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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대선 TV토론' 박근혜,문재인,이정희 누가 승자?



제18대 대선의 공식적인 TV토론이 열렸습니다. 지난 역대 대선과 비교하면 TV토론이 거의 실종되다시피 했다가 처음 열린 대선 TV토론인 탓에 많은 사람의 관심을 받았습니다. 대선 TV토론이 선관위의 이상한 룰 때문에 자칫 유권자들이 채널을 돌릴 뻔 했는데, 이정희 후보 때문에 새로운 전환을 맞기도 했습니다. 

어제 대선 TV토론은 통합진보당 이정희 후보와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 간의 대격돌로 볼 수 있습니다. 두 후보 간의 치열했던 대선 TV토론을 정리하면서 대선 TV토론이 가진 의미와 누구에게 효과적이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 박근혜 후보의 실책'

통합진보당 이정희 후보는 대선 TV토론이 시작되자마자 기조연설부터 박근혜 후보를 향해 강한 펀치를 날리기 시작했습니다. 이정희 후보는 기조연설에서 쌍용차 사태를 통해 '새누리당과 박근혜 후보'를 비판했고, 이를 시작으로 두 후보 간의 대격돌이 벌어졌습니다. 

이정희- 박근혜 후보 상호 간의 공식적인 토론 대결의 포문은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시작했습니다. 박근혜 후보는 민주당 문재인 후보와 이정희 후보를 동시에 공격하기 위해서 통합진보당 이석기, 김재연 의원을 거론했습니다.

 
박근혜 후보는 민주당과 통합진보당의 연대를 공격하기 위해 이석기,김재연 의원을 거론했지만, 이름과 성을 거꾸로 부르는 실수를 통해 오히려 불발탄이 돼버렸습니다. 

또한, 박근혜 후보는 통합진보당 이정희 후보를 종북으로 몰아넣기 위한 색깔론으로 "이정희 후보와 통합진보당은 국기에 대한 경례도 하지 않고 애국가를 안 부르는 것으로 안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사실 이것은 악의적인 언론을 그대로 인용한 박근혜 후보의 실책이었습니다.

▲ 국회 본회의장에서 애국가를 부르는 이석기,김재연 의원. 출처:뉴시스


국회나 공식적인 국가 행사에서 애국가를 부르지 않았으면 효과적인 공격이 되었겠지만, 사실 통합진보당 이정희 후보를 비롯해 국회의원들 대부분 공식적인 국가행사에서는 모두 애국가를 부르고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합니다.

결국, 눈에 뻔히 보이는 공격을 했다가 오히려 박근혜 후보는 본전도 못 찾은 꼴이 된 대선 TV토론이었습니다.

'이정희의 거센 공격에 당황한 박근혜'

어제 대선 TV토론에서 이정희 후보는 박근혜 후보를 향해 핵폭탄급 발언을 했습니다. 그중에 핵심을 세 가지로 압축시킬 수 있습니다.


첫 번째가 공식적인 방송에서 박정희 대통령의 일본이름인 '다카키 마사오'를 거론했다는 사실입니다. '충성혈서를 써서 일본군 장교가 된 다카키 마사오, 한국이름 박정희'라고 발언한 이정희 후보의 말은 팩트임에도 많은 사람에게 충격을 주기에 충분했습니다. 그것은 그동안 우리 언론과 방송이 감히(?) 박정희 대통령의 일본군 충성혈서와 일본이름을 거론조차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는 전두환으로부터 청와대 금고에서 받은 6억 원에 대한 공격이었습니다. 이정희 후보의 6억에 대해 박근혜 후보는 다음과 같은 변명과 약속(?)을 했습니다.

"당시 아버지(박정희 전 대통령)도 그렇게 흉탄에 돌아가시고 나서 어린 동생들과 살 길이 막막한 상황이었다. 아무 걱정 문제없으니 배려 차원에서 해주겠다고 하는데 경황없는 상황에서 받았다. 저는 자식도 없고, 가족도 없다. 나중에 사회에 다 환원할 것이다."

