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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노무현 때문에 운명이 바뀐 사람이 만든 '운명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사료와 자료를 찾기 위해 가끔 서울에 있는 노무현재단을 방문합니다. 우리가 흔히 아는 피상적인 '노무현 대통령'보다는 과연 참여정부가 무엇을 했고, 노무현 대통령이 무엇을 위해 정치를 했는가를 알기 위해서입니다. 이렇게 노무현재단을 가다 보면, 간혹 노무현 대통령 때문에 인생이 바뀐 사람들을 볼 수가 있습니다.[각주:1]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 3주기를 맞아 만든 공식 자서전<운명이다>의 오디오앱북을 만든 '글루소프트'의 김정훈,김영미 공동대표가 바로 그런 사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난 서울 출장에서 우연히 만난 이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과연 '노무현'이라는 인물이 누구이고, 그가 무엇을 사람들에게 말했기에 사람들의 운명이 바꾸었는지에 대한 해답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 글루소프트 김영미 대표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아이엠피터


'운명처럼 만난 노무현'

'글루소프트'는 아이폰,아이패드,안드로이드용 앱을 개발하는 회사입니다. 아이폰이 들어왔던 초창기부터 모바일 소프트를 강의하던 김정훈 개발 담당 대표와 그의 수업을 듣던 김영미 경영담당 대표가 함께 만든 글루소프트는 속칭 잘나가던 회사였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을 만나기 전까지는...

김영미 대표는 사실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보다 탤런트 최진실씨의 죽음이 더 슬펐다고 말했을 정도로 노무현 대통령이 누구인지 잘 몰랐던 사람이었습니다. 이런 이들이 노무현 대통령을 안 것은 그가 서거하고 난 뒤에도 한참 후였습니다. 부산에서 열심히 사업을 확장하던 이들은 휴일을 맞아 하루쯤은 부산여행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저 찾아간 해운대 동백섬의 누리마루에서 우연히 노무현 대통령의 사진을 만났습니다.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 직원들이 함께 노무현 대통령을 이야기했고, 그들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글루소프트 김영미,김정훈 대표는 노무현 대통령 서거 2주기를 맞아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재능기부'를 하고 싶어 노무현재단을 찾아 '추모앱'을 만들겠다고 나섰고, 이를 통해 그들의 험한 여정이 시작됩니다. 사실 단순한 추모앱을 만들어 기부하고 싶었던 이들의 생각은 '운명이다'라는 오디오앱북을 만들어보면 어떠냐는 노무현재단의 제안에 단순한 e북형태만 떠올렸고, 한달이면 끝날 줄 알았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죽고 나서, 그를 알아가는 사람들'

제가 노무현 대통령의 자료를 찾으면서 느낀 생각은 노무현을 환호하는 사람들 중에 과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노무현 대통령의 실체와 그의 정치 철학, 정책을 알고 있는가라는 회의감이었습니다. 왜냐하면 제가 찾았던 기본 자료조차 모르고 노무현 대통령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 글루소프트에서 만든 오디오앱북 '운명이다'의 차례


'글루소프트' 김영미,김정훈 대표도 제가 생각했던 범주의 사람과 별 차이가 없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을 위한 '재능기부'를 하고자 했지만, 노무현 대통령이 누구인지 몰랐던 그들이 변하기 시작한 것은 추모앱과 '운명이다'를 만들기 위한 자료 수집하면서부터였습니다.

앱제작을 위해 글루소프트 직원들은 노무현재단과는 별개로 노무현 대통령 관련 어록과, 연설문,동영상,정책자료 등을 스스로 찾기 시작했습니다. <운명이다>라는 책은 물론이고 민주주의 진보의 화두를 다룬 <진보의 미래-다음세대를 위한 민주주의 교과서>,<오!민주여 사람사는 세상이여>를 비롯한 <여보,나 좀 도와줘>등을 읽으면서 이들은 '노무현 대통령'이 누구인지를 알기 시작했습니다.

이들은 '노무현 대통령'을 알아 가면 갈수록, "왜 우리는 그가 살아 있을 때 그를 만나지 못했을까"라는 자책감이 들었다고 할 정도로 그의 정치적 원칙과 그의 철학에 빠져들고 매료되기 시작했습니다.

살아서 만나지 못했던 노무현 대통령을, 그가 죽은 후에야 그의 정치 철학과 말을 통해 알기 시작한 것입니다.

'노무현을 뛰어넘고 싶은 사람들'

사실 오디오앱북 '운명이다'를 단순한 재능기부로 만든 앱이라면 저도 별로 관심을 두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오디오앱북 '운명이다'는 앱을 만드는 일반 회사에서조차 구현하기 어려운 신기술을 개발하면서 만든 새로운 형태의 앱입니다.

 

▲ 단순한 오디오북이나 e북이 아닌 새로운 개념의 오디오앱북을 만든 글루소프트의 다양한 기능들


오디오앱북의 기능 중에는 몇 가지 다른 앱에서는 볼 수 없는 기능들이 있습니다. 자서전 <운명이다>의 텍스트 전문과 문성근씨가 녹음한 오디오가 있으며, 종이책처럼 형광펜으로 줄을 긋고 메모도 가능합니다. 여기에 책의 내용과 관련한 동영상이나, 미공개 사진, 단락별 게시판,대통령에게 보내는 편지 등이 담겨있는'별책부록'이 있고, 책을 읽다가 바로 SNS나 이메일로 보낼 수 있는 '보내기' 기능이 있습니다.

