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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안철수캠프 해단식을 둘러싼 오해와 진실


안철수 전 후보가 대선캠프 해단식을 했습니다. 안 전 후보의 캠프 해단식을 놓고 언론과 정치권, 그리고 시민이 바라보는 눈길과 해석이 전혀 다르게 나오고 있습니다. 문재인 후보에 대한 지지가 부족했다고 하기도 하고, 현재의 안철수 전 후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지지였다고 하기도 하고, 차차기를 노리는 정치공방 내지는 안철수식 안개화법이라는 등의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안철수 전 후보(이하 존칭생략)의 대선캠프 해단식을 둘러싼 언론의 반응과 앞으로 어떤 모습이 대선 정국에 도움이 될지 고민해봤습니다.

' 안철수 비틀기에 나선 언론'

우선 우리가 꼭 확인해야 할 곳이 있습니다. 바로 언론입니다. 대부분 언론이 대선 여론을 주도하고 있기에 우리는 언론이 어떻게 안철수 캠프 해단식을 바라보고 있는지 확인을 반드시 해야 합니다.

▲12월3일 방송된 MBC뉴스데스크


'MBC 뉴스데스크'의 보도는 처음 멘트부터 여야 정치권과 안철수의 싸움을 붙이기로 작정한 듯 보였습니다. 앵커는 안철수 캠프 해단식 멘트를 이렇게 시작했습니다.

'안철수 전 후보가 캠프 해단식을 갖고 대선정국이 잘못 가고 있다며 여야 정치권을 모두 비판했습니다. 그러면서 새 정치의 길을 걸어가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앵커의 말이 끝나고 기자가 멘트를 하면서 다시 '후보 사퇴 이후 열흘 만에 지지자들 앞에 모습을 드러낸 안철수 전 후보는 지금 대선이 국민의 기대와는 정반대로 가고 있다며 여야 정치권을 동시에 비판했습니다.'라는 말로 기성정치권과 안철수의 싸움을 부추깁니다.

[전문] 안철수 해단식 발언

감사에는 끝이 없는 것 같습니다. 지나온 여정 돌아보니까 저는 여러분께 평생 다 갚지 못할 빚을 졌습니다. 아직 저는 여러분의 아름다운 열정을 제 가슴속에 다 새기지는 못했습니다. 아직 저는 여러분들 얼굴 하나하나를 제 가슴속에 다 담지 못했습니다. 오늘 진심캠프는 해단합니다만 지나간 나날을 감사하며 살아도 모자랄 것임을 이미 저는 절감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정치의 주역이었던 지지자여러분들 팬클럽 회원여러분들, 또 어려운 여건 이겨내면서 성심으로 뛰었던 캠프의 일꾼들, 전국에서 정성을 다해 민심을 모아내던 지역포럼 회원 분들, 밤새 공약 토론하고 다듬던 정책포럼 회원 분들, 지혜를 주셨던 국정자문단, 국민소통자문단, 노동연대센터를 비롯한 많은 자문위원분들, 그리고 생업을 뒤로하고 궂은일들 도맡아 주셨던 시민자원봉사자 여러분. 지난 66일 바로 여러분들이 안철수였습니다. 저는 여러분들 진심어린 눈빛, 헌신적인 손길 결코 잊지 않겠습니다. 다시 한 번 더 감사인사 드립니다.

여러분들 고맙습니다. 여러분들 사랑합니다. 국민들께서 만들어주셨던 새 정치 물결 그리고 새로운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간직하고 저는 더욱 담대한 의지로 정진해 나갈 것입니다. 제 부족함 때문에 도중에 후보직을 내려놓아 많은 분들에게 상심을 드렸습니다. 미리 설명 드리지 못하고 상의 드리지 못해서 참으로 죄송합니다. 이번 기회를 빌어서 깊이 용서를 구하고자 합니다. 그러나 제 모든 것을 걸고 단일화를 이루겠다는 국민들에게 드린 약속을 지키기 위한 것이었음을 이해해 주시길 바랍니다.

지난 11월 23일 제 사퇴기자회견 때 '정권교체를 위해서 백의종군하겠습니다. 이제 단일후보인 문재인 후보를 성원해 달라'고 말씀 드렸습니다. 저와 함께 새 정치와 정권교체의 희망을 만들어 오신 지지자 여러분들께서 이제 큰 마음으로 제 뜻을 받아주실 것으로 믿습니다. 저는 더 이상 대선후보가 아니지만 국민적인 우려를 담아서 한 말씀 드리고자 합니다.


