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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

'한일 전쟁'을 일본의 부흥으로 생각하는 '자민당'



일본 아베 신조 내각이 들어서면서 우려했던 일본의 우경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됐습니다. 4월 23일 일본의 '다함께 야스쿠니신사에 참배하는 국회의원 모임' 의원 168명이 한국과 중국의 강력한 항의에도 불구하고 야스쿠니 신사 춘계 예대제를 맞아 집단 참배까지 했습니다.

그 전에도 일본 정치인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168명의 국회의원이 대거 신사 참배하는 경우는 드물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야스쿠니 신사 참배는 아베 신조 내각뿐만 아니라 일본 정치 자체의 우경화가 본격적으로 가시화되고 있다는 증거가 되기도 합니다.

일본 국회의원들이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해도 한국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습니다. 외교부 논평이나 주한 일본 대사 소환, 일본 방문 취소 등이 있겠지만, 그 정도로는 많이 부족합니다. 그것은 지금 일본이 벌이는 행태가 한국에는 심각한 위협이 되기 때문입니다.

일본 극우 정치가 앞으로 무엇을 꿈꾸고 있는지를 알아보면서, 과연 우리가 앞으로 어떻게 일본을 대할지도 고민하도록 하겠습니다.

'극우 세력, 일본 국회를 장악하다'

이번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일본 국회의원이 168명이나 참석한 이유가 있습니다. 그것은 일본 극우 정치인들이 대거 일본 국회에 진출했기 때문입니다.

지난 2012년 12월 16일 일본은  중의원 해산에 따른 중의원 총선을 실시했습니다. 민주당 정권에 대한 실정을 심판하는 차원도 있었지만, 의외로 총선에서 우파 자민당과 극우 성향의 유신회가 압승했습니다.

▲출처:국회입법조사처


일본 중의원 선거에서 민주당은 기존 230석에서 4분의 1로 줄어든 57석을 획득했지만, 보수 우익이었던 자민당은 선거 전 118석에 불과했던 의석수를 무려 294석이나 획득하며 압승을 거뒀습니다. 

12.16 총선에서 자민당과 민주당의 정권교체가 이루어진 부분도 있지만, 더 중요한 점은 극우로 분류되는 '일본유신회'가  기존 11석에서 54석으로 거의 민주당과 대등한 의석수를 확보했다는 점에 있습니다.

일본 극우성향의 정치인들이 대거 국회에 입성함으로 현재 일본의 정치 지형은 한마디로 극우 세력의 연합군이 생성됐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진보 성향이 있거나 외교,안보에서 유화적인 입장을 지녔던 친한파 국회의원 대부분이 12.16총선에서 탈락함으로 일본 국회는 자민당,일본유신회,다함께당 등이 장악했습니다.

도표에서 볼 수 있듯이 일본 국회는 현재 극우에 가까운 정당들이 대거 진출했습니다. 이런 극우 성향의 국회의원과 정당이 국회를 장악했기 때문에 참의원에서 부결된 법안을 중의원에서 재가결할 수 있는 전체 의석수의 3분의 2를 넘는 325석을 확보했습니다.

이는 결국, 평화 헌법 수정이나 헌법 수정을 위한 예비 절차를 중의원에서 가결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일본 극우 정당들이 앞으로 무엇을 국회에서 다룰지는 그들이 내건 공약을 보면 잘 알 수 있습니다. 일본 자민당과 유신회는 공통으로 일본의 군국주의를 막아주고 있는 평화 헌법 개정과 자위대의 무장 강화를 내세우고 있습니다.

특히 일본 유신회의 하시모토 도루는 "일본은 핵을 보유해야 한다"등의 발언과 더불어 일본의 핵연료기술과 무기 기술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펼치고 있습니다. 


극우적인 공약을 내걸었던 극우 정당들이 일본 국회를 장악했다는 사실은 앞으로 얼마든지 헌법을 개정하고 법을 제정해서 그들이 꿈꾸는 군국주의를 실현하게 됐다는 점입니다. 

