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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1조 229억 버는 '재벌면세점',수수료는 고작 '90만원'



12월 10일 열린 대선 2차 TV토론에서 통합진보당 이정희 후보는 '재벌 해체'라는 용어를 공중파 방송에서 거침없이 말했습니다. 그녀는 거침없이 "박정희 대통령과 정경유착으로 사카린 밀수를 한 재벌이 삼성이다. 정경유착과 부패 뒤에는 재벌이 1%의 지분으로 100% 권한을 행사하고 제왕으로 군림한다"며 삼성을 비판했습니다.

이정희 후보의 이런 모습을 본 일부 국민은 그녀의 모습에 눈살을 찌푸리기도 했습니다. 어쩌면 그녀가 너무 과격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그녀의 거센 어법을 싫어할 수는 있어도, 재벌이 얼마나 많은 특혜를 누리며 대한민국을 불합리한 사회로 만들고 있는지 안다면, 이정희 후보의 말에 수긍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재벌이 도대체 왜 문제인지, 그들이 얼마나 국가로부터 특혜를 받고 있는지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시간이 날 때마다 재벌의 문제점을 하나씩 점검하려고 합니다.

오늘은 그 첫 번째 시간으로 재벌 면세점들의 엄청난 특혜를 알려드리겠습니다.

' 4조 4천억 매출 재벌면세점, 허가 수수료는 고작 1천2백만 원'

해외여행을 잘 나가지 못하던 시절부터 해외 면세점에서 사온 향수와 화장품, 양주는 부와 특권층의 상징이었습니다. 지금은 자유롭게 해외여행을 하고 있고, 국내 여행보다 오히려 해외 여행을 선호해서 언제나 공항은 붐빕니다. 이런 공항에서 유독 많은 사람들이 들리는 곳이 바로 '공항면세점'입니다.

▲인천공항 면세점 앞 모습, 출처:오마이뉴스


단지 면세라는 이유만으로 해외여행을 갖다 오는 사람이라면 으례 양주 한 병, 담배 한 상자, 화장품에 향수까지 저마다 면세점 봉투 하나씩을 들고 오기도 합니다. 특히 예전에는 여행지에서 그 나라 특산품을 사오는 것을 선호했다면, 지금은 굳이 지역에서 쇼핑하기보다 공항에 있는 면세점이나, 출국하기 전 시내 면세점에서 손쉽게 쇼핑을 합니다.

이러다 보니 국내 경기는 불황이라고 해도, 공항면세점이나 시내면세점의 매출은 나날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재벌면세점들이 2008년 벌어들인 연간 매출액은 2조 1,555억 원 이었습니다. 2009년의 경우 2조 7,478억 원, 2010년의 경우 3조 4760억 원, 2011년의 경우 4조 4,007억 원을 기록하여. 2008년 대비 3년 만에 매출액이 2조 원 가까이 증가하였습니다.

이렇게 재벌면세점들이 수천억 원씩 매출을 올릴 수 있는 데는 면세라는 상표를 달고 영업을 하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면세 사업자로 영업하기 위해서는 국가에 '특허보세구역허가사업장' 이용에 대한 수수료를 납부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재벌면세점들은 연간 특허수수료로 얼마나 낼까요?


롯데면세점 본점의 경우 매출액은 1조 229억 원인데 연간 국가에 내는 특허수수료는 고작 90만 원입니다. 저는 이 자료를 민주통합당 홍종학 의원실로부터 받고 숫자가 잘못 나온 줄 알았습니다. 1억도 아닌 1조가 넘는 매출액을 내는 기업이 면세점 특권을 누리는 데 국가에 내는 수수료가 고작 90만 원이라니...