살길이 막막했기에 6억 원을 받았고, 나중에 사회에 다 환원할 것이라는 그녀의 약속을 (지금 시세대로 계산해서 사회에 환원할까요?) 믿는다면 아마 나중에라도 증거(?) 차원에서 아래 영상은 꼭 보관해야 할 듯싶습니다.



세 번째는 정수장학회와 영남대를 거론하면서 사용했던 '장물'이라는 단어입니다. 이정희 후보는 "권력형 비리를 반드시 없애야 한다. 가장 큰 문제가 대통령 측근비리, 친인척 비리다. 박 후보께서 권력형 비리근절을 말했는데 솔직히 말해 권력형 비리를 장물로 월급받고 지위 유지하며 살아온 분이 말하니 잘 믿기지 않는다. 박 후보가 이사장이던 정수장학회 박정희 전 대통령이 김지태 씨를 협박해 뜯어낸 장물 아닌가"라는 말을 통해 그동안 박근혜 후보에게 제기됐던 장물 정수장학회에 대한 논란을 다시 한번 공중파 방송에서 꺼낸 것입니다.

이정희 후보의 거센 공격에 화면에 비친 박근혜 후보의 얼굴과 말은 그리 좋은 표정은 아니었으며, 이는 박근혜 후보가 시작한 네거티브 공세에 오히려 역습을 당한 상황이었습니다. 

' 이런 엉터리 대선 TV토론이 어디 있는가?'

어제 대선 TV토론을 보면서 느낀 가장 큰 분노는 선관위가 철저히 대선 TV토론을 농락했다는 점입니다. 선관위는 이번 대선 TV토론에서 토론진행방식을 '질문1분,답변1분30초'로 제한하는 이상한 규칙을 세웠습니다.



질문과 답변 시간을 정해놓은 것까지는 좋은데, 가장 큰 문제는 1분의 질문 시간과 1분 30초의 답변 시간을 후보자가 나눠서 사용할 수 없게 했다는 점입니다. 이런 규칙 때문에 질문과 답변을 한 번으로 제한했고, 이에 따라 재질문과 재반론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딱 한 번만 질문하고 답변하고 무조건 넘어가라는 이런 식의 토론규칙은 토론을 통해 후보자를 검증하는 애초 취지와는 전혀 다르게 부실한 TV 토론 상황을 미리 만들어 놓은 꼴이 됐습니다. 


TV 토론의 핵심은 토크쇼가 아니므로 사회자 발언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그런데 어제 신동호 아나운서는 사회자가 아닌 토크쇼 진행자처럼 토론 내내 매끄럽지 못한 진행을 했습니다. 

우선 사회자 발언이 너무 길었습니다. 짧고 간결하게 설명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TV토론 내내 장황한 설명이 이어졌습니다. 보통 미국 대선 토론 90분이 진행되면 그 중 사회자 발언은 대략 5분 안팎인데 반해, 신동호 아나운서는 대선 토론 30분 중에 무려 5분이나 시간을 끄는 이상한 진행을 했습니다. 

[정치] - 박근혜 토론? '송지헌의 박근혜 후보 구하기'
 
지난번 박근혜 후보 단독 토론(?)에서도 송지헌 아나운서가 편파적인 진행을 하더니, 이번 신동호 아나운서는 사회자가 주인공이 되는 진행을 했습니다. 이는 선거관리위원회에서 모니터링을 통해 반드시 개선하고 명심해야 할 부분이라고 봅니다.

'경상도 싸나이 문재인의 TV토론 문제점'

첫 번째 대선 TV토론에서 문재인 후보의 모습은 보면 중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워낙 이정희 후보와 박근혜 후보 간의 토론이 거셌기 때문에 네거티브 공세는 하지 않고, 중도적인 태도를 보였습니다. 토론 내용을 보면 무난했다고 볼 수 있지만, 전체적인 대선 토론에서 문재인 후보에게 득이 되지는 않았다고 봅니다.


