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사자성어 '지록위마' 박근혜정권과 딱 맞네

 

 

매년 교수신문은 그 해를 대표하는 '올해의 사자성어'를 발표합니다. 2014년 '올해의 사자성어로는 지록위마'가 선정됐습니다.

 

'지록위마(指鹿爲馬)는 사기에 나오는 얘기입니다. 진나라 시황제가 죽자, 환관 조고는 거짓 조서를 꾸며 태자 부소를 죽이고 어린 호해를 세우고 자신은 승상이 되어 조정의 실권을 장악합니다. 조고는 자신에게 반대하는 세력을 가리기 위해 황제에게 사슴을 바치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폐하, 말(馬)을 바치니 거두어 주시옵소서."

"승상은 농담도 잘하시오. 사슴을 가지고 어떻게 말이라고 합니까?, 대신들 눈에도 말로 보입니까?."

 

황제의 말에 침묵을 지키고 있는 사람보다 말로 보인다고 하는 사람도 많았습니다. 그러나 그중에 '말이 아니라 사슴이라'고 부정하는 사람도 몇 명 있었습니다. 환관 조고는 그 사람들을 기억해두었다가, 나중에 죄를 뒤집어씌워 죽여 버렸습니다.

 

윗사람을 농락하며 권력을 마음대로 휘두르거나 위압적으로 남에게 잘못을 밀어붙여 끝까지 속이려 하는 모습을 가리켜 '지록위마'라고 합니다.

 

2014년 박근혜정권에서 벌어진 사건들을 보면,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고 우기는 '지록위마'의 모습이 너무나 많이 나타났습니다.

 

 

'정치개입은 맞지만, 선거개입은 아니다'라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한 선거법 무죄 판결은 그 누가 봐도 웃을 일이었습니다. 오죽하면 현직 판사가 판결문을 보고 '지록위마'의 판결이라고 비판했겠습니까?

 

'공문서가 위조됐지만, 증거조작은 아니다'라는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의 증거조작과 허위자백, 'KBS에 협조요청했지만, 언론통제는 아니다'라는 뻔뻔함에서는 언론통제가 과거 어떻게 이루어졌는지조차 무색해질 얘기였습니다.

 

'땅콩리턴'의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은 '내리라고는 했지만, 비행기 돌리라고는 안 했다'는 비행기 탈 때마다 우스갯소리로 했던 '너 나가 놀아라'는 농담을 현실로 완벽하게 구현하기도 했습니다.

 

'56조 부채는 남겼지만, 실패한 자원외교는 아니다'라는 식으로 MB자원외교의 실패를 감추려는 최경환 경제부총리를 보면 MB정권과 박근혜정권의 동질성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해킹은 당했지만, 원전은 절대 안전하다'는 말을 믿기에는 정부의 발표가 너무 허술합니다. IT 강국에 안보를 제일 우선으로 하는 국가이면서 해킹 사건만 나오면 왜 '북한 소행설'이 꼭 등장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참여정부 시절, 서민이 애용하는 담뱃값 인상으로 국민이 절망하고 있다고 주장했던 박근혜 대통령은 이제는 '담뱃값 인상은 했지만, 국민 건강 때문이다'라는 주장으로 서민들이 담배 한갑조차 사기 힘들게 만들어 놨습니다.

 

세수를( 2조원에서 5조원) 늘리기 위해서라고 말하지 않는 박근혜정권을 보면, 사슴을 말이라 우기는 것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종북콘서트라고 말했지만, 종북몰이는 아니다'라는 박근혜정권의 모습은 헌재의 통합진보당 정당해산 결정이 내리자마자 '정윤회 문건'이 사라진 결과를 놓고 보면 믿기 힘듭니다.

 

'정윤회 문건, 대통령기록물이지만, 찌라시에 불과하다'는 말을 박근혜 대통령이 하지는 않았지만, 그녀는 정윤회 문건을 가리켜 '찌라시에 나오는 얘기'라고 했습니다.  정윤회 문건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은 문건 작성자인 박관천 경정을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등으로 구속됐습니다.

 

'삭족적리'(削足適履)라는 말이 있습니다. 발을 깎아 신발에 맞춘다는 뜻입니다. 원칙도 없고, 그저 억지로 갖다가 끼워 무엇이든 해결하려는 박근혜정권과 똑같아 보입니다.

 

앞서 '2014년 박근혜정권 지록위마'에 소개되지 못했지만, 그와 유사한 말들은 너무 많습니다.

 

'트레이너를 고용했지만, 트레이너가 아니라 청와대 행정관이다'라는 연예인 트레이너 출신의 윤전추 행정관에 대한 청와대 변명이나 '몰카시계를 구입했지만, 연설용이다'라는 뒷골목 흥신소 얘기는 기가 막힐 뿐입니다.

 

'일본 입장에서 작성했지만, 독재미화와 친일파 교과서는 아니다'라는 행태를 보고 있노라면, 무슨 국민을 유치원생 정도로 취급하는 것 같아, 울분이 터집니다.

 

'전시작전권은 연기했지만, 군사주권은 포기하지 않았다'는 주장을 보다 보면, 마치 아무것도 없으면서 '점심은 개성에서 저녁은 평양에서 먹겠다'는 허풍이 생각납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지 못했지만, 청와대가 컨트롤타워는 아니다'는 박근혜정권을 보면 교수신문에 나왔던 '참불인도'(세상에 이런 참혹한 일은 없다'가 생각납니다.

 

 

환관과 무능한 왕이 나라를 망하게 할 수 있었던 이유는 아부하는 환관을 왕이 곁에 두고, 자신을 반대하는 세력을 숙청해 환관에게 권력을 줬기 때문입니다.

 

문고리 3인방이나 십상시에 대한 얘기는 모두 '찌라시'였고, 자신을 반대하는 세력은 '자유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종북'이며, 자신을 '대통령 각하'라고 부르는 자들을 충신이라고 생각하는 대통령.

 

'지록위마'처럼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른 환관 조고와 향략을 즐겼던 황제, 그들의 모습을 보노라면 마치 2014년 박근혜정권의 현주소를 보는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