공화국의 정권 유지를 위한 용공 조작과 너무나 흡사합니다.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은 당시 국정원 댓글 의혹과 대선 개입 등이 계속 불거지자 나왔습니다. 전형적인 국정원 지키기와 정권 유지를 위한 '안보론'을 위한 포석과 공작이었습니다. 

문제는 이런 일들이 박근혜 정권에서 계속 나올 수 있다는 점입니다. 특히 사상 초유의 외국 출입국 기록까지 증거를 조작했다는 점에 비추어 우리가 상상도 하지 못하는 거짓 증거만으로도 북한산이 아닌 국정원산 간첩은 계속 나올 것입니다. 

▲간첩혐의로 구속됐던 유우성씨와 동생 유가려씨의 증언. 출처:KBS,뉴스타파


정권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만들어지는 간첩 사건, 여기에 걸리면 한 사람의 인생과 소중한 가족의 관계는 모두 망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자신이 가진 권력을 지키기 위해 인간성을 무너뜨리는 이런 행위는 반드시 처벌받아야 합니다. 국가보안법을 폐지할 수 없다면, 최소한 국가보안법을 악용하는 국가 권력 기관을 무겁게 처벌할 수 있도록 형량을 늘려야 합니다. 

칼로 흥한자, 칼로 망할 수 있다는 진실이 대한민국에서 꼭 통하는 사회가 되어야만, 국정원산 간첩 사건이 사라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