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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

국민이 '납치'돼도 무조건 돈만 벌라는 MB



콜롬비아를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이 한-콜롬비아 정상간 자유무혁협정 (한-콜롬비아 FTA) 체결식 앞 둔 24일 (현지시각) 대단히 충격적인 발언을 했습니다.

"중남미가 위험하다고들 하는데 한국은 위험한 곳에 가서 사업을 해야 하며, 그래야 기회가 많다.모두 편안한 곳에서 (사업을) 하겠다고 하면 오히려 쉽지 않고, 위험하고 어려울 때 해야 한다. 그래서 나중에 좋아지고 나면 우리가 선점해 있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쉽게 들어오지 못한다"

외국에 수출하고,한국 기업이 해외에 진출하면 좋습니다. 그러나 저는 이명박 대통령이 발언한 위험한 곳에 가서 사업해야 한다는 대목은 절대 수긍할 수가 없습니다. 이런 저의 생각과 다르게 관련 기사에 달린 댓글들을 보면 이명박 대통령을 무조건 비난하는 기사였다는 댓글들이 많았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이 '벤처 정신'이라는 댓글과 '고위험 고수익'이라는 논리를 내세우는 댓글들을 보면서, 과연 이 사람들은 콜롬비아가 어떤 나라인지, 그들보고 가라고 하면 진짜 갈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그것은 벤처정신, 고위험 고수익, 수출 선점 모두가 좋지만, 그 무슨 논리를 펼쳐도 콜롬비아를 한국 대통령이 자국민보고 가라고 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콜롬비아는 현재 외교통상부에서 정한 '3단계 여행제한' 지역입니다. '4단계 즉시 대피와 철수'보다 한 단계는 떨어지지만, 긴급 용무가 아닌한 가급적 귀국을 하거나 취소,연기를 해야 하는 국가입니다.
물론 보고타를 비롯한 일부 지역은 2단계 여행 자제와 1단계 신변유의지역에 포함되어 있지만, 대통령의 발언이 갖는 의미를 볼 때 무조건 '위험'이라는 말을 내뱉으면서 자국민에게 가라고 하기에는 콜롬비아는 절대적으로 무리가 따르는 국가입니다.


왜 그런지 증거를 보여 드리겠습니다. 우선 콜롬비아 한국 영사관에 올라오는 치안정보 게시판입니다.

▲ 콜롬비아 한국 영사관이 올려 놓는 콜롬비아 치안정보,매주마다 테러일지가 올라온다.


매주마다 주요테러 일지가 올라옵니다.폭탄테러나 민간인 피살은 물론, 폭탄테러에 관한 소식이 분기별도 아니고 매주마다 올라오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것만 봐도 콜롬비아의 치안 상태가 어떤지를 짐작할 수가 있습니다.

▲ 콜롬비아 Buenaventura 지역에서 발생한 자동차 폭탄테러로 6명이 죽고 40명이 다친 사건. 출처:로이터 통신


2011년 1월에서 2월까지 콜롬비아 남부 지역이 구아비아레주와 카케타에서는 58건의 테러가 발생했습니다. 특히 구아비아레주는 인구 10만 명당 15명꼴로 테러가 계속 발생하는 지역입니다.

콜롬비아에 테러가 많이 발생하는 이유는 무장혁명군(FARC)와 국민해방군(ELN)이 존재하는 상황 때문입니다. 또한, 이들을 대항하여 생긴 우익민병대(AUC)도 있는데, 특히 우익민병대는 좌익반군보다 악랄한 살인과 납치를 자행합니다. 이들 단체들은 마약밀매는 기본이고, 인질을 통한 몸값을 "평화를 위한 세금"으로 규정하며 납치를 조직 운영 자금의 통로로 이용하고 있습니다.