문재인 후보의 가장 고질적인 문제는 경상도 사람에게 잘 나타나는 '쌍시옷' 발음을 '시옷' 발음으로 하는 말투입니다. 쌍용차, 싸움 들의 단어를 사용할 때 나타나곤 했는데, 이것이 쉽게 고쳐지는 문제는 아니라, 앞으로 더 노력해야 할 부분입니다. (경상도 사람들은 별로 그런 것을 느끼지 못했다고 하는데, 아마 지역적인 문화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토론 중간에는 많이 없어졌지만, 토론 처음에는 말을 하면서 쩝쩝거리는 소리를 냈는데, 마이크가 워낙 좋아서인지 몰라도, 시청자들이 듣기에는 많이 거슬리는 부분입니다.

마지막으로 약간씩 새는 발음입니다. 지난 참여정부 시절 얼마나 힘들었는지 치아 10개를 몽땅 임플란트해서 발음이 조금씩 샌다고 합니다. 치과 전문의 말로는 그래서 임플란트는 미세한 교합의 차이로도 발음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합니다. 당장 고칠 수는 없겠지만, 이런 사소함도 꼭 대비해야 할 필요도 있습니다.

어제 TV토론의 실질적인 승자는 오히려 박근혜 후보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것은 이정희-박근혜 후보 때문에 문재인 후보의 존재감이 미비해졌기 때문입니다. 어차피 박근혜 후보 지지층은 아무리 이정희 후보가 '다카키 마사오','장물','청와대 금고 6억'을 들고 나와도 귀를 막을 것이고, 문재인 후보의 장점이 전혀 보이지 않았기에 문 후보 처지에서 득표 전략에는 이득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문재인 후보의 득표전략 미비와는 별도로 어제 대선 TV토론은 많은 것을 느끼게 하고, 생각하게 했던 TV토론이었습니다.



이정희 후보는 대선 TV토론 마지막 연설에서 박근혜 후보에게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 대선 전 통과,' 전두환으로부터 받은 돈 6억 원 대선 전 사회 환원','측근 비리 근절위해 비리 발생하면 대통령직 사퇴 약속'을 촉구했습니다. 이는 박근혜 후보가 가진 한계가 무엇인지 분명히 보여줬습니다

'아이엠피터'는 어제 대선 TV토론을 보면서 누구의 유불리를 떠나 '다카키 마사오'라는 이름이 공중파에 나왔다는 사실에 더 흥분됐습니다. 이는 그동안 수차례 찾았던 자료 조사를 통해 느꼈던 박정희의 실체를 국민이 이제야 조금은 관심을 두지 않았나 싶습니다.

▲ 네이버와 다음 실시간 검색어에 올라온 '다카키 마사오'


'아이엠피터'는 '다카키 마사오'라는 이름 그 자체를 비판하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그의 이름이 오로지 권력과 성공을 위해 바뀌었다는 사실과 함께 일제강점기부터 가졌던 그의 권력욕이 총칼을 통해 대한민국을 독재와 암흑으로 몰아넣은 일에 분노하고 더 많은 국민이 진실을 알기 원할 뿐입니다.

[현대사] - 만약,1979년에 박정희가 죽지 않았다면?
[현대사] - 도요토미 히데요시를 닮았던 박정희,그리고 '김대중'

대선 TV토론 생방송이 중요한 이유는 그동안 언론과 방송이 알려주지 않은 사실을 국민에게 알릴 기회가 되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두 번의 TV토론이 남았습니다. 박근혜,문재인,이정희 후보가 어떤 토론을 보여줄지 모르겠지만, 국민에게 잊혔던 진실을 알리고 보여주는 노력은 꼭 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