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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이야기

'제주 이민'에 숨겨진 불편한 진실



요새 제주도로 살기 위해 오는 사람들이 많이 늘었습니다. 우리 가족이 제주도로 입도했던 시기가 2010년이었는데, 그때도 많았지만, 지금은 더 늘었습니다. 정확한 통계가 늘 부실한 제주도라 숫자로 나타낼 수 없지만 2010년 176명에 불과했던 귀농 교육 인원이 2012년 270명까지 늘었다는 사실만 봐도 얼마나 많이 늘었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제주 이민'이라 불리는 제주 정착에 관심있는 사람이 많아졌다고 알 수 있는 것이 제가 속해 있는 제주관련 카페에만 해도 하루에 수십 명의 등업신청자가 생겨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렇게 제주에 살기 원하는 사람이 늘어난 이유는 속칭 '제주 이민자'로 불리는 제주에서 성공한 사람들의 모습이 방송이나 언론에 자주 소개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제주에 산다는 것은 장점이 참 많습니다.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바쁜 도시 생활에 비해 여유로운 삶으로 바뀔 수 있는 등의 좋은 면이 있습니다. 그러나 방송과 언론에서 보여주는 '성공한 삶' 이면에는 제주만이 가진 문제점도 있습니다.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 '제주 이민'의 불편한 진실을 알려드리겠습니다.

' 제주 과연 살기 좋은 곳인가?'

사람이 사는 조건에는 자연도 꼭 필요하지만, 주거,교육,문화,복지,범죄 등의 기타 요소도 중요합니다. 이런 면을 따져 봤을 때 과연 제주는 어떤 곳일까요?

▲ 2010년 제주발전연구원이 펴낸 '제주도민 행복지수' 평가 보고서


제주 지역의 교통사고 발생비율(자동차 천대당 교통사고 발생건수)는 12,44건수로 전국 평균보다 높습니다. 이렇게 제주 지역의 교통사고가 높은 이유는 일단 제주도는 대중교통이 불편하기 때문에 가구당 2-3대의 차량을 보유한 가정이 많고, 제주 관광객의 대다수가 렌터카를 이용하는 이유 때문입니다.

이러다 보니 제주 시내권은 늘 주차문제로 골치가 아픕니다. 그리고 아차 하면 대형 사고가 일어날 수 있는 확률도 높습니다.

▲ 2010년 제주발전연구원이 펴낸 '제주도민 행복지수' 평가 보고서


제주지역 범죄 발생률(인구 천명당 범죄발생건수)은 42.19건으로 전국 최고 수준입니다. 여기에 화재 발생률도 14.25건으로 충남지역과 함께 전국에서 가장 높은 지역입니다.

범죄,교통,화재 등의 안전 관련 지수를 종합해본 결과 제주도는 전국 16개 시도 중에서 9위로 중하위 수준으로 나타났습니다. 소방관이나 경찰관은 많지만, 오히려 안전 부분은 제주도가 그리 좋은 곳은 아니라는 증거가 될 수 있습니다.

제주 생활 3년 차에 접어들지만 그다지 큰 교통사고나 화재,범죄를 경험하지는 못했습니다. 그렇다고 제주도가 이런 위험에 무조건 안전하다고 볼 수 없음을 우리는 통계로 알 수 있습니다. 필자가 이렇게 말하는 것은 제주가 위험하다는 것을 말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제주가 환상적으로 '범죄와 도둑이 없는 땅'이라는 착각은 하지 말아야 한다는 점입니다.

' 제주도가 아이들 교육의 천국이라고 믿고 있는 사람들'

아이를 가진 부모로서 아이들 교육을 생각해서 제주로 내려오는 사람이 많습니다. 저 또한 아이들 교육을 위해서 제주로 왔습니다. 그러나 제주에 살면 아이들이 정말 좋은 교육환경에서 살 수 있을까요? 물론 초등학교 때는 가능합니다.

[시사] - 아이를 공짜로 제주도 명문학교에 보낸 사연

그러나 중학교를 지나 고등학교로 올라가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아직도 제주는 고교 평준화지역이 아닙니다. 평준화와 비평준화가 함께 섞여 있는 지역입니다. 그래서 제주도는 의외로 교육열이 높으면서 사교육도 많이 시키는 곳입니다.

▲ 제주도 2012년 일반고 신입생 선발시험 모습 출처:한라일보


2012년 제주도 고등학교 입학시험에서 평준화지역 일반고 시험에는 총정원 3120명에 3284명이 지원해 164명이 탈락했습니다. 그러나 비평준화지역 고등학교(특성화고 포함)는 250명을 추가로 모집했습니다.