' 천황이 꿈틀대는 일본'

일본의 천황은 말 그대로 신입니다. 일본에서 천황이 왜 중요하냐면 신이 다스리는 일본은 영원할 수밖에 없다는 의식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런 천황의 위상은 일본의 패전과 함께 추락했습니다. 일본 천황이 인간이 됐다는 사실은 일본 국가의 존재가 추락했다는 맥락과 비슷합니다.

그래서 일본의 극우세력은 어떻게 하든 천황을 일본을 대표하는 국가 원수로 만들면서 천황의 권위를 복위시키고자 그토록 애를 썼습니다.

1960년 기시 내각은 최초로 일본을 방문하는 미국 아이젠하워 대통령을 수상이 아닌 천황이 영접한다는 방침을 결정하고, 천황의 권위를 복원시키기 위해 하네다 공항에서 일본 황궁까지 천황과 미국 대통령의 카퍼레이드까지 계획했습니다. 그러나 당시 국민의 반대에 밀려 이는 성사되지 못했습니다.


일본 천황의 권위를 복원하려고 노력했던 인물들이 자민당 내 '국가기본문제 동지회'와 '황실문제간담회'와 같은 극우 정치인들입니다. 그들이 천황의 권위를 복위하려는 이유는 단순히 일본의 상징인 천황을 복원하는 것이 아니라, 천황과 함께 더불어 실패했던 그들의 침략전쟁을 미화하고, 다시 한번 그들의 군국주의를 일으키려는 탐욕 때문입니다.

천황의 권위 복원 과정에서 1992년 아키히토 천황의 중국 방문 시 사죄의 문구 발표와 1994년 요미우리 신문이 발표했던 헌법 개정안에서의 천황의 장이 격하됐던 시기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극우 정당과 정치인들이 대거 일본 정치를 장악하면서 천황에 대한 신격화는 오히려 더 심해지고 있습니다.


자민당은 공약에서 '2월 11일 건국기념일' 기념식을 추진한다고 밝혔습니다. 일본의 건국기념일은 초대 일본 천황이었던 진무 천황이 즉위한 날로 이 날을 건국기념식으로 활용하는 모습은 일본의 건국은 천황으로 시작했으며, 이는 일본이 천황 국가라는 사실을 국민에게 인식시키겠다는 의도입니다.

아베 신조 내각은 자민당의 공약대로 오는 4월 28일에 일본 천황이 참석하는 '주권회복일' 기념식을 열기로 했습니다.

1952년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이 발효돼 일본이 미군정 점령 체제에서 벗어난 날을 '주권회복일'로 규정하고 천황까지 참석한다는 것은 자신들의 실패가 담긴 과거를 부정하고 이제 새롭게 자신들만의 역사를 만들겠다는 의도입니다.



일본의 근대화를 만든 메이지 유신에서 천황은 절대적인 존재입니다. 봉건 영주가 무너지면서 갈 곳 잃은 사무라이들은 메이지 유신을 통해 일본 군국주의의 무기로 '대일본 제국과 천황 폐하'를 외치며 일본의 침략전쟁에 동원됐습니다.

일본이 국가의 위상을 새롭게 정립할 때마다 나오는 말이 천황이며, 천황 중심제에는 항상 무사도라 불리는 침략 속성이 내재하여 있습니다.

1970년 미시마 유키오가 '일본 정신의 회복'을 절규하며 언론이 보는 가운데 할복했을 때도 주장했던 국가제도는 '천황 중심제 국가'였으며, 그의 이런 어처구니 없는 할복 사건을 일본에서는 오히려 순국의 영웅으로 묘사되고 있다는 점은 천황이 '주권회복일'이라는 국가 기념식에 참석하는 일이 무슨 의미인지를 깨닫게 해줄 것입니다.

' 미일동맹이 깨지면 한국과 전쟁할 수 있는 일본'

한국 보수와 우익은 흔히 북한이 남한을 침략해도 일본은 한국과 전쟁을 벌이지 않으리라는 생각을 합니다. 그러나 이런 마음은 그저 '희망'에 불과합니다. 일본은 북한과 더불어 한국을 언제든지 공격할 수 있는 나라입니다.

일본과 한국이 야스쿠니 신사 참배와 역사 교과서 왜곡 문제 때문에 전쟁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먼저 말한 사람은 일본 자민당 소속 국회의원입니다.