사업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특정 업종을 하기 위해서는 각종 인,허가세를 내야 합니다. 건강보조식품 하나 팔려고 해도 매출이 백만 원이 넘지 않아도 몇만 원의 수수료를 국가에 납부해야 하는데, 면세점이라는 엄청난 특권을 가지고 1조가 넘는 매출액을 올리는 면세점이 일 년에 (한 달이 아닙니다.) 90만 원을 냅니다.

특히 '롯데디에프 인천공항 출국장면세점'은 1년에 43만 원을 냅니다. 도저히 상식적으로 이해가 될 수 없는 부분입니다.

재벌면세점이 특허수수료를 거의 내지 않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특허보세구역허가사업장' 의 이용에 대한 수수료 책정에 대한 관세법 시행규칙 제 68조 때문입니다.

▲관세법 시행규칙에 따른 특허 수수료율 산정방식, 출처:민주통합당 홍종학 의원


면세점을 운영하기 위해 처음 특허신청 수수료 45,000원을 내고 매분기당 연면적당 72,000원부터 최대 51만 원까지만 내는 특허수수료는 지난 1993년 7월20일 개정된 이후 현재까지 20년 가까이 한 번도 개정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매출은 늘어나도 국가는 이런 재벌면세점들에게 특허수수료를 인상하여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재벌만 면세점을 할 수 있는 대한민국'


그렇다면 혹자는 아니 재벌 욕만 하지 말고, 중소기업도 진출하면 되지 않느냐는 반문을 할 것입니다. 맞습니다. 이렇게 좋은 사업이 있으면 서비스와 품질,좋은 제품을 가진 중소기업도 면세점 사업을 하면 좋겠죠. 그러나 현행법상 재벌 이외에는 면세점 사업을 할 수 없습니다.

「보세판매장 운영에 관한 고시」 제3-2조는 면세점의 신규특허를 내어 줄 수 있는 경우를, 전년도의 전체 시내면세점 이용자 수 및 매출액 실적에서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율이 각각 50%를 넘는 경우로 한정해 놓았습니다.

즉 현행 시내면세점의 이용객 중 외국인이 이용하는 비율이 50%가 넘을 경우만 신규특허를 내어 주는데 현행 면세점 이용객을 분석해봤을 때 거의 불가능합니다.


▲ 면세점 이용 내외국인 매출액과 비중, 출처:민주통합당 홍종학 의원


2003년도부터 2007년도까지 내외국인의 면세점 이용을 보면 점차 외국인 이용 비중이 떨어집니다. 현행 재벌면세점조차 외국인 이용자 비중이 35%를 넘지 못하고 매출액도 50%를 넘지 않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신규특허를 내줄 수 없는 법규가 있기 때문에 중소기업의 면세점 신규사업진출은 사실상 불가능한 것이나 다름이 없습니다.

지난 12월 5일 한국관광공사 인천공항 면세점 자리에 대한 입찰공고가 발표됐습니다. 이제 중소기업도 인천공항 면세점 사업에 진출할 수 있을까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이번 입찰공고를 보면 공고에서 마감까지 단 7일 동안 이루어졌습니다. 2007년 56일과 비교하면 얼마나 짧은 기간인지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이처럼 입찰 준비기간이 짧으면 그동안 사업경험이 없는 중소기업은 진출하기가 어렵습니다. 또한, 이번 입찰에는 자산규모 5조원 미만이라고 공시됐는데, 사실 자산이 5천억 원이 넘으면 중소기업이 아닙니다.

이뿐만 아니라 이번 면세점은 취금품폭에서 향수,화장품,주류,담배를 제외했습니다. 앞에 자료에서 밝혔듯이 향수,화장품,주류.담배가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가장 잘 팔리는 제품을 신규사업자는 판매하지 못하게 되어 있습니다.

여기에 기존에 없던 국산품 배치 의무가 있습니다. 국산품 판매가 겨우 9%에 불과한 면세점 시장 상황에서 국산품 배치를 유독 신규 사업자에게만 강요하는 것은 한마디로 중소기업은 면세점을 하지 말라는 얘기와 동시에, 기존 재벌면세점인 신라와 롯데만 특혜를 주겠다는 조치입니다.