부모와 학생들 처지에서는 평준화된 지역의 고등학교를 가고 싶지만, 제주시 평준화고 입학정원은 매년 3120명으로 전체 중학생의 45%에 불과합니다. 이런 상황이니 제주도는 중학교만 올라가도 사교육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 ▲ 2010년 제주발전연구원이 펴낸 '제주도민 행복지수' 평가 보고서


제주도는 전국시도별 교육예산 비중을 비교했을 때 최하위권에 속합니다. 여기에 제주 시내와 서귀포, 읍면 지역 간의 격차도 상당합니다. 그래서 제주 농촌 지역에 사는 가정 중에는 아이들의 고등학교 입학을 위해 시내로 이사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저희 이웃집도 아이가 중학교에 올라가면서 제주시로 이사를 하였습니다.

물론 아이가 없는 노령층은 그다지 필요없는 항목이겠지만, 젊은 제주이민자가 많아지는 요즘 반드시 고민해야 할 점 중의 하나입니다.

' 높아만 가는 땅값, 살 집 구하기가 너무 힘들다'

제주에 살려고 오는 사람들이 제일 먼저 찾는 곳이 '부동산'입니다. 서울처럼 직접 부동산을 갈 수 없으니 인터넷을 통해 시세를 알아보고, 집을 구하려고 하지만 제주도에서 살 집을 구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특히 공급이 수요를 따를 수 없기에 제주도 부동산 가격은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습니다.

▲ 제주노형동아이파크 조감도


제주시 노형동의 현대아이파크의 평균 분양가격은 3.3㎡를 기준으로 902만원이었습니다. 수도권 일산자이 아파트 3.3㎡당 1029만원으로 뚝 떨어지고 있는 요즘 부동산 시세와 비교하면 상당히 높은 편입니다. 실제로 제주도 아파트 분양가는 6년새 무려 46%나 올라 전국 8개 시도와 비슷한 수준까지 됐습니다.

제주에는 원래 없던 전세도 (제주는 연세라고 보증금은 적지만 1년치 월세를 한꺼번에 내는 임대제도가 대부분) 육지인들이 부동산을 구매하면서 생기기 시작했는데, 2008년 3.2%였던 전셋값이 2011년 12.6%로 거의 폭등 수준입니다.

이처럼 제주도 부동산 가격이 미친 듯 오르면 돈을 많이 가진 부동산 부자들이야 좋겠지만, 아름다운 자연을 벗 삼아 살려고 오는 사람들에게는 최악의 땅이 되어버리는 것입니다.

▲ 제주도의 전형적인 농가주택


방송에서는 농가주택을 멋지게 개조하여 사는 사람들을 보여줍니다. 그런데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농가주택을 구입하던지 임대를 해야 하는데, 제주도 농가주택이 속된 말로 씨가 말랐습니다. 그나마 있던 5천만 원에서 7천만 원 사이 농가주택도 이제 1억이 넘어버렸고, 그마저도 찾기가 어렵습니다.

우리가 방송에서 볼 때는 농가주택 리모델링이 쉽게 보이지만 제주에서 집을 건축하거나 리모델링 해본 사람들은 살이 쭉쭉 빠진다고 합니다. 그만큼 힘들기 때문입니다. 제주에서는 건축 인력을 구하기도 어렵거니와 육지처럼 기한 내에 착착 공사하는 것이 아니라, '비가 와서 공사 중단','인부들의 현장 두탕 세탕 뛰기','제주문화 모른다고 서로 싸우기' 등으로 공사 지연은 물론이고 사람 피 말려 죽습니다.

자기가 직접 공사를 하면 된다고 하지만 주인이 직접 건축하다 보면 기술부족,장비부족,인력부족으로 육지에서 1-2개월이면 끝날 공사가 보통 6개월에서 1년 이상이 넘어가기도 합니다.

제주 부동산들의 중간 폭리 취하기와 제주 지역 모르는 육지 사람 속이기 등으로 제주 지역은 집과 땅값은 비싸지기만 하고 살 집 구하기는 더 힘들어지고 있습니다.

참고로 농가주택을 임대받아 힘들게 고쳐놨는데 나가라고 하는 경우도 종종 벌어지고 있기도 합니다. 그럴 경우 몇천만 원 투자해서 리모델링한 비용은 반도 못 건지고 나가는 사례도 생깁니다.

'제주에서 펜션이나 게스트하우스하면서 여유롭게 살겠다고?'

제주에 오는 사람 태반이 펜션이나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할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2-3억 내외의 소자본으로 평생 자연도 즐기고, 여유롭게 살겠다는 벅찬 계획을 세우고 오지만 현실은 참담합니다.

요새 같은 성수기만 되면 제주에 방 구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러나 그런 날이 1년 중에 얼마나 될까요? 그리고 제주의 펜션과 게스트하우스가 얼마나 많을까요?

