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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문-안, 전혀 달랐던 '단일화 TV토론' 스타일



민주당 문재인 후보와 무소속 안철수 후보 간의 야권후보 단일화 토론이 열렸습니다. 11시부터 열린 TV토론은 늦은 시간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보였습니다. 그것은 그만큼 야권 단일화를 열망하는 국민이 많다는 사실을 알려준다고 볼 수 있습니다.

어제 단일화 TV토론은 시청하는 내내 과거 우리가 봤던 TV토론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 낯설기도 했습니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열린 단일화 TV토론이 남긴 것을 정리해봤습니다.

■ 문재인,안철수의 외모로 본 그들만의 스타일

TV토론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그들이 입고 있는 옷, 액세사리, 손짓, 얼굴 표정 등을 통해 자신들의 주장이나 의견을 강조하기도 하고, 상대방의 공격을 피하거나 반격하기도 합니다. 어제 나온 문재인,안철수 후보도 이런 모습을 보여줬는데, 간단하게 그들의 스타일로 토론을 분석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두 후보의 옷차림에서 가장 눈에 띄었던 것이 바로 넥타이입니다. 양복 입은 남자의 패션은 넥타이에서 결정된다고 하듯이 정장에서 넥타이는 굉장히 중요한 포인트가 됩니다. 문재인 후보는 사선무늬, 안철수 후보는 와인컬러의 넥타이를 매고 나왔습니다. 문재인 후보가 매고 나온 사선 무늬 넥타이는 영업직이나 금융직종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안정감을 나타내기도 합니다. 안철수 후보가 매고 나온 와인컬러는 세련된 느낌을 주는데, 문재인 후보는 안정감을 안철수 후보는 신세대(?)와 같은 젊은 스타일을 보여줬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문재인 후보는 토론 내내 몸을 앞쪽으로 끌어당겨 앉아 손동작을 유난히 많이 했는데, 이는 적극적이면서 공격적인 성향을 보여주는 행동이었고, 안철수 후보는 일관된 자세로 자리에 앉아 있어 침착하면서 약간은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준다는 느낌을 들게 했습니다.

두 사람이 토론시간 내내 메모했던 펜도 차이가 있었는데, 문 후보는 문방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나미플러스펜을 안 후보는 만년필 스타일의 펜을 사용했습니다.

전반적으로 이 두 사람의 차이를 보면 문재인 후보는 적극성을 띈 토론방식을 택했고, 안철수 후보는 침착하면서 안정적인 느낌으로 토론에 임한 것으로 생각됩니다.

■ 창과 방패를 연상시켰던 TV토론

어제 전북대에서 특강이 있어서 정치외교학과 학생들에게 과연 오늘 열릴 TV토론에서 누가 더 잘할 것 같으냐는 질문을 던져 봤습니다.



이날 참석한 학생 15명 중에서 3명만이 안철수 후보가 토론을 잘할 것이라고 손을 들었습니다. 전북대 정치외교학과 학생들이 이렇게 예상했던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것은 문재인 후보는 TV토론에 많은 경험이 있고, 그동안 여러 차례 TV에서 그가 토론하는 모습을 봤었지만, 안 후보는 공중파 방송에서 TV토론을 하는 모습은 어제가 처음이었기 때문입니다.

학생들이 대부분 문재인 후보가 잘할 것으로 생각했지만, 실제 뚜껑을 열어 보니, 그렇게 차이가 날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문재인 후보가 그동안 경선 과정에서 경험했던 TV토론 방식을 활용해서 적극 공세를 펼쳤지만, 안철수 후보는 자신만의 스타일로 묵묵하지만 큰 문제없이 그런 공세를 막아냈다고 봅니다.

창을 조금 더 날카롭게 갈아서 공격했다면 하는 아쉬움과, 방패를 조금 더 과감하게 밀면서 공격을 피하는 방식을 택했으면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무난하게 서로가 공격과 방어를 했습니다.

■ 전혀 새로운 형식의 TV토론

어제 TV토론을 시청했던 사람 대부분이 토론을 보면서 느꼈던 생각은 '재미없다'였습니다. 시청자들이 어제 TV토론을 재미없었다고 느낀 가장 큰 이유는 바로 패배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사실 대한민국의  TV토론은 누군가의 일방적인 승리와 패배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드러나야 재밌다고 느끼는 경향이 있습니다.


▲ 진중권과 변희재가 토론했던 사망유희는 많은 사람들이 동시에 접속해 서버가 다운되기도 했다.


상대방을 향해 무차별적인 공격을 얼마나 하고, 상대의 말을 거칠게 반박하는 형태의 토론을 보던 국민에게 어제 토론은 신선하다 못해 신기했습니다. 서로 상대방을 공격하면서 도를 넘지 않도록 상대방을 배려했고, 상대방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는 모습은 우리 정치도 이렇게 토론을 할 수 있구나 하는 새로움을 선사했습니다.

특히, 상대방을 향한 네거티브보다 유권자가 궁금할 주제를 묻고 대답하는 형태를 보면서 처음 가졌던 밋밋함의 우려가 지나가고 잔잔한 재미마저 느꼈습니다.

피 터지는 싸움을 기대했던 사람은 너무 재미없었지만, 그들이 보여준 토론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도 충분히 정당한 토론문화가 가능할 수 있구나 하는 기대감을 안겨줬던 토론이었습니다.

■ 문재인,안철수 단일화 토론이 남긴 것들

단일화 TV토론을 시청하면서 떠오른 생각이 있었는데 하나는 왜 이런 좋은 토론회를 한 번밖에 하지 못하느냐는 점이고, 또 하나는 미리미리 두 사람이 국민 앞에 토론회를 통해 자신들의 생각과 얘기를 계속 밝혔으면 하는 아쉬움이었습니다.

▲문재인,안철수 TV토론이 열린 백범기념관에 모인 수많은 취재진들. 출처:오마이뉴스


비록 한 번의 TV토론이었지만 우리는 두 사람의 정책과 인성, 그리고 그들이 말하고자 하는 생각을 많이 엿볼 수 있었고, 만약 이런 TV토론이 몇 차례 더 열렸다면 굳이 협상팀이 가동되지 않았어도 TV토론에서 단일화 방식을 결정할 수 있었지 않느냐는 생각도 해봤습니다.

어떤 사람은 문재인 후보가 어떤 이는 안철수 후보가 우세였다는 주장을 합니다. 어제 TV토론을 본 아이엠피터의 생각은 무승부라고 봅니다. 그것은 어제 TV토론을 통해 지지율의 변화가 그렇게 차이를 보이지 않으리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처음 TV토론에 적응하지 못했던 안 후보의 긴장감이 초기에는 나타났지만 이후에는 두 사람 모두가 각자의 개성과 스타일을 그대로 보여줬기에 지지자들이 바라보는 각도에 따라 평가가 다르게 나올 뿐, 거의 무승부에 가깝다고 봅니다.

문재인, 안철수 후보의 TV토론, 뚜렷한 승자가 없다는 사실이 통쾌하지 않을지는 몰라도, 두 사람이 서로 다르면서도 각자의 매력이 무엇인지를 충분히 보여준 시간이자 박근혜 후보가 왜 3자 TV토론을 그토록 거부했는지 알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