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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이야기

'제주도 이주' 무엇이 힘든가 알고보니



제주에 살다 보면 제주에 살고 싶은 사람이 간혹 집으로 찾아오기도 합니다. 그분들과 차를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 아이엠피터는 '제주 산다는 것은 그리 쉽지는 않습니다. 공부하시고 제주에 내려와 합니다'라는 말을 합니다. 이렇게 말을 하는 이유는 외형적으로 자연환경이 좋은 제주지만 실제로 그 안에 살면 부딪치는 일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그런 피터의 생각이 혼자만의 생각일까라는 하는 시간 속에서 '제주포럼C'에서 '살고 싶은 제주, 무엇이 필요한가'라는 제목으로 '이주민의 삶과 정책'에 관한 토론회를 개최했습니다. 이날 토론회에 나온 얘기들을 통해(발제자:지금종(제주포럼 C운영위원) 강종우(제주수놀음지역자활센터실장)토론자:김태진(스카이워커대표)위성곤(제주특별자치도의원)정영태(제주발전연구원), 과연 제주 이주를 힘들게 하는 요인들이 무엇인지 정리해봤습니다.

'현대판 골품제가 살아 있는 제주도'

우리는 철저한 계급 사회였던 신라의 바탕이 골품제도였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이 골품제도는 신분을 규정하여 사회 전반적인 제약과 특권을 만드는 기준이나 구성 요소가 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고대 사회에서나 존재하는 제도가 제주에도 존재한다면 깜짝 놀라겠지만, 살아 본 결과 사실입니다.

▲원문 출처:지금종 '제주 발전을 위한 제주 이주민 정책의 필요성' 지금종(제주포럼C 운영위원)


제주에는 흔히 말하는 '육지 것'이라고 부르는 용어가 있습니다. 육지에서 온 사람을 지칭하는데, 사실 그 안에는 '괸당 문화'(원래 바른 표현은 궨당)라고 부르는 제주민들만의 끈끈한 유대 관계가 숨겨져 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제주민들은 외부에서 온 사람을 배타적으로 대하기도 하는데, 그 외부에서 온 사람에 관한 기준이 굉장히 까다롭습니다.

대대로 제주에 살다가 제주에서 중고등학교를 나오고 대학을 졸업해서 제주에서 직장을 다니는 사람을 성골처럼 규정하고, 제주에 살았지만 육지에서 고등학교나 대학교를 나와 직장 생활을 하다가 온 사람을 진골로, 그 외 육지 사람을 육두품 이하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제주민들은 배타적입니다.

조금 신기한 것은 제주 지역에서도 이런 배타적인 요소가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동부에 살다가 서귀포로 이주해도 이런 식의 배타적인 '괸당문화'의 희생자가 될 수도 있습니다.

사실 제주 원주민(?)이라고 부르는 제주 토박이를 어떻게 규정하는가는 논란이 있을 수 있겠지만, 대부분 최소 3대가 제주에 살아야 한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제주에서 태어났지만, 본적이 육지거나 아버지 대에 제주에 이주했다면 수십 년을 살아도 제주민으로 인정받지 않는 사람도 꽤 됩니다.

결국, 이런 식의 배타적인 의식은 제주에 살려고 오는 사람을 힘들게 하는 요소가 다분하고, 이런 '괸당문화'로 다시 육지로 가는 사람도 종종 있는 것이 바로 제주입니다. 이런 괸당문화와 배타적인 의식을 모르고, 섣부르게 제주에 온다면 실패할 수 있다는 것을 반드시 명심해야 합니다.

' 최악의 관료주의에 물든 제주 공무원들'

요새 지방자치제도가 정착되면서 대다수 공무원들이 예전과 비교하면 서비스가 많이 개선됐습니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나름 애쓰고 민원인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열심히 나서기도 합니다. 하지만 제주의 관청을 가보면 그런 생각이 무참히 깨집니다. 불친절함은 물론이고, 민원인보다는 공무원 중심의 일 처리는 변해가는 공무원 서비스를 경험했던 사람에게 절망까지도 안깁니다.

