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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박근혜가 숨기고 싶은 '불편한 진실'



대통령 선거운동이 시작되면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드디어 전략적인 선거운동에 돌입했습니다. 그것은 바로 이명박 정부와의 차별성을 강조하는 일입니다. 그동안 박근혜 후보는 이명박 정부와 차별은 없다는 점을 강조했던 인물입니다. 특히 올해 초만 해도 "현 정권과 인위적 차별은 없다"고 했는데, 선거를 불과 15여일 앞두고 갑자기 이명박 정부를 실패한 정부로 몰고 있습니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는 “이명박 정부도 양적 성장을 중시하는 과거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지 못하다 서민경제의 어려움을 가중시켰다”며 이명박 정권과의 차별화를 계속 시도하고 있습니다. 이런 박근혜 후보의 선거전략이 놀라운 이유는 그녀가 전혀 예상치 않은 "정권교체'라는 전략을 들고 나왔기 때문입니다.

대부분 사람은 새누리당과 이명박,박근혜는 하나의 정권으로 인식하고 있지만, 박근혜는 아예 이명박 정권을 부정하고 나와버렸습니다. 이렇게 그녀가 이명박 정권과 차별화를 시도하는 가장 큰 이유는 민주당 문재인 후보를 공격하기 위해서입니다.



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MB정권 심판과 정권교체'를 내걸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박근혜 후보의 대응은 아예 참여정부와 이명박 정권을 하나로 묶어 '실패한 정권'으로 만들어 놓고, 문재인 후보를 '실패한 정권의 계승자'로 규정해버리는 것입니다.

이런 그녀의 방법을 전혀 이해할 수 없는 사람도 있지만, 대단히 효과적입니다. 그 이유는 일부 유권자들은 박근혜 후보가 대통령이 되는 것 또한 정권교체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12월3일자 한겨레 여론조사 결과. 출처:한겨레 신문


한겨레 신문이 11월30일~12월1일까지 조사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정권교체를 원한다는 답변이 53.5%였습니다. 그런데 이 정권교체에서 박근혜 지지층의 14.0%도 정권교체가 이뤄져야 한다고 답변했습니다. 이들은 '박근혜 집권'도 정권교체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야권 성향의 지지자들로서는 전혀 말이 되지 않는 일이지만, 지금 대한민국에서는 가능한 일입니다. 그것은 대다수 언론이 새누리당을 한나라당과 동일시하지 않고 있으며, 이명박 대통령을 아예 박근혜 후보와 대결구도로 만들어 버렸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사실 이명박 정권과 박근혜 후보는 한 몸과 다를 바가 없는 사람들입니다.

' 무서운 보수 세력의 결집'

이명박 대통령의 친이계와 박근혜 후보의 친박계는 2007년 대선 경선부터 경쟁 관계에 있던 인물들입니다. 그래서 늘 공천과 한나라당 주도권을 놓고 다툼을 벌였습니다. 특히 지난 4.11 총선에서 친이계는 친박계에 학살당했다고 할 정도로 공천을 받지 못했습니다.

▲ 새누리당 공천에서 탈락한 진수희 의원과 안상수 전 대표가 총선 불출마 선언을 하며 눈물을 훔치고 있다. 출처:오마이뉴스 남소연


지난 4.11 총선에서 이재오계인 진수희 의원이 친박계 김태기 단국대 교수에게 밀려 공천에 탈락했습니다. 이런 식으로 친이계 의원이 공천탈락하자, 일부에서는 '비박근혜 연대'를 구상해서 탈당하겠다고 나섰지만, 김무성 의원이 "보수분열의 씨앗이 될 수 없다'며 백의종군을 선언하자, 탈당은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아들 김현철 여의도 연구소 부소장을 비롯해, 조전혁,이경재,박종근,정해걸,이동관,권오을,김해진 등 친이계 인사들도 무소속 출마와 탈당을 선언했다가 뜻을 접기도 했습니다.

▲김영삼,이재오와 만난 박근혜. 출처 뉴시스.연합뉴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지난 7월 대권도전을 선언했던 박근혜 후보를 향해 "사자가 아니다, 그건 아주 칠푼이야, 사자가 못 돼"라고 혹평을 했습니다. 그랬던 그가 갑자기 11월30일 김무성 선대위 총괄선대본부장에게 전화해 '박근혜 후보를 적극 지지'하겠다고 했습니다.

친이계의 행동대장이었던 이재오 의원도 지난 12월2일 박근혜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나섰습니다. 이처럼 그동안 박근혜 후보와 대립각을 가졌던 사람들이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박근혜 후보를 지지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보수세력이 정권 연장을 위해서라면 적과도 동침할 수 있는 뻔뻔함을 보여주는 무서움을 보여주고 있는 것입니다.

야권은 분열로 망하고, 보수는 부정부패로 망한다는 말처럼 보수세력은 절대로 분열되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그들의 노림수는 정권 연장만 하면 당연히 그들에게 기득권 분배가 잘 이루어지리라는 믿음과 신뢰(?)가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 박근혜와 이명박은 자웅동체'

박근혜 후보와 이명박 정권은 떼려야 뗄 수가 없는 존재입니다. 그것은 그들이 새누리당이라는 하나의 정당 속에서 그들이 원했던 법과 정치를 함께 이루어 나갔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 둘 사이의 갈등은 분명히 존재했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어떤 사안에 대해서는 언제나 힘을 합쳤고, 그들만을 위한 법을 통과시켰습니다.

▲경향신문 2009년 7월 23일자 6면.