지금 대선은 거꾸로 가고 있습니다. 국민여망과는 정 반대로 가고 있습니다. 새 정치를 바라는 시대정신은 보이지 않고 과거에 집착하고 싸우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대통령을 선출하는 선거에서 흑색선전, 이전투구, 인신공격이 난무하고 있습니다. 대립적인 정치와 일방적인 국정이 반복된다면 새로운 미래는 기대할 수 없습니다.

저는 이번 선거가 국민을 편 가르지 않고 통합하는 선거, 국민들에게 정치혁신, 정치개혁의 희망을 주는 선거, 닥쳐올 경제위기를 대비하고, 사회 대통합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는 선거가 되어야 한다고 간곡하게 호소합니다.
 
존경하는 국민여러분, 지지자 여러분, 캠프 자원봉사자 여러분 안철수의 진심캠프는 오늘로 해단을 합니다. 그러나 오늘의 헤어짐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입니다. 국민들께서 만들어 주시고 여러분이 닦아주신 새 정치의 길 위에 저 안철수는 저 자신을 더욱 단련하여 항상 함께 할 것입니다. 어떠한 어려움도 여러분과 함께하려는 제 의지를 꺾지는 못할 것입니다. 여러분이 계시기에 저는 항상 감사하며 더욱 힘을 낼 것입니다.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진심으로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안철수가 말한 해단식 발언 전문을 보면 단일화 관련 발언과 지지, 그리고 대선의 문제점 지적은 거의 비슷한 분량이었습니다. 그러나 MBC뉴스데스크는 마치 안철수를 통해 정치혐오증을 유발하게 하고 있습니다. 안철수가 원하는 것은 가열되는 대선에 대한 자성의 촉구이자, 그가 해단식에서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발언을 통한 지지였습니다.

조중동 언론은 어떠한지 한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 12월4일자 조선일보 1면


오늘 조선일보 1면은 '안의 문지지, 한발짝도 더 안나갔다'라는 제목으로 시작됐습니다. 이 제목만 보면 마치 안철수가 문재인을 지지하는 일을 거부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특히 '더 안나갔다'라는 부정적인 단어와 문구를 사용함으로 읽은 독자에게 문재인 후보를 향한 안철수의 지원은 더는 없을 것이라는 추측까지 더하게 만들었습니다.

▲ 12월4일자 조선일보


조선일보는 이어 자세한 안철수 캠프해단식을 다루면서 '문재인 후보 지원 발언은 20초뿐, 나머진 자기 갈 길만 말했다'면서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간의 틈새 벌리기에 여념이 없었습니다.


이런 조선일보의 모습을 보면 일부러 안철수가 문재인 후보에 대한 적극적인 지지발언을 하지 않은 것처럼 보이지만, 오히려 같은 보수 신문인 동아일보가 그 이유를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 12월4일자 동아일보 2면 기사


동아일보는 '문돕기' 마음만 먹으면.. 안 거의 모든 선거운동 가능'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해놓고 실제 그가 할 수 없는 일들이 얼마나 많은지 보여주는 이중적인 기사를 올립니다.


안철수가 문재인 후보를 지지하면서 할 수 있는 가장 큰 능력은 '청춘콘서트'나 초청강연에서 문재인 후보를 지지하는 발언입니다. 그러나 그 자체가 선거법 위반이 됩니다. 선거기간에는 누구든 선거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집회나 모임을 열 수 없기 때문입니다. 어제 열린 12월 3일 해단식도 집회로 보기 때문에 구체적이고 상세한 문재인 후보 지지를 할 수가 없었습니다. 만약 어제 안철수가 문재인 후보 지지발언을 강력하게 했다면 선거법 위반이 됐기 때문입니다. 

문재인 지지 발언이 선거법 위반이라고 해놓고 문재인 후보를 지지하지 않았다고 안철수를 비난하고 나서고 있습니다. 이것이 조중동 프레임의 절묘한 왜곡과 사건 비틀기입니다.

' 안철수에게 자유를 주자'

안철수측은 어제 문재인 후보 지지발언이 미흡했다는 주장이 계속 나오자 두 가지 일을 했습니다. 유민영 대변인은 해단식이 끝난 지 2시간여 만에 기자브리핑을 자청해 "안 전 후보가 정권교체를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번 더 밝히고 지지자들에게 문 후보를 지지해달라고 호소한 것"이라고 했습니다.