또한 노무현 대통령의 앱을 위해 서체 개발 전문회사 '우리글닷컴(주)' 가 기부한 '준명조,준고딕'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서체로 구성되어 있어, 사용자들이 이런 새로운 서체까지도 함께 사용할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특히 글루소프트는 노무현 대통령의 아들 노건호씨가 꼭 넣고 싶었던 글에 관련한 토론 게시판 기능을 새롭게 만들려고 애를 썼습니다. 그것은 앱을 만들면서 유족으로 어떤 것이 들어갔으면 하는 물음에 "아버님이 생전에 정치에 관한 토론을 함께 하시길 원했고, 민주주의 2.0과 같은 기능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라는 노건호씨의 요청 때문이었습니다.

어떤 책을 단순히 읽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통해 함께 고민하고, 이야기를 나누고, 자신의 주장을 펼칠 수 있는 새로운 기능을 통해 책의 텍스트 구현이 아닌 책에 담긴 정신을 새롭게 해석하는 기능을 만들어 낸 것입니다.

▲ 기술개발에 대한 어려움을 이야기하고 있는 글루소프트 김정훈 개발담당 대표.

처음 생각했던 한 달이라는 제작기간을 훌쩍 넘어 무려 8개월의 제작기간이 소요되었던 오디오앱북 '운명이다'를 만들면서 김정훈 대표는 웃으면서 노무현 대통령을 만나 거의 망할뻔했다고 했습니다. 글루소프트 전 직원이 모두 매달려 새로운 솔루션을 만들어 내고, 그것을 새롭게 접목하는 과정에서 큰 회사에서 의뢰하던 앱제작을 거의 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이토록 힘들게 왜 오디오앱북 '운명이다'에 새로운 솔루션을 도입한 이유가 무엇인지 물어봤습니다.

"제작비만 1억 원이 넘게 들어가는 일을 왜 했습니까? 그냥 간단하게 만들어도 되잖아요?"
"노무현 대통령의 가치에 걸맞은 새로운 모습과 완성도를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정치인 노무현이 위대하다면, 글루소프트라는 회사 또한 그에 못지않은 기술력을 가지고 앱이라는 분야에서는 당당히 능력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어쩌면 노무현 대통령에게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당신 때문에 우리가 변했고 당신이 했던 정치 이야기를 우리가 최선을 다해 구현해보고 싶었다고"


노무현 대통령을 말하면서 우리는 흔히 그의 삶과 그의 정치 철학을 말합니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이 원했던 것은 이처럼 자신의 분야에서 자신이 생각했던 정치를 실현할 수 있도록 자신의 생각을 뛰어넘는 사람들이 더 많아졌으면 했던 것이 아니겠느냐는 생각도 해봤습니다.

▲ 글루소프트가 4.11총선의 후보자들을 제대로 알자는 취지하에서 만든 무료 '트윗털기'어플

정치블로거로 살다 보면 정치인도 간혹 만나고, 일반적인 '노빠'라고 부르는 사람도 만납니다. 그러나 제가 아는 노무현 대통령 지지자들 대다수는 자신이 '노빠'가 아니라고 합니다. 그것은 이전에 노무현 대통령을 알지도 못했고, 그가 무엇을 했는지조차 잘 몰랐기 때문입니다.

그랬던 그들이 왜 노무현 대통령을 그리워하고, 노무현의 생각을 읽고자 하는지를 알아보면 단순합니다. 제대로 알지 못했던 그의 삶과 그의 정신을 알게 되니 그저 노무현 대통령을 보낸 아쉬움과 회한이 든다고..

많은 사람들이 노무현 대통령을 그리워만 합니다. 그러나 그런 그리움을 뛰어넘는 것이 바로 그의 정신과 삶을 이해하는 사람들이 해야 할 몫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어쩌면 노무현 대통령을 통해 정치를 알게 된 사람들이 제일 먼저 할 수 있는 일은 정치가 아니라 정치가 올바를 수 있도록 정치에 관심을 두고, 자신이 할 수 있는 분야에서 정치를 바라보는 것이라고 봅니다.

글루소프트 바로 가기: http://www.gluesoft.co.kr/


글루소프트 김영미,김정훈 대표는 "예전에는 돈을 별로 신경 쓰지 않았는데, 이제는 돈을 벌고 싶습니다. 앞으로 노무현 대통령의 책을 모두 모아 <노무현의 서재>라는 앱을 통해 많은 사람에게 노무현 대통령의 정신과 가치를 알리고 싶기 때문입니다."라는 말을 저에게 했습니다.

글루소프트의 오디오앱북 <운명이다>는 앱스토어 도서분야 아이패드1위,아이폰 3위를 기록하면서 많은 사람에게 '노무현 대통령을 다시 만나게 해줘서 고맙습니다','정말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감사합니다'라는 이야기를 듣고 있습니다. 이렇게 자신들이 돈을 내고 다운로드 받으면서 고맙다고 말을 할 수 있는 것은 '대한민국을 위해 치열하게 살았으나 마지막은 허공에 한 생애를 던진 노무현이라는 영혼'의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고 싶었던 사람들이 만든 노력의 결과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노무현을 만나 인생이 바뀌고 운명이 바뀐 이들이 원하는 것은 노무현에 대한 그리움보다, 원칙과 상식을 지키면서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만들고자 했던 노무현 대통령을 뛰어넘어 발전하는 대한민국이 아닐까 합니다.

  1. 이글은 정치시사블로거 아이엠피터가 만나는 사람이라는 가제하에 새롭게 선보이는 인터뷰 중심 취재의 글입니다. 앞으로도 정치인뿐만 아니라 정치를 통해 인생이 바뀌고 정치를 새롭게 생각하는 보통사람들의 이야기를 계속 연재할 예정입니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