지난 2009년 한나라당은 재투표, 대리투표 논란이 있었던 미디어법을 날치기 통과시켰습니다. 당시 박근혜 의원은 '여야 간 합의처리'를 강조하면서 언론플레이를 하다가 돌연 한나라당의 최종미디어법 수정안이 ' 이정도면 국민들이 공감해주실 것이라고 본다'는 말로 미디어법 날치기 강행에 혁혁한 공을 세웠습니다.

이명박 대통령과의 갈등은 있었어도 법안 통과에 대해서는 박근혜 의원이 친박계 의원을 동원해 이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준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조선일보 2011년 11월 23일자 5면.


한미FTA 비준안에 대한 국민의 반발과 야당 의원의 반대가 있었던 2011년에도 FTA 비준안에 찬성 표결을 했습니다. 그녀는 찬성표에 대해 당 지도부의 결정에 따르겠다고 했었지만, 한나라당의 지도부가 박근혜 전 대표라는 사실은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진실입니다.

박근혜 전 대표의 말 한마디면 통과되지 못했던 법안도 통과됐습니다. 그런데 박근혜 전 대표는 '한나라당 당심','당 지도부 결정'이라는 말로 교묘하게 자신의 책임론은 늘 피해 갔습니다.

 

▲친이계와 친박계가 협력하여 통과시킨 법안들. 출처:민중의 소리


친박계 의원들이 박근혜 전 대표의 말과 의중에 따라 표를 던지는 것이 뻔한 상황에서 그동안 이명박 정권의 수많은 법안이 어떻게 통과됐습니까? 박근혜 전 대표가 찬성했고, 동의했기 때문에 그 법안들이 통과된 것입니다.

이명박 정권이 실패한 정권이라고 연일 말하는 박근혜 후보가 거느린 친박계 의원들이 법인세법,소득세법,종부세법에 모두 찬성했습니다. 경제에서 가장 중요한 조세 관련 법안을 박근혜 후보가 통과시켰고,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지대한 협력을 한 것입니다.

결국,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MB정부 임기 내내 함께 힘을 합쳐 실패한 정권을 유지했던 파트너였습니다.

' 정권 심판론 VS 정권 재창출'

정권 심판론을 가지고 현재의 박근혜 후보를 중심으로 결집한 보수세력을 무너뜨리기는 어렵습니다. 그 이유는 앞서 말했듯이 보수 세력은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떤 성향의 인물이 대통령이 되는 것만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즉 이들에게 박근혜와 이재오,정몽준,홍준표 등은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이들 중 누가 됐든 새누리당처럼 보수 인물이 되기만 하면 그걸로 투표는 누구에게 할지 정해진 것입니다.


▲한나라당 이명박 대통령이 내세웠던 경제대통령론과 '이명박근혜' 포스터.출처:뉴시스.선관위


이명박 대통령을 만든 사람이 오로지 친이계였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를 따라 수많은 한나라당 의원들과 세력들이 이명박 대통령 만들기에 동참했고,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후보의 주위 인물과 세력들은 대부분 공통적인 분모를 가진 사람들입니다.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후보를 지지하는 세력은 비슷합니다. 그런데 이명박 대통령의 실패에 대해 분노하고 있는 사람들은 이명박 대통령을 만든 한나라당과 박근혜 후보를 이상하게 따로 보고 있습니다. 그것은 철저히 이명박 정부를 새누리당 정권이라고 규정하지 않고 있는 언론들 때문입니다.


이명박 대통령의 당적은 새누리당입니다. 그런데 이명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을 몰아서 공격하는 언론이 별로 없습니다. 18대 대선에서 언론들은 박근혜 후보만 강조하고 새누리당은 쏙 빼놓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노무현 정부 심판' 프레임을 연일 언론이 때리고 그 효과는 아주 제대로 먹혀들어가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정권 심판론'보다 새누리당을 장악한 박근혜 후보가 뒤에서 이명박 대통령을 도와줬던 일들을 가지고 철저히 '새누리당'을 공격해야 합니다. 이명박을 심판하겠다고 나서봤자, 이명박과 박근혜를 다른 사람으로 보고 있는 유권자들이 많은 상황에서 그런 전략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2010년 8월23일 조선일보 1면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는 경선에서 새누리당 대선 후보로 결정되자 이명박 대통령과 독대를 했습니다. 이 독대 전인 2010년 8월23일 조선일보는 당시 11개월만에 만난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가 "정권 재창출 위해 노력"하겠다고 보도했습니다.

현재의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 공보단장인 이정현 의원은 "앞으로 한나라당이 국민의 신임을 잘 얻어 이명박 정부의 성공과 정권 재창출을 해야 하고, 그것을 위해 같이 노력해야 한다는 대화가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정권 재창출"을 위한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후보의 비공개 회동은 이제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사라졌습니다. 어쩌면 박근혜 후보는 당시 "정권 재창출"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두 사람 간의 합의 사항이 지금 시점에서 알려지기 싫어할 것입니다.




2007년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이명박 후보를 지지하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한나라당을 선택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한나라당만이 해낼 수 있습니다. 한나라당의 이명박 후보에게 기회를 주시기 바랍니다. 야당이었던 한나라당이 준비했던 많은 것을 실천하여 성공하겠습니다"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를 선택했던 많은 사람들이 분노하고 힘들어하고 있습니다. 기호 1번을 사용하는 새누리당은 '한나라당'이 대선을 앞둔 2012년 2월13일 당명만 바꾼 정당입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일 년도 안 된 일들을 모두 잊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