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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남한판 '노동신문'에 출연한 손수조와 박근혜



박근혜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이 드디어 손수조 부산 사상구 후보를 만났습니다. 손수조 후보 사무실 앞에는 많은 사람들이 나와 손수조 후보와 박근혜 위원장을 환호하고 박수를 치기도 했습니다. 3월13일, 이 둘의 만남을 보면서 이제 박근혜 위원장이 문재인 노무현 재단 이사장을 막지 못하면, 4.11총선에서 위험하다는 벼랑 끝에 와 있다는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정치학적인 관점보다 손수조,박근혜의 만남에 관련된 여러 가지 소식을 접하면서 도대체 지금 필자가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지, 아니면 북한에 살고 있는지 도저히 감을 잡을 수가 없었습니다.

박근혜,손수조의 만남에 담긴 모습들을 통해 지금 우리가 어디에 서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손수조,박근혜 닮았다!"

부산 손수조 새누리당 사무실 앞에 모였던 사람들은 박근혜 위원장과 손수조 후보를 보면서, 박 위원장과 손 후보가 닮았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제가 볼 때 그리 비슷해 보이지 않지만, 비슷하다고 보면 볼 수도 있겠죠. 그런데 그 닮았다는 것이 외모를 닮았다고 한다면 문득 떠오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 생전의 김일성 주석과 손자 김정은 최고사령관 출처:연합뉴스


바로 북한 김정은과 김정일입니다. 김정일 사망 이후 북한 군 최고사령관으로 추대된 김정은이 참석한 중앙추도대회를 본 전문가들은 '할아버지를 빼 닮은 손자의 대관식'이라는 표현을 사용했습니다.

이날 김정일 추모행사에 참석한 김정은은 할아버지 김일성이 즐겨 입던 단추가 두 줄로 달린 코트를 입었고, 짧은 헤어스타일, 박수치는 모습 모두 김일성과 비슷했다고 전해집니다.

김정은이 할아버지 김일성과 비슷한 모습을 한 까닭은 바로 '유훈통치'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서이고, 김일성에 대한 향수와 충성심을 그대로 자신이 물려받기 위해서입니다. 즉 김정은이 김일성과 똑같은 모습을 연출해서 얻고자 하는 것은 권력의 유지와 권력의 영속성입니다. 이미지 정치를 강조한 전형적인 독재자들이 즐겨 사용하는 방법입니다.

손수조 후보와 박근혜가 닮았다고 외치는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박근혜, 더 나아가서는 박정희를 그리워하는 마음이 담겨 있을 것입니다. 같은 모습이라고 우기면서 이 두 사람이 정치적으로 같다는 동질성을 강조하는 것입니다.

처음 손수조 후보가 등장했을 때 새누리당이라는 사실 자체로 그녀를 싫어한 사람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일부는 그녀의 선거 활동이 신선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저도 선거자금 공개 등은 박수를 보냅니다) 그런데 박근혜가 오자마자 손 후보에게 몰려든 사람들은 박정희의 대를 이은 박근혜와 얼굴이 비슷하니 너도 우리 편이자 영웅이라고 외쳐댑니다.

김정은의 외모가 아무리 김일성과 비슷해도 그 둘은 다를 수밖에 없고, 외모는 한낱 북한 독재 정권이 북한 주민을 기망하는 행위밖에 안 됩니다.

손 후보와 박근혜 위원장의 외모가 같다고 외치는 모습을 보니 북한인지 남한인지 헷갈렸습니다.


'북한판 감동에 빠진 언론들'

신문 정치면에서는 보통 '감동'이라는 단어를 잘 사용하지 않습니다. 특히 언론이 '감동'이라는 표현을 정치에 사용한다면 그 정치인을 부각해주는 일이고, 중립을 지켜야할 언론이 해서는 안 될 행동 중의 하나이기도 합니다.

정치블로거로 매일 글을 쓰며 수백 편의 신문기사와 수십 편의 정치 관련 논문과 글을 보는 저에게 정치에서 감동이 나오는 기사는 거의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그런데 이런 감동이 갑자기 3월13일 정치면에 수십 편씩 등장합니다.




