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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미디어

오바마,힐러리의 '싸움개' 알렉 로스를 만나다


미국 대사관의 초청으로 알렉 로스와 함께하는 오찬 모임에 갔다 왔습니다. 우선 알렉 로스는 현재 미 국무부의 혁신 담당 수석 자문관 (Senior Advisor for Innovation) 입니다. 주로 IT를 이용한 공공외교 프로그램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간단하게 그의 프로필을 살펴보겠습니다.

알렉 로스 (Alec Ross)
1971년 웨스트 버지니아 출생
노스웨스트 대학교
1994년 비영리단체 '미국을 위한 교육(Teach for America)'-저소득층 학생 대상
2000년 비영리단체 '원이코노미'(http://www.one-economy.com/)-저소득층 무료 인터넷 공급
2006년 오바마 대선 캠프 IT 전략 총책임자
2009년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 알렉 로스 영입

알렉 로스가 유별나면서 능력 있는 IT 전문가라는 사실은, 민주당 경선에서 오바마에게 패한 힐러리 클린턴이 국무장관에 취임하자마자 알렉 로스를 영입했다는 점입니다. 아무리 적이지만, 능력이 워낙 뛰어나기 때문에 그를 옆에 두고 '인터넷의 자유'전략을 맡긴 것이죠.

브렌트 바이어스 미국대사관 공보참사관 집에서 열린 오찬에는 정부 관계자들과 인터넷 업체 등 10여 명이 함께 했습니다. 일반인이자 정치블로거는 달랑 저 한 명이었다는 ㅠㅠ

알렉 로스는 사실 한국의 온라인 정책이나 한국 상황을 듣고자 했는데, 부족한 시간에 참석 인원들의 이야기가 길어져 제가 얻고자 하는 정보는 많이 얻지 못했습니다. 저는 트위터에서 이 모임을 알렸고, 몇 가지 질문을 받아 알렉 로스에게 질문했는데, 실제로 시간상, 그리고 그의 관심사항이 달라서 별 반응은 없었습니다.

' 알렉 로스가 말하는 인터넷'

미국이나 전 세계를 통틀어 알렉 로스처럼 트위터의 팔로어가 많이 있는 공무원은 별로 없습니다. 물론, 오바마 대통령은 스타급이라 제외하고, 현재 팔로어만 37만 명이 넘는 파워 트위터리안 공무원 중의 한 명입니다.


간단하게 오찬 모임에서 나온 알렉 로스의 이야기를 간추려봤습니다.


- 정보를 아예 공개하는 것이 차단하는 것보다 오히려 더 낫다
- 비판,비난,악플 등 문제가 있어도 표현의 자유를 허용하는 편이 좋다
- 자신의 경험으로 강한 뉘앙스의 이야기는 극단적인 목소리를 유발하기도 한다.
- 정부는 SNS를 통제할 수 없게 됐으며, 이에 대한 변화의 방안을 찾아야 한다.


알렉 로스의 요지는 결국 인터넷상에서의 자유를 보장하는 편이 문제점보다 장점이 더 많다는 것이었습니다. 그에게 제가 몇 가지 질문을 던졌는데.

▷ 아이엠피터:미국에도 인터넷 댓글 알바가 있나요?
▶ 알렉 로스: 없다. 프로파간다로 잘못된 정보를 말하는 사람은 많다. 특히 자신이 있었던 고향에도 오바마 대통령에 관한 잘못된 정보를 진실로 믿는 사람들이 제법 있었다. 그런 식의 잘못된 정보를 퍼뜨리는 사람은 많아도 댓글 알바는 없다.특히, 이제는 다양한 정보를 취득할 수 있는 곳이 많기 때문에  그런식으로 정보를 조직적으로 조작해도 소용이 없으니. 댓글 알바가 없다.

이외에 제주 해군기지와  빌더버그 회의에 관해서는 잘 모른다는 답변만 들었습니다.

알렉 로스와 만나면서 느낀 점은 일단 어떤 도구로의 역할로 인터넷 (SNS 포함)을 말했지, 제가 알고 싶었던 깊이 있는 정책 이야기와 한국의 특수적 상황은 논의되지 못해 아쉬웠습니다.

