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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들의 특별했던 첫 '해외여행'

 

 

요셉이와 에스더가 첫 해외여행을 갔다 왔습니다. 제주에 사니 비행기는 자주 탔지만, 기내식이 나오는 외국행 비행기는 처음 타보는 아이들이라 출발 전부터 설렜답니다.

 

이번 여행은 명목상으로는 '할머니 칠순 가족여행'입니다. 온 가족이 함께 여행가는 일 자체가 거의 처음인 가족이 '캄보디아'라는 나라를 택한 이유는 좀 별다른 여행 때문입니다. 이유는 아래 나옵니다.

 

비행기를 타고 조금 가다 보니 큰엄마가 깜짝 선물로 신청해준 케이크가 나왔습니다.[각주:1] 요셉이와 에스더 사진이 그려진 카드와 함께 작은 케이크가 나왔습니다. 물론 에스더는 혼자서 거의 반 이상을 먹어치웠습니다.

 

 

아이엠피터 가족이 캄보니아로 여행지를 선택한 이유는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에서 툭툭이[각주:2]로 한 시간 이상 이동하는 외곽에 있는 작은 학교에 가기 위해서였습니다.

 

특히 이곳은 프놈펜과 지방의 경계선에 있는 곳으로 시내에서 돈이 없어 자꾸 밀려 밀려 떠돌아다니는 예전 한국의 판자촌과 비슷한 지역이었습니다.

 

초등학교가 무상교육인 캄보디아이지만, 학교에 아이들을 모두 수용할 수가 없습니다. 무상교육이지만 소액의 비용을 받는데, 이 비용조차 내지 못하는 아이들은 학교에 가지 못해, 한국의 민간 복지단체가 초등학교 과정의 학교를 설립했습니다.

 

 

설날 연휴를 이용해 캄보디아를 갔지만, 설날처럼 소시지 전을 부쳤습니다. 우리 가족이 소시지 전을 좋아해서도 있지만, 캄보디아에서도 한국 소시지를 튀겨 먹는 간식이 생겨날 정도로 현지 아이들이 좋아하기 때문입니다.

 

에스더는 소시지를 밀가루에 묻히고, 요셉이는 뜨거운 날씨에도 불평 한마디 하지 않고 열심히 많은 소시지 전을 사촌 형과 함께 부쳤습니다.

 

겨울이었던 한국과 비교하면 캄보디아는 너무 더웠습니다. 그러나 그날따라 에스더도 왜 소시지를 하는지도 잘 몰랐지만, 그다지 떼도 쓰지 않고 잘 따라줬습니다.

 

 

소시지를 다 부치고 난 다음에는 한국에서부터 들고 온 짐을 풀어서 가지런히 정리했습니다. 아이들을 위한 학용품과 수건, 그리고 수세미와 인형 등입니다.

 

소시지 부칠 때도 말 잘 들었던 에스더가 언니들을 따라 박스에서 크레파스를 꺼내 책상에 얌전히 잘 정리합니다. 요셉이는 집에서 모아 온 사용하지 않았던 수건들을 잘 개어 놓습니다.

 

아이들을 위한 선물 박스를 위해 온 가족의 짐을 모두 가족당 1개로 정하고 줄였지만, 혹시나 아이들에게 줄 선물 수량이 모자라면 어떨까 하는 걱정이 들기도 했습니다.

 

 

점심시간이 되자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은 물론이고 동네 아이들까지 모두 학교 교실 앞으로 몰려들었습니다. 별도로 식당이 없기에 학교 교실이 점심시간이 되면 식당으로 바뀝니다.

 

밥과 국, 그리고 반찬 하나가 전부인 식판에 소시지 전 몇 개가 들어가니 아이들은 별식이라고 좋아합니다. 맛있다고 더 달라는 아이들을 위해 요셉이는 무조건 많이 올려주다 배식에 실패할 수 있다는 사촌 형의 말에 얼른 정신을 차리기도 했습니다.

 

이 학교에 다니는 아이 중에는 점심시간에 남은 밥과 반찬을 비닐봉지에 담아 동생들에게 갖다 주려고 하는 아이들도 있다고 합니다. 그런 아이들에게는 소시지를 더 많이 싸주기도 했습니다.

