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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민주당이 사는 길이 '친노가 물러나는 일'이라면



민주통합당 전직 의원들과 전문가들이 모여 민주당의 대선패배와 관련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고 합니다. 민주당 전직의원 80여 명으로 구성된 '민주헌정포럼'은 31일 국회도서관에서 '민주당이 사는 길'이란 제목으로 토론회를 개최, 대선 패배 원인을 분석하고 민주당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의견을 모았습니다.

이날 참석한 전직 의원들과 전문가들 대부분은 대선 패배의 책임이 친노에 있고, 그들이 물러나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습니다. 토론회가 어떤 정답이 있는 자리가 아니므로 그들이 하는 얘기를 일일이 거론하며 옳다 그르다 판단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러나 과연 '친노'가 없어지는 일이 진짜 '민주당이 사는 길'일까요? 오늘은 '아이엠피터'가 생각하는 친노의 방향에 대해 고민해보도록 하겠습니다.

' 대선 패배에 대한 친노의 책임론'

대선에 졌으니 친노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맞습니다. 어찌 됐든 대선에 패배했으니 그들이 책임을 져야죠. 그런데 여기서 대선을 '친노'만 했느냐, 아니면 민주당 전체가 했느냐를 살펴보면 어떨까요? '친노'만이 대선을 치렀다면 당연히 '친노'가 모두 물러나야죠. 그렇다면 민주당은 무엇을 했는지 묻고 싶습니다.

'친노'가 모든 것을 장악했으니 민주당은 아무것도 할 수 없었기 때문에 '친노'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전제 조건은 민주당의 모든 것을 '친노'가 잡고 흔든다는 것입니다. 인정하겠습니다. 문재인 후보의 대선 전략이 친노에서 나왔고 그들이 패배했으니 책임론을 감수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따져봐야 할 것은 '친노'가 진짜 당권을 잡고 선거를 치를 때 민주당은 무엇을 했느냐는 점입니다. 실제로 대선 캠프는 여러 계파가 들어와 있었는데, 그렇다면 그들 모두가 '친노'에만 모든 것을 맡기고 그들을 무조건 따라줬느냐는 생각해봐야 합니다.

'친노'는 민주당이 자신들을 도와주지 않았기에 억울할 것이고, 민주당은 친노가 제대로 못 했기 때문에 책임론을 제기하는 것입니다. 그 모두가 맞습니다.

민주당의 대선패배에 대한 '친노'책임이 1번이라면 민주당은 과연 몇 번째가 될까요? 1순위가 99%의 책임을 모두 져야 한다는 주장을 받아들여 '친노'가 모두 물러나고 민주당이 4월 재보선에서 성공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면 '친노'는 모두 물러나는 것이 마땅합니다.

'아이엠피터'는 민주당이 사는 길이 '친노'가 물러나는 것이라면 '민주당'에 있는 친노는 이제 모두 물러나기를 권유하겠습니다. 아니 당장 물러나시기 바랍니다. 그것이 민주당이 사는 길이라고 하지 않습니까?

민주당에서 '친노'라고 판단하는 사람들의 리스트를 만들어 이 사람들에게 대선 패배의 책임론을 정확히 물어주시기 바랍니다. 그냥 친노라는 허울 좋은 명분이 아니라, 당권을 장악한 친노세력을 제대로 파악하고 핵심은 물론이고, 친노라고 주장했던 사람 전부를 2선이 아니 후방 저 끝으로 몰아내 주시기 바랍니다.

이것은 정확한 '친노'에 대한 심판이자, 앞으로 있을 계파 간의 주도권 싸움이나 주류,비주류등의 불분명한 관계에서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는 근거가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대선 패배에 대한 '친노'책임론을 주장하는 사람은 친노 세력의 실명을 거론하고 그들이 모두 물러나기를 확실히 주장하시기 바랍니다. 그래서 4월 재보궐 선거에서는 '친노'가 한 명도 개입하지 않고 치르시기 바랍니다.

' 친노, 그들은 무엇을 반성해야 하나'

아이엠피터는 타칭 '노빠'입니다. 그런데 노빠들이 싫어하는 노빠입니다. 그것은 노무현 대통령의 정신은 좋아하지만, 노무현이라는 이름 아래 모인 사람들은 싫어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왜 노무현 대통령의 이름으로 모인 사람을 싫어할까요?

가장 중요한 것은 '노빠'라고 모인 사람 중에 진짜 '노무현의 정신'을 제대로 공부하고 알려는 사람이 별로 없기 때문입니다. 노무현이라는 이름이 들어간 포스팅을 쓰면 많은 사람들이 좋아합니다. 그런데 그 안에 있는 노무현의 정신에 대한 실체적인 자료는 건너뛰고 그저 노무현 대통령의 모습만 좋아합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서거하고 난 뒤에 많은 자료를 찾았습니다. 그 안에 숨겨졌던 보물이 너무 많았음을 깨달았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그 보물을 모두 버리고, 겉에 있는 형상만 신격화하는 모습을 봤습니다. 진짜 노무현의 보물은 그의 얼굴이 아닌 그 내면에 있던 수많은 정책과 정치 철학, 끊임없이 노력하고 변화하려는 자세였습니다. 그런데 진짜 그 보물은 땅 속에 묻혀있고, 오로지 '노무현'만을 외쳐댔습니다.

지난 총선과 대선에서 친노라는 이름을 내걸고 나온 사람 중에 진짜 '노무현의 정신'을 기억하고 그것을 실천했던 사람은 얼마나될까요? 핵심 친노, 친노계열 등의 호칭보다 중요한 것은 '노무현의 정신'이건만, 그 노무현의 정신은 사라지고 오로지 노무현의 얼굴만 팔아먹었던 사람들은 이제 그 책임을 져야 합니다.