' 현실과 다른 상황을 말하는 대한민국 정부의 인터넷 인식'

알렉 로스와 만남은 강의도 아닌 단편적인 질문과 답변이면서 시간이 짧은 관계로 많은 이야길 듣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이 자리에 참석한 정부측 사람들의 이야기를 더 많이 들었는데, 매일매일 인터넷을 끼고 사는 제가 보기에는 전혀 현실과 맞지 않은 이야기들이 나오더군요.


대한민국에서 트위터가 여론의 중심에 있게 된 배경은 MB 정권의 언론검열의 시대에 원인이 있습니다. KBS,MBC,YTN 노조가 파업하고 '언론잔혹사'를 말하는데 이명박 대통령은 회사 파업이라 아예 언급할 필요성이 없다고 합니다.

잘못된 정보, 왜곡된 언론을 떠나 진실을 찾기 위해 사람들은 트위터를 이용했고, 트위터는 진실을 향해 몰려든 사람들로 급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대안매체의 성격으로 트위터가 성장했다는 사실은 SNS(인터넷 포함)가 가진 대한민국의 현 상황을 말하고 있다고 저는 봅니다.

▲조선일보의 트위터 비난 기사 출처:@mindgood


SNS의 상황을 저는 솔직히 전쟁으로 표현합니다. 어떤 정치적 토론이나 비판이 아닌 정적 죽이기에 나선 형태로 지금 나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진보와 보수 모두가 그런 양극화 현상을 띄고 있습니다. 종북좌파 등 이념과 색깔 논쟁이 나오고 있는 시점에서 옛날 해방 이후 나타났던 이념 전쟁의 양상이 나오는 듯해서 씁쓸하기만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일단 SNS가 필요하다고는 인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누가,어떻게, 무엇을 할 줄 모르고 있습니다. 일부는 잘하고 있지만, 실제로 정부 쪽 SNS(홈페이지,블로그 모두 포함)를 보면 기가 막힐 따름입니다. 막대한 예산을 쓰면서 어찌도 저리하고 있을까 하는 탄식마저 듭니다.

'허울뿐인 대한민국 공무원들의 SNS 활동'

알렉 로스와 어떤 정치적 현안,정책에 궁금했던 저에게 부족했던 오찬이었지만, 알렉 로스라는 인물이 왜 'e-외교'를 이끄는 '테크노 그루(Guru)'로 불리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 아이엠피터 계정을 impeter로 착각해서 보낸 멘션, @impeter701이 맞음.


알렉 로스는 오찬모임에 만난 사람들에게 트위터를 통해 모임에 대한 감사 멘션을 날렸고, 제가 다음 날 보낸 페이스북의 친구 신청에 대해서도 곧바로 수락과 댓글의 '좋아요'를 눌러주었습니다. 이것이 별거 아니라고 할 수 있겠지만, 그는 전 세계를 돌아다니는 힐러리와 오바마의 IT 전략가입니다. 그런 그가 모임에 만난 사람을 기억하고 소통하는 것이 한국 공무원들과 비교하면 놀랍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날 만난 분 중에서 관련 트위터와 페북 등 SNS를 뒤져봐도 별로 언급도 활동도 없었습니다. 일단 그분들에 대한 비판은 관두고,실제적인 사례를 언급해보도록 하겠습니다.

▲ SNS 우수 공무원에 관련된 1월3일자 기사 출처"지방자치미디어 기사 화면 갈무리

권혁록 사무관은 문화체육관광부를 비롯한 정부 부처에서 가장 SNS를 잘 활용하는 공무원이라고 합니다. 워낙 제가 신문기사를 곧이곧대로 믿지 않는 스타일이라, 이 분 뒷조사를 해봤습니다.

페이스북은 나름 친구가 한계선인 5천 명에 가깝지만, 실제 소식을 받아 보는 사람은 37명에 불과하더군요. 이 말은 페북에서 영향력이 그리 높지 않다는 것을 반증하기도 합니다. 또한, 페이스북은 특징상 댓글과 답글이 소통의 지표를 측정할 수 있는데, 단순 '좋아요'만 많은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트위터는 어떤지 보겠습니다.


