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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이야기

제주도 여행 가볼만한 곳, 알고보니 짝퉁?


 


제주도 여행 성수기가 시작됐습니다. 사실 제주에 살지만, 여행을 잘 하지 않고 살기에 성수기인지 모르다가 제주도 여행을 오겠다며 이것저것 알아봐 달라고 하는 지인들이 많아지면, 그제서야 ' 이제 제주도 여행 성수기이구나'라고 느끼며 삽니다.


제주도 여행은 장점이 참 많습니다. 산과 바다, 오름.등산,낚시,하이킹,골프, 스킨스쿠버 등 사시사철 레저 스포츠를 즐길 수 있기도 하겠지만, 저처럼 정적인 사람도 그저 바라만 봐도 좋을 풍광들이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런 제주도 여행이 과연 좋기만 하느냐고 저에게 묻는다면 한숨부터 나옵니다. 그것은 제주도는 참 좋은데 제주도 여행은 문제가 많기 때문입니다.  


원래 제주에 살면서 관광수입 줄어드는 글을 쓰면 관광업계 사람들은 아주 싫어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블로거라면 한 번씩은 해보는 블로그여행 기자단 한 번 해본 적이 없습니다. 가서 보면 제 눈에는 불합리한 모습을 보고 왜 개선하지 않을까라는 비판이 앞서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합리적인 비판은 조금 더 나은 제주도 여행을 위해서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오늘은 제주도 여행에서 제일 사람들이 많이 가는 곳 중의 하나인 테마 관광지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 짝퉁 테마 관광지의 난립'

제주도 여행을 가면 꼭 들려 보는 곳 중의 하나가 테마 관광지입니다. 다른 명칭으로는 '테마파크','박물관','전시관' 등을 말합니다. 이런 테마관광지는 제주도 여행을 하는 단체 관광객이나 개인 여행객 모두가 선호하는데, 그중에서 특히 아이들은 천지연 폭포나 한라산 등의 자연 풍광보다 이런 테마파크를 좋아해서 몇 군데씩 들리기도 합니다.

문제는 이런 테마관광지가 시설이나 전시물 등이 아주 잘 갖추어져 특색있게 꾸며져 있으면 좋으련만,  테마관광지가 관광객에게 인기가 많아서 돈이 된다는 소문에 제주도에는 비슷한 테마관광지가 우후죽순 계속 생기고 있다는 점입니다.



제주에는 미로공원이 많습니다. 제주시를 중심으로 동쪽,서쪽,서귀포 어디를 가도 미로공원 관련 테마관광지는 꼭 있습니다. 여기에 요새 아이들이 좋아하는 착시현상, 일명 트릭아트라고 하는 테마관광지도 현재 제주도에 7개나 있습니다. 미니어처,성 (性),유리,70년대 모습,곰인형 등의 테마는 각각 3개 이상의 관광지가 제주도에 있습니다.

이런 테마관광지가 어떤 특색이 있는 것이 아닙니다. 원조라고 불리는 초창기 테마관광지가 제주를 찾는 여행객들에게 인기를 끌자, 유사한 테마 관광지를 설립하는 것입니다. 오죽하면 미니어처 테마관광지의 경우 제작업체가 동일해, 업주와 지역만 다를 뿐 전시물은 똑같은 테마관광지가 있기도 합니다.

▲ 제주 다희연 안에 있는 도그랜드는 다희연과 아무 관계가 없는 곳으로 이처럼 테마관광지 안에 공간만 임대해주는 소형 테마파크가 늘어나고 있다.


테마파크의 경우 입장료가 대부분 최저 5천 원 이상에서 만원도 넘습니다. 4인 가족의 경우 1-2시간의 관람을 위해서 3만 원 이상의 요금을 지불해야 합니다. 그런 비싼 입장료를 낸만큼의 재미와 시설에 대한 만족도가 높으면 좋겠지만, 모두들 비싸기만했다고 불만의 목소리만 높습니다.

유사 테마관광지들은 같은 테마나 콘덴츠라도 더 개선되고 좋은 것이 아니라 똑같이 베끼고 명칭은 비슷하기만 해서 제주도 여행객의 혼란만 초래하고 있습니다. 유사 테마관광지의 난립은 결국 제주도 여행에서 돈만 쓰고 재미는 하나도 없었다는 불만만 가중시킬 뿐입니다.

' 제주 관광객은 손님이 아닌 봉?'

제주도 테마관광지의 가장 큰 문제는 가격덤핑입니다. 테마파크별로 입장료를 정해놨지만, 그것은 유명무실하고, 모바일쿠폰이나 각종 할인쿠폰을 통해 서로 가격 경쟁을 하고 있습니다. 일부 테마파크에서는 여행사를 상대로 9천 원짜리 입장료를 단돈 2천 원에 넘기기도 합니다.

▲ 제주관광 유통체계 문제점 출처:제주발전연구원


테마관광지 입장에서는 일반 개인 여행객보다 단체 관광객을 선호하는데, 그것은 단체 관광객이 오면 입장료 수입 이외에 기념품이나 매점 등 부대 시설에서 많은 수입을 올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여행사의 수익을 보장해주는 조건으로 여행사에는 입장료를 덤핑으로 할인해주고 있습니다.

