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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미디어/블로그후원

아빠는 슈퍼맨이 아니란다. 그래도 널 사랑해

 

 

우리 딸 에스더가 며칠이면 다섯 번째 생일이구나. 아빠와 생일이 똑같아 평생 잊을 수 없는 에스더의 생일날[각주:1], 아빠가 무엇을 해줄까 고민하다가 편지를 쓴다.  

 

어떤 사람들은 에스더 이야기를 써서 블로그 조회수를 늘린다고 싫어하기도 한다.  그러나 한 달에 딱 한 번 블로그를 읽는 삼촌과 이모, 아저씨 등에게 아빠가 어떻게 사는지 알려주는 글 한 편으로 어마어마하게 (?) 조회수가 늘어난다면 그것도 참 고마운 일인 듯 싶다.

 

에스더가 지금은 이 편지를 읽을 수 없겠지만, 나중에 글을 읽을 수 있는 나이가 되면 꼭 읽어줬으면 좋겠다. 왜냐하면 이 편지가 별거 아닌 이야기이겠지만, 아빠와 에스더에게는 어떻게 살았는지 알려줄 수 있는 중요한 기록이기 때문이란다.

 

' 대장이 되고 싶다고 큰소리만 쳐서는 안 된다'

 

아빠는 우리 에스더가 요새 유치원과 동네에서 남자아이들이 많은 동네에서도 씩씩하게 다니는 모습을 보면 참 든든하더라. 그런데 간혹 보면 에스더가 모든 일에 대장이 되려고 하는 듯 보이더라.

 

 

5살 친구들이 떠든다고 아이들에게 '조용히 해'라고 할 수는 있단다. 그러나 무서운 대장처럼 말하기보다는 '우리 조용히 하면 어떨까?'라고 부드럽게 말하면 친구들이 더 좋아하지 않을까?

 

아빠는 에스더가 남을 지배하는 사람이 아니라, 아이들과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에스더가 됐으면 좋겠어.

 

누군가를 강압적으로 부리는 사람은 홀로 가지만, 함께 가는 사람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친구들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단다.

 

'가식적인 말은 친구를 아프게 한단다'

 

우리 에스더가 친구들에게 '친구야 보고 싶었어, 왜 이제 왔어' 하면 안아 주는 모습은 선생님들이나 이모들에게 참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오기도 하더라.

 

 

에스더가 친구를 안아주는 모습은 좋지만, 꼭 좋아하는 친구만 안아주는 모습은 다른 친구의 마음을 아프게 할 수 있단다.

 

어제 세모가[각주:2] 너에게 장난감을 주지 않았다고, 세모만 빼놓고 다른 친구만 안아줘서 세모는 너무 슬펐을거야.

 

에스더가 어제는 세모를 보고 '나는 세모가 너무너무 보고 싶었어'라고 말해놓고, 오늘은 '나는 세모하고 안 놀 거야'라고 말하면, 세모는 어제 에스더가 했던 말을 진심이었다고 믿을까? 

 

친구가 싫을 수도 있어, 그러나 친구가 싫다고 친구에게 상처 주는 말, 친구만 따돌리는 행동을 하면 언젠가는 에스더 친구들도 에스더에게 그렇게 할 수도 있단다.

 

'게임은 항상 공정해야 된다'

 

에스더가 호기심이 많고 무엇이든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려고 하는 모습은 참 좋단다. 그러나 그 일이 지나치면 친구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단다.

 

 

에스더가 지난번 꾸러기 축구대회에 골키퍼 장갑이 신기해서 가위,바위,보에 지고도 골기퍼를 했는데, 아빠는 그 모습을 보고 마음이 아팠단다.

 

공정하게 가위,바위,보를 해서 골키퍼를 해야지, 막무가내로 골키퍼를 하겠다고 떼를 써서 골키퍼를 하는 것은 다른 친구들에게도 앞으로 떼만 쓰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나쁜 생각을 하게 만들기 때문이란다.

 

골키퍼 장갑을 얻었으면 공이 오는 것을 잘 막아야지 그저 골대에서 골키퍼 장갑만 갖고 놀면 안 되는데, 에스더는 경기 내내 골대에서 장갑만 갖고 놀더라.

 

남들이 가질 수 없는 골키퍼 장갑을 가졌으면 골키퍼로서 역할을 다해야 하는 것이 경기의 룰이란다. 중요한 것은 골키퍼 장갑이 아니라 함께 축구를 하는 일이란다.