손수조 후보를 만난 박근혜 위원장의 모습을 다룬 기사에서 감동이라는 단어가 사용되기 시작합니다.
'노력하는 모습도 감동'이고 '도전정신이 감동'이라는 기사를 보면 손수조 후보가 마치 어떤 장한 일을 해낸 사람처럼 보입니다. 손 후보가 문재인 후보를 꺾고 당선됐다면 감동(보다는 기적)이라는 단어를 쓸 수 있습니다. 그런데 단지 그녀가 박근혜 위원장을 만났을 뿐인데, 감동이라는 단어를 사용합니다. (새누리당 홍보 사이트나 정당지는 가능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인간적인 그녀의 도전에 박수를 보낼 수는 있습니다. 그렇다고 언론이 감동이라는 단어를 쓰면서까지 머리기사로 내보내는 것은, 무슨 신문이 홍보지도 아니고, 이따위로 기사를 쓸 수 있는가 하는 허탈함마저 듭니다
. 이런 기사를 보니 문득 떠오르는 사진이 있습니다.

▲ 신년 새해 공군부대를 방문한 김정은과 그를 포옹하고 우는 부대원들 출처:조선중앙TV

북한 노동신문이나 조선중앙TV에 보면 이런 공식의 기사와 뉴스가 등장합니다.

'지도자 동지께서 친히 00 를 방문하셨다'
'주민을 바라 본 최고 사령관께서는 큰 감동을 하셨다'
'부대원들을 꼭 껴안은 지도자 동지께서는'

이런 기사와 '손수조 만난 박근혜, 포옹한 뒤 손 꽉 잡은 채...'와 무슨 차이가 있을까요? 약간의 머리를 굴려서 기사를 썼다는 차이일까요?

'종북좌파','빨갱이' 타령하면서 국가안보를 내세우는 신문들이 하는 짓은 꼭 북한판 노동신문과 별 차이가 없습니다. 누가 보면 '노동신문 남한 지사 발행 기사'로 착각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원래 오늘 포스팅은 박근혜 위원장이 왜 손수조 후보를 지난번에는 만나지 않고, 이번에는 만났는지를 지난번 글과 함께 비교하려는 글을 쓰려고 했습니다.

[정치] - 박근혜 부산행, 문재인 출마 '사상'에 갈까?

문재인 바람이 태풍으로 변해 영남에서 4.11총선의 핵폭풍으로 변할 것을 조기에 차단하려는 박근혜 위원장의 행동을 분석하려고 했는에 아래 기사보고 접었습니다.

▲ 손수조 "제 눈을 봐달라" 박근혜 부등켜안고 기사중에서

트위터리안들은 이 기사를 보고 노동신문 기사로 착각했다고 합니다. 맞습니다. 박 위원장을 김정은 부위원장으로 바꾸고, 손수조 후보를 주민으로 바꾸고 읽으면 노동신문과 별 차이를 느끼지 못할 정도입니다.

김정은위원장은 차에 오르기 전 주민을 꼭 끌어안고 등을 두드리며 "수고 많으시다. 힘 내시라"고 했다. 주민은 "김정일 부위원장께서 사회가 안아줘야 할 20대 전체를 대표해서 절 안아주신 것 같았다"고 했다.

진짜 북한 독재정권하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을 그대로 옮겨놓은 모습으로 정치하는 사람들에게 어떤 정치적 분석이 필요합니까? 그냥 저 기사 하나면 저들이 지금 어떻게 정치를 하는지 대번에 알 수 있는데...

정치에도 감동이 있을 수 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부산에 출마하고 낙선하면서 '바보 노무현'이라는 별명을 얻었을 때 국민은 감동했고, 안타까워했습니다. 그 모든 일은 인간의 마음에서 우러나온 감동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벌어지는 일들이 진짜 감동일까요? 그들이 감동이라고 항변한다면 저는 노동신문과 조선중앙TV가 조작한 언론을 그대로 믿는 독재정권에서 벌어지는 일들과 별반 차이가 없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박정희가 막걸리 마시면서 농민의 아들이라고 할 때, 어느 누구도 그가 일본군 장교로 살다가 이제는 밤마다 여자끼고 양주마셨다는 사실을 밝히지 않았습니다. 그 덕분에 국민은 그를 근대화의 아버지라고 불렀고, 그를 떠받들더니 이제는 그의 딸마저도 대한민국을 살리는 영웅처럼 대접합니다.

박근혜를 대한민국 산업화를 건설한 박정희의 딸로 기억하는 사람에게는 감동이겠지만, 그를 친일파 독재자이자 민주주의를 총칼로 짓밟은 사람으로 기억하는 저에게는, 남한판 노동신문으로 대를 이어 정권을 잡겠다는 모습으로밖에 보이지 않습니다.