실제로 제주도 테마관광지의 요금은 매년 인상되지만 가격 경쟁과 덤핑으로 테마관광지의 수익은 점차 줄어들어 시설이나 전시물에 대한 보완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아, 관광객들의 불만이 야기되고 있는 형편입니다.

커미션이나 기념품 판매 등으로 수익은 테마 관광지와 여행사가 나눠 가지지만, 실제로 관광객들은 돈을 내고도 제대로 여행을 즐길 수 없어, 손님이 아닌 봉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 돈  버는 테마관광지, 알고보니 세금으로 온갖 혜택을'

제주도 전역에 있는 테마 관광지는 대부분 박물관이나 미술관으로 허가를 받은 곳입니다. 우리가 상식적인 수준으로 보면 상업시설이지만, 박물관으로 등록되어 있어 각종 혜택을 모두 누리고 있습니다.

제24조(경비 보조 등) ①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는 제18조제1항에 따라 사립 박물관이나 사립 미술관 설립 계획의 승인을 받은 자에게는 설립에 필요한 경비를, 등록한 박물관이나 미술관에 대하여는 운영에 필요한 경비를 예산의 범위에서 각각 보조할 수 있다. ②정부는 국영 수송 기관에 의한 박물관자료나 미술관자료의 수송에 관하여 운임이나 그 밖의 요금을 할인하거나 감면할 수 있다. ③ 다른 법률에 따라 설립 또는 운영에 필요한 경비 등의 지원을 받고 있는 시설에 대하여는 제1항 또는 제2항에 따른 지원을 하지 아니할 수 있다 <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

박물관이나 미술관으로 등록되면 취등록세나 상속세 감면은 물론이고, 전기요금까지도 할인 받는 등의 각종 혜택을 줍니다. 그런데 이런 세금 감면이나 각종 혜택보다 더 위험한 것이 박물관을 설립하는데 필요한 비용을 나라에서 저리로 융자해주거나 지원해준다는 점입니다.


제주도는 분기별로 300억 원 내지는 1년에 900억 원의 제주관광진흥기금을 관광인프라 확충 및 제주 관광사업체 활성화를 위해 융자지원해주고 있습니다. 이 융자에 대해 사업자가 부담하는 이자는 2.8%~3,5%로 사업하는 사람 입장에서 보면 무이자와 다름없을 정도로 이자가 저렴합니다.

이런 융자가 진짜 필요한 곳에 지원되면 좋겠지만, 상업성을 띈 테마관광지에 무분별하게 지원되기 때문에 문제입니다.

▲ 제주 S테마파크가 음란물 영상과 전시로 대표가 입건됐다는 기사 출처:미디어제주

S테마파크는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인 '옥보단 3D'를 상영하고, 여성모델을 데려다가 누드로 공연을 하는 등의 운영으로 대표가 입건됐습니다. 그런데 이 S테마파크는 제주관광진흥기금 29억 원을 융자 받아 설립된 곳입니다. 특히 처음에는 유리 미술 공예 테마로 1종 미술관 설립승인을 받아놓고, 개관은 성(性) 테마파크(미술관)으로 둔갑해 놓은 것입니다.

진짜 개인이 좋은 뜻으로 사립박물관이나 미술관,전시관을 설립하고, 그것을 지원하는 정책을 펼친다고 누가 뭐라하겠습니까? 그러나 아무런 콘덴츠나 설립의미도 없이 그저 잘되는 테마관광지의 콘덴츠를 그대로 베껴다가 나라에서 주는 융자금까지 챙기고, 운영은 오로지 돈만 바라보고 한다는 점이 문제입니다.


▲성인 영상물과 조형물을 전시해놓은 청소년관람불가 성테마파크가 미성년자 동반 입장 가능이라고 판매하고 있다.

서울에서 지인들이나 가족이 놀러 오면 어른용, 아이용 관광코스가 달라집니다. 그것은 아이들이나 젊은이들은 자연풍광보다 테마관광지를 선호하기 때문입니다. 볼거리가 많다는 것은 제주도 여행을 풍성하게 만듭니다. 그러나 무분별한 테마관광지의 난립은 비싼 입장료를 내고도 볼거리 부족과 엉성한 시설로 오히려 제주도 여행의 추억을 불쾌하게 만듭니다. 

예술적인 작품이나 창의적인 전시물과 콘덴츠를 누구나 자유롭게 전시하고 표현할 수 있는 박물관이나 전시관을 설립하는 것을 제주특별자치도 행정관청에서 막으면 절대 안 됩니다. 그러나 겉으로는 예술이나 문화 콘덴츠를 표명하면서 안으로는 돈벌이에 혈안이 된 테마관광지는 제주도가 제대로 관리 감독을 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이제 방학이 시작되면 더 많은 아이들과 여행객들이 제주도를 찾습니다. 제주도는 아름답지만, 제주 여행은 별로였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가슴이 아픕니다.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수는 없겠지만, 최소한 돈을 낸 만큼의 볼거리를 즐길 수 있도록 테마관광지들과 제주도청은 함께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