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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정원 여직원이 '오유'에 썼던 글, 이제야 밝혀지다



국정원과 중앙일보는 불법 대선개입 의혹을 받고 있는 국정원 여직원 김씨의 업무가 인터넷상에서 '종북 활동 감시'이며 그 주요 대상이 '오늘의 유머'였다고 밝혔습니다. 국정원 여직원은 11개의 아이디로 단순히 오유 사이트를 모니터링만 했다고 주장했지만, 한겨레 신문이 입수한 김씨의 아이디를 조사한 결과 단순히 오유사이트를 모니터링 한 것이 아니라 김씨가 오유에 직접 글도 썼던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국정원 여직원 김씨는 11개의 아이디로 총 91건의 글을 올렸는데, 북한은 비판하고, 이명박 정부의 정책을 옹호하거나 지지하는 글도 함께 올린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오늘의 유머 사이트에 국정원 김씨가 직접 올린 글의 주제. 출처:한겨레


국정원은 김씨가 단순히 오유 사이트를 모니터링했지, 적극적인 활동은 하지 않았다고 계속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처음 활동했던 지난해 8월28일부터 적발됐던 12월11일까지 총 91건의 글을 썼다는 사실은 그녀가 단순한 모니터링뿐만 아니라 글을 통해 자신의 정치적 의사 내지는 오유 활동에 적극적으로 개입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국정원은 그동안 김씨가 오유사이트에서 종북글을 감시하는 도중 개인적인 차원에서 요리와 연예 게시판 글을 보고 찬반 표시를 했을 뿐이라고 주장했지만, 한겨레의 조사결과 사실과 다름이 밝혀졌습니다.

▲오늘의 유머 사이트에 국정원 김씨가 직접 추천과 반대를 표시했던 글의 종류. 출처:한겨레


국정원 김씨는 총 244회의 추천과 반대 표시를 했는데, 그중에서 시사 게시판 글에만 191회 추천과 반대를 표시했습니다. 요리는 44회, 연예는 5회로 집중적으로 시사 게시판에 집중됐던 정황이 드러난 것입니다.

이는 처음 국정원이 모니터링 하면서 찬반활동은 그저 신변잡기의 개인적인 활동이라고 주장했던 내용과는 정반대의 결과가 나온 것입니다.

' 조직적인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의 사례들'

국정원과 김씨의 주장이 자꾸 번복되거나 거짓이 드러나면서 국정원 여직원의 불법 대선개입 의혹은 점점 짙어만 갈 수밖에 없는데, 몇 가지 그 증거를 보여 드리겠습니다.

○ 문재인 후보 정책에 반대하는 글

11월19일 문재인 후보는 기자협회 초청토론회에서 "조건 없이 금강산 관광을 재개하겠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토론회 내용이 알려진 후 11월 20일 오후 4시 19분 국정원 김씨는 다음과 같은 글을 오유에 올립니다.

"목 놓고 금강산 가기는 싫다"
신변안전보장 강화에 대한 약속이 없으면 관광을 재개할 수 없다는 정부의 입장은 너무도 당연한 거 아닌가? 금강산 한번 가보고 싶기는 하지만 목숨 걸고 가고 싶은 생각은 없다.
(국정원 여직원이 오유에 11월20일 4시 19분에 올린 글)



국정원은 절대로 국정원 직원이 대선에 개입하지 않았다고 하지만 야당 후보가 대북정책에 대한 자기 생각을 밝히자마자 국정원 직원이 그에 대한 글을 올린 것 자체가 벌써 공무원 정치 중립이나 국정원 업무를 어긴 것이 됩니다.

○ 야당 후보를 종북으로 몰았던 글

12월 4일 1차 대선 토론회에서 이정희 통합진보당 후보가 우리 정부를 '남쪽 정부'로 지칭하자 국정원 여직원은 다음날 관련 글을 통해 이정희 후보를 공격했습니다.