▲ 자민당 '국가기본문제동지회' 가메이 시스카 의원의 한일전쟁 발언을 보도한 1986년 10월 동아일보 기사.


1986년 일본 자민당의 '국가기본문제 동지회'의 가메이 시즈카 의원은 '한국이 일본 교과서와 야스쿠니 신사참배 등의 내정에 자꾸 간섭하다가는 10,20년후 미일 안전보장체제가 없어지면 한일 간에도 전쟁이 안 일어난다고 누가 보장하겠느냐'는 발언을 했습니다. 

자민당의 '국가기본문제 동지회'는 앞서 말했던 천황의 권위를 복원하려는 극우 정치 세력이고, 이들의 계파는 지금의 자민당 아베 신조 내각으로까지 이어졌습니다. 결국, 당시 이 발언은 아베 신조 내각을 구성하는 자민당이 앞으로 한일 관계에서 선택하는 방안 중의 하나라고 볼 수 있습니다. 

1986년 7월 일본 자민당은 압승을 거뒀는데, 당시 자민당은 교과서 문제,야스쿠니 신사 공식 참배, 안보 문제 등에서도 극우적인 성향을 보였습니다. 이런 자민당의 핵심 계파 중의 하나였던 가메이 시즈카가 말했던 '미일 안전보장 체제'가 2012년에 어떻게 바뀌었을까요?

자민당 공약

○ '일미동맹' 강화를 토대로 '국익을 지키고 주장하는 외교'를 전개
○ 자유롭고 풍요하고 안정된 아시아 실현을 위해 이웃 국가와 우호협력관계
○ 북한 핵 실험,중국의 군사력 증가,러시아 군사력 변동 등 안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인원,예산 강화
○ 미국의 신국방전략과 연동하여 자위대의 역할을 강화
○ 집단적 자위권 행사가 가능하도록 '국가안전보장기본법'을 제정함


우리는 착각합니다. '한미일 동맹'이라고, 그러나 일본은 결코 한국과 동맹을 체결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저 이웃 국가와 우호 협력 관계에 불과하다는 일본의 생각은 1986년이나 2013년이나 변함이 없습니다.


어떤 이들은 설마 미국과 일본의 동맹이 깨질 수 있느냐는 반문을 하겠지만, 당장은 아니겠지만, 언제든 일본과 미국의 동맹은 깨질 수 있으며, 그들의 동맹이 영원하리라는 보장을 그 누구도 할 수 없습니다.
 
일본은 북한,중국,러시아의 군사적 변화를 막기 위해서는 일본의 재무장이 불가피하다고 합니다. 과거 역사를 돌이켜볼 때 이런 그들의 움직임은 단순한 일본 국가의 위상 높이기 차원이 아닌 치밀하게 계획하고 있는 군국주의 부활이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일본은 결코 한국의 동맹이 아닌 그저 우호를 협력하는 이웃 국가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결코 잊으면 안 되며, 1986년이나 지금이나 미일동맹이 깨진다면 일본은 언제든지 한국을 침략할 수 있다는 무서운 점도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 불황을 타개하는 방법은 나치즘과 같은 이상한 민족주의'

아베 총리는 2006년에도 극우성향의 인사를 각료로 기용하여 일본의 자위권 행사와 헌법 개정을 시도했습니다. 그러나 당시 아베 내각의 이런 움직임은 오히려 지지율을 하락하는 원인이 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지난 12.16 중의원 총선에서 일본 국민은 실패한 민주당의 심판과 더불어 극우 세력인 일본 자민당과 유신회를 선택해 일본의 불황과 문제를 타개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출처:국회입법조사처


일본 중의원 총선에서 우리가 주목할 점은 극우세력인 '일본유신회'가 정당별 비례대표 득표율에서 자민당 27.6%에 이어 20.4%를 기록했다는 점입니다. 이는 일본 국민이 자민당과 함께 극우세력을 정치적 대안으로 선택했다는 증거입니다.