 

 

점심을 먹고 본격적으로 아이들이 선물을 받으러 왔습니다. 에스더가 맡은 선물은 딸기 모양의 수세미입니다.[각주:3] 처음에는 그냥 장난처럼 주는 모습에 엄마한테 지적을 받기도 했습니다.

 

선물은 말 그대로 마음을 담아 주는 것이지, 동정이 아닙니다. 그냥 공짜로 주는 일이 아닌, 언니 오빠들에게 산타클로스 할아버지처럼 선물을 준다고 느꼈는지, 에스더도 얌전히 그리고 기쁘고 즐거운 표정으로 선물을 주기 시작했습니다.

 

에스더는 워낙 얼굴이 까매서 아이들도 현지 아이처럼 생각했는지, 거리낌 없이 동생이 준다고 느끼고 고맙다는 말을 하며 에스더의 딸기 수세미를 받았습니다.

 

 

요셉이는 몰려드는 아이들 덕분에 진땀을 뺐습니다. 양말로 만든 인형은 아이들에게 워낙 인기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은 아이들인지라 서로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인형이 있어 각양각색의 인형 중에서도 서로가 원하는 인형이 다양했습니다.

 

어른들은 그냥 무조건 인형이라고 나눠줬겠지만, 요셉이도 아이라 그런지, 아이들이 각자 원하는 인형을 고를 수 있도록 해줬습니다. 시간이 걸려도 아이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인형을 모두 가질 수 있었습니다.

 

 

이 학교에서는 특별한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바로 군대에서나 볼 수 있는 '식기검사'였습니다. 점심을 먹기 시작할 때쯤이면 교실 겸 식당 앞에는 큰 대야 세 개가 놓입니다. 물을 받아 놓고 식판을 닦을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식기를 갖다 놓기 위해서는 식기 보관함이 있는 교무실로 가야 하는데, 이 앞에는 식기 검사를 하는 당번이 떡하니 앉아 있습니다. 닦은 식기를 당번 학생이 검사하는데, 손가락으로 문지르며 군대 고참보다 더 깐깐하게 검사하더군요.

 

한 아이는 무려 세 번이나 퇴짜를 맞고 다시 닦아 와서 검사가 통과돼 겨우 선물을 받았습니다. 선물을 받고 친구와 함께 집으로 돌아가는 아이의 표정에는 흐뭇한 미소가 절로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아이엠피터 가족이 설날 연휴를 이용하여 캄보디아에 가 있는 동안, 요셉이와 에스더 삼촌을 자처하는 블로그 후원자 분들이 세뱃돈이며 설날 선물들을 보내줬습니다.

 

요셉이와 에스더도 자신들을 챙겨주는 삼촌이나 이모들이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있으며, 이런 분들을 통해 아빠가 글만 쓸 수 있다는 사실을 이제는 알고 있습니다.  

 

누군가의 후원을 받으면서, 누군가에게 선물을 준다는 사실이 웃길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선물은 돌고 돌아야 커진다고 믿고 있습니다.

 

 

아이엠피터가 꿈꾸는 세상은 우리 아이들이 행복하고 자유롭게 자신들의 능력을 아낌없이 펼칠 수 있는 상식적인 사회입니다. 그런 사회를 꿈꾸며 글을 쓰고 있습니다.

 

단순히 글을 쓴다고 사회는 바뀌지 않습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글과 함께 실천하는 모습을 함께 보여줘야, 작지만 조금씩 변화가 생길 수 있다고 봅니다.

 

아이들은 사랑을 받을 때 가장 아름답습니다. 그런데 사랑을 받은 아이가 사랑을 주면 더 큰 사랑을 배울 수 있습니다.

 

요셉이와 에스더의 생애 첫 해외여행은 사랑과 선물을 주고 두 배로 다시 얻어온 여행이었습니다. 먼 훗날 아이들이 자라, 배낭 메고 스스로 캄보디아의 작은 학교에 스스로 다시 갈 수 있는 날이 오리라 믿습니다.

 

  1. 국외여행 비행기에는 기념일 케이크 서비스가 있다. 출발 24시간 전에 홈페이지를 통해 신청하면 된다. [본문으로]
  2. 동남아시아의 대표적인 교통수단으로 삼륜오토바이택시이다. [본문으로]
  3. 캄보디아 일부 지역에서는 위생과 환경이 좋지 않아, 학교에는 쓰레기 수거와 식기 세척 등의 교육을 계속 시키고 있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