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정치

박근혜, 굳이 '세월호 생존 5살 아이'를 만나야 했나?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침몰 현장을 방문해 유가족 등과 만났습니다. 아이엠피터는 개인적으로 정치인이 사고 현장을 방문하는 것을 싫어합니다. 왜냐하면, 정치인들이 오면 현장 관계자들이 유가족이나 구조작업보다 '브리핑'에 더 신경을 쓰기 때문입니다.

대통령이 현장 방문을 하지 않으면 않는다고 비난을 받을 수도 있으니 무조건 박근혜 대통령의 세월호 침몰 현장 방문을 반대할 이유는 없습니다. 현장에서 유가족의 CCTV 설치 등의 요구를 즉석에서 해결했던 부분도 있으니 장점도 분명 있습니다.

단지, 세월호가 침몰하면서 그것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잘못된 방법들이 있기에 답답할 따름입니다. 오늘은 세월호 침몰을 정치적으로 악용하는 사례 등을 모아봤습니다.

' 구조도 끝나지 않았는데, 자랑에 여념 없는 정치인'

세월호 침몰로 구조되지 못한 학생과 탑승객, 선원들이 아직도 많습니다. 현장에서는 유가족들이 제대로 구조가 되지 않고 있다고 답답해하고 발을 동동 구르고 있습니다. 

이런 와중에 언론에서는 정치인들의 홍보성 기사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세월호 침몰 관련 소식이 계속 올라오는 와중에 '여객선 침몰, 현장 민원해결자 나선 남경필, 정병국, 정치력 빛났다'라는 기사가 보도됐습니다.


이 기사의 제목이 나중에는 '여객선 침몰, 현장 민원해결자 나선 남경필, 정병국'으로 바뀌기는 했지만, 이 시점에서 '빛났다'등의 제목이나 기사가 나왔어야 하는지 의문이 듭니다.

남경필,정병국 의원이 유가족을 위해 해경을 설득해 사고 현장을 방문하도록 해준 것은 분명 잘한 일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자랑거리를 외부에 알리거나 홍보하기보다 조용히, 그리고 묵묵히 유가족을 돕는 것이 우선입니다.



아이들의 생사를 알지 못하는 부모 입장에서는 지금 분노와 안타까움이 극에 달한 상황입니다. 그런 애절하고 정신이 없는 상황에서 유가족에게 '대통령이 왔다'는 소식을 전하는 의도는 그저 자신을 나타내기 위한 포장으로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대통령이 와서 좋은 점도 있겠지만, 경호상의 이유로 출입이 통제되거나 신속하게 이루어져야 할 구조작업이 대통령의 눈치를 보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정치인들이 세월호 침몰 현장에서 유가족과 실종자를 위해 진심의 노력을 했다면, 꼭 자신의 입으로 자랑하지 않아도 언젠가는 사람들이 알아줄 것입니다.

' 이 와중에 선거운동을 벌이는 예비후보들' 

세월호 침몰 사고로 온 나라가 음악방송,콘서트. 축제 등을 취소하고 야구 경기 무응원을 자발적으로 전개하고 있습니다. 수많은 목숨에 대한 예의와 희망을 잃지 않겠다는 움직임입니다.

정치권에서도 비록 6.4 지방선거를 얼마 앞두지 않았지만, 선거운동이나 점퍼 착용 금지, 선거 사무소 개소식이나 경선 연기 등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국민들과 여야 지도부가 세월호 침몰로 자중하고 있는 와중에 이재만 새누리당 대구시장 경선후보는 대구광역시장 여론조사가 실시된다면서 자신을 지지해달라는 문자를 보냈습니다.

문자 앞에는 세월호 여객선 침몰에 기도하겠다고 했지만, 문자를 본 많은 사람들은 그저 세월호 침몰을 이용하여 표를 구걸하는 모습으로밖에 비쳐지지 않았습니다.

기독교에서는 기도를 은밀한 골방에서 하라는 얘기가 있습니다. 기도한다고 내세우지 말고 조용히 하라는 뜻입니다. 누군가를 위해 진실되게 기도한다면 온 동네방네 문자를 할 필요는 없다는 뜻입니다.


6.4 지방선거에 모든 것을 걸고 있는 예비후보자들의 마음은 충분히 이해합니다. 몇 년간 준비한 선거에서 당선되고 싶을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 온 국민이 슬픔에 잠겨있는 시기에 이런 문자를 보내는 것은 오히려 그들의 정치인생에 마이너스가 될 뿐입니다.

진정으로 국민을 생각하는 정치인이라면, 스팸문자와 같은 선거 문자 수백, 수천 통을 보내기 보다는 자신이 누군가를 밝히지 않고 현장에서 묵묵히 자원봉사를 하는 편이 더 낫습니다.

유가족의 아픔과 절망을 자신의 당선에 이용하는 정치인이라면 아예 이번 선거에서 당선되지 않는 편이 국민에게 더 나을 것입니다.

' 굳이 세월호 침몰 생존 아이를 만나야 했을까?'

박근혜 대통령은 4월 17일 오후 서울공항을 출발 진도 서망항에 도착 사고 현장과 진도실내체육관을 방문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유가족들의 많은 요청을 들어주고 위로했던 점은 분명 필요한 일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유가족을 만나는 자리에 뜻밖의 인물이 있었습니다. 제주로 귀농하는 가족 중에서 현재 유일하게 구조된 5살 권모양입니다.

▲ 어른들 틈에 있는 아이야. 아저씨가 대신 사과하마, 미안하다. 정말 미안하다.


권모양은 지금 병원에 있어야 했습니다. 물론 외상이 없어 퇴원을 했다지만, 엄마,아빠가 곁에 없는 아이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대통령을 만나는 일이 아니라 빠른 안정과 심리 치료입니다.

이 아이를 대통령이 있는 체육관에 일부러 데려왔다고 믿고 싶지는 않습니다. 다만, 박근혜 대통령이 진정으로 이 아이를 생각한다면 왜 아이를 데려왔느냐고 야단을 친 후에 구조는 우리가 할테니, 아이의 후유증이 없도록 어서 아이를 병원에 데려가라고 해야만 했습니다.

권모양을 보면 같은 나이의 우리 에스더와 제주에 처음 내려올 때가 생각납니다. 제주 귀농에 대한 부푼 희망으로 온 가족이 배를 타고 내려왔지만, 현재 아이는 홀로 있습니다. 우리 아이가 저러고 있다는 상상만으로 가슴이 찢어집니다.

우리는 유가족의 애타는 마음과 절망, 한 가닥 희망을 짐작조차 할 수 없습니다. 정치인은 국민을 이용하거나 권력을 남용하는 자리가 아니라, 국민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정치인이 지금 해야할 일은 사고 현장 방문이 아니라 '구조 관련 예산 즉시 투입'과 같은 사안을 국회에서 논의하는 것입니다. 누군가의 아픔과 절망을 제발 정치에 이용하지 않는 나라가 됐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