단지 불친절함만 있다면 어떻게 참아보겠지만, 제주는 유독 공무원들의 비리도 많이 나오는 곳입니다. 특히 제주에 살려고 오는 많은 사람들이 건축을 하기 위해 시청을 찾지만, 건축허가 등에 관한 민원은 법대로 되지만은 않습니다.


제주의 소리는 10월 8일자 '건축민원 달인이라더니 ..억대 뇌물 ' 두 얼굴'이라는 기사에서 제주시청 건축민원과에 근무하는 김모씨가 200명 가까이 되는 민원인들로부터  최소 수십만 원에서 많게는 기백만 원씩 총 1억4천만 원이 넘는 뇌물을 받고, 설계도면 작성과 건축물대장 기재부 사항 변경을 해줬다고 보도했습니다.

이처럼 제주는 유독 건축 민원과 관련한 비리가 많습니다. 건축허가를 돈 받고 내준 공무원, 건축업자와 짜고 재난피해보상금을 착복한 공무원, 뇌물을 받고 특정 업체 일감을 몰아준 공무원 사건이 계속해서 개선되지 않고 터집니다. 이러다 보니 '제주에서 안 되는 것도 없고, 되는 것도 없다'는 말이 나돌 정도입니다.

▲제주도 택시 불편 신고로 올라온 민원들. 출처:제주시청


다른 지자체는 어느 정도 민원인들의 불편신고가 계속 접수되면 그 사안에 대해 개선을 하는 움직임이 있지만, 제주는 별로 그런 것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피터가 제주 택시에 대한 문제점을 수차례 지적하고 글을 쓰고, 민원을 제기했어도 여전히 제주에는 택시 기사들의 불친절과 웃돈 요구, 미터기 요금만 지불하면 화를 내는 어이없는 일이 계속 벌어집니다.

이런 일이 발생하는 원인은 아무리 중앙부처에 민원을 제기해도 제주는 특별자치도라는 특성상 제기된 민원이 제주로 다시 배정되고, 똑같은 공무원이 다시 그 일을 처리하기 때문입니다.

제주에서 집 한 채 짓다가 포기하고 간 사람이 많을 정도로 제주는 건축허가 받기가 쉽지 않습니다. 살다 보면 허가도 받고, 서류도 떼고, 민원도 제기해야 하는데, 제주는 관료들의 사고방식이 옛날 육지에서 부임해온 관리들마냥 권위주의에 사로잡혀 살고 있습니다.

' 찾아볼 수 없는 제주 귀농,귀촌 정책'

서울이나 대도시는 계속적으로 인구가 줄지만, 제주는 2011년 1월말 571,468명이었던 인구가 2012년 9월 기준으로 582,022명으로 만 명이 넘게 증가했습니다. 이렇게 제주 인구가 늘어난 이유는 방송과 언론에서 제주 이민의 환상을 불어 넣었기 때문인데, 그렇게 이주민들은 늘었지만 제주가 이주민을 위해 벌이는 정책은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임실군의 귀농귀촌지원센터 홈페이지와 영암군 귀농정책


다른 지자체에서는 어떻게 하든 한 가구라도 더 유치하려고 애를 쓰지만, 제주도는 태평합니다. 오기 싫으면 말고라는 식으로 그저 중앙정부에서 내려온 지원 내용을 겨우 유지하기 바쁩니다. 그마저도 정보 공개를 제대로 하지 않아, 발품을 팔고, 인터넷을 뒤져야 겨우 알 수 있도록 귀퉁이에 처박아 놓은 사례도 태반입니다.