 

' 욕심을 부리기보다 함께 나눠 먹자'

 

에스더가 잘 먹고 건강해서 아빠는 늘 하나님께 감사하고 있어. 그런데 잘 먹는 것도 중요하지만 욕심부리지 않고 적당히 먹고 친구와 나눠 먹는 일도 중요하단다.

 

 

친구는 안 먹고 에스더만 먹으면 맛있을 것 같지만, 나눠 먹으면 더 맛있단다. 나눠 먹으면 더 맛있기에 아빠는 에스더가 작은 사탕이라도 친구들과 나눠 먹었으면 좋겠단다.

 

어떤 어른들은 못 사는 친구들에게만 먹을 것을 줘야 한다고 하지만 아빠는 아이들만큼은 모두 함께 공평하게 나눠 먹으며 살았으면 좋겠단다.

 

앞으로 에스더가 크면 자기 것을 나눠주기 싫어하는 어른들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거야. 그렇게 자기 것만 먹고 산다고 행복할까?

 

아빠는 에스더가 혼자서 먹는 밥보다는 나눠 먹는 밥이 맛있다는 사실을 알고, 진짜 맛있는 밥을 먹었으면 좋겠어.

 

' 도움을 받았으면 베푸는 아이가 되자'

 

에스더는 모르겠지만, 에스더가 제주에 태어났을 때부터 많은 아저씨, 이모, 삼촌들이 에스더를 귀여워해 주고 챙겨주고 도와줬단다.

 

 

이번 달에도 어떤 분은 에스더가 갖고 싶은 '씨크릿 쥬쥬'를 사주라고 소중한 돈을 아빠에게 줬단다. 또 에스더가 잘 먹으니 맛있는 것을 사 먹으라고 까까값도 주셨단다.

 

아빠는 이런 고마운 분들이 있어 돈을 벌지 않고 매일 집에서 글을 쓸 수 있단다. 만약 아빠가 글을 쓸 수 있게 도와주시는 분들이 없었다면, 매일 에스더를 보지도 못하고, 밤늦게 집에 왔을지도 몰라.

 

 

에스더가 여자라서 남자 친구들이 높은 곳에서 내려올 때는 도와주기도 했잖아, 그것은 당연한 일이 아니라 고마운 일이란다. 아빠는 에스더가 무조건 받기보다는 받은 것을 고마워하고 남에게 해줄 수 있는 일을 하는 아이가 됐으면 한단다.

 

지금 에스더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는 않아. 그러나 잘 찾아보면 에스더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단다. 혼자 노는 친구가 있으면 같이 놀아주고, 먹을 것이 있으면 함께 나눠 먹고, 친구가 아프면 꼭 안아주는 일들은 에스더도 할 수 있지?

 

 

에스더는 친구들의 이름과 다르지? 그것은 아빠가 성경 속에 나오는 멋진 사람의 이름을 에스더 이름으로 지었기 때문이란다. 성경에 나오는 에스더는 나쁜 사람으로부터 많은 사람을 도와줬던 사람이란다.

 

앞으로 커서 에스더가 어떤 사람이 될지는 아빠도 모른단다. 그러나 에스더가 남을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됐으면 아빠는 너무 행복할 것 같아.

 

물론 그렇게 되지 않아도 아빠는 에스더가 있는 것만으로 행복해, 그러나 할 수 있다면 에스더가 곁에 있는 사람뿐만 아니라 보이지 않는 다른 사람을 위해 도와주려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단다.

 

 

에스더야

아빠는 하늘을 날고 힘이 세서 악당을 물리치는 슈퍼맨은 아니란다. 그러나 항상 우리 에스더가 건강하고 남을 사랑하고 돕는 딸이 될 수 있도록 곁에 있어줄 수는 있단다.

 

비싼 '씨크릿 쥬쥬'와 '다이노포스'를 사줄 수 있는 아빠는 아니지만, 그래도 널 사랑한단다.

생일 축하한다. 우리 딸.....

 

 

 

  1. 에스더의 생일은 12월3일입니다. 매월 마지막 주에 블로그 후원 이야기를 쓰는 까닭에 오늘 글을 씁니다. [본문으로]
  2. 아이들의 이름은 모두 가명입니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