"남쪽정부"
어제 토론 보면서 정말 국보법 이상의 법이 필요하다고 절실히 느꼈다. 대통령 되겠다는 사람조차 대한민국을 남쪽 정부라고 표현하는 지경이라니, 우리나라 관용이 넘쳐도 너~무 넘친다.
(국정원 여직원이 오유에 12월5일 오후 5시8분에 올린 글)


국보법 이상의 법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이정희 후보를 종북으로 낙인찍는 이런 형태의 글은 전형적인 야당공세이며, 이는 그동안 대선 때마다 이루어졌던 '북풍'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 철저히 근무시간에 이루어졌던 국정원 활동

이번 한겨레의 조사에 따르면 국정원 김씨가 글을 올리거나 찬반표시를 한 시간이 오전 9시부터 오전 6시20분 사이에 이루어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한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만 글을 올리거나 찬반표시를 했고, 토요일,일요일 또는 국경일에 글이 작성된 것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국정원 여직원 김씨는 9월 둘째 주 화요일부터 금요일 6개의 글을 작성해서 올리는등 활발한 활동을 벌입니다. 그러다가 갑자기 9월8일 토요일,9월9일 일요일 활동이 전무하더니, 9월10일 월요일부터 글이 올라오기 시작했습니다. 12월 둘째 주에도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총 17개의 글을 작성하더니 주말을 쉬고(?) 다시 월요일부터 글이 올라옵니다.

이런 식으로 근무시간을 지키면서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에 국한된 그녀의 활동 내역을 보면, 퇴근 시간 이후 그녀의 자유 시간에 오유 사이트에서 활동했던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주고, 이것은 국정원이 공식적인 업무로 활동했다는 증거가 될 수 있습니다.

○ 정치적 이슈 숨기기

김씨의 찬반활동을 보면 이상한 점을 발견할 수가 있습니다. 그것은 그동안 찬반표시를 정치 관련 글이 많은 시사 게시판에서 집중적으로 활동했던 김씨가 갑자기 10월 10일은 요리 등을 다루는 기타 게시판에서 집중적으로 찬반표시를 했기 때문입니다.


10월 10일은 일명 '노크 귀순'으로 온라인에서 정부와 군 당국에 대한 비판이 이루어지던 시기였습니다. 김씨는 이날 오후 3시 38분부터 오부 4시41분까지 무려 48건의 찬반 활동을 했는데 이는 1분에 1건꼴로 총 244회의 찬반 활동 중 요리,연예 게시판 활동이 이날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런 국정원 김씨의 찬반활동은 조직적으로 '노크 귀순'관련 글을 베스트 리스트에서 보이지 않도록 요리, 연예 등의 글을 집중적으로 아이디를 바꿔가며 찬반 활동을 한 것으로 의심되는 모습입니다.

'누구를 위해 경찰과 국정원은 거짓말을 하는가'

그동안 국정원은 한사코 김씨가 글을 올린 것은 없으며 단순히 찬반표시만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여기에 경찰도 김씨가 게시글과 댓글을 쓰긴 썼지만, 대선이나 정치,시사 관련 내용은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아이디만 보면 그녀가 썼던 글이 나오고, 글의 내용이 정치,시사,대선 등에 글인지 뻔히 조사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경찰과 국정원은 이것을 계속해서 부인해왔고, 이는 명백히 사건을 은폐하려는 증거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은폐와 거짓은 국민에게 많은 불신을 가져올 뿐만 아니라 진실을 감추는 정치적 공작에 해당합니다.



지난 대선 TV 토론에서 박근혜 후보는 "문 후보는 인권 변호사 출신인데 국정원 여직원 감금 논란에 대해선 한마디도 하고 있지 않다"면서 "2박3일 동안 여직원을 사실상 감금했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느냐"고 문 후보를 공격했습니다.

이런 박근혜 후보의 공격은 어느 정도 대선 기간 사람들의 뇌리에 야당 후보가 정치적으로 한 여성의 인권을 유린했다는 증거로 사용됐는데, 대선이 끝나고 나니 진실은 국정원 여직원이 조직적으로 국가 권력기관의 명령을 받고 적극 대선에 개입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국가기관이 권력자의 손에 들어가면 이처럼 진실은 감춰지고 오로지 거짓과 은폐 속에서 국민을 속이고 기만하는 결과가 나옵니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는 진실을 알 수 없습니다. 경찰이나 국정원이나 모두 권력자의 눈치보기에 빠져 진실을 국민에게 내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진실을 감추는 세상이 계속될수록 국가 기관과 정부의 말은 불신될 수 있으며, 이는 대한민국이 아직도 정치공작이 가능한 후진국과 다를 바가 없다는 증거가 되기에 국민은 올바른 대한민국을 위해 이런 정치공작과 거짓을 단호히 뿌리 뽑으려는 스스로의 노력을 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