'재벌만을 위한 특혜의 상징 면세점'

중소기업의 면세점 신규사업진출을 막아 놓았지만, 재벌면세점을 위한 특혜는 어떻게 주고 있을까요? 현재 부산롯데호텔은 2013년에 호텔신라본점과 제주는 2014년,호텔롯데본점과 호텔롯제 제주,롯데월드 면세점은 2015년에 시내면세점 특허갱신 시기가 돌아옵니다.

앞서 말했듯이 외국인 이용객 비중이 35%와 매출액이 50%가 넘는 규정이 있는 상황에서 특허갱신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재벌면세점들도 발생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관세청이 이들 면세점들에게 특혜성 혜택을 주기 시작합니다. 즉 의도적으로 2년이라는 유예기간을 줘서 갱신기준을 충족할 수 있도록 고시를 한 것입니다.

<보세판매장 운영에 관한 고시, 관세청 고시 제2008-5호, 2008. 1. 15. 일부개정>
부칙 제3조(시내면세매점 특허기간 갱신에 관한 경과규정) ① 현행 시내면세매점의 특허만료일이 2010년 이내에 도래하는 경우에는 당해 시내면세매점의 특허기간 갱신은 특허만료일부터 5년(임차인 경우에는 임차기간으로 하되 5년 이내)의 범위내로 한다.
② 현행 시내면세매점의 특허만료일이 2014년 이후에 도래하는 경우에는 당해 시내면세매점의 특허기간 갱신은 신청일 기준 최근 5년(임차인 경우에는 임차기간으로 하되 5년 이내)내 특허기간동안(신청일이 속하는 달은 제외)의 실적이 갱신 요건을 충족하여야 한다.
③ 현행 시내면세매점의 특허기간 갱신에 대하여는 최근 5년의 특허기간 동안의 실적을 적용하는 기준에도 불구하고 2010년도 이후의 실적부터 적용한다.
④ 제3항의 규정을 적용함에 있어 현행 시내면세점에 적용되는 특허기간 갱신 요건은 다음 각호 중 어느 하나에 의한다.
 1. 2013년에 특허만료되는 시내면세매점의 경우 2010년부터 2013년(신청일이 속하는 달은 제외)까지 3년동안의 실적으로 2013년에 특허기간 갱신여부를 결정한다.
2. 2014년에 특허만료되는 시내면세매점의 경우 2010년부터 2014년(신청일이 속하는 달은 제외)까지 4년동안의 실적으로 2014년에 특허기간 갱신여부를 결정한다


중소기업은 아예 신규특허를 주지 못하도록 규정해놓고는 재벌면세점은 기존의 특허를 유지할 수 있도록 유예기간을 주는 것입니다. 매출액 4조짜리 사업을 오로지 재벌들만 운영하게 하여 놓은 재벌만을 위한 특혜입니다.

더 웃긴 것은 이런 외국인 이용자 기준이나 매출액 기준이 공항 면세점은 해당이 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 호텔신라가 진출한 인천공항면세점 소식, 출처:삼성 홈페이지 캡쳐 이미지


재벌 면세점이 90% 이상의 매출액을 장악하고 있는 공항 면세점의 경우는 특허사업에 대하여 시내면세점과 같은 갱신요건조차도 없습니다. 그래서 공항에 진출한 재벌 면세점은 수십억 원의 매출을 올리면서도 연간 특허수수료는 고작 90만 원만 내고 장사를 하는 것입니다.

'재벌, 그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가?'

재벌개혁을 외치면 마치 경제는 아무것도 모르는 과격한 사람들의 논리와 말로 치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나마 대기업이 있으니 이 정도 경제발전을 하고 있다는 식으로 넘어갑니다.