또한, 안철수의 트위터에는 "정권교체를 위해 백의종군하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로 시작하면서 "문재인 후보를 성원해달라고 말씀드렸습니다'라는 트윗이 올라왔습니다.


'아이엠피터'는 이 정도면 안철수 후보가 어제 상황에서 할 수 있는 문재인 후보 지지는 다 했다고 봅니다. 선거법을 위반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지지발언을 했고, SNS에서는 가능한 지지 트윗도 올렸습니다.

이 정도면 됐습니다. 처음부터 안철수에게 많은 것을 요구할 필요도 그에게 부담감을 줄 이유도 없습니다. 대선 운동 기간이 별로 남지 않았지만, 그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그는 분명히 많은 것을 열심히 할 것입니다. 그러나 그 시간을 참지 못하고 자꾸 그에게 부담을 준다면 오히려 단일화의 작은 상처가 더 크게 덧날 수도 있습니다.

그가 자유롭게 말하고 행동할 수 있도록 시간과 자유를 줘야 한다고 봅니다.

' 문재인과 안철수와의 관계'

문재인 후보 지지자 중에서 안철수의 모습에 실망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소수라고 봅니다. 그 이유는 안철수와 문재인은 동지와 파트너가 아닌 정치적 합의점을 찾아가는 정치인들이라는 사실을 그들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앞서 피터는 안철수에게 자유를 주자고 했습니다. 그 이유는 안철수라는 인물이 나온 배경은 새로운 정치를 원하는 사람들의 열망이 혼합되어 나왔기 때문입니다.

정치는 기성 정치권을 모두 무너뜨리고 새로운 도화지 위에 새로운 그림을 무조건 쓸 수는 없습니다. 아마 앞으로 안철수라는 인물도 자신이 가진 도화지를 기성 정치 도화지에 덧붙여 얼마큼 그 범위를 넓혀나가느냐에 그의 정치적 역량이 달려있다고 봅니다.



안철수와 문재인, 이 두 사람이 따로따로 가진 장점을 서로 인정하고 그것을 공유할 때 시너지 효과가 나올 수 있습니다. 문재인과 안철수 간의 일방적이고 무조건적인 지지는 그리 큰 효과도 없거니와 나중에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오히려 문재인 후보는 안철수라는 인물로 투영되고 있는 기성 정치를 바라보는 지지층의 생각을 겸허하게 읽고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국민이 기성 정치를 바라보는 생각을 서로 나누고, 상호 간의 정치 협의체를 구성해서 분열과 대립이 아닌 협력체제로 정치 체제를 구성해 나가야 합니다.

▲ 안철수의 얘기를 듣고 있는 문재인 후보. 출처:연합뉴스


안철수는 이런 협력을 통해 자신의 정치적 역량을 넓혀 나가고, 문재인 후보는 기성 정치를 바라보는 국민의 눈높이를 맞춰주는 행보를 진행하면서 대선은 물론이고 앞으로 정국을 운영해야 합니다. 그래야 거대 보수세력이 집권하고 움직이는 대한민국의 문제점을 고쳐나가고 개혁할 수 있습니다.

'아이엠피터'는 문재인 후보 지지자이지만 안철수 후보를 존중하려고 합니다. 그것은 문재인이라는 인물만 바라보지 말고, 대한민국 정치를 넓게 바라봐야 하기 때문입니다.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도 중요하지만, 그 한 사람이 대한민국 정치를 모두 바꿀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문재인,안철수와 같은 사람이 각자가 가진 장정을 서로 나누고 배우면 협력하면서 때로는 치열하게 경쟁하면서 국민이 원하는 정치를 향해 노력해야 합니다.


▲12월4일자 신문 1면에 나온 안철수의 사진, 좌측:동아일보,우측:한겨레


안철수와 문재인을 각각 하나의 개체와 세력으로 서로 인정해야 합니다. 만약 상대방에게 무언가를 자꾸 요구하거나 대립적인 갈등으로 끌고 가는 다른 세력의 프레임으로 그들을 왜곡하면 안 됩니다.


안철수와 문재인을 바라보고 지지하는 사람들은 그들이 가진 인물 고유의 품성과 자격을 인정하고 지지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정치사에서 문재인,안철수는 뛰어난 인물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그렇다면 그들이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도록 지켜줘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