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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삼촌들 때문에 꿈을 이룰 수 있었어요'를 듣는 아빠



요셉이가 멋지게 차려입었습니다. 아이엠피터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본다면 또 이상한 소릴 하겠지만, 요셉이 목에 건 머플러는 '빨간 마후라'입니다. 대한민국 공군 조종사의 상징이죠. 요셉이가 쓴 선글라스와 장갑 또한 공군 조종사들이 실제 비행할 때 쓰는 것들입니다.

좌측에 단 흉장은 대한항공 부기장 조종흉장이고, 우측 어깨에 단 패치는 F-16 Fighting falcon patch입니다. 도대체 요셉이는 어떻게 저런 물건들을 손에 넣을 수 있었을까요?

공군 선글라스는 예전에 공군 행사에 초대받아서 받았던 기념품이고, 머풀러와 흉장,패치,장갑은 이번에 선물로 받았습니다.

▲대한항공 부기장으로 근무하시는 독자분이 조종사가 되고 싶은 요셉이의 꿈을 위해 보내주신 편지.


'아이엠피터'블로그 독자이신 분이 제가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보고 이런 엄청난 선물을 보내주셨습니다. 이유는 요셉이의 꿈이 조종사이기 때문입니다.

이 선물을 보내주신 분은 공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전투조종사를 거쳐 대한항공 부기장으로 근무하시고 계시는데, 요셉이의 꿈이 조종사라는 말을 듣고 자신의 어릴 적 꿈이 생각나 자신이 소중하게 간직하던 장갑과 머풀러,조종흉장,패치를 보내주셨답니다.

전업 블로그로 살다 보면 이런저런 선물을 간혹 받습니다. 대부분 우리 요셉이와 에스더를 위한 선물이 태반입니다. 그것은 자식들이 좋아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부모의 가장 큰 기쁨이기 때문이겠죠.



특히, 에스더를 귀여워하시는 분들이 많아 에스더는 아빠도 이루지 못한 집 장만을 하기도 했답니다. 비록 텐트이지만 들어가서 '내 집'을 외치는 에스더를 바라보는 아빠의 얼굴에는 도저히 감출 수 없는 미소만이 가득했습니다.

전업 블로거로 일주일에 6개, 한 달에 24개의 글을 쓰는 것이 그리 녹녹치만은 않습니다. 온종일 모니터만 들여다보면서 자료를 찾기도 하고, 부족한 공부를 하면서 글을 쓰다 보면 24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지경입니다.

글을 쓴다고 마음대로 글을 쓸 수는 없습니다. 어떤 사건이든 저만의 색깔로 글을 써야 하고, 또 그 안에는 아이엠피터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는 객관적인 자료들이 뒷받침돼야 하기 때문입니다. 부족한 능력 탓인지, 되도록 집을 나가지 않고, 누군가를 만나거나 모임에 참석하지 않습니다. 글을 쓰는 방해 요소를 최소화해야 겨우 하루에 한 편 글이 발행되거든요.

▲클릭하면 확대 됩니다. 2013년 6월도 글을 읽어주신분,RT와 좋아요를 눌러주시고 댓글을 달아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매일 집에서 글만 써도 살아갈 수 있는 원동력은 매달 이렇게 아이엠피터를 후원해주시는 분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남이 알아주는 글을 써도 자기 가족을 건사하지 못하면서, 가장이 자기 좋아하는 일만 살 수는 없잖아요?.

그래서 아이엠피터는 후원해주시는 분들의 명단을 정리하는 말일이 다가오면, '고마운 마음', '안도감','행복한 느낌'을 받습니다. 고마움이야 본인도 어려운 상황에서 후원해주시는 분들의 정성에 대한 감사이고, 안도감은 이번 달도 우리 가족이 아무 걱정 없이 살았다는 마음입니다.

행복한 느낌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가족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 할 수 있는 아이엠피터만의 인생에 대한 뿌듯한 마음입니다. 
 

▲아이엠피터네 텃밭. 거의 정글 수준이지만, 게으른 농부는 '태평농법'내지는 '자연농법'이라고 우기며 삽니다.


아이엠피터 인생에서 좋은 선택이라고 할 수 있었던 것은 단순히 '전업 블로거'의 삶이 아니라 제주에 사는 전업 블로거로서의 선택입니다. 그것은 풍족하지 않은 경제 여건이지만, 만족하며 행복을 느낄 수 있는 배경에는 제주에서의 삶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5시간은 꿈쩍도 안하고 컴퓨터 앞에는 앉아 있을 수 있어도, 정글처럼 무성한 밭에서 일할 때는 겨우 5분 만에 땀을 비 오듯 흘리며 헉헉대는 아이엠피터의 모습과 제주의 삶은 무관해 보일 것입니다. 그러나 어설픈 농부로 자연과 함께 있노라면 '스포츠 카'보다는 '1톤 트럭'이 넓은 평수의 '아파트'보다는 내 이름으로 된 작은 '돌집'이 '명품 구두'보다는 뱀이 와도 겁을 내지 않는 '장화'를 최고의 가치로 생각합니다. 