특히 제주는 귀농보다 귀촌이 더 많기에 다른 지자체와 차별성 있는 귀촌 대상자를 위한 정책이 나와야 하건만, 귀촌인구가 많은지 귀농인구가 많은지조차 파악하지 않고 있으며, 고압적이면서 관료주의에 물든 공무원들은 정보를 찾는 민원인들을 박대하기 일쑤입니다.

정부가 장기적인 정책을 수립하며 제주 이주민을 돕거나 그들과 상생하는 노력을 기울인다면 세수 확대와 인구 증가에 많은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제주는 오로지 투기꾼들을 대상으로 하는 정책을 우선순위로 두고 있기에, 앞으로 제주는 중국인들의 투기 대상지역으로 바뀔 수 있는 걱정도 듭니다.

' 제주 이주민들의 반성과 노력이 필요하다'

제주로 이주해서 사는 것이 힘들다고 했지만, 그런 어려움에 비해 제주가 가진 아름다운 자연환경은 그 모든 것을 바꿀 수 있을 만큼 경쟁력이 있습니다. 그래서 제주로 오는 사람이 많지만, 그들에게도 반성해야 할 점도 많습니다.

제주에 사는 것을 이민이라 부를 정도로 어렵고 자신의 모든 기반을 버리고 온다고 하면, 그만큼 자기가 살려고 하는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배우려는 노력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러나 그저 즐기기 위해 왔다는 생각만으로 제주에서 산다면 어쩔 수 없이 제주만의 문화와 괴리감을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제주 4.3사건을 아직도 빨갱이들의 무장봉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그 안에는 무고한 양민들이 무참히 학살당한 제주의 아픔이 깃들여 있는데, 이런 가장 가까운 역사조차 모르고 사는 제주 이주민들이 너무 많습니다. 왜 제주도민들이 '육지것'이라 부르며 그들을 배척하는지 그 원인은 생각하지 않고 무조건 배타적이라고 치부하는 것입니다.

제주 공무원들이 불친절하고, 그들이 아무런 정책을 펼치지 않는다고 마냥 손 놓고 있으면 안 됩니다. 그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정치적인 심판을 투표로 하면 됩니다. 불편하고 안 좋은 것을 그냥 보고 있으면 절대 개선될 수 없습니다. 그것을 바꾸려는 노력이 필요하고, 그런 노력이 있어야만 앞으로 제주에서 평생 살아갈 우리 아이들의 장래가 밝아질 수 있습니다.

제주 이주민의 정책보다 제주도민 모두가 함께 잘 사는 정주 정책이 제대로 이루어지면 됩니다. 육지에서 온 사람이나 제주에 사는 사람이나 동일하게 생각하는 주거,복지,의료,교육 정책이 유기적으로 펼쳐진다면, 출신에 지배당하지 않고 모두가 어울려 제대로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계속해서 제주 관련 세미나와 토론회를 열고 있는 제주포럼C 페이스북 페이지:http://goo.gl/nIf0n


피터가 정치블로거로 살지만, 대외적인 정치 모임은 나가지 않습니다. 그저 글을 쓰는 것만으로 벅차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제주에 관한 일만큼은 참여하려고 합니다. 그것은 지금 우리 가족이 사는 땅이 제주도이고, 우리 아이들이 앞으로 살아갈 곳도 제주이기 때문입니다.

무작정 제주에 온다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러나 제주 이주가 쉽지는 않은 일입니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얘기한다고 해도 사람마다 지역마다 동네마다 느끼는 어려움은 차이가 있습니다. 솔직히 송당에 살고 있지만 괸당이나 배타적인 모습은 경험하지 못했고, 오히려 피터가 더 소극적으로 마을 사람들에게 폐를 끼치고 사는 것은 아닌가 반성도 해봅니다.

제주 이주에 관한 이야기나 제주 정책에 대한 비판을 많이 합니다. 그것은 우리 가족과 아이들이 사는 지역을 조금 더 발전시켜 행복하고 평화로운 마을에서 평생 살고 싶은 작은 소망 때문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