그래서 '아이엠피터'는 앞서 말한 친노의 이름을 내걸었던 사람들을 모두 물러나라고 주장하는 것입니다. 진짜 친노이건 아니건 상관없습니다. '친노'를 앞세웠다면 모두 물러나시기 바랍니다. 

' 친노가 나아가야 할 길' 

사실 친노라는 명칭이 '노무현의 정신'을 계승하는 사람이라면 굳이 '친노'라는 이름을 버릴 필요가 없습니다. 그러나 '친노'가 단순히 당권을 잡기 위한 사람들의 모임이라면 버려야 합니다. 노무현 대통령도 굳이 그것을 원하지 않았으리라 봅니다. 하지만 그가 끊임없이 주장했던 새로운 진보의 방향을 모색하는 호칭으로 '친노'가 사용됐다면 노무현 대통령도 흔쾌히 넘어갔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노무현의 정신'을 계승하는 사람들의 대명사로 '친노'를 사용한다면 이제 '친노'는 새로운 마음이 아니라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사람들은 열심히 시민운동을 하고, 촛불을 들고, 정권을 잡기위해 노력합니다. 세상을 바꾸자는 것이지요. 그러나 민주주의든 진보든 국민이 생각하고 행동하는 만큼만 가는 것 같습니다. (중략) 그 동안의 민주주의와 진보의 성취 또한 국민이 생각하고 있는 수준 그 이상을 넘어서지 못한 것 같습니다.

결국,세상을 바꾸자면 국민의 생각을 바꾸어야 합니다.

(중략) 많은 사람들은 인터넷에 새로운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그러나 인터넷에 들어가 보면 정보는 넘쳐나지만 내용이 부실합니다. 분노와 증오는 넘쳐나지만 사실과 논리는 부족하고, 깊이도 모자라고 비슷한 생각끼리도 서로 앞뒤가 맞지 않고 충돌합니다. 이렇게 해서는 사람들의 생각을 움직일 수가 없습니다."(진보주의 연구모임 중 노무현 대통령의 글)



노무현 대통령은 퇴임 후 '진보주의 연구모임'이라는 비공개 모임을 통해 진보의 발전에 대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연구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정권을 잡기 위한 노력보다 국민의 생각을 바꾸는 것이 우선이라고 봤습니다. 그리고 책을 내는 것은 국민의 생각을 분노와 증오가 아니 사실과 논리로 채우기 위해서라고 생각했습니다.


'친노'가 지금 해야 할 일은 민주당에서 자리를 잡고 버티는 일이 아닙니다. 그들은 다시 '노무현의 정신'을 찾아 그 정신을 새롭게 만드는 일을 해야 합니다. 단순히 노무현 대통령이 했던 정책이나 행동을 복기하는 것이 아니라 노무현 대통령에게 머물렀던 '노무현의 정신'을 발전시켜야 합니다.

'친노'가 지금 민주당으로부터 그들이 나가야 민주당이 사는 길이라고 지적받는 이유는 오로지 '노무현의 정신'을 잃어버렸기 때문입니다. 2012년에 걸맞은 노무현의 정신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노무현'이라는 이름은 단순히 전직 대통령의 이름이 아니라 김대중 대통령부터 이어진 대한민국의 진보 정치사상이 발전되는 모습을 말하는 것입니다.

민주당이 대선 패배를 분석하고 있지만, 그것은 민주당이 해야 할 일이고, 친노는 민주당을 분석하기보다 이 시대 노무현의 정신이 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지, 진짜 노무현의 실체를 왜 보여주지 못했는지를 반성하고 진보 정치의 새로운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저울과 계산기일랑 미련 없이 버려야 합니다. 정치는 남으면 하고, 안 남으면 안 하는 '장사'가 아닙니다. 공익을 위해 헌신하고, 봉사하는 일입니다. 대가를 바라고 하는 일이 아니라 그 자체로 보람을 찾아야 하는 입니다. 먼저 헌신하고, 결과는 그 다음에 따라 오는 것입니다' ('이렇게 가선 안 됩니다.' 2007년 5월2일 노무현 대통령)

친노로 정치했던 사람들은 노무현 대통령의 고언을 명심해야 합니다. 정치를 '장사'로 생각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모든 것을 버리고 헌신하는 마음으로 새롭게 돌아가야 합니다.

정당 정치는 정치에서 아주 중요합니다. 그러나 그 정치는 개인이 하는 것이 아니라 정당이 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정당이 정체성과 가치를 함께하는 사람들이 신념으로 뭉친 집단이 되어야 하지, 지금 필요한 것이 '노무현 대통령의 얼굴'이었다는 이해관계에 있어서는 절대 안 됩니다.

친노는 정치에 대한 정체성과 가치, 그리고 무엇을 어떻게 할지에 대해 연구를 우선해야 합니다. 민주당이 사는 길이 '친노'의 책임을 요구한다면 우선 그들의 주장에 따라 민주당에서 물러나시기 바랍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재임 중에 민주주의와 진보의 가치를 실행에 옮겨 보려고 부단히 애를 썼습니다. 선거의 책임이나 패배의 원인보다 이제 우리는 민주주의와 진보의 가치를 이 시대에 맞게 새롭게 정리하고, 그것을 어떻게 실행에 옮길지를 고민해야 합니다.

민주당이 사는 길이 친노가 물러나는 길이라면 친노가 사는 길은 민주당을 떠나[각주:1] 2013년에 맞는 '노무현의 정신'을 새롭게 만드는 길입니다. 친노는 '정당 정치' 이전에 정치적 사상과 가치를 먼저 계승 발전하고 국민 앞에 다시 와야 합니다.

  1. 친노가 민주당을 떠나 새로운 정당을 만드는 일이 아님을 정확히 밝힙니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