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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약속펀드 VS 담쟁이펀드, 어떻게 다를까?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의 '약속펀드'가 펀드 모금 시작 51시간 만에 모금액 250억 원을 채워 마감됐습니다. 이는 지난 문재인 후보의 담쟁이 1차 펀드 56시간보다 4시간이나 빠른 기록입니다. 새누리당 측은 이율이 문재인 펀드보다 0.01% 높은 3.1%였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이율 때문은 아닌 듯합니다.

박근혜 후보의 '약속펀드'를 보면 참여인원이 1만1,831명으로 문재인 후보의 '담쟁이 펀드' 3만4800여 명보다 훨씬 적습니다. 참여 인원이 적은 대신에 1인당 펀드액은 211만 원으로 문재인 후보의 '담쟁이 펀드'의 57만 원보다 훨씬 높습니다.

박근혜 후보의 '약속펀드'와 문재인 후보의 '담쟁이 펀드'의 차이를 보면 '소수의 사람이 많은 돈을 투자 VS 많은 사람이 소액 투자'라고 볼 수 있습니다. 마치 상위 1%와 99%의 싸움이 아닌가 싶습니다.

' 선거 펀드는 불법자금?'

새누리당은 문재인 후보의 담쟁이 펀드가 출시될 무렵에는 대선을 치르기 위한 펀드 모집을 악랄하게(?) 비난을 했던바 있습니다.

 


새누리당 박선규 대변인은 문재인 후보의 담쟁이 펀드가 출시되자, 새누리당은 펀드 모금 계획이 없으며, 이유가 "불순한 의도를 가진 나쁜 돈들과 연결될 가능성이 굉장히 높기 때문이다"라고 밝혔습니다. 이랬던 새누리당이 11월19일 이상일 대변인을 내세워 "박 후보를 지지하는 일반 국민들이 십시일반 기여할 기회를 달라는 요청이 많다"며 '약속펀드'를 시작했었습니다.

대선을 치르기 위한 펀드 모집 그 자체를 나쁘게 볼 필요는 없습니다. 오히려 새누리당처럼 거대 여당으로 무한정의 대선자금이 흐르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펀드 모집은 필요한 수단입니다. 그러나 펀드 자체를 비난한 이유가 "불순한 의도를 가진 나쁜 돈이 유입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던 주장을 한순간에 뒤집은 것은 오로지 남이하면 불법이고, 내가 하면 합법이라는 이중적인 잣대에 불과합니다.

또한, 참여인원이 적으면서 1인당 모금액이 많다는 사실은 '일반 국민들이 십시일반'이라는 본래 '약속펀드' 취지(?)와는 조금 다른 결과라 보는 국민을 혼란스럽게 하기도 합니다.

'조기마감 될까 노심초사하는 담쟁이 펀드'

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대통령 선거에 필요한 선거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총 400억 원의 범위에서 펀드를 출시했습니다. 1차 200억 원은 마감됐고, 현재 100억 원을 목표로 2차 담쟁이 펀드를 진행 중입니다. 원래 2차 담쟁이 펀드는 더 빨리 시작될 수 있었지만, 무소속 안철수 펀드 출시의 성공을 위해 미룬 바 있습니다.

[정치] - 문재인 '안철수 펀드가 먼저다' 외친 사연

안철수 후보 펀드를 위해 문재인 후보의 2차 담쟁이 펀드는 사전 예약만 받았는데, 그동안 미루어 뒀던 사전예약자와 일반 참여자를 위한 펀드가 11월28일부터 시작됐습니다.


2차 담쟁이 펀드가 시작됐지만, 문재인 후보의 마음은 편치가 않습니다. 그 이유는 벌써 2차 담쟁이 펀드 출시 첫날 부터 14,000명이 84억을 입금했기 때문입니다. 이런 추세라면 오늘 중에 마감될 듯합니다.

문재인 후보 측은 어제 오후부터 사전 예약자 6만 명에게 입금 안내를 하면서 되도록 소액으로 많은 사람이 참여하도록 유도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문재인 후보가 처음 밝혔던 다수의 소액 참여자 10만 명 모집을 목표로 하는 '10만 인의 약속'이 잘 이루어졌으면 하는 소망 때문입니다.

빨리 마감될까 노심초사하는 문재인 후보를 보니, 돈보다는 '사람이 먼저다'라는 그의 생각을 엿볼 수 있기도 합니다.

'선거비용을 숨기는 박근혜 후보'

문재인 후보와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는 펀드를 통해 선거 비용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와 별도로 각 후보들은 후원금을 받아 선거 비용을 충당하기도 하는데, 본격적인 대선이 시작됐지만, 박근혜 후보는 얼마나 사람이 얼마큼 후원금을 냈는지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이에 반해 문재인 후보는 후원금을 낸 사람과 후원금액을 상세히 밝히고 있습니다.

▲ 문재인 후보 후원현황, 출처:문재인 후보 홈페이지


현재 문재인 후보를 후원한 사람은 총 16,336명이고 이들은 18억9천3백 만 원 가량을 후원했습니다. 대략 1인당 11만 원꼴인데 아마 10만원까지 전액 세액공제(소득세+주민세)를 받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대선이 시작되기 전부터 저는 수차례 선거비용을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 이유는 어느 정권이나 대선이 끝나면 대선자금을 놓고 늘 문제가 불거졌기 때문입니다.

▲ 문재인 후보 선거비용, 출처:문재인 후보 홈페이지


문재인 후보는 계속해서 선거비용을 공개하고 있지만, 박근혜 후보는 선거가 끝나고 나올 요량인지 선거비용을 공개하겠다는 애초 말과 다르게 후원금 액수와 인원은 물론이고 선거비용을 전혀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새누리당 서병수 사무총장은 박근혜 후보의 '약속펀드'의 최고 약정액과 소액 투자자의 비율을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선거를 치르기 위해 후원금을 모금하고 펀드를 개설하는 일은 나쁜 일은 아니지만 많은 유권자가 참여한 이런 시스템을 투명하게 관리하고 공개하는 일 또한 필요하다고 봅니다.

대통령이 되기 위해 돈을 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대통령이 되기 위한 과정에서 내 돈이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를 알려주는 것도 대통령이 되기 위한 사람이 해야 할 책임이자 의무가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