일본은 오랜 경기 침체와 2011년 3.11 대지진으로 국가적인 위기 상황까지 몰렸습니다. 그런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일본인들은 극우 민족주의 분위기가 인기를 얻고 대안으로 나왔습니다. 일본 극우 정치인들은 기회를 틈타 일본을 군국주의 국가로 만들려는 야욕을 벌이고 있는 것입니다.

말이 좋아 '민족주의','내셔널리즘'이지, 지금 일본의 분위기는 마치 히틀러 시대의 모습을 보는 듯합니다.


히틀러는 독일 경제 침체기에 나와 독일을 이끌며 전쟁을 일으킨 인물입니다. 1929년 검은 목요일로 시작된 경제 대공황으로 기업들이 도산하고 실직자가 6백만 명으로 늘어나는 시기에 나치당은 18.3%의 득표율로 독일 사회민주당에 이어 제2당이 됩니다. 그 후 히틀러는 총리가 대통령의 지위를 겸하는 총통으로 침략전쟁을 일으킵니다.


독일 경제가 실패하면서 민주주의 정당들이 모두 국민의 외면을 받았던 것처럼 일본의 민주당도 경제 실패와 무능력으로 국민의 선택을 받지 못했습니다. 독일과 일본인 모두는 그들의 국가를 살리는 방법은 민족주의 극우밖에 없다며 나치당과 자민당,일본 유신회를 선택했습니다.

<아이엠피터의 개인적인 생각으로 일본유신회의 하시모토 도루는 독일 히틀러와 유사한 점이 많다. 그의 출생 배경은 물론이고 오사카 경제 부흥 등을 통해 현재 트위터 팔로워가 백만이 넘는 그의 인기를 보면 간혹 무섭기도 하다>


7월이면 일본 참의원 선거가 열립니다. 현재 아베 신조 내각은 지지율이 70%가 넘으면서 일본 국민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이것은 과거 실패했던 천황 권위 복원이나 평화헌법 수정,자위대 무장 강화를 할 수 있는 배경과 시기가 됐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세 명의 조선인이 소형 십자기에 묶인 채로 총살을 당한 사진이 있습니다. 이 사진은 그동안 일제강점기 때 벌어진 사건으로 알고 있지만, 사실은 1907년 대한제국이 멀쩡히 존재했던 시기에 벌어진 일본군의 만행이었습니다.


일본은 대한제국이 있는 상황에서도 조선에서 '질서유지'라는 명목으로 단순한 호기심으로 철도가 건설되는 곳에 갔던 조선인들을 재판도 없이 총살했습니다. 또한 일본군은  50미터 떨어진 곳에서 조준 사격했을 때 사람이 총에 맞고 죽는지 알아보는 총기 살상 능력 실험을 이들에게 자행했습니다.

대한민국이 결코 일본의 침략 전쟁에 당하는 일은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일본의 환율 정책에 쩔쩔매고, 아직도 미군에게 작전권이 있는 상황에서 무엇으로 일본을 막아낼 수 있는지 알려주실 분 계십니까?

▲한국 우익 보수는 대한제국이 망했던 시절 일본을 통해 조선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던 자들과 비슷하다.


일본은 수십 년 동안 그들의 침략적인 본성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준비해왔습니다. 그리고 이제 그런 움직임을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여건이 됐습니다. 그러나 한국은 북한의 무력시위와 도발에도 미국을 비롯한 일본의 경제 수탈도 막아내지 못하면서 스스로 지킬 국방력도 없습니다. 그 무엇하나 제대로 한 것이 없습니다.

미국이 없으면 북한을 막아내지 못하는 나라,
미일동맹이 깨지면 일본의 침략전쟁을 당할 수 있는 나라,
그것이 바로 한국입니다.

외세의 침략 속에 스스로 힘이 없어 무너졌던 대한제국의 아픔이 다시 나오지 않으리라 그 누가 장담할 수 있겠습니까? 대한제국의 무능력함을 욕했던 우리가 불과 백 년이 지난 시기에 또다시 일본의 군국주의 부활을 바라보고 있으며, 무능력함으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역사는 비슷하게 재연된다는 사실을 안다면 과연 수십 년이 지난 미래에 어떤 대한민국을 후손에게 물려줄 것인지 지금부터 생각해봐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