▲ 제주발전연구원이 2007년 펴낸 '펜션업의 위기' 보고서

현재 제주도에 등록된 관광 숙박시설은 정확히 통계가 나오지만, 펜션이나 민박 등의 수치는 나와 있지 않습니다. 등록하지 않고 영업하는 곳도 많고, 객실 수를 적게 신고하는 경우가 태반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보니 통계상 나오는 객실수와 실제 객실수의 차이는 상당합니다.

2007년에만 339실이었던 펜션이 2011년에는 대략 430실로 늘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마저도 정확하지는 않습니다.

펜션이나 게스트하우스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은 가족단위 자유여행객이 국내여행지로 제주도를 선호하기 시작했고, 올레길 열풍으로 개별 여행자가 제주를 많이 찾고 있기 때문입니다.



제주도 관광객 1천만 명 시대를 맞아 제주도 숙박시설이 부족하다고 방송은 떠들지만, 관광객들이 늘어난 이유는 중국을 비롯한 동남아시아 단체 관광객이 늘어났기 때문입니다. 이들이 펜션이나 민박,게스트하우스에서 숙박할까요? 아닙니다. 대부분 관광호텔이나 콘도 등에서 숙박하기 때문에 펜션이나 게스트하우스,민박은 늘어났지만, 매년 숙박시설이 부족하다는 소리가 나오는 것입니다.


성수기만 되면 제주에 방을 구하기가 어렵다고 하지만 실제로 펜션이나 게스트하우스 업주들의 말을 들어보면, 가격이 낮으면 예약률이 높지만 다른 곳과 비교해서 가격이 조금이라도 높거나 편의시설이나 서비스가 안 좋으면 예약률이 급격히 떨어진다고 합니다. 이러다 보니 게스트하우스와 펜션은 서로 가격 경쟁을 하고, 서비스를 극대화시키기 위해 안간힘을 쏟습니다.

여유 있게 게스트하우스와 펜션을 운영하며 자연을 즐기겠다는 본래 계획은 사라지고, 손익분기점은커녕 몸고생 마음고생만 하는 펜션이나 게스트하우스 운영자들이 늘어만 가고 있습니다.



'제주 이민'이라는 말에서 우리는 제주도가 한국이니 '이민'이라는 말은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제주로 오는 것은 해외 이민과 같은 일입니다. 우리가 흔히 해외로 이민갈 때 집안 살림살이 대부분을 팔고 가듯 제주로 내려오는 사람은 대부분 육지 생활에서의 모든 것을 정리하고 내려옵니다.


방송과 각종 제주 이민 관련 책에서 나오듯 성공하면 좋겠지만, 만약 실패한다면 그 여파는 한 가족을 힘들고 어렵게 할 수 있습니다. 지금은 많이 나아졌지만, 예전에는 제주로 왔다가 도망치듯 다시 육지로 가는 사람이 상당히 많았습니다.

제주에 사는 것을 자랑하면서 평생 제주에 살겠다고 하는 필자가 왜 제주에 사는 것이 힘들고 어렵다고 각종 자료와 통계를 제시하면서 보여줄까요? 그것은 방송과 언론,책에서 나오는 멋있고 환상만 생각하지 말라는 뜻입니다. 방송은 '좋은 화면', '멋진 그림','성공 스토리'만 보여줍니다. 그래야 시청률이 오르기 떄문입니다. 아무도 제주 이민의 실패와 어려움, 그리고 문화의 차이에 대한 현실을 잘 알려주지 않습니다.



제주는 참으로 아름다운 곳입니다. 세계 여러 곳을 다니고 살았지만 제주도만큼 아늑하고 편안하다고 느낀 적이 없었습니다. 그만큼 자연은 세계 어디 내놓아도 뒤떨어지지 않고, 문화도 한국인인 저에게 딱 맞습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제주를 찾아오고 사랑했으면 하는 생각을 늘 하고 삽니다.


그러나 이런 제주의 아름다움에 숨겨진 불편한 진실을 방송과 언론,그리고 책은 말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 불편함을 충분히 이길 수 있는 방법과 대안은 존재합니다. 하지만 그런 숨겨진 사실을 모르고 무턱대고 환상만 좇아 제주에 오면 낭패와 어려움을 겪을 수 있습니다.

행복한 제주 생활관련 글도 쓰지만, 제주의 불편함과 부당함은 꼭 알리려고 노력합니다. 제주를 사랑하는 마음과 아름다운 제주가 더 좋은 방향으로 우리 아이들이 커서도 살 수 있는 환경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 때문입니다.

'제주 이민'을 꿈꾸십니까? 그렇다면 제주 이민의 불편한 진실을 이길 수 있는 노력과 대책을 생각하고 오시기 바랍니다. 그러면 정말 행복한 '제주 이민자'가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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