아빠야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지 않으니 다행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아이들은 다를 수 있겠죠. 그러나 제주에서의 아이들 교육은 뜻밖에 쉽고 편한 부분이 있습니다. (물론 아직 어려서 그렇겠지만)

▲세화 오일장 현장 학습을 간 에스더와 마주친 아빠, 혹시나 수업에 방해될까 도망가다 에스더에게 딱 걸렸다.


에스더 어린이집이나 요셉이 학교는 유난히 현장학습도 많고 체험 활동도 자주 있습니다. 아이들이 적은 탓도 있지만, 제주가 아무리 멀어도 한 시간이면 차도 안 막히고 돌아다닐 수 있는 다양한 곳이 많기 때문입니다.

단지,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공연이나 문화 활동이 적은 점과 서점에 가서 아이들과 책을 고르는 재미가 없다는 불편함은 있습니다. (제주 산골에는 책을 주문한 택배는 늘 배송이 늦다는 ㅠㅠ) 그러나 이것도 그리 큰 문제는 없습니다.

▲초등학교 2학년이 되면서 책에 슬슬 관심을 갖기 시작한 요셉이에게 책읽기보다 어려운 것이 독서공책 쓰는 일. 그래서 블로글르 만들어 컴퓨터에 저장하면 어떨까 고민중이다.


요셉이와 에스더를 좋아하시는 분들이 간혹 이렇게 자신의 자녀들이 더는 읽지 않는 책들을 박스채 보내 주시기 때문입니다. 도서관과 다르게 상자를 열어 그 안에서 요셉이가 읽고 싶고 관심있는 책이 나오면 마치 보물 상자를 찾은 듯 기쁘답니다.

책이 억지로 읽어야 할 숙제가 아닌 흥미진진한 '모험 나라 보물 상자'가 되는 모습은 제주에서 살아야 맛볼 수 있는 행복 중의 하나입니다.

 

▲육지에서 손님이 오면 그나마 가족나들이를 하는 아이엠피터네, 간혹 보면 요셉이와 에스더는 서로 바라보는 관심사가 다르다.


육지에 있거나 다른 직업을 가진 아빠보다 훨씬 많은 시간을 아이들과 함께 보내고, 놀아주지만, 그래도 저 아이들이 어디를 바라보는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아빠도 잘 모릅니다.

그래서 가끔은 우리 아이들이 과연 어떤 삶을 살 것인가? 나도 지금은 이렇지만, 아이들이 크면 다른 아빠,엄마처럼 좋은 대학가라고 아이들을 들들 볶을까?라는 두려움이 덜컥 들기도 합니다.

죽음을 앞둔 많은 사람들이 후회되는 일이 좋은 집과 차,성공한 인생을 이루지 못한 것이 아니라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지 못했던 것을 후회한다고 합니다.

▲요셉이는 유치원부터 지금까지 한번도 바뀌지 않고 자신의 꿈을 파일럿이라고 말하고 다닌다.



요셉이의 꿈은 파일럿입니다.  하지만, 파일럿이 되기는 아직 많이 부족하고 노력도 잘 안합니다. 그러던 아이가 조종사 장갑과 빨간 머플러,조종흉장 등의 선물을 받자 ' 아빠 이거 내가 비행 조종사가 되면 꼭 다시 열어보자'고 하더군요.

대한항공 조종사가 준 비행흉장을 가슴에 달고 대한항공을 탄다면, 매년 바뀌는 희망 사항이 아니라 꼭 이루고 싶은 꿈이 될 것입니다.

먼 훗날 요셉이가 '아빠 때문에 꿈을 이룰 수 있었어'라는 말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나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많은 실패도 할 것입니다. 그리고 아픔도 겪겠죠, 그래서 아빠도 두렵습니다. 하지만 '아이엠피터' 곁에는 항상 요셉이와 에스더를 지켜주는 소중한 분들이 많기에 이겨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삼촌들[각주:1] 때문에 꿈을 이룰 수 있었어요'라고 외치는 요셉이를 상상해봅니다.
-20년 뒤의 포스팅을 기대하세요 ^^

  1. 제주에서는 이모,아저씨 등을 가리켜 모두 삼촌이라 부른다. 소설 '순이삼촌'도 남자가 아니라 여자이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