알렉 로스와 권혁록 사무관의 트위터 화면입니다. 좌측 알렉 로스는 끊임없이 멘션과 트윗이 올라왔습니다. 특히 #Korea ,#Seoul라는 해시태그를 사용해서 한국을 적절히 이용한 트윗과 사람들을 언급한 맨션을 그가 활발히 소통하고 있으며 SNS 전문가다운 면모를 입증시키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대한민국 SNS활용 우수 공무원으로 뽑힌 권혁록 사무관의 트윗은 1월 2개, 2월 1개, 3월 2개에 불과합니다. 한마디로 개점휴업 상태입니다. 더 말할 의미가 없습니다. 여기에 페이스북에서는 댓글의 답글도 별로 없더군요. 말이 5천 명이지만 실제 소통이 얼마나 이루어지고 있을지 의심까지는 아니더라도 신뢰성은 별로 없었습니다.

권혁록 사무관의 블로그는 지적하기 어려울 지경이었습니다. 포기했습니다. 리모델링이 아닌 철거 후 재건축 정도의 블로그라서..

트위터를 잘한다고 평가받는 김문수 지사의 트위터는 보좌관과 함께 운영하고 있었고, 이와 비슷하게 다른 공무원들도 대부분 보좌관이 RT,멘션 등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여기서 박원순 서울 시장은 논하지 않겠습니다. 그는 MB정부 쪽 SNS 정책이 아닌 스스로 활용한 사례이기 때문에)

예전에 청와대 직원과 블로그에서 논쟁까지는 아니더라도 여러 가지 의견을 나누면서 제가 몰랐던 점이나 오류를 발견하기도 했습니다. 비판에도 정당한 논거와 자세가 필요합니다. 무조건 제 생각이 진실이라고 우길 필요도 그럴 수도 없습니다. 그래서 자못 그때 청와대 비서관을 만나고 싶었는데 다른 분이 오셨더군요.

[정치] - 대통령 비난 후 달린 청와대 직원의 댓글

참고로 알렉 로스가 '싸움개'라고 불린 까닭은 공격성이 강하면서 충성심이 높다는 이유가 있다고 합니다. 미국 외교관들은 알렉 로스의 영향력인지 도움인지 몰라도 SNS를 적극 활용하고 있으며, 특히 포드 대사는 시리아 전자군으로 알려진 친정부 블로거들과 논쟁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 일방적인 트윗만 발행하는 청와대 트위터 출처:청와대 트위터 화면 갈무리


트위터를 비롯한 SNS (인터넷)에서 왜 반MB 정서가 강할까요? 가장 큰 이유는 소통이 없기 때문입니다. 홍보와 소통을 자꾸 혼동합니다. 맹목적인 홍보는 '너 믿어라, 왜 안 믿어, 대통령 말씀인데'라고 하는 독재 국가 방식의 정책입니다.

독재 국가의 홍보와 비슷한 대한민국 SNS 정책은 SNS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망각하고 있습니다.그리고 왜 필요한지를 모르고 남이 사니,나도 산다고 돈들고 장바구니에 아무거나 주워담는 모습과 별 차이가 없습니다.

알렉 로스는 북한 상황을 'Black out (정부,경찰에 의한 보도 통제)'이라고 했습니다. 알렉 로스는  남한을 빠른 인터넷 스피드를 가진 국가라고 좋아하지만, 실제 언론통제와 인터넷 검열, 무단 삭제,인터넷 실명제 댓글 달기 등 SNS 상황을 인식한다면 남한도 이에 못지않다는 생각을 할 것입니다.


인터넷 강국이라고 부르는 대한민국은 한 마디로 하드웨어만 최고급 사양입니다. 그러나 소프트웨어는 최악이라고 저는 봅니다.

아무리 최고급 노트북이 있어도 부팅이 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 됩니다. 자꾸 부팅도 안 되는 노트북 갖고 인터넷 강국이라고 자랑하지 맙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