▲ 콜롬비아에서 매년 발생하는 납치건수를 알려주는 도표


2000년에만 콜롬비아에서 발생한 납치범죄 건수만 무려 3.572건이었습니다. 물론 매년 떨어지고 있지만, 그래도 콜롬비아에서는 수백 건의 납치가 발생하고 있으며, 경찰에 신고되지 않은 납치범죄도 엄청나게 많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특히 콜롬비아에서는 외국인들 대상으로 한 신흥범죄가 증가하고 있는데, 그중에서 외국인 기업가와 부자를 향한 납치는 콜롬비아 경찰의 간섭을 받지 않고 몸값을 받아 낼 수 있기에 콜롬비아 자국민보다 더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제가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을 우려하고 있는 이유도 이런 콜롬비아의 현재 상황 때문입니다. 아무리 납치건수가 줄어들고 있다고 해도 콜롬비아에서 납치는 아주 흔한 사건이고 이제 경찰도 손을 대지 못할 정도인데, 과연 한국인 기업들이 콜롬비아에 진출해서 그런 위험을 어떻게 방지할 수 있을지 의심이 들기 때문입니다.

이런 납치뿐만 아니라 이번에 이명박 대통령이 방문한 보고타시도 치안 상태가 그리 좋은 지역이 아닙니다.

▲ 보고타시 살해사건 발생지역 분포도


보고타시 어느 지역에서 무슨 요일에 어떤 성별의 사람이 가장 살해가 많이 됐는지를 알려주는 지도입니다. 이것을 통해 무슨 요일에는 어떤 지역에 가지 말라고 경고를 해주는 지도가 있는 도시가 '보고타시'입니다. 대통령이 방문한 보고타시는 이 정도이지만, 콜롬비아의 구아비아레주에서는 10만명당 124.6명이 아라우카주에서는 10만명당 114.8명이 1-2월간 살해됐습니다.

이런 납치, 살해,강도 ,폭탄테러,민간인 피살 등이 만연한 콜롬비아는 언제나 투자 환경은 낮고 위험지수는 높은 국가 중의 하나입니다.

▲ 세계적인 기업자문회사인 메이폴크로프트가 발표한 테러위험지수 국가 순위

영국 기업자문회사이자, 세계적인 기업 투자를 위한 조사 보고서를 발표하는 '메이폴크로프트'는 콜롬비아를 '극단적 위험국가'로 분류했습니다. 여기에 국제평화지수는 북한(139위)보다 딱 1단계 높은 138위로 콜롬비아를 선정했습니다.

위험지수,기업 투자 지수를 조사하는 어떤 기관에서도 콜롬비아를 최적의 투자 지역으로 손꼽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사설경호원을 늘리던지, 대리인을 통해 기업을 운영하라고 조언을 하는 지역이 바로 콜롬비아입니다.



이명박 대통령의 위험지역에 한국 기업이 진출해야 사업적으로 성공할 수 있다는 말에는 동의합니다. 그러나 만일에 그런 위험지역에 한국 기업이 진출했다가 납치나 살인을 당하면, 대한민국 정부와 이명박 대통령은 과연 제대로 그들을 구조할 수 있는 체제와 시스템으로 고귀한 국민의 생명을 지켜줄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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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도 좋고, 해외로 한국 기업이 진출하는 것도 좋습니다. 그러나 대한민국 대통령이라면 국민을 납치와 살인이 난무한 지역에 보내는 발언보다, "대한민국 정부는 1명의 한국인이라도 납치되면 여러분을 구출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그러니 위험하다고 겁먹지 말고 자유롭게 콜롬비아에 진출하기 바란다"는 말을 했다면 어땠을까요?

"100만 달러 이상을 가진 부자들의 리스트를 가지고 있다. 우리에게 미리 평화의 세금을 내던지 납치되던지 목숨을 잃던지 둘중 하나를 선택하라" (콜롬비아 반군 지도자 마누엘 마룰란다)

이명박 대통령은 인질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인질구출 작전의 기본도 모르고 삼미호에 무차별 총알을 난사했던 어처구니없는 인질구출 작전을 지휘(?)했던 경력이 있습니다. 만약 이런 식의 인질구출 작전을 콜롬비아에서 자행했다가는, 인질은 살해되고 납치조직들은 보복으로 더 많은 한국인을 납치할 수 있습니다.

정부가 정한 여행 제한 지역에 진출하여 납치,살해의 위험 속에서도 돈을 벌어오라고 국민에게 소리치는 이명박 대통령을 보면서, 그가 대한민국 국민과 돈 중에 어떤 것을 선택할 지 눈에 보여, 가슴이 답답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