특혜사업으로 손쉽게 돈을 버는 사업은 국가가 허가하거나 통제하고 있습니다. 복권,경마,카지노와 같은 사업을 말합니다. 국가가 이런 특혜 사업에 허가를 내주는 조건으로 이들 사업이 번 돈은 국가가 다른 사업보다 많은 징수권을 행사합니다.

복권 사업은 이익금 전액을 국민복지 증진에 사용하기도 하고, 경마사업은 매출액의 16%를 레저세로 거둬들입니다. 또한, 카지노 사업은 매출액의 10%를 관광진흥기금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 2007년 롯데와 신라의 면세점 점유율이 53.13% 수준이었지만 2011년에는 롯데와 신라 점유율이 79.13%로 증가해 독점이 심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출처:한국관광공사 노조


2011년 롯데와 신라가 면세점 사업 79%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롯데호텔과 호텔신라의 서울과 인천공항 면세점 매출액만 합쳐도 2조 9천515억 원입니다. 그런데 이들은 매출액이나 수익금 중 일부를 공적기금으로 출연하는 법이 없어 돈만 벌고 아무런 공익을 담당하지 않고 있습니다.

고용창출을 했다고요? 면세점에 일하는 직원 대부분은 비정규직,계약직,아르바이트생들입니다. 언제든지 해고될 수 있는 사람들입니다.

대한민국 제품을 외국인에게 팔았다고요? 전체 면세시장에서 국산품 판매비율은 9%(담배를 포함하면 18%)이고 나머지 91%는 몽땅 외국제품이었습니다. 삼성 이건희 회장의 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롯데쇼핑 신영자 사장은 지난해 국산제품을 팔기 위한 경쟁을 벌인 것이 아니라 고작 인천공항 면세점에 '루이비통'을 유치하기 위해 전쟁을 벌였습니다.

천문학적인 매출을 올리는 재벌면세점은 고용창출도 안 하고, 오로지 외국제품 팔기에만 혈안이 되고 있으면서도 고작 90만 원의 수수료를 냅니다. 과연 재벌이 왜 국민이 낸 세금으로 특혜를 받아야만 마땅한지 '아이엠피터'는 도저히 이해가 될 수 없습니다. 여러분은 이해가 됩니까? 


옥스퍼드 영어사전에서는 재벌을 '한국에서의 대기업체로 전형적인 가족 소유형'이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일개 국민의 불과한 가족의 사업체를 마치 국가 기업처럼 떠받들고 있는 나라가 대한민국입니다. 그래서 대기업이라고 그들을 부르기보다는 '재벌'이라고 불러야 마땅합니다.

우리는 재벌과의 사랑으로 신데렐라가 되는 서민을 그린  TV드라마를 너무 많이 봐서인지 재벌을 동경하고, 그들을 마치 백마 탄 왕자처럼 여기지만, 현실은 재벌의 특혜로 중소기업과 서민만 고통받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이런 비정상적인 사회를 당신의 자식 세대까지 물려주고, 그들이 재벌로부터 또다시 버림받게 하고 싶습니까?

재벌면세점 관련 자료는 이미 지난  9월 민주통합당 홍종학 의원이 배포한 내용입니다. 그러나 대부분 언론은 이런 사실을 보도하지 않았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그들의 목줄을 죄고 있는 '광고' 때문입니다. 우리 사회를 비정상으로 만드는 재벌과 권언유착이 있는 한 재벌들의 문제는 묻힐 것입니다. 부족한 글이라 RT와 추천을 부탁하지 않지만, 오늘 글은 꼭 많은 사람들이 읽었으면 좋겠습니다.

18대 국회 1호 법안은 종부세 감세법안이었고, 19대 국회 1호 법안 역시 '재벌보호법'이었습니다. 이 두 법안 모두 재벌만을 위한 특혜법안으로 새누리당이 통과시켰고, 앞으로 얼마나 많은 재벌 특혜 법안이 나올지 모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